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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薔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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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 5.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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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薔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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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꽃에 있어서뿐 아니라, 무슨 빛에 있어서나 그 어느 다른 빛보다 붉은 빛이 좀더 유혹적이거니와 같은 향기를 담은 같은 장미로되, 황장미(黃薔薇)보다는 홍장미(紅薔薇)가 한결 마음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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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미를 보통 여자에 비한다면 홍장미는 확실히 그것을 뛰어넘는 미인이다. 그리고 황장미는 숙성한 여인같이 점잖아 보이는 데 반하여 홍장미는 한참 시절을 자랑하는 17, 8의 처녀 같은 애교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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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붉은 장미의 애교에 반했다. 어느 때나 무시로 대할 수 있는 가족공원의 한 모통이에 핀 꽃이건만 나는 그렇게 한지(寒地)에 세워두고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한 가지를 꺾어 책상 위에 꽃아 놓고 마주앉아 그 높은 향기와 애교에 취하고 또 사랑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가지를 꺾으면 그렇게 고이 가꾸던 꽃이 성기어져 보기 싫을 것을 염려하면서도 나는 칼을 꺼내 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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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시 때문에 용이히 손을 댈 수가 없다. 뿌리짬에서 줄기의 끝까지 바늘끝같이 날카로운 가시가 손을 대일 자리도 없어 다닥다닥 붙었다. 황장미에는 그래도 손댈 자리는 있는데 이 홍장미에 그렇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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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마치 예쁜 여자일수록 마음이 독하듯 꽃도 그러한 듯하다. 예쁘게 생기면 뭇사람들의 눈독을 많이 받아야 될 것이니까 그 예쁘고 아름다운 미의 절개를 지키게 하기 위하여 창조의 신은 미를 지으실 때에는 반드시 그 보호책으로 독을 주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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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를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은 그것을 마음껏 사랑하여 보아야 만족을 느낀다. 가시 때문에 꺾기가 힘들다고 나는 그대로 두지는 못했다. 가시가 손에 닿지 못하게 새끼로 채앵챙 감아쥐고 기어코 그중에도 탐스러운 한 가지를 꺾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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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치고 지조를 가지는 여자가 드물다거니와 근본적으로 마음이 방탕한 탓은 아닐 게다. 미인일수록 그만치 마음은 독했으리라. 그러나 이 미에 취하는 눈은 꺾기 어렵다고 그 미를 그대로 두지는 않는 소이(所以)가 아닐까 한다.
 
9
나는 화병에다가 꺾은 꽃가지를 볼품좋게 꽂아서 책상머리에 놓았다. 그러나 그 당시뿐이었다. 그 꽃을 꺾을 그때처럼 정열적으로 그 꽃에 사랑이 가지 않았다. 시들기에 보니 물 주기를 며칠이나 게을리 했던 것이다. 미에 취하는 마음도, 그것을 사랑하는 마음도 일시였던 것이다. 그 미를 꺾음으로 나의 미에 대한 욕심은 벌써 만족하였던 모양이다.
 
 
10
〔발표지〕《조광》 (193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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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단행본〕*『상아탑』(우생출판사, 1955)
【원문】장미(薔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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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용묵(桂鎔默) [저자]
 
  193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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