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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괴물을 취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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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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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괴물을 취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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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떡장사로 득리하였다면 온 동리에 떡방아 소리가 나고, 동편 집이 술 팔다가 실리(失利)하면, 서편 집의 노구(老嫗)도 용수를 떼어 들이어 나아갈 때에 같이 와! 하다가 물러날 때에 같이 우르르 하는 사회가 어느 사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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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창피하지만 우리 조선의 사회라고 자인할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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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중엽부터 고려 말일까지 염불과 목탁이 세(勢)가 나, 제왕이나 평민을 불문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권하며, 할아비는 손자에게 권하여 나무아미타불 한 소리로 8백 년을 보내지 안 하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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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 이래로 유교를 존상(尊尙)하매, 서적은 사서오경(四書五經)이나 그렇지 않으면 사서오경을 되풀이한 것뿐이며, 학술은 심·성·리·기의 강론(講論)뿐이 아니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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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단조(單調)로 진행되는 사회가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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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믿어야 하겠다 하면, 3두락밖에 못되는 토지를 톡톡 팔아 교당(敎堂)에 바치며, 정치운동을 한다 할 때에는 이발사가 이발관을 뜯어 가지고 덤비나니, 이같이 뇌동부화 하기를 즐기는 사회가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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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도 사회와 같아 갑 종교로 을 종교를 개신(改信)하거나, 갑 주의로 을 주의에 이전할 때에, 반드시 주먹을 발끈 쥐고, 얼굴에 핏대가 오르며, 쌕쌕하는 숨소리에 맥박이 긴급하며, 심리상의 대혁명이 일어나 어제의 성사(聖師)가 오늘의 악마가 되어 무형(無形)의 칼로 그 목을 끊으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구적(仇敵)이 되어 무성의 총으로 그 전부를 도륙(屠戮)한 연후에야 신생활을 개시함이 인류의 상사(常事)거늘, 근일의 인물들은 그렇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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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를 독신(篤信)하던 자가 이제야 예수를 믿지만, 벌써 30년 전의 예수교인과 같으며, 제왕의 충신으로 자기(自期)하던 자가 처음으로 민주주의를 존봉(尊奉)하지만, 마치 자기의 모복중(母腹中)에서부터 민주의 혼을 배워 가지고 온 것 같으며, 그러다가 돌연히 딴 경우가 되면, 바울이 다시 안연(顔淵)도 될 수 있으며, 단톤이 다시 문천상도 될 수 있으며, 바쿠닌의 제자가 카이제르의 시종(侍從)도 될 수 있으니, 이것이 무슨 사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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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아주 도통한 사람은 삽시간에 애국자·비애국자, 종교가·비종교가, 민족주의자·비민족주의자의 육방팔면으로 현신하나니 어디에 이런 사람이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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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인을 소구하면, 나는 없고 남만 있는 노예의 근성을 가진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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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는 주장은 없고 복종만 있어, 갑의 판이 되면 갑에 복종하고, 을의 판이 되면 을에 복종할 뿐이니, 비록 방촌(方寸)의 심리상인들 무슨 혁명할 조건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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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일선의 삼민주의는 민주주의·사회주의 등을 혼동하여 그리 찬탄할 가치는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주의는 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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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회에는 수십 년 동안 지사(志士)·위명자(爲名者)가 누구든지 한 개 계시한 소주장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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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일시의 활용에는 썩 편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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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實業)을 경영하는 자를 보면 나의 의견도 실업에 있다 하며, 교육을 실시하려는 자를 보면 나의 주지(主旨)도 교육에 있다 하며, 어깨에 사냥총을 메고 서북간도의 산중으로 닫는 사람을 보면 나도 네 뒤를 따르겠노라 하며, 허리에 철퇴를 차고 창해역사(滄海力士)를 꿈꾸는 자를 보면 내가 너의 유일한 동지로다 하고, 외인을 대하는 경우에도 중국인을 대하면 조선은 유교국이라 하며, 미국인을 대하면 조선은 예수교국이라 하며, 자가의 뇌 속에는 군주국·비군주국, 독립국·비독립국, 보호국·비보호국, 무엇이라고 모를, 집을 수 없는, 신국가를 잠설(潛說)하여 시세를 따라 남의 눈치를 보아 값나가는 대로 상품을 삼아 출수(出售)하는 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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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재(哀哉)라, 갑신 이후 40여 년 유신계(維新界)의 사내들이 그 중에 시종 철저한 경골한 이 몇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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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사가 명종할 때 제자를 불러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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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죽은 사람은 있지만, 앉아 죽은 사람도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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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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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죽은 사람은 있지만, 서서 죽은 사람도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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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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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서서 죽은 사람은 있으려니와 거꾸로 서서 죽은 사람도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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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인류가 생긴 지가 몇 만 년인지 모르지만 거꾸로 서서 죽은 사람이 있단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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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사가 이에 머리를 땅에 박고 거꾸로 서서 죽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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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죽을 때까지도 남이 하는 노릇을 안 하는 괴물이라. 괴물은 괴물이 될지언정 노예는 아니 된다. 하도 뇌동부화(雷同附和)를 좋아하는 사회니 괴물이라도 보았으면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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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중에 털똥 누는 강감찬의 후신이 괴물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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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 위에 치포관을 쓰고 중국으로 선교하려고 온 자가 또한 괴물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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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군함·대포·부자유·불평등·생활곤란·경제압박 모든 목하(目下)의 현실을 대적하지 못하여, 도피하여 이상적 무릉도원의 생활을 찾음이니 무슨 괴물이 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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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같이 곤란·고통을 당하는 민족 없음을 따라서 조선에서 무엇을 하여 보자는 사람같이 가읍할 경우에 있는 이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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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우가 그렇다고 스스로 퇴주(退走)하면 더욱 자살의 굴에만 가까울 뿐이며, 남의 용서를 바라면 한갖 치소(恥笑)만 살 뿐이니, 경우가 그렇다고 남의 용서를 바랄까. 치소(恥笑)만 살 뿐이니라. 스스로 퇴거할까, 더욱 자살의……(탈락 ⎯ 편집자)…… 경우가 이러므로 조선에 나서 무엇을 하려 하면 불가불 그 경우에서 얻는 전염병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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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암이 처음 이성호를 보러 가서 목이 말라 물을 청하였다. 그러나 물은 주지 않고 이야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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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이슥한 뒤에 성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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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도 목이 마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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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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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목마른 증은 다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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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즉, 성호가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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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 가면 천하의 난사가 다 오늘밤의 목과 같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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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이 같이 목말라도 참고, 배고파도 참고, 불로 지져도 참고, 바늘로 손·발톱 밑을 쑤셔도 참아, 열화지옥에 만악(萬惡)을 다 참아 가는 이는 아마 도학(道學) 선생 같은 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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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탈락 ⎯ 편집자)
【원문】차라리 괴물을 취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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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