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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居十五詠 (임거십오영) 乙未 - 李彦迪(이언적)
9
산골짜기 복숭아 살구 모두 고상하고 신비롭네.
11
물을 임하여 산에 올라 참된 흥취를 더하리라.
18
산과 들에 봄이 깊으니 온갖 꽃들이 새로워
19
홀로 걸으며 읊는 틈에 산골 물가에 임하네.
21
불긋불긋 희끗희끗 자연 그대로의 참됨일쎄.
29
한 해의 봄 일에 이미 아무 생각없이 멍하구나.
30
들 머리에 홀로 서서 쓸데없이 실심하고 한탄하며
31
구름 띤 봉우리 어렴풋한 모퉁이로 고개 돌리네.
32
* 茫然(망연) : 아득 함, 아무 생각없이 멍 함.
33
* 縹緲(표묘) : 끝없이 넓거나 멀어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렴풋함.
41
이 가을의 노래 난간에 기대어 조용히 듣는구나.
42
한 가락 가을 소리 이해하는 사람도 없어
43
살쩍 위에 너댓 줄기 흰머리카락 가려 뽑네.
50
붉은 잎 어지러이 섞이어 이미 뜰에 가득하나
51
섬돌 앞에 남은 국화는 오히려 향기를 머금었네.
52
산 속의 모든 사물은 전부 쇠히여 시들어도
53
오직 세모에도 푸르른 찬 소나무를 사랑하네.
60
농사짓는 밭에 해마다 쨍쨍한 날씨가 계속되니
62
시골 사람들 숨어사는 사람의 마음 알지못하고
63
푸른 산을 다 불살라 화전을 만드는구나.
70
온 밤 느슨한 처마에 비오는 소리 어지러워
71
꿈꾸던 나그네 처음엔 놀랐다가 도리어 즐기며 듣는구나.
73
유인은 생각을 모아 높은 바위에 눕는구나.
81
손으로 심은 솔과 대는 모두 숲을 이루었네.
82
아침 저녁 안개와 노을 새 모습에 더 좋아도
83
다만 청산은 예나 지금이나 없는듯이 있구나.
90
만물은 변화하며 바꾸어 일정한 모습이 없으니
91
나는 잠시 한가함을 맞아 스스로 계절을 따르네.
92
새해가 되니 글을 짓는 힘이 점점 줄어들어
93
늘 청산을 대하면서도 시를 짓지 못하는구나.
102
푸른 물가에 임한 작은 집에 쓸쓸히 바람불어
103
맑은 마음으로 종일토록 노는 물고기를 희롱하네.
110
그윽한 새들이 숲 곁에서 우니 즐겁게 들리고
111
새로 얽은 띳집 처마는 좁은 산골짜기에 죄여드네.
112
밝은 달을 짝하여 홀로 술을 따라 이를 맞으니
113
잠시 동안이나마 에오라지 흰 구름 함께 깃드네.
120
무리와 떨어지니 누구랑 뜰에서 함께 읊을런지
121
높은 새와 시내의 물고기 내 얼굴과 익숙하다오.
122
이 중에 기이하고 뛰어난 곳을 알고자 하여
123
두견이 노래 속에 달과 산을 살펴보네.
130
빈 산속에 한 밤중에 의관을 가지런히하니
131
한 점 푸른 등불 한 조각 마음이어라.
132
본체는 이미 제멋대로 밝은곳을 증험하였기에
133
참된 근원을 고요함 속에 찾아서 다시 바라보네.
140
산속에 비가 시끄럽게 떨어져 꿈에서 절로 깨니
141
창 밖의 들 꿩 소리 홀연히 들리는구나.
142
세상사 만가지 생각이 모두 다 사라지니
143
한갖 영혼의 근원이 있어 한 점 명료하게 드러나네.
150
맑은 가을이 되어 피고 꽃부리를 바꾸지 않으니
151
좁고 좁은 길을 따라서 즐기며 봄 꽃과 경쟁을 하네.
152
적막한 산 속 집에는 즐기는 사람 없으니
153
다만 붉은빛 꽃술 한웅큼을 해를 향해 기울이네.
154
晦齋集(회재집) 卷之二(권지이) 律詩/絶句(율시/절구) 1565년 간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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