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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女人) ◈
◇ 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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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12~
김동인
1
女人
2
1. 메리
 
 
3
1915년 가을이었다. 명치학원(明治學院) 중학부 이학년생, 열어섯 살 되는 소년 김동인은, 동경 지구 백금대정(東京 芝區 白金臺町) 어떤 하숙으로 이사를 하였다. 그때의 나는, 열어섯이라 하나 몹시 작은 편으로서, 그 전 해 열다섯 살에 동경 갈 때에, 기차 반액권으로 아무 말 없이 간 것만으로도, 내가 어찌 작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4
메구로(めぐろ) 가는 전차를 백금대정에서 내려서, 오른손 쪽으로 성심여학원(聖心女學院)으로 가는 언덕길을 한 절반이나 내려가서, 오른편 짝에 있는 다락집이, 내가 새로 잡은 하숙이었었다.
 
5
당시의 백금대정 일대는 아직 신개지(新開地)로서, 나의 새 집의 동쪽과 북쪽은, 인가와 접속되었지만, 남쪽으로는 길을 건너서 몇 천평의 빈터가 있고, 서쪽 역시 삼사백 평의 빈 터를 건너서야 집이 있었다.
 
6
그 하숙에 같이 있게 된 R과 함께 저녁을 먹은 뒤에, 이사온 집 근처의 지리를 연구키 위하여 산보를 나가자는 R의 말을 거절한 뒤에, 나는, 혼자서 이층으로 올라왔다. 교과서를 폈으나 복습할 것도 없으므로, 나의 방에서 복도 하나를 건너서 서쪽으로 있는 ‘빨래 말리는 곳’으로 나섰다.
 
7
달 없는 어두운 밤이었었다. 그러나, 내가 그 빨래 말리는 곳으로 나설 때에는, 그 어두운 밤을 무시하는 듯이 밝게 빛나는 곳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내가 서 있는 곳과 한 이십여 간 상거가 되는 어떤 집 이층의 문이었었다. 일본식 이층집에 장지문을 떼어 버리고 그 대신 유리문을 단 뒤에, 페인트칠을 한, 말하자면 양식 도금을 한 일본집이었다.
 
8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그때였었다. 유리창 안에는 (짐작컨대) 백 촉쯤 되는 전등이 밝아 있었고, 센터테이블을 가운데로, 부처(夫妻) 두 사람과 두 아들과 한 딸인 듯한 서양인의 한 가족 다섯 사람이 둘러앉아서, 무엇을 지껄이며 웃고 있었다.
 
9
소년 시대의 호기심은 크다. 나는 내 방에 들어와서 망원경을 가지고 나와서, 숨어 서서 다시 보았다. 내 망원경의 부리는, (나에게는) 측면으로 앉아 있는 블론드의 계집애게로만 항하였다.
 
10
열 서너 살 났을까. 타원형의 얼굴에 웃을 때마다 뺨에 우물이 들어가며, 하반신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장난꾸러기같이 발을 올려 가지고 있는 것은, 그의 몸짓으로 넉넉히 알 수가 있었다.
 
11
시인에게 말하라면, 그런 경치는 봄이라야만 적당하다고 할는지는 모 른다. 그러나 감상적 소년에게는 가을이라도 관계가 없었다. 어두운 밤과, 밟은 문창과, 단란한 가정, 블론드의 계집애. 밀레가 보았으면 한 폭의 그림이 되었을는지 모르나, ― 괴테가 보았더면, 몇 줄의 시를 읊었을는지 모르나, 소년 김동인에게는 다른 것은 아무 쓸데오 없었다. 한편 쪽의 머리채와, 한편 쪽의 뺨과, 아직 살이 올라붙지 않은 어깨와, 장난꾸러기 소녀다 이 웃음을 흘리고 있는 한편 눈뿐이 환등(幻燈)과 같은 그 경치의 유일의 존재였었다.
 
12
이틀 뒤에, 나는 그의 얼굴 전면을 처음으로 보앗다. 하학한 뒤에 집으로 돌아와서, 어서 바삐 밤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이층 내 방에서 정신없이 길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에, 시야 한편 끝에 양장을 한 계집애의 모양이 나타났다. 나는 펄덕 놀라서, 장지를 닫고 뛰어 들어와서 책상을 지고 섰다가, 다시 뛰어가서, 문틈으로 내어다보았다. 두 손을 치마 앞주머니에 넣고 길에 있는 적은 돌을, 이리 차고 저리 차면서, 언덕길을 내려가는 계집애는 이틀 전의 환등과 같은 경치의 그 소녀에 다름없었다.
 
13
봄에는 꽃을, 여름에는 녹음을, 가을에는 낙엽을, 겨울에는 눈을, ― 그 밖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사랑할 줄 모르던, 말없고 음울한 소년의 마음에도 마침내 큐피트의 살이 들어박혔다.
 
14
나는 그 뒤부터는, 밤에는 잠자기 전에 심호흡을 핑계삼아 가지고 빨래 말리는 곳에 나가서, 그의 집 아마도(あまど―덧문)가 닫히기까지 그의 집 이층을 바라보고 서 있었으며, 아침 깨면은, 세수도 하기 전에 아령을 들고 그곳에 나가서, 그에게 마음의 아침 인사를 드리고 하였다.
 
15
우리 하숙에서 길을 하나 건너서 남쪽으로 있는 몇 천 평의 빈 터를 우리(R과 나와 그 밖 이삼 인)는 베이스볼의 연습 마당으로 쓰고 있었다.
 
16
어떤 날, ‘그’의 집을 등지고 볼을 주고받던 나는 맹렬히 오는 볼 하나를 그만 놓쳐 버렸다. 그 볼은 길을 건너서 또 빈 터를 건너서 ‘그’의 집 담장 밑에 까지 가서 맞았다. 나는 허망지망, 머리를 아래로 숙인 채로 그 곳으로 볼을 잡으러 뛰어올라갔다.
 
17
“아더(Arthur)”
 
18
그것은 담장 안에서 어머니가 자식을 찾는 목소리였었다. 동시에 부드러운 대답소리도 들렸다.
 
19
나는 볼을 집어서 힘껏 저편으로 던진 뒤에, 내 방으로 뛰어올라갔다.
 
20
아더, 무론 잊어버릴 이름은 아니었었다. 그때의 우리는 아더왕의 이야기를 배우고 있었는지라, 결코 잊을 근심은 없는 이름이었었다. 그러나, 내게는 그 이름이 한 번 잊어 버리면 다시 생각나지 않을 이름과 같아서, 곧 메모에 Arthur라는 이름을 썼다.
 
21
아더라는 이름은 나에게는 즐겁고도 또한 꿈과 같이 아름다운 이름으로 보였다. 아더왕의 전기의 몇 종류가 내 책장을 장식하였다. 아더왕의 기사 모양의 그림이 담벽에 장식되었다. 나의 교과서며 노트의 페이지 마다 아더라는 글자는 수없이 씌어졌다. 정신없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하늘 한편 끝에 Arthur라는 글자를 발견할 수 있을이 만치 나는 그 이름에 내 정신을 박았다. 아더라는 이름은 과연 그 당시에는 나에게는 없지 못할 양식이었었다.
 
22
어떤 날, 역시 베이스볼을 연습하고 있던 나는, 등 뒤에서 나는 소녀의 영어 소리를 들었다. 거기 정신이 팔린 순간, 날아오는 볼을 그만 놓쳐 버렸다. 히끈 돌아서니, ‘그’가 그 볼을 받아 가지고 어디로 보낼지 망설이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앞으로 항하였지만, 눈이 아득하여 져 버렸다. 조그만 까께고에(かけごえ―부르는 소리)와 함께 그가 볼을 던지는 것은 의식하였지만, 눈이 아득하여진 내게는 볼이 어느 편으로 오는지를 볼 수가 없었다. 볼은 내 얼굴에 맞고 내려졌다. 그럽을 벗어 버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덮으매, 꺼븐꺼븐한 코피가 손바닥에 고였다.
 
23
“아라. 고멘나사이.(あら.ご免なさい―어머나. 용서하세요)”
 
24
뛰어오는 발소리와 함께 내 귀에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유 없이 그의 손을 뿌리치고, 나의 이층으로 뛰어 올라왔다. 눈물! 그와 같이 많은 눈물을 나는 아직 흘려 본 적이 없었다.
 
25
어떤 종류의 눈물? 나는 그것을 설명할 수가 없다. 감격? 기쁨? 설움? 부끄러움? 그것 가운데 아무 종류에도 속하지 않는 눈물인 동시에, 그 몇 가지를 다 합한 감정의 북받침이라도고 할 수 있다. 소년에게는 어른이 능히 해석치 못할 미묘한 감정이 있다. 어느 어른이 한때 소년 시대를 밟지 않고 자란 사람이 있으랴만 소년이라 하는 ‘감정의 천국’은 일단 장성한 뒤에는 다시 들어가기를 허락치 않는 꿈의 시절인 동시에, 잊음의 베일로써 감춘 화려한 꽃동산이다.
 
26
아아, 그때의 나의 꿈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소년 시대에 머리에 그리는 미래는, 청년 시대의 그것과는 딴판 다르다. 거기는, 단락한 가정이라든가 귀여운 자식이라든가 하는 실제 문제는 온전히 없으며, 노년이라든가 중년이라든가 하는 시기는, 온전히 무시하여 버린다. 그때에, 나는 다른 학과는 버려 두고 영어를 얼마나 열심으로 배웠던가. 아름다운 금발의 처녀와 함께 (내가 동경 올 때에 타고 온 고려환<고려환>보다도 몇 곱이나 큰) 배를 타고 태서양을 건너는 꿈은 얼마나 나의 마음을 끄을었으랴. 철럭거리는 물결 소리와 무연한 바다, 달밤, 기관의 돌아가는 소리! 아아, 이렇듯 아름다운 음악이 어디 있으랴. 아메리카? 그런 역사가 없는 나라는 저주받아라. 로마의 교외 혹은 유서 많은 영국의 시골 길을 그와 손을 잡고 돌아다니는 그 아름다운 꿈! 헬멧에 흰 수건을 뒤로 늘이고 여행복을 맵시나게 차린 뒤에, 한 손에는 사진기, 또 한 손에 는 그의 손을 잡고, 에집트의 고적을 찾아다니는 환상을 공중에 그려 보고, 혼자 얼굴을 붉혀 본 적이 그 몇 번이었던가.
 
27
어떤 날 (똑똑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일요일인가 제일인가, 좌우간 학 교는 쉬는 날) 나는 이층 문턱에 걸터앉아 역시 그러한 꿈을 꾸고 있을 때에, 문득(이즈음 생시에나 꿈에나 늘 들리는) 환성이, 이번은 사람의 육성으로 들렸다―.
 
28
“아더(Arthur).”
 
29
나는 펄덕 놀라서 머리를 그리로 돌이켰다.
 
30
?
 
31
길을 지나가는 사람은 ‘그’의 오빠와 ‘그’의 어머니, 두 사람뿐이었었다. ‘아더’라 한 것은 아들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였었다.
 
32
그렇다, 아더라는 것은 무론 사내의 이름일 것이었었다. 내가 아직껏 ‘그’의 이름으로만 알고 혼자 기뻐하며 세상에 다시 없는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생각하던 ‘아더’는 얼토당토 않은 다른 사람, ― ‘그’의 오빠의 이름이었었다.
 
33
어린이에게는 어린이의 감정과 공상이 따로 있는 것과 같이 또한 어른이 짐작도 못하는 어린이의 자존심이 있다. 신성함을 유린당한 노여움은 맹렬히 나의 마음속에 불타 올랐다.
 
34
이튿날 학교에 갈 때는 벌써 나의 교과서는 어젯밤에 새로 산 책뿐이 었었다. 낡은 책은 모두 불살라 버렸다. 그렇듯 자존심을 밟힌 ‘아더’라 는 이름이 페이지마자 씌어 있는 교과서를 차마 가지고 다닐 수가 없었던 때문이었었다.
 
35
그 뒤에, 여러 방면으로 ― 그러나 소년의 자존심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알아본 결과, 그의 아버지는 일본 사내와 서양 여자의 새에 난 혼혈인이며, 그의 어머니는 영국 사람이라는 점과 그의 오라비는 하나는 아더(Arthur)요 하나는 토미(Tommy)로서, 그 일본 발음 아사(アサ)와 톰미(トンミ)는, 마치 아사(淺)와 또미(富)에 통하므로, 일본 이름으로는 형은 아사따라우(あさたらう:淺太陽)이요 아우는 또미지라우(とみぢら う:富次郞)라는 점과, ‘그’의 이름은 메리(Mary)라는 것까지 알았다.
 
36
그 뒤에 나는 새로운 교과서의 페이지 페이지마다, Mary라는 글자가 이전의 Arthur보다도 더 많은 수효로 쓰인 것은 거듭 말할 필요도 없다. Mkairmy라는, 어떤 옥편을 찾아 보아도 발견할 수 없는 스펠은, 책 앞뒤 뚜껑에 화형문자로 장식되었다. M자와 K자를 얽어서 만든 여러가지의 도안이 복안되었다. 아니, 그뿐이 아니었었다. M, A, R, Y의 넉 자는, 그 넉 자가 합하여 된 한 단어로뿐 아니라, 그 단자(單字) 개개로도 내게는 뜻깊은 글자와 같이 보였다. 옥편을 뒤적이면서 M자의 부에서 혹은 A자, 혹은 R, 혹은 Y자의 부에서 불유쾌한 단어라도 발견하면 나는 그러한 신성한 글자의 부에 그런 불유쾌한 단어를 잡아넣은 영국말을 저주하도록 그 글자 개개를 신성시하였다. 겨울이 이르면서, 우리의 베이스볼 연습은 중지되었다. 그 대신 나의 심호흡과 아령 운동은 그 도수가 늘었다.
 
37
그리하여 X마스가 가까운 어떤 날 아침 아령 운동을 나갔던 나는 (다른 때 같으면 벌써 열렸을) 그의 집 이층 아마도가 아직 안 열린 것을 보았다. 심호흡, 다시 아령, 다시 심호흡, 몇 번을 거푸하였으나 굳게 닫힌 그의 문은 열리지를 않았다.
 
38
조반도 대충 먹고, 다시 올라와 보았지만, 덧문은 그냥 닫겨 있었다. 학교의 시험도 어찌 치렀는지 정신없이 치르고, 빨리 집으로 돌아와 보았으나 문은 그냥 닫겨 있었다.
 
39
덧문은 이튿날도 안 열렸다,
 
40
저녁때에, 무심히(라고 생각하는 하나, 과연 얼굴빛도 변치 않고 목소리도 떨리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주인 노파에게 그 집 덧문이 안 열린 것이 이상하다 하매, 노파는 곧 대답하였다.
 
41
“아마, 피한이라도 간 게지요.”
 
42
간단한 결론이었었다. 그러나 또한 그럴듯한 결론이었었다. 나는 어찌하여, 그만치 간단한 결론을 발견 못하였던가.
 
43
겨울방학과, 새해, 학비의 증액 등으로써 모든 유학생들이 기쁘게 날 뛸 때에도 사랑하는 이의 거처를 잃어버린 외로운 소년은 더욱 음울한 얼굴로 그들과 떨어져 홀로이 놀았다.
 
44
제3학기! 나는 얼마나 그것을 기다렸으랴. 그것은 결코 공부에 취미가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메리의 몇 형제도 모두 학생인지라, 새학기에는 돌아오리라 하는 바람으로 였었다.
 
45
그러나, 신학기에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좀 늦었나 하고 스스로 위로를 하여보았지만, 2월 중순까지 안 돌아오는 것을 볼 때에 마침내 단념하기로 하였다.
 
46
그러나 결심하였지만 단념은 못하였던지, 그 뒤 삼학년 교과서에도 온갖 곳에 메리의 이름이 적히어 있다. 한문 교과서에 적힌 ‘따치메야우까(斷めやうか ― 단념해야 할까)’의 한 마디는 사랑하는 이의 거처를 잃어 버린 소년의 쓰라린 마음을 나타내기에 넉넉하였다. 한 시간의 지각을 부끄러운 일이라 하던 얌전한 학생의 ‘무고결석’의 수효가 엉뚱히 많아진 것도 이를 말함이다.
 
47
‘사랑은 괴물이라’ 하였다. 누가 발명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그 괴물에게 유린당한 소년의 마음은, 확실히 쓰라리었다. 어른의 사랑에는 보수를 요구한다는 교환적 조건이 있으되, 이 소년에게는 그러한 마음은 없었다. 자기가 사랑하고 싶으니 사랑함이지, 저쪽의 마음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가령 메리로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의 어린 마음에도 미상불 시기의 보기 흉한 불길이 타올랐겠지만, 그때의 순되고 어린 마음에는 ‘외쪽 사랑’에 대하여서는 조그만 불만도 없었다. 때때로 보고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살기만 한다면 그 이상의 바람이 없었다. 서로 말을 한다든가 사괸다든가 할 생각은 하여본 일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럴 기회가 있다 할지라도 부끄러움은 나로 하여금 그런 일에서 몸을 피하여 감추게 하고, 다만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였으리라.
 
48
나는 그 뒤에 다시 그를 보지를 못하였다. 그의 소식조차 들을 길이 없었다.
 
49
그해 가을, 인제는 벌써 삼학년생이노라고, 목을 넘겨서 메던 책가방을 왼편 어깨에 걸친 뒤에, 학교에서 돌아오던 나는 저편에서 오는 (양장한 소녀의 탄) 인력거를 보았다.
 
50
내가 정신을 잃으렷다 생각한 순간은 벌써 눈이 아득하여 시각을 잃어 버렸다. 그러나 그 인력거가 내 앞까지 오기 전에 시각을 회복한 나는 그 소녀가 메리가 아닌 것을 알고, (오히려) 숨을 내어쉬었다. 이것이 나와 그(?)의 표면적 사굄과 마지막이었다.
 
51
꿈과 같은 사랑이었다.
 
52
메리―. (그가 아직 살아 있다 하면, 벌써 스물 일여덟의 여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무론 자기의 어린시절에, 어떤 조선 소년이 자기에게 그다지도 사랑 바쳤다 하는 것은 꿈에도 모를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의 그 때의 꿈의 그다지도 아름답고 애처로웠음이여. 그리고, 그 꿈을 잃어버린 뒤의 상처의 아팠음이여.
 
53
소년의 꿈은 무참히도 깨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받은 상처는 컸다. 이래 십수 년, 많은 여인을 보고, 많은 연애할 기회를 가졌었지만, (다만 한 번의 예외를 제하고는) 유희 기분이 안 섞인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지 않는 일이 없는 것은 모두가 그때의 그 영향의 지속이었었다. 말없고 음울하던 소년이, 죽을 힘을 다하여 자기의 성격을 쾌할하고 논끼(のんき―만사 태평)한 청년으로 변케 한 것도 그때의 그 상처의 아픔을 재현할 기회를 없이하기 위하여서 였었다.
 
54
이렇듯, 나의 일생에 커다란 영향을 준, 빛나는 금발과 투명되는 피부의 소유자 메리는 나의 생애에는 영구히 잊지 못할 꿈과 같은 심볼이다.
【원문】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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