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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과 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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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2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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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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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께 들려 드릴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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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잡지에 있는 이야기를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아주머니, 누구에게나 하여 드려서 재미 없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마는 이번부터는 특별히 더 어른들에게 읽혀 드리고 이야기해 드릴 것을 매달 한 가지씩 알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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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어린 사람들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는 이야기냐 하면 결단코 그렇지 아니하고 어린 사람이 먼저 자세히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할 일이요, 그리고 나서 어른들께도 이야기해 드리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 가지로 유익한 지식입니다. 읽고 나서 반드시 어른들게 보여 드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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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없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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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값·담배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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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억여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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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경제적 파멸을 당하였다고 하는데, 이 말은 돈이 말라서 못 살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돈이 없어서 있던 학교도 없어지게 되고, 학교가 있어도 월사금 낼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고, 신문사도 없어지고, 잡지도 못하게 되고, 회사도 거꾸러지고, 회비를 못 내서 회도 못하게 되고, 나중에는 먹고 살 수도 없어서 부모와 아기들을 데리고 남의 땅으로 얻어먹으러 가는 사람이 뒤에 뒤를 이어 자꾸 생기게 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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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들이 다 살아가는 데에 유익한 일은 하나도 못하게 되어 삼지 사방으로 흩어지게 되는 기막힌 형편인 데 말입니다. 조선 안에서 해마다 해마다 한 해 동안에 담배 피워 없애고 술 먹어 없애는 돈이 놀라지 마십시오, 1억 원이 더 넘습니다. 1억 원이면 1만 원의 1만 갑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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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자세하게 분명하게 알기 위하여 재재작년(소화 3년 ; 1928년) 한 해 동안에 없어진 것만 자세히 조사한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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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2천 9백 33만 3천 1백 66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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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주 2천 4백 22만 6천 2백 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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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주 5백 83만 7천 4백 16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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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주 5백 1만 1천 8백 8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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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 련 2천 4백 22만 6천 2백 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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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담배 1천 2백 32만 3백 98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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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치가 팔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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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값 6천 4백 40만 8천 6백 76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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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값 3천 6백 54만 6천 6백 88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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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계 1억 95만 5천 3백 64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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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1백만 원이 술과 담배로 없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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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속에 맥주란 것은 조선 안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므로 수효에 넣지 않았으나 여름철에 제일 많이 먹고 제일 값비싼 술이니 이것도 넣으면 더욱 굉장한 돈이 될 것이요, 그 외에도 사이다, 라무네며 위스키니 브랜디니 무어니 무어니 하는 수많은 외국 술값과 외국 담배값을 합하면 참말로 굉장한 돈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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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가령 1억 5천만 원이라고 하면 해마다 1억 5천만 원을 담배 피우고 술주정으로 없애면서 돈이 없어 못살겠다는 것은 기막히게 딱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일심으로 담배와 술을 끊는다면 1년에 1억 5천만 원을 유익한 데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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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교 하나 6학년까지 6반이 있는 학교 하나에 1년 6천 원이 든다 하니 1년에 넉넉히 1만 원씩 쓴다 하더라도 1억 5천만 원이면 보통 학교 1만 5천 학교를 경영해 나갈 수 있고, 한 반에 60명씩, 한 학교에 3백 60 명씩, 5백 40만 명씩은 더 교육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 힘이 굉장히 크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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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어린 사람들을 위하여 고아원을 세워도 그만 못하지 않을 터이요, 유익한 회사를 세워도 굉장한 사람을 먹이고 굉장한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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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것을 땅값으로 치더라도 벌판이나 산기슭은 한 평에 10전, 5전도 못 받고 파는 것이 수두룩하니 단풍표 한 갑, 막걸리 한 잔 값으로 한 평 땅을 살 수 있는 판이라, 1년 동안에 없애는 술값, 담배값만으로 15억 평 땅을 빼앗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을 논으로 치면 2백 평 꼭차는 한 마지기로 쳐도 1천 5백만 마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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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무것도 심지도 못하고 아무 짝에도 쓸 수 없는 땅이니까 그렇지, 그렇게 싼 땅이 무슨 소용이냐 하겠지만 아무리 기름진 좋은 땅이라도 적은 돈에 빚에 잡히고 여러 해 갚지를 못하여 길미[利子]에 길미를 쳐서 빼앗겨 버리는 생각을 하면 결국 5전, 10전짜리 땅밖에 못되는 것입니다. 어찌 무섭지 아니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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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들 상투값 모이는 것 못 보았다.’고 술 안 먹고 담배 안 피운다고 딴 돈 모이지 않더라고 흔히 어른들이 말씀하시지만 그것은 잘못 생각입니다.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끊기를 시작하고 그것이 의논이 되어 한 동리에 퍼지면 그것이 또 이웃 동리에 퍼져서 금시로 온 조선이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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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십시오. 때가 때인지라, 벌써 시골 시골마다 금주, 단연회가 조직되고 그것이 신문 지상에 보도되어 차차로 퍼져 가는 중에 있지 아니합니까. 70 노인이 손수 담뱃대를 꺾어 버리는 소식을 들을 때에 눈물이 고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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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돈을 아끼자는 것이 아니라 죽을 지경에서 살아나자는 생명의 부르짖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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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라도 크게 깨쳐야 할 일이요, 깨우치면 먼저 나서서 주장할 일입니다. 몇 십만 원 내어 놓아 학교 하나 세우는 것보다 더 거룩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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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9권 2호, 1931년 2월 특집호, 방정환〉
【원문】술과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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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환(方定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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