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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오재기(守吾齋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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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1
守吾齋記 (수오재기)
 
 
2
守吾齋者, 伯氏之所以名其室也.
3
守吾齋라는 것은 큰 형이 방을 이름 지은 것이다.
 
4
余始也疑之曰:
5
나는 처음에 그것을 의아해하며 말했다.
 
6
“物之與我, 固結而不相離者,
7
“사물 중에 나와 본래부터 이어져 있어 서로 떠나지 않는 것으로
 
8
莫切於吾.
9
나보다 절실한 건 없습니다.
 
10
雖不守奚適焉? 異哉之名也.”
11
그러니 비록 지키지 않더라도 어딜 가겠습니까. 기이한 이름입니다.”
 
12
自余謫鬐來, 嘗獨處思慮靜密,
13
그런데 내가 귀양지에 와서부터 일찍이 홀로 거처함에 생각이 정밀하여져서
 
14
一日恍然有得於斯.
15
하루아침에 아하! 하고 이에 터득함이 있었다.
 
16
蹶然起以自語曰:
17
뛸 듯 일어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18
“大凡天下之物, 皆不足守, 而唯吾之宜守也.
19
“천하의 물건은 모두 지킬 게 없으나, 오직 나만은 마땅히 지켜야 한다.
 
20
有能負吾田而逃者乎? 田不足守也.
21
나의 밭을 지고서 도망갈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니 밭은 지킬 게 없다.
 
22
有能戴吾宅而走者乎? 宅不足守也.
23
나의 집을 이고서 도주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니 집은 지킬 게 없다.
 
24
有能拔吾之園林花果諸木乎? 其根著地深矣.
25
나의 동산의 나무, 꽃, 과일, 여러 나무를 뽑을 수 있겠는가? 뿌리가 땅 깊이 박혀 있다.
 
26
有能攘吾之書籍而滅之乎?
27
나의 책을 빼앗아 없앨 수 있겠는가?
 
28
聖經賢傳之布于世,
29
성인의 經書와 현인의 傳書가 세상에 배포된 것이
 
30
如水火然, 孰能滅之.
31
물과 불이 흔한 것과 같으니, 누가 그것을 없애겠는가.
 
32
有能竊吾之衣與吾之糧而使吾窘乎?
33
나의 옷과 나의 식량을 훔쳐 나로 하여금 곤궁하게 할 수 있겠는가.
 
34
今夫天下之絲皆吾衣也, 天下之粟皆吾食也.
35
지금 천하의 실은 모두 나의 옷이고 천하의 곡식은 모두 나의 밥이다.
 
36
彼雖竊其一二, 能兼天下而竭之乎.
37
그러니 저들이 비록 1~2개를 훔치더라도 천하에 두루 있는 것을 고갈시킬 수 있겠는가.
 
38
則凡天下之物, 皆不足守也.
39
그러니 천하의 물건은 모두 지킬 게 없다.
 
40
獨所謂吾者, 其性善走, 出入無常.
41
유독 이른바 나라는 것은 성품이 잘 달아나 출입이 일정하지가 않다.
 
42
雖密切親附, 若不能相背,
43
비록 친밀하고 간절하여 친히 붙어 있어 서로 배반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44
而須臾不察, 無所不適.
45
잠시 동안 살피질 않으면 떠나지 않음이 없다.
 
46
利祿誘之則往, 威禍怵之則往,
47
이익과 봉록으로 나를 유혹하면 떠나고, 위엄과 재앙으로 나를 두렵게 하면 떠나며,
 
48
聽流商刻羽靡曼之聲則往,
49
아름다운 가을소리와 엄격한 羽調의 華美하고 더딘 소리를 들으면 떠나고,
 
50
見靑蛾皓齒妖豔之色則往.
51
파릇한 예쁜 눈썹, 흰 이, 요염한 얼굴색을 보면 떠난다.
 
52
往則不知反, 執之不能挽,
53
떠나고 돌아올 줄을 모르고 잡으려 해도 당겨지지 않기 때문에
 
54
故天下之易失者, 莫如吾也.
55
천하에 잃기 쉬운 것은 나만한 게 없는 것이다.
 
56
顧不當縶之維之扃之鐍之以固守之邪?
57
그러니 돌아보아 마땅히 얽어매고 그물을 치며 빗장 걸고, 자물쇠를 채워서 진실로 지켜야하지 않겠는가?
 
58
吾謾藏而失吾者也.
59
나는 게을리 간수하다가 나를 잃어버린 사람이다.
 
60
幼眇時見科名之可悅也,
61
어리고 작던 시절엔 과거시험 합격자 명단이 즐거워 보여
 
62
往而浸淫者十年.
63
가서 빠져든 지가 10년이었다.
 
64
遂轉而之朝行,
65
마침내 상황이 바뀌어 조정에 가서 행하게 되었으니,
 
66
忽爲之戴烏帽穿錦袍,
67
문득 烏帽를 쓰고 비단 두루마기를 입고서
 
68
猖狂馳于白晝大道之上, 如是者十二年.
69
미친 듯이 백주대낮에 대로 위를 달렸으니, 이렇게 한 지가 12년이다.
 
70
又轉而涉漢水踰鳥嶺,
71
또 상황이 바뀌어 한강을 건너고 새재를 넘어
 
72
離親戚棄墳墓,
73
친척들을 떠났고 선조의 墳墓를 져버리고
 
74
直趨乎溟海之濱叢篁之中而止焉.
75
곧바로 망망대해 물가의 대숲 속으로 달리다가 그쳤다.
 
76
吾於是流汗脅息, 遑遑汲汲,
77
나는 여기서 땀을 흘리고 움츠린 채 헐떡이며 급하고 급하게
 
78
追吾之蹤而同至也.
79
나의 자취를 쫓고서 함께 이르렀다.
 
80
曰: ‘子胡爲乎來此哉?
81
그러고서 나 자신에게 말했다. ‘자네 어째서 여기에 왔는가?
 
82
將爲狐魅之所引乎? 抑爲海神之所招乎?
83
여우와 도깨비에게 유인을 당했는가? 아니면 바다귀신의 꾐을 당했는가?
 
84
子之室家鄕黨皆在苕川,
85
자네의 방과 집과 고향은 모두 소내에 있는데
 
86
盍亦反其本矣?’
87
어찌 또한 근본으로 돌아가려하지 않는가?’
 
88
乃所謂吾者, 凝然不動而莫之知反,
89
이른바 나라는 것은 굳어버려 움직이질 않았고 돌아갈 줄 몰랐으며,
 
90
觀其色如有拘留者,
91
얼굴색을 살펴보면 구속됨이 있어,
 
92
欲從以反而弗能也,
93
따라서 돌아가게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어서
 
94
遂執與之共住焉.
95
마침내 잡고서 함께 살았던 것이다.
 
96
是時吾仲氏佐郞公亦失其吾,
97
나의 둘째 형님 佐郞公께서도 또한 자신을 잃어버렸고
 
98
而追而至於南海之中, 亦執與之共住焉.
99
쫓으며 남해에 이르렀으니, 마찬가지로 잡고서 함께 살고 있다.
 
100
獨吾伯氏得不失其吾, 而安然端坐於守吾之齋,
101
홀로 나의 큰 형님만이 나를 잃지 않아 편안히 守吾齋에 단정히 앉아 계시니,
 
102
豈不以其守之有素而得不失之也乎?
103
평소에 지키던 것으로 잃지 않았던 것이 아니겠는가.
 
104
此其所以名其齋者歟.
105
그러니 이것이 서재를 이름 지은 까닭이로구나.
 
106
伯氏嘗言曰: “先人字余曰‘太玄,’
107
큰 형님께서 일찍이 말씀하셨다. “아버님께서 나에게 ‘太玄’이라 字를 지어주셨으니,
 
108
吾將獨守吾太玄, 是以名吾齋.”
109
나는 장차 홀로 나의 ‘태현’을 지켜, 이것으로 나의 방을 이름 짓겠노라.”
 
110
此其託辭也.
111
하지만 이것은 핑계를 대며 꾸며낸 말이다.
 
112
孟子曰: “守孰爲大, 守身爲大.”
113
맹자께서 “무엇을 지킴이 가장 위대한 것인가? 몸을 지킴이 가장 위대하다.”라고 했으니,
 
114
誠哉言乎.
115
참이로구나, 이 말이여.
 
116
遂書其所自語者, 報于伯氏, 以爲守吾齋記. -『與猶堂全書』
117
마침내 스스로 말한 것을 글로 써서 큰 형님께 알리고 수오재의 기문으로 삼는다.
【원문】수오재기(守吾齋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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