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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 8
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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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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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의 정의는 이야기의 구성 ─ 그 효과와 장단에 관한 요구에서부터 규정되는 것이니 중편소설 혹은 장편소설과 결별되는 계기가 이 요구 속에 스스로 내포되었고 단편소설 자체의 형식적 본질적 특징도 이 요구에서스스로 우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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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이 단편소설이 아니며, 포우의「검은 고양이」가 장편소설이 아닌 이유가 자명한 것이며, 질적으로만 볼 때 성서의 어떤 대문이나 혹은 하이네의 혹종(或種) 시구도 단편소설로서의 특질은 갖추었으나 그것이 결코 소위 단편소설이 아닌 소이와 어떤 종류의 기행문이나 수필이 비록 단편소설의 형식적 체모는 가졌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단편소설이 아닌 소이도 이 점에서 또한 자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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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은 장편소설과 함께 문학 종목 중에서 그 연령이 대단히 젊은 것이요, 다시 이 양자 중에서 소설사적으로 어느편이 선행하였던지를 결정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나 후자에 비겨 전자가 훨씬 더 근대적 성격을 띠었음이 사실임은 후자가 이야기의 요구에서 시작되었음에 반하여 전자는 인상의 치중에서 비롯하였다고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장편소설이 비록 서사시와 구별되고 상거(相距)가 멀다고는 하더라도 이야기의 본능에서 출발한 점에 있어서 인연이 가깝고 현대의 모든 장편소설이 호머의「오디세이」의 이야기나, 혹은 초서의「캔터베리 이야기」와 혈연적으로 상통됨은 사실이다. 장편소설에 있어서는 연면한 일련의 인생적 사실의 추사(追寫)와 이야기의 연속적 발전이 필요한 것이요, 형식은 비교적 활달하고 자유로운 것이나 이에 반해서 단편소설은 단일한 주제와 집중된 인상의 요구에서 오는 통일된 형태가절대로 필요한 것이니 정연한 형식미가 없이는 구성의 치밀을 기하고 통일된 효과를 바랄 수 없는 까닭이다. 장단을 물론하고 소설이 인생적 사실의 구성 아님이 없으나 단편소설에서는 그 요구가 특히 강렬해서 당초에 단일한 효과를 목표로 예상하고 그 목표에 맞도록 뭇 사건을 인위적으로 결합 배열 구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니 형식적 엄수가 근본적으로 필요한 소이가 여기에 있다. 포우의 말을 빌면, “첫 꼭두머리의 문장부터가 예상의 효과를 돕는 것이 아니면 벌써 그 소설은 제1차의 실패를 한 것이다. 작품 그 어느 대문에서도 기정의 계획에 직접으로나 간접으로 불필요한 말은 한 마디도 써서는 안 된다. 이러한 수법과 배려와 연습에 의해서 비로소 만인의 가슴 위에 최상의 만족감을 주는 그림을 그릴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의 필요는 물론 인간심리의 긴장의 율도에서 기인되는 것이다. 사람이란 장구한 긴장에 견디기 어려운 것이므로 시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산문에 있어서도 분내지 30 한두 시간으로 통독할 수 있는 것이라야 독자가 그 작품을 대하는 동안 온전히 작자의 명령대로 쫓아서 장편을 읽는 때와 같은 흥미의 중단 혹은 권태와 염증을 초래하지 않음으로써 이야기에 ‘이데아’가 조금도 이지러지는 법 없이 감정을 포착하는 것이다.” ─ 이 포우의 주장과 해석은 단편소설의 본질적 성격을 충분히 설명하고 규정하여서 이론의 여지를 주지 않으며 보족(補足)의 필요를 남기지 않았다. 고금의 허다한 단편 소설가 중에서 참다운 단편 소설가를 꼭 한 사람 고른다면 포우 바로 그 사람일 것이니 그의 수많은 단편이 하나도 그의 원리의 예증 아님이 없다. 현대에 이르러 포우의 뒤를 이은 작가는 키플링이었으며,「검은 고양이」의 혈통을 잇는 작품은「리스페스」와「혼처(婚妻)」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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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우의 이론은 이론으로 하고 시대를 거듭하는 동안 소설 자체의 내면적 세계의 진폭이 넓어짐에 따라 단편소설의 세상도 내적 외적으로 지극히 넓어졌다. 포우나 키플링의 작풍만이 단편소설 상모의 전면이 아니요, 그 외에 허다한 요소를 들 수 있는 것이다. 같은 포우의 작품으로도 가령 성격도 사건도 없는「침묵」같은 단편은 소설이라기보다도 차라리 시의 부류에 들 것이요, 일률로 사실주의의 칭호만을 받는 모파상의 「월광」도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체홉의 「올렌카」는 포우의 긴장의 법칙에 비취이면 지둔하기 짝이 없으나 그 스스로의 한 개의 단편의 세상을 이루는 것이요, 맨스필드의 「행복」또한 그러하다. 헉슬리의 단편에서는 19세기에서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지적 번뇌를 볼 수 있고, 모리엘의 단편에는 빛나는 기지가 별같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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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이르러 소설의 세상이 더욱더욱 분화되어 형식과 내용에 다채한 양상을 나타내게 되었다고는 하여도 단편소설의 본질적 성격에는 물론 호모(毫毛)의 동요도 없는 것이요, 주제의 단일성과 효과의 집중성에 그 중심 생명을 두고 장편소설 및 기타의 문학 형식과 구별되어 옴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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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 1938. 8
【원문】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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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李孝石) [저자]
 
  193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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