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는 『조선문단(朝鮮文壇)』과 아모런 유기적 관계가 없다. 그 지우(誌友)도 아니요 동인(同人)도 아니다. 혹 작품을 발표할 일이 있다 할지라도 무슨 『조선문단』과 특수한 관계가 있어서 한 노릇이 아니다. 그 잡지 경영자로부터 요구가 있기 때문에 응하였을 따름이니, 마치 『개벽(開闢)』이나 『생장(生長)』에 대한 태도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이만 것은 구태여 여기 쓰지 않더라도 짐작할 만하고 알 만도 할 일이건만, 부득부득 오해하려고 덤비는 이가 있기 때문에 한 마디 안 할 수 없는 바이다. 따라서 『조선문단』의 영고성쇠(榮枯盛衰)도 나의 관심할 바 아니요, 왈시왈비(曰是曰非)도 나에겐 풍마우(風馬牛)일 따름이다.
3
합평으로 말하여도 『조선문단』의 주최이지, 내가 시작한 것도 아니요 내가 설두한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조선문단』의 합평회이지 빙허(憑虛)의 합평회가 아니다. 그러니 합평회에 대한 왈선왈악(曰善曰惡)도 아모 통양(痛痒)을 느낄 것 아니다. 다만 그 합평회 석상에서 내 한 말 가운데 그른 것이 있고 잘못된 점이 있거든 나 한 개인을 공격할 것이다. 내 한 말을 가지고 합평회에 모인 제씨(諸氏)에 파급한다든지, 또는 나 아닌 다른 분에게 대한 불만과 불평으로 나까지 끌어넣는다는 것은 결국 소병(笑柄)이 될 따름이다. 이만것도 분판(分判)을 못하고 시비를 캐는 이를 위하여 나는 슬퍼한다.
4
합평회란 결코 결정체가 아니요 ― 다시 말하면 갑을병정을 두리뭉수리로 혼합해서 일물(一物)을 만든 것이 아니요, 개인 개인의 자유 의사에서 나온 단평의 연장이다. 그러니 조금도 연대적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합평회로 하여금 필연적으로 연대적 책임을 아니 질 수 없다고 하면 나는 단연히 탈퇴할 따름이다. 내 책임 하나도 주체를 못 하겠는데 남의 책임까지 짊어진다고 하면 약한 내 뼈는 휘어질 것이 아니냐. 또는 내가 불민(不敏)한 탓으로 남에게 죄를 끼친다면 미안한 노릇이 아니냐.
5
끝으로 한 마디 할 것은 나는 언제든지 일인일당주의(一人一黨主義)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는 친불친(親不親)이 있을지언정 예술의 이름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광풍제월(光風霽月)과 같이 일호(一毫)의 사(私)가 없는 줄로 자신한다. 나도 사람인 다음에야 감정상으론 시비선악(是非善惡)이 전도되지 않음은 아니로되, 귀치 않은 예술적 양심이 나를 편달(鞭撻)하고 나를 제어하기 때문에 그런 비열한 감정이 발호(跋扈)를 못한 것만 만행(萬幸)이라 하겠다. 신성한 예술의 궁전에까지 추악한 진세(塵世)의 파도가 밀려와서, 구구한 이해득실로 말미암아 파(派)를 나누고 당(黨)을 갈라 서로 해치려 들고 서로 못 먹어한다면 나는 예술가 되기를 사퇴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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