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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본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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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9월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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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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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본질이라는 제목을 걸고 며칠 동안 여러분께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대체로 문학이니 예술이니 . 하는 소리는 우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또한 그것은 현재의 중류 이상의 가정에 있어서는 이미 보편화된 상식적 인용으로 화(化)해 버렸는데 이렇게 주고 받고 하는 말을 뚝 따가지고 ‘문학이란 대체 어떠한 것이냐?’ 하고 물으면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렇다’ 하고 또렷이 대답할 수가 없다. 설혹 ‘문학이란 이런 게다’하고 즉석에서 대답하는 교양 있는 분이 있다 쳐도 그것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나 정확하게 문학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개념의 내용과 범위를 설명한 것인지는 보증할 수 없는 것이며 몇 십 년 전부터 변할 줄 모르는 문과 교수들의 낡은 잡기장에서 명목적으로 암송한, 나무로 깎은 사과같이 딱딱하고 무의미한 정의의 되풀이에서 얼마나 다른 것일는지는 더욱 보장할 수가 없는 것들이다. 이같이 일상 쓰는 상식화된 말이 다시 정색하고 다시 묻게 되면 누구 하나 똑똑하게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대답하는 분이 적을 만치 문학이란 말은 여태껏 여러 모로 정의되어 왔던 것이다. 여러분들도 이미 부활과 카츄사에서 잘 알고 있을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께서도 「예술이란 무엇이냐?」하는 논문에서 예술과 문학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몇 십 가지 각각 다른 정의를 인용하면서 자기 주장을 세웠는데, 백 년 뒤의 우리들은 이의 정의에 만족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후에 무수히 생겨난 각개의 예술가와 문학가에 있어서도 몇십 몇백 가지로 의견을 서로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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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짧은 이야기 속에 그러한 여러 가지 의견을 전부 인용하고 비판할 겨를도 없고 또 문학이 현재 문제로 하고 있는 모든 것을 전부 이야기할 수도 도저히 없는 일이므로 문제를 국한하여 범위를 좁혀서 대강한 윤곽만을 이야기함에 그치려 한다. 그러므로 이 곳에서는 대체에 있어서 문학의 본질이 어떠한 것인가를 우리들의 생활과 또 인간과 문학 예술 자신의 역사의 속에서 살펴 보면서 현재 문학이 당면의 과목으로 하고 있는 몇 개의 문제에 대하여 간단 간단히 설명을 붙여 보아 여러분들의 소일거리나 삼아 볼까하는 바이다. 이 글을 봄에 의하여 여러분이 보통 때에 생각하던 바와는 얼마나 다른 내용을 문학이라는 것에서 찾게 되겠는지 또는 다시 더 나아가서 여태껏 뚜렷이 알지 못하던 문학이란 개념을 조금 치라도 더 자세히 알게 되겠는지 어쨌든 이야기 속에서 조금이라도 여러분의 문학적 교양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면 필자는 이 위에 더 없는 즐거움으로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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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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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문학의 개념이 가지고 있는 (내)용과 그 범위에 대하여 간단한 설명을 하고 그것에서 뻗쳐 가면서 문학에 대한 우리들의 생활과 관련시켜 가며 이야기해 보는 것이 편리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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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 문학은 언어라는 것을 통하여 구성된다는 이유에 의하여 다른 모든 예술 예컨대 음악이나 그림(회화)이나 조각이나 또는 영화와 구별되는 것은 쉽사리 알 수 있지마는, 이것은 다시 언어를 통하여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혜를 기록한 다른 부문의 학문과 자신을 구별하여야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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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날에 있어서나 혹은 이 즈음에 있어서도 문학이라는 범위에다 경제학적 문학, 철학적 문학, 기술적 문학 등의 별칭을 붙이려는 사람도 있고, 다시 역사적 기록, 연대기 등이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기독교의 성경을 히브리 문학이라고들 하는 것은 이의 가장 대표적인 것일 것이다. 동양에 있어서도 논어, 맹자, 삼국사기 등의 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에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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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가 이 곳에서 이야기하는 문학은 이것과는 판이하여 그 범위와 내용이 또렷하게 귀정되어야만 할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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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아직 모든 문화가 원시적인 형태로 통일되어 있어서 철학적인 저술과 종교적 설교까지가 문학이라는 범주 속에 포함되어 왔으나, 그 후 사회가 복잡하여지고 계급 생활이 가지는 형태가 단순하지 않아, 갈수록 생활 속에서 생겨나 모든 의식 형태와 문화 형태가 각각 분화 작용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피차의 분야가 서로 서로 명백하여지면서 철학과 의사와 법률이 각각 따로 떨어져 나가고 문학이라는 말은 특히 예술 문학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되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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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분화의 과정은 예술 자체 내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이니, 원시 사회에 있어서는 음악과 시가 함께 융합되어 있었으나, 그 후에 그것은 서로 서로 특수한 형태를 밟음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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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각 문화 형태가 분화 과정을 일으키게 된 것은 생산 관계의 변천에 따라 일 경제적인 토대 위에 건설되는 의식 형태가 변해진 탓이니, 사회가 점점 복잡하여 가고 계급 생활이 단단하여 갈수록 같은 문화, 같은 예술, 같은 문학 속에서 점점 문학의 분화의 과정과 분해 작용을 거듭되어 온 것이며 장래에 있어서도 우리들의 생활 상태가 복잡다단할 때에 우리들의 예술 문학도 또한 이것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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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학이 이러한 모든 것과 구별될 수 있다 하여도 그것은 저로 서로 절연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문학은 다른 의식 형태와 서로 서로 작용하면서, 특히 철학과 정치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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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사회적인 생산 관계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예술지상주의자나 혹은 문학주의자들은 물론 이것에 반대하여 문학의 분화 과정까지를 괴상하게 모호하게 설명하고 있지마는 그것은 날을 잡아 새로이 비판하기로 하고 우리는 이상에서 본 것에 의하여 문학이 다른 사회적 의식과 한가지로 일반적인 생산적인 계급적 기초 위에 성장하면서 인간적인 사회적 활동과 함께 자기가 처하여 있는 계급에 봉사하는 한 개의 인식 형태라는 것을 말할 수 있고, 문학이 언어라는 것을 통하여 표현되면서 다른 과학과 학문에서 구별되는 것은 그것이 형상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곳에서 ‘형상적’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않으면 예술 문학의 특수한 형식을 알 수는 없다. 그러면 형상적인 형식이란 무엇을 말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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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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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지금 ‘예술 문학이란 어떤 것이냐?’하는 물음에 대하여 그것의 한 가지로 사회 의식과 현실에 대한 인식을 목적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과학과 동일하지마는 인식과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에서 과학과 서로 서로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였고 다시 같은 예술에 있어서 문학의 특수성을 언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아 왔다. 그리하여 우리는 ‘예술 문학이란 사회 의식과 현실에 대한 인식을 특수한 언어 문자로 표현한 형상적인 형식이다’ 하는 결론을 얻음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 있어서 과학적 인식과 그의 표현의 방법과 그리고 예술 문학적인 그것이 어떻게 다르냐 하는 문제에 도달하였을 때 우리들은 ‘형상적인 형식’이라는 문구의 해석에 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예술적 방법과 과학적 방법의 차이를 설명하려면은 부득이 우리는 형상적 형식에 대한 이해를 갖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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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나 예술 문학이나가 객관적 진리를 인식하고 표현한다고 하여도 그러나 그것은 결코 공평하고 순수한 태도와 입장에 서 있는 그대로를 반영한다는 것은 아니다. 역사에 나타나 있는 모든 과학자와 문학 예술가는 항상 그들의 입장과 생활의 필요에 의하여 객관적 현실을 재단하였다. 그러므로 그들이 재단한 결과로서 나타난 과학과 예술 문학에는 재단하는 사람의 필요와 요구와 감정이 진리의 인식에 있는 까닭에 그것이 훌륭하고 가치있다는 객관적인 결정과 평가는 결국 그 과학과 문학 예술이 얼마나 많이 진리를 표현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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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문학을 주장하는 정신없는 사람들이 아무리 순수한 예술을 만든다고 하여도 그 곳에 나타난 것은 작자의 출신 계급과 교육 정도와 생활 감정을 떠나서 전연히 맹물같이 순수한 것일 수는 없었다. 그들은 항상 자기 생활 감정에 지배되고 그가 자라난 출신 계급의 분위기와 취미에 재약되어 사물을 제 마음대로 상상대로 표현하였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 누가 가장 훌륭하고 가치있는 예술가이냐 하는 것의 결정은 객관적으로 놓지어(의미불명-편자) 있는 진리를 기준으로 하여 우연적인 것은 내버리고 필연적인 것 만을 누가 더 많이 현현(顯現)하고 추상(抽象)하였는가 하는 데 다라 되는 것이다. 한가지 시대, 같은 계급층, 직업, 연령, 성별, 환경, 의식 등등에 속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우연적인 것을 내버리고 가장 전형적인 것을 종합 창조하는 것, 이것의 잘, 잘못에 따라 가치 여하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면 예술의 추상과 과학의 추상은 어디가 서로 다른가. 예술은 일반적인 것, 필연적인 것을 감성적, 개체적 형태에 있어서 파악하는 데 반하여, 과학은 현실의 감상적인 개별적 현상을 논리적, 일반적 형태에서 파악한다. 아까 말한 형상적 형식이라는 문구는 결국 예술 문학이 일반적이고 필연적인 것을 감성적 표상적 개체적인 형태에서 파악하고 그것을 언어 문자로써 표현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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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것의 비근한 예를 들어 문학 예술의 형식과 과학의 형식의 차이를 살펴 보기로 하자. 그렇게 하면 더욱 더 과학과 예술 문학이 한 가지 객관적 인식과 그의 파악을 목적하면서 스스로 별개의 특수한 길을 걷고 갈라진 방법에 의하여 서로 서로를 구별하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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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가령 개〔犬〕가 있다 하자. 예술 문학가의 그리는 개는 그 개가 하여 있는 종류에 있어서 필연적이고 일반적인 것을 현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것은 감성적이고 개체적인 형태에 있어서 현실에 살아 있는 한 마리의 개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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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물학자의 입장에 있는 과학자는 현실의 어떤 종류의 개가 다른 종류의 개와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개성적인 특징을 명백히 함에 있어서 그 피부의 형태, 혹은 후각의 정도, 기타 여러 가지의 습성 등을 각 부면에 따라 분석하고 다른 종류와의 필연적인 구별을 명백히 한 뒤에 최후로 종합적인 차이를 발달사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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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학적 방법의 과정을 보면 출발점은 예술 문학가의 그것과 한가지로 현실의 감성적인 한 마리의 개이지마는 그 후는 전부가 추상적인 개념에 의하여 개라는 것이 취급되고 최후에 여러 가지 각종의 일반적 규정을 통일하여 특정한 종류의 개가 재현된다. 이 재현은 결코 감성적인 재현이 아니고 논리적, 개념적으로서, 즉 일반적인 것으로서 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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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것을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 과학자와 한 가지 역사적 사건을 제재로 하는 소설가의 태도에서 본다면 일층 더 명백하여질 것이다. 한 개의 시대를 그리려 할 때에 문학가는 그 시대의 전부를 그리지 않고 또 그럴 수도 없으므로 그 시대에 있어서 가장 전형적인 정황을 포착하여 그 정황 속에서 활약하는 그 시대의 가장 전형적인 인물의 역사적 행동에 의하여 생생한 표상을 가지고 그의 창작을 진행시킬 것이다. 그것은 한 개의 개별적인 것을 그리면서 시대의 일반적인 정황의 본질을 나타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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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사 과학자가 역사를 연구하는 경우에는 시대를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인 여러 측면을 통하여 고찰하고 다시 그 시대를 초기와 중하(中下)기에 나누어 추상적으로 고찰한 뒤에 그 시대의 특성을 전대와 후대와의 구별과 혹은 동일과에 있어서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최초의 감성적이고 직접적 현실의 막연한 혼돈된 형태에 있어서가 아니고 그가 그려놓은 시대는 일반적인 논리적 규정의 종합으로서 재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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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반과 개별과의 통일로서 진리를 현현함에 있어서 과학은 감성적인 개별을 일반적 논리적 규정에 의하여 재현하고, 예술 문학은 일반적인 것을 감성적 표상적인 개체로써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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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과학과 예술 문학이 서로 서로 진리의 파악과 표현에 있어서 상이한 태도를 가지면서 특수한 형식을 구성하지마는 이외에 예술 문학의 특질로서 과학과 자신을 엄밀하게 구별시키는 또 한 개의 중요한 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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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리의 인식 능력만을 가지고는 그 방법과 형식이 다르다고 하여도 결국 과학의 목적과 동일한 것을 면치 못할 것이니, 예술 문학의 과학과 다른 점을 궁극적인 결과에 있어서 찾기는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내용과 형식이 방법에 있어서 서로 서로 다른 이상에는 그 곳에서 현현하는 가치에 있어서도 또한 예술은 과학이 가질 수 없는 특수한 것을 가질 수 있어야만 될 것이 아닌가. 진실로 이 중요한 특수성을 망각하고는 과학에 대하여 문학이 특수하다는 본질적인 저으기 큰 부분을 망각하고 말 것이다. 그러면 이것은 어떠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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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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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일보』, 1936년 9월 1~4일, ‘상식 강좌’란)
【원문】문학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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