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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승암기(髮僧菴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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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朴趾源)
1
髮僧菴記 발승암기
 
 
2
余東遊楓嶽할새 入其洞門하야 已見古今人題名이러니 大書深刻호되 殆無片隙하야 如觀場疊肩하고 郊阡叢墳하야 舊刻纔沒苔蘚하면 新題又煥丹硃러라 至崩崖裂石하니 削立千仞하야 上絶飛鳥之影이로되 而獨有金弘淵三字일새 余固心異之야 曰 古來觀察使之威 足以死生人이요 楊蓬萊之耽奇 足跡無所不到로되 猶未能置名此間이어늘 彼題名者誰耶이완대 乃能令工與鼯猱爭性命也아
 
3
내가 동쪽으로 풍악산에 노닐 때 그 동문에 들어서자 이미 옛사람과 지금 사람들의 이름을 써 놓은 것이 보였는데, 커다랗게 쓰고 깊이 새기되 거의 작은 틈조차 없어서 마치 구경하는 자리에 어깨가 포개진 것 같고 교외의 빼곡한 무덤과 같아서 옛날 새긴 것이 겨우 이끼에 묻혔다 싶으면 새로 쓴 글씨가 또 붉은 인주 빛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무너진 벼랑과 쪼개진 돌에 이르니 천 길을 깎아지른 듯 우뚝 서 있어서 위로는 나는 새의 그림자조차 끊어졌는데 홀로 김홍연(金弘淵)이라는 새 글자가 있기에 내가 마음속으로 정말 기이하게 여겨 이렇게 생각했다. 자고로 관찰사의 위세는 사람을 죽이고 살리기에 충분하고, 양사언의 기이한 탐닉은 발자국이 이르지 않은 곳이 없는데도 오히려 이 사이에 이름을 두지 못했는데 저 이름을 쓴자는 누구이길래 마침내 기술자로 하여금 날다람쥐나 원숭이와 함께 성명을 다투게 했는가.
 
 
4
其後余遊歷方內名山하야 南登俗離伽倻하고 西登天摩妙香하야 所至僻奧에 自謂能窮世人之所不能到어늘 然常得金所題러라 輒發憤罵曰 何物弘淵이완대 敢爾唐突耶아
 
5
그 뒤 나는 나라 안의 명산을 두루 돌아다녀서 남으로는 속리산과 가야산에 오르고, 서로는 천마산과 묘향산에 올랐다. 궁벽하고 외진 곳에 이르게 되면 스스로 세상 사람들이 이르지 못한 곳 끝까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늘 김홍연이 새겨놓은 글을 보게 되었는데 문득 화가 나 대관절 김홍연이 어떤 놈이기에 감히 이렇게 당돌하단 말인가 하고 꾸짖었다.
 
 
6
大凡好遊名山者 非犯至危排衆難하면 亦不得搜奇探勝이라 余平居追思往䠱하면 未甞不慄然自悔也라 然而復當登臨하얀 猶忽宿戒하고 履巉巖하고 俯幽深하며 側身于朽棧枯梯하얀 往往默禱神明하야 惴惴然尙恐其不能自還이라가 而大字硃塡이 如鹿脛之大 隱約盤挐於老槎壽藤之間者 必金弘淵也러라 乃反欣然如逢舊識於險阨危困之際하야 爲之出力而扳援先後之也라
 
7
대체로 명산에 노닐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지극한 위험을 범하고 숱한 어려움을 물리치지 아니하면 기이하고 뛰어난 경관을 찾을 수 없다. 내가 평소에 지난날의 자취를 생각해보면 벌벌 떨면서 스스로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산에 오를 때가 되어서는 홀연히 지난번의 다짐을 잊어버리고 가파른 바위를 디디고 아득히 깊은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썩어가는 나무다리와 말라버린 사다리에 몸을 붙이고서 종종 말없이 신명에게 빌어서 행여 스스로 돌아가지 못할까 벌벌 떨면서 두려워하다가 크게 새기고 붉은 색 인주로 메운 사슴 정강이 만한 글씨가 늙은 나뭇가지와 오래된 칡넝쿨 사이에 보이는 듯 마는 듯 서려 있으면 반드시 김홍연이었다. 그런데 이때에는 도리어 기쁜 마음이 마치 위험하고 어려운 때에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아서 그 때문에 힘을 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어 올라가곤 하였다.
 
 
8
或有素知金行跡爲道하니 金乃濶者니 葢閭里間浪蕩迂濶之稱이니 如所謂釖士俠客之流라 方其少年時에 善騎射하야 中武科하더니 能力扼虎하고 挾兩妓하야 超越數仞牆하더라 不肯碌碌求仕進하고 家本富厚하야 用財如糞土하며 傍蓄古今法書名畵하야 劒琴彛器와 奇花異卉를 遇一可意면 不惜千金하고 駿馬名鷹이 動在左右라 今旣老白首하얀 則囊置錐鑿하고 遍遊名山하더니 已一入漢挐하고 再登長白하야 輒手自刻石하야 使後世知有是人云이라하더라
 
9
어떤 이가 평소에 김홍연의 행적을 안다고 하면서 말했다. “김은 바로 왈짜인데 이 동네 저 동네 떠돌아다니며 세상일에 어두운 자를 일컬음이니 이른바 칼잡이나 협객의 부류와 같습니다. 그가 젊은 시절에는 말달리고 활쏘기를 좋아하여 무과에 급제했는데 힘이 범을 잡아 죽이고, 기생 둘을 양 옆구리에 끼고 몇 길의 담장을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자질구레하게 벼슬을 구하지 않고 집안이 본래 부유하여 재물을 오물 버리는 것처럼 썼습니다. 고금의 뛰어난 글과 이름난 그림을 두루 쌓아두고 칼, 거문고와 제기(祭器), 기이한 화초 따위를 한번 보고 뜻이 있으면 천금을 아끼지 아니하였고, 준마와 이름난 매가 움직일 때마 좌우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미 늙어서 백발이 되었는데 주머니에 송곳과 끌을 넣어두고 명산을 두루 돌아다니더니 이미 한라산에 한 번 들어갔고, 장백산에 두 번 들어갔는데 그럴 때면 문득 스스로 돌에 새겼으니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하려는 거라고 합디다.”
 
 
10
余問是人爲誰오한대 曰金弘淵이라하야늘 所謂金弘淵爲誰오한대 曰字大深이라하야늘 曰大深者誰歟오한대 曰是自號髮僧菴이라하야늘 所謂髮僧菴誰歟오한대 談者無以應이라 則余笑曰 昔長卿이 設無是公烏有先生以相難하더니 今吾與子 偶然相遇於古壁流水之間하야 相答問焉하니 他日相思면 皆烏有先生也리니 安有所謂髮僧菴者乎아
 
11
내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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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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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연이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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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른바 김홍연이 누구요?”하고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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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대심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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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심이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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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발승암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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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발승암이 누구요?”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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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던 사람이 응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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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마장경이 무시공(無是公)과 오유선생(烏有先生)을 만들어 서로 힐난하게 한 적이 있었지요. 지금 나와 당신도 우연히 오래된 암벽과 흐르는 물 사이에서 만나 서로 묻고 대답하고 있소. 다른 날 생각해보면 모두 오유선생이 될 것이니 이른바 발승암이란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오?”
 
 
21
客勃然怒於色曰 吾豈謊辭而假設哉아 果眞有是人也라하야늘 余大笑曰 君太執拗로다 昔王介甫辨劇秦美新하되 必谷子雲所著요 非楊子雲이라하고 蘇子瞻曰 未知西京果有楊子雲否也라하니 夫二子之文章은 烟蔚當世하고 流名史傳이어늘 而後之尙論者 猶有此疑어든 而况寄空名於深山窮壑之中하야 而風消雨泐하야 不百年而磨滅者乎아 客亦大笑而去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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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얼굴을 붉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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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찌 황당한 말을 꾸며 댄 것이겠소? 참으로 그런 사람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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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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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너무 집요하군요. 옛날 왕안석이 극진미신(劇秦美新)을 변증하되 반드시 곡영이 지은 것이지 양웅이 지은 것이 아니라 했고, 소식은 대체 서경에 과연 양웅이란 사람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소. 저 두 사람의 문장은 당시 세상에 크게 알려졌고, 이름이 역사기록에 전해졌지만 후세에 옛날 일을 논의하는 이들이 오히려 이런 의심을 하는데, 하물며 깊은 산 깊은 골짜기 안에 헛된 이름을 새겨 비바람에 깎이고 갈라져 백년도 안 되어 마멸되는 경우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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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듣더니 객 또한 크게 웃고 떠나갔다.
 
 
27
其後九年에 余遇金平壤하니 有背指者 此金弘淵也러라 余字呼曰 大深이여 君豈非髮僧菴耶아한대 金君回顧熟視曰 子何以知我오하더라 余應之曰 舊已識君於萬瀑洞中矣와라 君家何在오 頗存舊時所蓄否아한대 金君憮然曰 家貧賣之盡矣라하더라 何謂髮僧菴고한대 曰不幸殘疾形毁하고 年老無妻하야 居止常依佛舍라 故稱焉이라하더라 察其言談擧止한대 舊日習氣猶有存者러라 惜乎라 吾未見其少壯時也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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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9년이 지나 내가 평양에서 우연히 김홍연을 만났다. 등 뒤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사람이 김홍연이라고 일러주는 이가 있었는데, 그래서 내가 그의 자를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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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심이여! 그대는 발승암이 아닌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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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연이 고개를 돌려 자세히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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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어찌 아시오?” 했다. 내가 이렇게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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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만폭동에서 이미 그대를 알았지. 그대의 집은 어디요? 옛날 모았던 것을 지금도 많이 가지고 있는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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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연 기운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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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가난하여 다 팔았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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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발승암이라 하는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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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 불치의 병에 걸려 몸이 망가지고 늙어서 아내도 없이 거처를 늘 절집에 의지하기 때문에 그리 부른 것이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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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것과 행동거지를 살펴보았더니 옛날의 기질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있었다. 애석하구나! 내가 젊은 시절의 그를 보지 못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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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詣余寓邸而請曰 吾今老且死어늘 心則先死하고 特髮存耳요 所居皆僧菴也니 願托子文而傳焉하노라한대 余悲其志老猶不忘者存하야 遂書其舊與遊客答問者以歸之하고 且爲之說하노라 偈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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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그가 내가 임시로 머물고 있던 곳으로 와서 이렇게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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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늙어서 죽게 되었으니 마음은 먼저 죽었고 유독 터럭만 남아 있을 뿐인데 머무는 곳은 모두 절집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글에 의탁하여 세상에 전해지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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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뜻이 늙어서도 여전히 잊지 않는 것이 남아 있음을 가련히 여겨 마침내 옛날 유람하던 사람과 문답한 것을 써주어서 돌려보내고 그를 위해 다음과 같이 게송을 지어 말한다.
 
 
42
烏信百鳥黑하고 鷺訝他不白이라 白黑各自是면 天應厭訟獄이리라 人皆兩目俱나 矉一目亦覩니 何必雙後明이리오 亦有一目國이요 兩目猶嫌小하야 還有眼添額하야 復有觀音佛하니 變相目千隻이라 千目更何有리오 瞽者亦觀黑이라 金君廢疾人으로 依佛以存身이라 積錢若不用이면 何異丐者貧고 衆生各自得하니 不必强相學이라 大深旣異衆하니 以玆相訝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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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는 온갖 새가 다 검은 줄 알고, 백로는 다른 새가 희지 않은 것을 의아해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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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새와 검은 새가 각기 옳다고 우기면 하늘도 그 송사에 싫증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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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두 눈이 갖춰져 있지만 한 눈을 감아도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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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꼭 두 눈이라야 밝게 본다 하겠는가. 한 눈뿐인 사람들 사는 나라도 있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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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도 오히려 적다고 의심하여 도리어 이마에 덧붙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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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저 관음불은 모습을 바꾸면 눈이 천 개나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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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눈이 다시 필요할 것인가? 장님도 검은 것은 볼 수 있다네.
50
김군은 병에 걸린 사람으로서 부처에 의지하여 자기 몸 보존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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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쌓아 놓고 쓰지 않는다면 거지의 가난과 다를 것이 뭐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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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사람들은 각기 자기 만족에 사는 법이니 꼭 서로 배울 것은 없지.
53
대심은 이미 뭇사람과 다른 길을 갔는데, 이 때문에 서로 의아하게 여긴거지.
【원문】발승암기(髮僧菴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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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