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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산동대(藥山東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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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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藥山東臺[약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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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寧邊)에도 東臺[동대], 藥山[약산] 東臺[동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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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밭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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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야 에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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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臺[동대]에 오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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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밟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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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아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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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臺[동대]에 내 못 오르네
9
에헤야 에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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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臺[동대] 東臺[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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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동대(藥山東臺)는 서관(西關)의 명승지이다. 전설과 민요와 정열로 묻힌 아름다운 곳이니 북쪽하늘에 기러기가 가고 강남 제비가 오기 시작하면, 약산동대(藥山東臺)는 천자만홍(千紫萬紅)의 진달래 꽃밭으로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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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읍에서 아침도 먹지않고 단의경장(單衣輕裝)으로 동대를 향하여 간다. 멀리 철옹성(鐵瓮城)위에 부유(浮遊)하는 구름도 좋거니와, 벽계(碧溪)위에 자욱한 실안개도 더욱 투명하다. 개천을 건너 좁은 길로 얼마간 걸어가면 동대의 입구인 천주사(天柱寺)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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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동대에 오르는 것이다. 송림이 드문드문 널려있고 그 사이는 몇 천주 몇 만주의 진달래가 동대가 좁다는 듯이 피어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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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로 이슬을 떨며 한 걸음 한 걸음 비탈길을 올라가면 손에도, 발에도, 다리에도, 몸에도, 진달래가 밟히고 얽히고 쥐여지는 것이다. 붉고 붉고, 타고 타고, 만지홍(滿地紅) 만지적(滿地赤)의 동대로 가는 길이 모두 다 정열이요, 모두 불덩이가 아닌가. 아까운 그 꽃을 발로 짓밟자니 너무나 악착한 듯 하고, 그렇다고 지팡이를 의지하여 안개속에 숨어있는 동대를 바라보니, 그 동대를 보고는 아니 오를 수 없는 내 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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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臺[동대]에 불이 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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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꽃 불이 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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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臺[동대]에 올라 가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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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밟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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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아까워 東臺[동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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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못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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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꽃 불이 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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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야 에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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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臺[동대]는 꽃밭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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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밭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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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臺[동대]에 오르자니 꽃을 밟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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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야 에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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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밭을 헤염치듯이 밟고 만지고 헤치며 산정(山頂)으로 산정(山頂)으로 올라가면 조그만 山門[산문]이 있고 그 門[문]을 넘어서면 한편으로 절벽을 끼고 좁은 길이 없어진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동대는 불가침이라는듯이 안개가 자욱하며 지척을 분별할 수 없다. 유난히도 삼엄한 고산기분(高山氣分)과 늙은 소나무에 흔들리는 바람소리가 등산자로 하여금 옷깃을 가다듬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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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에 광야를 헤매듯이 발 밑만 바라보며 얼마간 올라가니 높은 절정에는, 이상하게도 평평한 반석이 깔려있지 않은가? 그러나 아직도 안개는 자욱하여 전후좌우를 분별할 수가 없다. 손으로 더듬 듯이 좌우로 몇 걸음 걸어가보니 천장만장(千丈萬丈)의 절벽이요, 다시 왼편으로 가도 천장 만장의 절벽이다. 동대는 그 위에 놓여있는 이 산의 왕좌인 것이다. 일행 몇 사람은 반석에 앉아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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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 동대 높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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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안개 천겹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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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얼굴 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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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홀로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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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보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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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臺[동대]여! 님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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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얼굴 곱게 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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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에 오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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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저 편 떠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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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홀로 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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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다못해 빨개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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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제멋대로 반석에 누워서 아름다운 명상에 잠기게 된다. 일분일분 몇 십분 기다리면 빛난 해가 철옹성두(鐵瓮城頭)에 머리를 들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 동대를 몇 십겹 포위했던 심한 안개는 차츰차츰 퇴각을 시작하지 않는가? 서풍이 불고 해가 점점 오르니 안개는 자취초자 없어지고 동대는 그 날카로운 여자(麗姿)를 창공 위에 나타내는 것이다. 동대 반석 네 귀에는 다음과 같은 글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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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陸群山沒 長空一帶來 (대륙군산몰 장공일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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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下有名臺 人間無比石(천하유명대 인간무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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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륙군산몰(大陸群山沒)이라는 글자만은 절벽으로 떨어져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그것은 어떤 심술궂은 사람의 장난으로 群山沒[군산몰]이라는 말이 너무 건방지다고 하여 그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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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에 바로 서서 사면을 바라보니 산이 너무 높은 탓인지 머리에는 구름이 왔다갔다 하고, 서쪽으로는 벌판이 한껏 터져서 아득한 수평선만 보일 뿐이다. 그리고 약산서록(藥山西麓)에는 구룡강이 푸른 물결을 넘실거리며 약산의 허리를 안고 흘러가지 않는가. 산자수명(山紫水明)이라고, 높은 산밑에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다. 구룡강에서는 물새들이 목욕을 하고 산복(山腹)을 반쯤 빙빙 돌다가 다시 물속에 텀벙 빠진다. 藥山[약산]을 못잊는듯 藥[약]이 그리운듯, 산 밑을 핥고, 산밑을 부여안고, 산밑을 씻으며 흘러가는 구룡강에는 藥山[약산]의 그림자가 비치어 있다. 아름다운 藥山[약산]은 아침마다 저녁마다 이 구룡강에 자기 얼굴을 비쳐 아름답게 화장하고 만리창공 달 밝은 밤에 별들과 함께 아름다운 포옹을 하지 않는가. 황감(黃柑)의 황혼이 구룡강에 내릴때 약산법열(藥山法悅)에 취하고, 백은(白銀)의 달빛이 구룡강에 내릴때 藥山[약산]은 활개를 뻗치는 것이다. 藥山[약산]이 있고 구룡강이 있고 그들은 한 쌍의 반려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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藥山[약산]의 고은 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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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강에 잠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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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도 有心[유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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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주어 바라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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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밤 아름다운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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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 깨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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藥山[약산]에는 바위 틈마다 진달래꽃이다. 여기저기 도라지꽃도 많이 핀다. 동대에는 밤마다 선녀가 내려오기 때문에 아침까지 안개가 낀다고 하며, 그리고 옛날에 어떤 수령의 외딸이 이 藥山[약산]에 왔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은 후에, 그의 넋이 진달래가 되어 이 藥山[약산]을 뒤덮었다고 한다. 이처럼 이 藥山[약산]은 전설과 민요와 정열로 묻힌 아름다운 명승지이다. 북국의 한모퉁이 철옹성(鐵瓮城)에는 언제나 정열로 묻힌 민요가 이 산을 찬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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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다시 진달래를 밟으며 천주사(天主侍)로 내려와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고요한 안식을 갖게 되었다.
【원문】약산동대(藥山東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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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