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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1.24
백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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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2
내가 사숙(私淑)하던 K씨(氏) 댁(宅) 정원(庭園)에 늙은 매화(梅花) 한 나무가 있었다. 이 나무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었다. 원래(原來) 나는 꽃이란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미(性味)인지라 꽃에 대(對)하여 관심(關心)을 가지지 않았으므로 K씨 댁(氏宅)에 가서도 처음은 별로 넓지도 못한 정원(庭園)에 속 시끄럽게 여러 가지 나무가 서있는 것이 맘에 즐겁지 않았고 또 흥미(興味)도 가지지 못했었다. 그러므로 이른 봄이라 해도 아직 겨울 바람이 그대로 남아 있는 때 홀로 피어 있는 매화(梅花)를 보기는 하면서도 별 느낌이 없었더니
 
3
“퍽 곱게 폈지요? 당신은 매화(梅花)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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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어느 날 K씨 부인(氏夫人)이 나에게 정원(庭園)의 매화(梅花)를 가리켜 보였으므로 그 때 비로소 새삼스럽게 매화(梅花)를 바라보게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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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좋은 줄 모르겠어요. 엽(葉)이 없으니까 꼭 조화(造化)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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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는 솔직하게 직감(直感)을 말했다. 부인(夫人)은 내 말이 의외(意外)라는 듯이 잠깐 잠잠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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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失禮)의 말이지만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줄 모르는 이가 어떻게 예술(藝術)이니 문학(文學)이니 하고 다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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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농담도 아니고 정색(正色)도 아닌 일종(一種) 비꼬는 어조(語調)로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말을 듣고 속이 평온(平穩)할 수 없는 나인지라 한마디 응수(應酬)가 없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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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런지 매화((梅花)를 보니까 S군(君)이 연상(連想)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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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S군이란 아주 ‘모던보이’인데 이 청년(靑年)은 독와사(毒瓦斯)에 대(對)하여 다른 생물(生物)보다 이백 배(二百倍)나 감각(感覺)이 빠르다는 ‘토마토’처럼 계절(季節)에 대(對)한 감각(感覺)이 남 몇 배나 빨라서 여름에도 동복(冬服) 입고, 매화도 채 피기 전(前)에 춘복(春服) 입고 단장(短杖) 집고 나다니므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한(惡寒)이 들게 하는 분이다. 나는 다시 말을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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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 다 두고 혼자 잘난 척 벌벌 떨면서 잎새 하나 없이 필게 뭐에요. S군(君)과 같이 계절(季節)에 너무 예민(銳敏)하게 병적(病的)이라기보다 광(狂)에 가깝게 보여요. 그와 반대(反對)되는 국화(菊花)도 못난이지요. 뒤늦게 부시시 피어 서리를 맞아 가면서도 한창이라고 피는 게 꼭 학대받고 천대받으면서도 히 ─ 웃는 천치(天痴) 바보나 마찬가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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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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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菊花)는 천치(天痴)요, 매화 (花)는 예민(銳敏)하여 광(狂)이랄 수가 있다고? 그 말에 나도 찬성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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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K씨(氏)가 중간(中間)에서 내 편을 드는 척 하니 부인(夫人)은 못 참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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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렇게 고식적(姑息的)이니까 집에 오는 이들였다고 부인(夫人)에게 항복해 보였다. 그때 하녀(下女)가 차(茶)를 가지고 들어와 조용히 각각 앞에 따라 놓았다. 차(茶)잔에는 다 핀 매화(梅花)가 한 개씩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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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부인(夫人)의 말씀에 동의(同意)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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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下女)는 공손이 물러앉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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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류(風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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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부인(夫人)은 영리한 하녀(下女)를 칭찬하였다. K씨(氏)도 나도 미소(微笑)하며 매화(梅花) 뜬 차(茶)잔을 들었다.
 
20
女性(여성) 論壇(논단)
 
21
女性團體(여성단체)의 必要(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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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골구석에 틀어 박혀 있는 까닭에 직접으로 사회 사정에 접촉도 없고 또한 매우 어두운 터이나, 간혹 신문 지상으로나, 잡지에 보면 서울엔 여러 가지로 여성의 모임이 있는 것 같지마는, 지방에는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까지도 아무 모임이 없다. 칠팔 년 전까지도 각 지방에 남녀의 모임이 많이 있어 조선의 청년 남녀가 얼마만치 활기가 있었고 또한 사회적으로도 유의의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에는 ××의 탄압이 심하여 모 ─ 든 청년들은 철저한 에고이스트로 몰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유일한 사교장이 요리집이요, 기생방 출입으로 ○이 ○○○ ○○○○○○○ ○기한 사람의 행복과 향락만을 도모하기에 토끼눈같이 되고 만 것이 오늘의 조선 청년이다. 사회문제 인구라든지 또는 사회적인 분에 ○다든지 하는 첨단다운 말은 오늘의 그들의 입에서는 듣지 못한다. 모 ─ 든 것으로 보아 여성의 지도적 처지에 있는 그들 남성이 이렇게 되고 보니 여성된 이들이 (신구를 막론하고) 금일 가지고 있는바 포부나 야심이 모두 철저한 개인주의기 ○○인 것은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들의 눈은 겨우 나지막한 자기 집 문턱이나 쳐다보는 한 끝 바라본다는 것은 거리의 유행이다. 유행 옷감, 유행 화장법, 양식집 치장, 남편의 요리집 행에 강짜보기 여기에 오늘날 젊은 여성의 정력은 낭비되고 말고 있다. 이대로만 만일 어느 때까지 계속 된다면 장력 조선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것은 뒤로 돌리고라도 위선한 가정, 한 개인, 개안을 돌고 보아서 말이 안 되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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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 우리의 몸으로서 남성들의 앞에 나서서 활동하라는 것은 아직 누구나 다 비웃을지 모르나 우리들로서 남성의 모범이 되고 각성을 시켜 줄 수는 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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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중앙일보》(1936. 1. 24).
【원문】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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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애(白信愛) [저자]
 
  # 조선중앙일보 [출처]
 
  1936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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