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꽃이 어우러져 피는 봄 ─ 사월이 난숙한 삼십의 여인이라면 오월은 처음으로 봄을 안 십육 세의 처녀다.
4
곱다란 색시가 하나 둘 셋 나란히 걸어간다.
5
그중에 하나는 느직느직 땋아내린 머리채가 발꿈치를 만질 듯하다. 그 처녀의 심장 같은 새빨간 자주 댕기가 곱게 미끄러져내린 방등이 위에서 춤을 춘다.
6
다리가 여섯 개 ─ 모두 오동보동 살이 쪘다. 걸음매가 그들의 얇은 옷고름에서 하늑거리는 오월의 미풍같이 가볍다.
7
재재거리는 말소리는 지금 내려쪼이는 오월의 태양같이 명랑하다.
9
먼지 덮인 가로수 가지에서도 잠이 깬 듯 가여운 떡잎이 피어오른다.
10
벌써 노티가 나는 수양버들을 보고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어 보인다. 처녀들의 볼에 괜히 홍조가 떠오른다.
12
괜히 이렇게 웃는다. 심장이 간지러운 모양이지.
14
이놈! 조심해라. 행여 저 처녀들을 다쳐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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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 차창을 열어젖힌 전차가 사람을 교외로 유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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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위아래를 차린 염집 여인이 새하얀 파라솔을 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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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파트에 들어오는 손님 90%는 물건 아니 산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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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세루로 ‘요츠소로히(四[사]つ揃전]ひ)’ 를 해 입은 금년 전문학교 졸업생이 티룸에서 나오다가 처녀패를 보고 추파를 보낸다.
20
외투만 벗고 나온 룸펜이 양복점 쇼윈도 앞에서 한숨을 짓는다.
21
네거리에서 정말(丁抹)체조를 하는 교통순사는 구중중도 하지. 오월의 태양이 이맛살을 찌푸리는걸. 이 달 그믐까지는 내 저렇게 시커머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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