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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소설에 대한 나의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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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8월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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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에 대한 나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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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의 운명에 관한 문제는 작금 우리 문단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의 하나이다 대체로 로만이라든가 . 노벨이라든가, 시 또는 희곡이라든가를 장르사적 입장에서 정면으로 문제삼아 보기 비롯한 것이 우리 문단에선 가까운 작금의 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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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과 기타 여러 가지 제약 앞에서 장편소설을 어떻게 구출하여야 할 것이냐? 구체적으론 작가들의 이러한 당황한 부르짖음과 호소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진시켰다. 이원조 씨의 ‘신문소설 분화론’과 한설야 씨의 ‘장편소설(이야기로부터 로만에)론’, 임화 시의 ‘최근 소설계의 전망’ 등이 내가 본 것 중의 주목할만한 것이었고 작년 10월 『동아』지에 게재된 「조선적 장편소설의 일 고찰」이란 졸고도 특히 현대 저널리즘과 문예와의 교섭을 고찰하여 우리가 신문학 발생 이후에 가진 장편소설의 성격을 그의 사회기구 위에서 구명하고 이것의 금후의 방면을 탐구해 보려는 노력에서 쓰여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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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을 실제에 있어서 생각해보고 타방(他方) 손수 단편에 손을 대어 온 나로서는 지금까지 연구된 범위에 있어서 리얼리즘이 가장 훌륭하게 구현될 수 있는 문학형태는 오직 장편소설이라는 지론을 주장해오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현대는 비교적 생활의 상모(相貌)가 단순하던 옛날과 달리 심히 복잡하고 객관세계나 주체나 갈기갈기 분열되어 육체와 두뇌가 승려의 시체처럼 혼잡하니 까려 있는 시대이다. 최근과 같이 역사적 동향에서 어는 것이 본질적인 것이고 어느 것이 현상이나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를 똑똑히 포착할 수 없고 제 자신을 어떠한 지위에다 정립시킬는지를 알 수 없는 혼란한 시대에서 리얼리즘의 정신을 기식(氣息)이라도 보존하려는 노력이 장편소설에다 희망을 부치게 되는 것은 전연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편은 결국 생활의 일 단편을 묘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복잡하고 뒤엉킨 가운데서 하나의 단편을 사회생활의 본질적인 것으로부터 일탈함이 없이 묘출(描出)해 내기란 희대의 천품(天稟)이 아니고는 가히 할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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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종의 정황과 인물성격을 창조하려 할 제 단편소설의 구성상 사상(事象)을 단순화시키고 간결하게 과장함이 피할 수 없는 제약으로 된다. 그러므로 얼핏하면 묘사된 대상 - 다시 말하면 객관세계가 왜곡된 상모(相貌)를 모피(謀避)하기가 여간 힘들지 아니하다. 인물을 딴 인물과의 복잡한 관련성에서 포착하지 못하고 정황을 다채(多彩)한 모순 속에서 개괄하지 못하는 탓에 그려진 정황과 창조된 성격이 우리 광범하고 뒤엉킨 실사회의 것과는 여간 동떨어진 것으로 안될 수가 없다. 한 작품을 써놓고 붓놓을 때 만족 대신에 항상 불만이 앞서는 것은 물론 나의 비재(非才)의 탓인 줄은 알면서도 가끔 가다가는 단편이란 형식에 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도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런 때에 나는 한없이 불행하다. 그것이 만일 나의 역량의 탓이라 할진대 나는 마땅히 붓을 꺾고 늦으나마 딴 길을 개척해볼 방도를 세워야할 것이다. 그럴 용기가 없는 나는 역시 단편소설의 탓은 아닐까 하고도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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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방 장편소설의 수난과 침해(侵害)는 거의 붓을 들어 기록하기에 황망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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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의 유일의 발표기관이 되어왔던 일간신문이 급격히 상업주의적으로 기울어지면서 전에 볼 수 없던 수많은 제약을 장편소설 위에 가하기 시작하였다. 늙은이 독자를 상대로 하라느니, 20 내지 30까지의 여성을 상대로 하라느니, 매일 매일 흥미와 스릴을 두라느니, 시민윤리에 대하여 엄청난 반대를 중지하라느니 등등으로 처음부터 자신의 문학을 번들번들하는 인조견으로 장식하려드는 사람이 아니고는 좀처럼 이 관문을 통과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앞으로 가일층 신문 저널리즘의 기업화는 박차를 더할 것이니 대체 조선의 장편소설 - 시민사회의 최대의 전형적 문학형식은 어디로 갈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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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서 한편으론 장편소설 그 자체의 형태적 붕괴가 가첨(加添)되었다. 본시 우리 문학 가운데 본격적인 ‘로만’이 발전해오지 못한 것은 이 땅의 동양적 후퇴성의 소치로서 하나의 조선적 성격을 이루고 있거니와 작금 구라파적 소설형태가 기형적으로나마 수입되면서 ‘로만’ 형식의 붕괴가 이곳에서도 눈에 뜨이게 되었다. 작가는 다시 이 ‘로만’의 붕괴에 대하여 일정한 인식과 자각을 갖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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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이러한 복잡한 상모를 띠고서 장편소설에 관한 논의는 전개되어 온 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쉽게 해결할 방책이 용이하게 솟아날 리가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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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서 비로소 최재서 씨가 주재하는 인문사에서 전작 장편소설 총서의 간행이 발표된 것이다. 최씨 역시 이 길밖에 장편의 신기축(新機軸)을 지을 도리가 없었던 것 같으며 우리 또한 지금과 같은 형세에서 이 이상 딴 길을 취할 방도가 막연하지 않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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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나는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떻게 이 수난 속에서 장편소설을 본격적으로 이끌고 나가려고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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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 ‘로만’개조의 방향이다. 현재 우리 문학이 도달한 제 성과를 자신의 체질로써 섭취하고 이것을 들고 곧바로 장편소설 개조의 대방향을 찾아보는 것이다. 양(兩) 1년간동안 내가 우리 작가에게서 배운 것은 좋은 의미에서의 풍속 세태의 문학적 가치다. 또한 외국문학에서 내가 친히 섭취하려한는 것은 가족사나 연대기에 관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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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의 작년 1년간 만들어낸 단편소설에 대하여는 여러 문우들이 여러 각도로 검토하여준 덕택으로 대개 그리 어긋나지 않는 평가를 내 자신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좋거나 글렀거나 이것을 토대로 하지 않고서는 아무런 좋은 기회일지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강렬한 이론적인 ‘모랄’로 파악 발전시키고 이것을 들고 전술한 제교훈 가운데로 들어간다. 이것은 누차 표명한 ‘모랄’론을 내 자신 장편소설 가운데서 실천하려는 중심적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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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상과 같은 것이 장편소설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방향 그 자체만은 그릇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나 실제로 해보면 어떤 것이 되려는지 나 자신으로도 흥미가 크다. 오직 나는 우리 문학 가운데 장편소설의 본격적인 것이 산출되는 날을 위하여 최초의 희생이 되어도 만족하려고 한다.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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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지』제2호, 1938년 8월]
【원문】장편소설에 대한 나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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