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支那[지나]에도 변방의 防戌[방술]에 관하여 幾多[기다]의 悲壯[비장]한 傳奇[전기]가 있고, 隋唐[수당] 이전의 樂部[락부]에도 大蘭[대란]이라는 여성을 히로인으로 한 勇壯[용장]한 로맨스가 있기도 하지마는, 변방의 戌[술]자리 사는 것 ── 징병에 들어 戰埸[전역]에 나간 이른바 銃後[총후]의 가정을 테마로 한 소설 치고, 우리 薛氏[설씨]색시의 로맨스처럼 아름답고 은근하고 終始[종시]가 원만한 것은 우리의 寡聞[과문]으로는 단정코 세계에 다시 없음을 廣言[광언]하고 싶습니다. 世界史上[세계사상]에 女軍國[여군국]으로 유명한 西亞細亞[서아세아]의 아마존國[국]에는 미상불 有髥丈夫[유염장부]를 慚殺[참살]케 하는 무용담이 많이 있어,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 女王[여왕] ── Penthesilea 의 장렬한 일은 Arctinus의 名詩篇[명시편] Aitiopis의 중에 咏歌[영가]되기도 하였지마는, 요컨대 女軍[여군]·女將[여장]은 인류 사회상 非常[비상] 희유의 사건이요, 그것이 아무리 비장을 극하였어도 여성의 本領[본영]을 떠난 점에서 일반 인심의 深切[심절]한 감정을 자아낼 것은 되지 못합니다. 우리 설씨 색시가 전장에는 나갈 뻔하다가만 말고, 그러나 제가 국가에 대한 의무는 제가 가는 이상의 奉公[봉공]을 하고, 어디까지고 여성으로 가정인으로서 인생의 전상에서 가장 고귀한 용기를 발휘하여서 마침내 忠[충]과 孝[효]와 烈[열]의 三大德[삼대덕]을 완전히 하는 아름다움은 세계의 어디서고 많이 찾을 수 없는 걸작일 밖에 없읍니다. 쟌다르크의 狂熱[광열]이 설씨 색시에 없고 이녹 아든의 悲劇味[비극미]가 嘉實[가실]의 돌아온 뒤에 서려 있지 아니한 대로, 우리 薛氏[설씨]와 嘉實과의 結婚奇談[결혼기담]에는 그네보다 더한 절실, 타당한 愛國誠[애국성]과 優雅[우아] 蘊藉[온자]한 人生詩[인생시]가 넘쳐 흐름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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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면을 고쳐서 隱君子[은군자]라 할까 曠達[광달]한 철인이라 할까, 또 혹시 인생의 뱃심장이나 트레발이라 할 수도 있을 듯한 百結先生[백결선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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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결선생은 어떤 이인지 모르나, 狼山[랑산] 밑에 사는데 집이 한껏 구차하여 옷을 百[백]번이나 얽어매서 입으므로 남들이 東村[동촌]의 백결 선생, 곧 누더기 선생이라고 불렀다. 항상 옛날 철인의 자취를 사모하여, 거문고 하나를 끼고 지내면서, 무릇 좋은 일 언짢은 일, 이것 저것 할 것 없이 온갖 불평한 일을 죄다 거문고 줄에다가 얹어서 풀어버렸다. 일년이 다가고 섣달 그믐이 당도하여, 앞집 뒷집 온 동리에서 새해 양식들을 찧노라고 쿵쿵하는 소리가 요란하니, 그 아내가 방아공이 소리를 듣고 가로되, 남들은 다 곡식을 가지고 찧건마는 우리만 없으니 어떻게 過歲[과세]를 하잔 말이오, 샌님이 하늘을 쳐다보고 탄식하여 가로되, 死生[사생]이 정한 바 있고 부귀가 하늘에 있어, 닥쳐 올 적에는 막지도 못하고, 떠나서 갈 때에는 좇는 수도 없거늘, 그대는 왜 저리 속을 태우는가, 내 그대를 위하여 방아공이 소리를 만들어서 위로해 주리라 하고, 거문고를 꾹꾹 눌러 쿵쿵 소리를 내었다. 이 소리를 세상이 전하여 이르기를 방아가락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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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一篇[일편]입니다. 이 사람에게 孔子[공자]를 어여삐 보던 榮啓期[영계기]의 즐거움은 무론이거니와, 알렉산더 대왕을 꾸짖어 물리치는 디오게네스의 曠達[광달]을 도리어 웃는 일이 얼마나 있었을지 누가 안다 하겠읍니까. 〈삼국사기〉의 列傳[열전]에 수록한 인물이 불과 六[육], 七[칠]○人[인]인데, 그 태반은 대개 이러한 소설적 인물과 희곡적 사실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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祿眞[록진]의〈何用龍齒湯論[하용용치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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祿眞[록진]이라는 이는 憲德王[헌덕왕] 때의 執事侍郎[집사시랑]으로서, 재상 忠恭[충공]이 年例[연례]에 의하는 內外官[내외관]을 選任[선임]하고 몸살이 나서 의원을 보고 龍齒湯[용치탕]을 服藥[복약]하면서 三七[삼칠]이나 杜門謝客[두문사객]하는 것을 억지로 회견을 청하여, 匠人[장인]의 집 짓는 방법으로써 비유를 베풀어서 사람을 택하되 公道[공도]로써 하여 대소상하에 적재 적소로만 하면 身心[신심]도 피로할 리 없고 국가도 和平[화평]할 것이니, 이렇게 몸살이 나서 龍齒湯[용치탕]을 먹으면서 끙끙 앓고 누워서 國務[국무]를 曠察[광찰]할 까닭이 있겠느냐고 快辯[쾌변]을 베풀어서, 忠恭[충공]이 듣자마자 병이 떨어져 일을 보고, 國王[국왕]까지도 嘆賞[탄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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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一篇[일편]과 薛聰[설총]의〈花王喩[화왕유]〉
9
新羅[신라] 漢學[한학]의 泰斗[태두]인 薛聰[설총]이 仲夏之月[중하지월] 神文王[신문왕]을 侍陪[시배]하였다가 王[왕]이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느냐 함에 대하여, 대답하여 가로되, 예, 옛날 花王[화왕](牧丹[목란])이 처음 들어왔을 적에 훌륭한 동산에 심고 힘써 가축을 하여 한참 三春[삼춘]에 탐스러운 꽃이 피고, 꽃다운 향기가 진동하매, 천하의 물건(다른 꽃)들이 죄다 모여들어서 그 사랑을 받으려 하는데, 문득 一隹人[일추인]이 朱顏玉齒[주안옥치], 鮮粧靚服[선장정복]으로 얌전하게 와서 아리땁게 보여 가로되, 저는 百沙汀[백사정]에 나서 바다물에 자라고 봄비에 멱감고 자란 장미라 하는 여자오니, 저를 두시고 자리 심부름을 시켜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문득 一丈夫[일장부]가 布衣葦帶[포의위대]에 白首[백수]를 흩날리고 지팡이를 끌고 설설 기다시피 앞에 나와 가로되, 예, 저는 京城[경성] 밖 대로변에 나서 山色[산색]에 젖고 野風[야풍]에 대끼던 者[자]이지마는, 갖은 것이 다 있어도 쓰디쓴 藥[약]도 없어서는 못 되나니, 저를 좌우에 두어 보시면 어떠하오리까 하였다. 이때 곁에 있던 이가 왕께 여쭈어 보되, 兩者[양자]의 중에 누구를 머물러 두시려 하십니까 한즉, 왕도 取捨[취사]할 바를 몰라서 글쎄 어찌할꼬 하거늘, 白頭翁[백두옹]이 나와서 가로되, 허허, 상감께서 총명이 비범하신 줄 알고 왔삽더니, 非所望於平日[비소망어평일]이올시다. 人君[인군] 되신 이가 흔히 小人[소인]을 가까이 하고 正人[정인]을 멀리하기 때문에, 어진 이가 들에 울고 나랏일이 말못되기는 예로부터 그러한 바이오니, 새삼스레 누구를 나무라리이까 하고 괴탄 괴탄 물러나간대, 花王[화왕]이 잘못했소 잘못했소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읍니다 하여, 神文王[신문왕]이 이 諷諫[풍간]을 들으시고 깊이 감동하여 가로되, 그대의 이야기가 과연 의미가 深長[심장]하니, 그것을 써서 늘 보고 警省[경성]하는 감을 삼게 하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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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一篇[일편] 等等[등등]은, 그 인물이 다 실재하기는 하되, 글치레가 太過[태과]하고 전후 사연이 아주 희곡적인 것으로 보아서, 역시 사실이 있더라도 현재의 전하는 바는 많은 潤色[윤색], 또 큰 각색을 더한 것임은 의심 없을 것입니다. 司馬遷[사마천] 〈史記[사기]〉의 列傳[열전]이나 刺客列傳[자객열전] 모양으로 실제와 과장 부분과의 경계를 定[정]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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