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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신소설』에 실린 「신문지와 철창」이란 일편은 내가 대구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 있을 때에 그 주인공 같은 실재 인물을 같은 감방에서 보았다. 그의 주름살 잡히고 찢어진 옷을 입은 모양과 누구를 원망하는 듯 스스로를 조소하는 듯한 그 태도와 눈물겨운 가정생활들을 꺼칠꺼칠한 목청으로 들을 때에 나는 이상한 흥미를 느꼈다. 그리하여 그 노인의 성격을 내 마음에 맞도록 조금조금 곤치기도 하고 테마도 뺄 것을 빼고 내 머리 속에서 만든 부분을 보충도 하여 이 일편을 만들어 낸 것이니 이것이 내가 10여 년을 두고 장단편 소설 수십 편을 쓴 속에서 실사실(實事實)을 가장 많이 취급하여 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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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있는 「조선의 얼굴」이나 「타락자」나 「지새는 안개」나 「피아노」 「불」같은 다수한 작품은 대개가 극히 적은 암시를 우연한 기회에 받아 두었다가 구상을 발전시키고 표현을 요리시키어 맨들어 낸 것이니 대개는 상상의 산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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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체로 소설을 씀에 있어서 실사실에서 재료를 취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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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말이나 소설은 실사실이나 혹은 실재 인물에 있어서 그것을 작품화하는 것이 쉬울 것같이 생각된다. 이미 있는 인물이매 늘 보고 듣고 하여 산 성격과 산 동작이 떠오를 상싶다. 그러나 어쩐지 상상으로 그리는 편이 편하여 나는 실제 테마와 실제 인물에 그렇게 치중하여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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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로 반드시 천재 · 영웅 · 미인 등은 취급하지 않는다. 나의 주장은 평범인을 취급하되 그 평범인의 비범성을 붙잡는데 노력한다. 인물이야 어떤 것인들 거리끼랴. 또 사건도 어떤 것이들 소설가가 바라볼 때에는 다 재료가 될 수 있다. 다만 여기에 평탄한 테마 중의 비범 부분과 평범한 인물 중의 비범사를 붙잡으면 족하다 아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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