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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8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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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과 연애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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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千古)를 두고 문학이 연애를 영원한 ‘테 ─ 마’로 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상식적으로 이러한 물음에 대답하기는 그렇게 곤란한 일이 아닐것이다. 그러나 ‘연애’를 하나의 문학적 관념으로 정착시키긴 그렇게 용이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물론 내가 초(草)하고 있는 이 글에서는 그것을 분석하는 것이 과제가 아니다. 그러나 ‘연애’ 그 자체를 철학적 고찰이나 생물학적 내지는 생리학적 개념에서 떠나서 하나의 문학적인 관념으로서 준비함이 없이 조선문학에 나타난 연애으의 상모(相貌)를 묘사해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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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단틱한 정의를 떠나서 이 문제를 생각할 때에 최근 경험한 우리의 신문학이 전적으로 ‘연애’를 기피하고 배척했든 일시기(一時期)을 고찰해 보는 것이 문제의 해명에 도움이 될 듯도 하다. 우선 이야기를 그것으로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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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연애’를 소중히 다루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것을 배격하고 경멸한 시대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경향문학의 전성기였다. 경향문학의 초창기와 그의 절정기와 쇠망기를 통하여 보면 이런 경향이 가장 심했던 때는 역시 정치주의가 가장 높이 추장(推獎)되던 절정기에 있어서였다. 초창기에 있어서는, 문학은 ‘연애’를 새로운 각도로 취급하고 검토하기는 하였을 망정 결코 기피하거나 배척하지는 않았다. 조명희 씨의 「낙동강」은 백정 계급 출신의 신여성과 사상청년의 연애를 취급한 것이었다. 단지 이들은 연애를 위하여 죽고 살고 하지 않았고 사회생활의 뒤에 또는 이의적(二義的) 내지는 부차적으로 연애를 취급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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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주의의 전성기엔 연애는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 내지(內地) 문단에선 소림다희이(小林多喜二) 등이 역시 적당히 ‘연애’를 고려하였고, 편강철병(片岡鐵兵) 같은 이는 「愛精の問題[애정문제]」라는 소설 같은 걸로 애정, 연애, 애욕의 운동과 상극(相剋)을 정면으로 검토한 것이 없지도 않았건만 단조롭고 편협했던 조선의 문학은 그것마저 돌아보지 아니하고 새로운 인간 타입의 가장 첨예한 사회활동만을 단편적(斷片的)으로 그리기에 바빳다. 필자와 같은 자는 이 시기에 비로소 초년병을 경험한 자로서 ‘연애보다도 중(重)한 것이 얼마든지 우리 생활에 있다.’는 등의 당돌(唐突)하나 편파(偏頗)한 구설(口設)을 농(弄)하여 득의(得意)로 하였다. 그러나 물론 이 시대는 이 시대로서 그렇게 될 하나의 필연성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문학을 다른 고차적인 목적에 예속(隸屬)시킴으로써 하나의 명예를 삼았던 시대의 당연한 반영으로서 지금 생각하여도 감구(感舊)의 회(懷)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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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시기를 넘어서면 ‘연애’는 다시 영원한 재료 내지는 테마로서 문학 위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정치주의의 청산기(淸算期)에 해당하는 것도 물론 이유의 중요한 것이 되려니와 일방 경향문학이 비로서 장편소설을 씨의 「서화(鼠火)」와 「고향(故鄕)」을 갖기까지 경향문학은 작고 일면적인 형식밖에는 가지고 있지 못하였었다. 이것을 극단(極端)으로 말하자면 문학 형식 자체가 벌써 창조적 문학이 될 수 없을 하나의 제한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시사성(時事性)은 있으나 몇 대를 두고 또한 독자를 잃지 않을만한 창조적인 대문학(大文學)은 불행히 형식(장르)조차 획득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기영 씨의 중편과 장편이 취급한 연애는 물론 당해시대(當該時代)의 시대적 특성을 반영한 연애형태의 전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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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朝鮮文學史(조선문학사) 상의 한 시대를 뚝 끊어서 그것 가운데 ‘연애’가 어떠한 상모(相貌)를 띠고 있는가를 살펴본 뒤에 우리가 응당 느껴야 할 문제가 한 둘에 그치지 아니하나 문학이 비교적 문학 본래의 정신을 잃지 않는 정상적 순간에 있어서는 ‘연애’를 항상 중요한 재료 내지는 ‘테 ─ 마’로 하였다는 것을 우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해석에 따라서는 이론(異論)도 구구하겠지만 ‘연애’를 기피하고 애욕문제에 대하여 눈을 감았던 정치주의 앙양기(昻揚期)에 있어서는 나 개인의 반성하는 바에 의하면 결코 창조적인 문학은 탄생하지 못하였다. 물론 시사성(時事性)은 있을지 모르나 창조적 문학이 아닌 그러한 편협한 문학만이 산출된 근거를 이렇게 ‘연애’의 결여에서만 짖는 것은 확실히 피상적이고 또한 독담임을 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혀 분리해서 생각하여야 되는 그런 무관계한 별개물(別個物)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보아오면 우리 인류가 갖고 있는 대장편소설(大場篇小說)이나 장편서사시가 언제나 ‘연애’를 취급하였고 또 연애 그 자체가 중심적인 사상적 내지는 도덕적 주제는 아니라 할지라도 작거나 크거나 그것을 일정한 각도로서의 추축(樞軸)을 삼고 왔다는 문학사적 사실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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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연애’란 문학이 자기가 갖는 수단과 본래의 임무를 다하기 위하여 어떤 모로 불가결의 물건일 것인가? 이것 없이는 문학이 제가 찾는 본래의 정신을 충분히 표상화(表象化)할 수 없다는 것은 과연 어떠한 모으로써 타당한 의견일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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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한 바에 의하면 연애를 거칠 때에 비로소 그 인물의 성격이 다른 어떤한 경우보다도 본래의 개성대로 뚜렷이 나타나고 폭로되기 때문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연애는 개성이 소속되어 있는 사회층(社會層)의 사상이나 습관 등의 집약적인 표상이라고 문학자는 의식 무의식간 문학을 제작할 때 마다 느끼고 있는 것이다. 각양각생의 신분적 내지는 출신계급적인 감정이나 사회의 일반적인 정세에 제약되면서 어떤 인물은 연애를 ‘모멘트’로 하여 자기의 출생지대(出生地帶)로부터 이탈하고 혹자는 일층 견고하게 결합된다. 이러한 상극과 모순이 서로 얽혀 돌고 갈등하며 또는 통일될 때에 사람 사람의 각 개성은 가장 적나라한 특독(特獨)한 자태(姿態)와 상모(相貌)를 갖추고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을 주관에서 떠나서 사회적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이것을 계기로 하여 자기가 소속하는 출생지대의 붕괴한 혹은 전진에의 필연적인 과정을 현현(顯現)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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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露西亞)문학의 이상과 현실」의 저자 크로포트킨이 그의 문학적 저서에서 ─ “연애가 최고조에 달한 순간의 그의 주인공이 정치상의 선동자 이건 순량(順良)한 시골 신사이건 극도의 광채를 발하는 시각(時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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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 “인간성이 그 개인적 특성과 함께 가장 유감없이 나타나는 것은 연애에 있어서다.” 등등으로 말하는 바는 상술한 바를 명료하게 표현한 데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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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이리하여 비로서 철학적 내지는 생리학저거 개념에서 자기를 구별하여 하나의 문학적인 관념으로 정착됨에 이른다. 이것이 다름 아닌 ‘연애’의 문학적 관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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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학적인 해석을 ‘연애’ 위에 불여놓고 다시 한번 「조선문학과 연애문제」라는 제목으로 돌아가서 문학사적 사실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위에서 붙여놓은 ‘연애’의 문학적 개념이 결코 그릇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동시에 우리 문학이 ‘연애’를 취급한 태도와 각도에 따라서 그 문학의 서는 바 입지, 또는 유파와 성격까지를 어느 정도까지 성상(性想)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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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관해서 연소(年少)한 필자의 가희 용탁(容啄)할 바 아닐지 모르나 우선 연애소설의 하나의 가장 티피칼한 것으로 「춘향전」을 들 수 있을까 한다. 요즘 복고사상(復古思想)의 앙게(昻揭)된 기세에 투(投)하여 「춘향전」의 해석도 구구하매 문외한이 섣불리 건드릴 바도 또 아니오. 또 그렇게 할 욕망도 없어서 사계(斯界)의 고명(高名)한 한자에게 맡겨두려 하거니와 성춘향과 이몽룡과의 연애형태와 그 연애의 과정에서 시대적 특성과 각개 인물의 신분적 속성, 본래의 자태(姿態) 같은 것이 얼마나 표상화(表象化)되었는가를 고안(考案)하는 것은 우리 현대의 청년작가들에게 흥미의 진진(津津)한 바 없지 아니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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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 다 말고 「춘향전」의 작자가 연애를 문학적으로 설정할 때에 그 연애의 상대자들의 배치에서 얼마나 시대적 특성의 유출(流出)을 꾀하였는가 하는 것은 우리 만년연애형(萬年戀愛型)의 천편일률적인 창조자 ─ 현대의 신문소설의 작가들이 한 번 알아볼 만한 일이 아닐까. 확실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여하한 가치 있는 역사문학도 또는 어떠한 고명한 고전문학도 연애를 항상 역사적 관점에서 취급하기를 망각치는 아니하였다. 우리 불쌍한 현대 신문장편의 챔피언들만이 고생창연한 만년연애형의 끊일 줄 모르는 반복 그리고 삼각연애심리의 지그히 우둔(愚鈍)한 감각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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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미처녀(美處女)가 나오면 가난한 청년이 나타나고 ─ 이리하여 양자는 연애하는데 살찌고 니글니글한 돈 많은 부호가 나타나서 연애를 깨트리고 ─ 이러한 연애심리의 묘사가 과연 현대 작가의 할 일인가 아닌가 한번 「춘향전」의 작자에게 머리를 수그리고 물어 보라. 이러한 심각연애를 구성해놓고 자본가적 사회의 연애형태를 창조했노라고 득의 양양한 현대작가의 우둔한 감각은 벌써 문학이 관여할 바 아닌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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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대 작가의 지성적인 두뇌는 지금 옛날과 같은 고전문학자의 한가한 태도를 가지고 ‘연애’나 ‘애욕’을 취급할 수 없을는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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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금 생산하고 있는 창작을 읽으면서 그 작가가 취급하고 있는 애욕의 상모(相貌)와 각양각색의 뉘앙스를 관찰하여 현대의 ‘모랄’을 탐구하고 현대인의 윤리와 성도덕의 기준을 발견하는 것은 흥미 있고도 또한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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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五月末日[오월말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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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1939년 8월)
【원문】조선문학과 연애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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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 [저자]
 
  193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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