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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수의 지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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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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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의 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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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끝 시간 종소리가 뗑뗑! 울리자마자 3학년 담임인 김 선생님은 조선어 책을 덮으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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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점심 먹은 뒤에 사무실로 잠깐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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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고 창수를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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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는 어쩐 영문인지를 몰라서 공연히 가슴이 두근두근하는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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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김 선생님 책상 옆에는 창수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치 못하고 머리를 숙인 채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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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은 여전히 그 인자한 웃음을 얼굴에 약간 띄우시고 창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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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야! 너 요새는 웬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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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면서 책상 위에 놓인 출석부를 펴 가지고 창수 앞에 내어 놓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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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을 이 학교에 다녀도 지각 한 번 안 하던 네가 요새는 내리 사흘이나 지각을 했으니 웬일이냐. 왜 무슨 걱정하는 일이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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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고 물으셨습니다. 그러나 창수는 머리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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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앞에서 속일 일이 무어야. 어서 말해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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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부드럽게 다시 물으시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창수는 잠자코 있었습니다. 창수는 차마 그 까닭을 말할 수는 도무지 없었습니다. 3학년이 되도록 3년을 내리 두고 하루도 결석한 일이 없을 뿐 아니라 공부하는 성적도 늘 좋아서 첫째 자리를 한 번도 남에게 빼앗겨 본 적이 없는 창수가 사흘이나 지각을 했다는 것은 퍽 이상한 일입니다. 거기에는 꼭 까닭이 있기는 있을 것이지만 창수는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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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의 눈에서는 더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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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오늘은 그 까닭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 같으니 다음날 듣기로 하지. 집에 가서 잘 생각해보아 가지고 내일이고 모레이고 이야기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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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김 선생님은 창수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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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 3학년 미술을 맡아 가르치시는 조 선생님이 김 선생님 앞으로 가까이 오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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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 저 3학년 반장 이창수는 요새 웬일인지 모르겠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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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셨습니다. 김 선생님은 적이 놀라시는 눈치로 조 선생님을 바라보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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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무슨 일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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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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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어 그리 큰일은 아니지만 창수가 요새는 미술 시간마다 제가 그림을 그려가지고 이름은 김명식이 이름을 써서 들여놓은 것 같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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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선생님의 이 같은 말씀을 듣고 난 뒤에 김 선생님은 더욱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하학 후에 창수를 다시 불러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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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네가 그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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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으시면서 아까 조 선생님께 받아 두었던 도화지를 창수에게 내어보이자마자 창수는 놀라는 빛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 같더니 그것을 숨기느라고 얼른 고개를 숙이면서 또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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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그리기는 네가 그리고 이름만 바꾸어 쓴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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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김 선생님은 다시 창수의 얼굴을 바라보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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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그리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사흘이나 지각한 것과 또 이 도화를 명식이 이름으로 바꾸어 넣은 데는 꼭 이유가 있을 것이니 어서 숨기지 말고 이야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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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보드라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창수는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훌쩍훌쩍 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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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용서해주세요. 이것은 숨기려 숨긴 것이 아니고 명식이와 약속한 일이기 때문에 곧 말씀을 못했습니다. 명식이는 홀로 계신 그 어머니와 단 두 식구가 살아가는데 요즈음 사흘 전부터 명식이 어머니께서 병환이 드셔서 몸져누우셨기 때문에 그 병구완을 해드리느라고 아침마다 집집에 배달하는 우유를 배달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그래서 명식이 어머니 병환이 나으시기까지 제가 대신 그 우유를 배달하고 학교에 오느라고 그렇게 늦은 것이랍니다. 그리고 그 도화는 명식이가 어머님 병구완에 시달려서 너무 고달파하는 것이 가엾어서 대신 그려주었던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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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여태껏 참고 참았던 것을 다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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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이것을 선생님 앞에서 이야기 안 한 것도 이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안 하기로 명식이와 약속하였던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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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다. 나도 무슨 까닭이든지 꼭 있으려니 하고 생각했었다. 자! 나와 함께 너의 집으로 가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야기를 들으시면 퍽 기뻐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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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은 이같이 말씀하시면서 창수와 함께 학교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원문】창수의 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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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8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