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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는 도깨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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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2
방정환
1
말하는 도깨비
 
 
2
요전 번에 발명왕 에디슨 선생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3
그 에디슨 선생이 하루는 친한 친구들에게 ‘저녁 밥을 같이 먹자.’고 청해 왔습니다. 그런데, 저녁 준비를 일찍이 해 두지 못했던지, 손님들은 시장해 하는데 저녁 잔치가 밤이 꽤 깊어서야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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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잔치가 끝이 날 때는 벌써 밤이 몹시 깊었으므로 먼 곳에서 온 사람은 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5
에디슨은 친구들을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붙들고 방 하나를 치우고 자리를 펴놓았습니다.
 
6
친구들은 하는 수 없이 그 집에서 자고 가기로 하고 웃옷을 벗고 등불을 가리워 놓고 자리에 퍼덕거리고 누워서 잠이 올 때까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고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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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는 잠이 들어 버리고 그 중 한 사람이 잠이 들락말락할 때에 열점 치는 시계 소리가 ‘땡땡’ 들리므로, 시끄러워서 돌아 드러누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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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어디서인지 이상한 소리가 ‘끽’하고 들리므로 이게 무언가 하고 귀를 기울이니까, 이번에는 아주 무서운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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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점이다. 이젠 두 시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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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니다. 그만 벌벌 떨면서 소리도 크게 못 내고 자는 사람을 꾹 찔러 깨워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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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여보게 큰일 났네. 어디서 이상스런 소리가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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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으나, 그 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아니하므로 그 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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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공연한 소리 하지 말고 어서 잠이나 자게. 나기는 무에가 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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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도로 누워서 코를 쿨쿨 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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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도 하는 수 없이 가만히 드러누워 있으려니까 한참 만에 열한 점치는 소리가 나니까 또 그 이상스런 소리가 ‘끽’하고 나기 시작하므로 그만 머리가 쭈삣하여지면서 겁이 벌컥 나서 가슴이 울렁울렁하였습니다. 그래 얼른 넌지시 잠든 사람을 깨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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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점이다. 인제 한 시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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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소리같이 험상스런 소리가 분명히 장 밑에서 이렇게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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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두 사람이 모두 벌벌 떨면서 간신히 여러 사람을 깨워 가느다란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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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큰일 났네. 이 집에 도깨비가 있네그려. 저 컴컴한 장 밑에서 인제 한 시간 남았다! 그러니 그게 웬일인가.”
 
20
“한 시간 남은 게 무언가?”
 
21
“글쎄, 분명히 귀신의 소리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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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숙덕숙덕하고 있노라니까, 이번에는 열두 점 치는 소리가 ‘땡땡’났습니다. 여러 사람들은 그만 서로 손목을 꼭 잡고 숨도 크게 못 쉬고 있는데 또 그 ‘끽’하는 이상스런 소리가 나더니 이번에는 무서운 소리로,
 
23
“열두 점이다. 죽을 준비를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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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준비! 그만 큰일 났다고 눈들을 둥그레져서, ‘사람 살리우!’ 소리를 지르면서 제각기 뛰어 에디슨의 방으로 가서 사람 살려 달라고 야단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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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에디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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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시오. 무슨 일이 생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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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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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무슨 일이 무언가. 그 방에 귀신이 있네. 저승 귀신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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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귀신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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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저승 귀신이야. 열 점을 치니까 ‘끽’하고, ‘열 점을 쳤다, 두시간 남았다!’ 그러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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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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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말고. 분명히 귀신의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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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들었겠다. 그러면 그 다음엔?”
 
34
“그 다음엔 열한 점을 쳤다. 한 시간 남았다! 그러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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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분명히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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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말고……. 그러더니 열두 점을 치니까 열두 점이다. 죽을 준비해라! 하데그려. 그게 저승 귀신이 아니고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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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덕허덕하면서 이렇게 수선을 피는데 에디슨은 차근차근히 듣고 나서 벙글벙글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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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 되었네. 자아, 나를 따라오게. 내가 그 저승 귀신을 보여 줄 것이니 조금도 겁낼 것은 없네…….”
 
39
하고 겁이 나서 벌벌 떠는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그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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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문턱에 선 채로 벌벌 떨고만 있는데 에디슨은 불을 밝히고 장 밑에서 조그만 궤짝 한 개를 꺼내 보이고,
 
41
“자아, 여러분을 놀래인 저승 귀신이 이것이오! 자세히 보시오. 이것은 내가 이번에 처음 생각해서 만들어 놓은 기계올시다. 시험도 할 겸하여 미리 떠들지 아니하고 그리한 것이니 용서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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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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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그제야 달려들어 에디슨의 손목을 잡고 그의 새 발명을 치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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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에디슨 선생이 유성기를 처음 발명하여 비로소 세상에 발표하는 첫날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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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2권 2호, 1924년 2월호, ㅈ·ㅎ생〉
【원문】말하는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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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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