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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수감록이라고 하였으니 이전의 어떠한 생각이나 감상보다도 이제 순간의 느낌을 가지고 몇 마디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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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선 사람은 일반적으로 가장 큰 통폐가 있으니 그것은 일의 크고 작은 것과 또는 쉽고 어려움을 막론하고 그 일에 당면하는 이로서 먼저 그 뇌를 차갑게 하고 마음을 극히 덥게 가져야 할 터인데, 이와 정반대로 그 뇌는 몹시 더운 반면 마음은 몹시 차서 일의 착각 내지 인식부족으로 여러 가지 일을 잡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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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서로 간에 공경과 또는 상호부조가 없으며, 공연히 다른 사람 일에 오해와 시기를 갖게 되고, 좀 더 크게는 그 사회를 현혹 요란케 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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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차기 때문에 자기가 발붙이고 있는 그 사회에 대해서 활동력과 열심이 부족하고, 따라서 지구성이 전연 없는 결함을 때때로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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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훨씬 나은 선진 사회의 외관이나 그 내관이 충실하고 우리와 다른 민족에 있어 어떤 난국이라도 쉽게 타개해 나갈 수 있는 그 점은 오로지 뇌가 차고 마음이 뜨겁기 때문에 모든 일에 침착을 잃지 않고 그 활동력이 강하며 따라서 지구성이 풍부한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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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의 이 새해가 가장 풍운이 급하고 또한 일이 많은 때라고 하면, 우리는 이 한 해를 지내는 동안에 일반으로 목표 있는 운동을 하고 또 그 지도자층의 선배로 있는 분일수록 좀 더 그 뇌를 차게 가져 시국을 가장 똑바로 관찰하고 서로 사이에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일에 당면하여야 할 것이며, 파란과 알력이 많은 우리네 사회에 있어 되도록 뜨거운 마음으로 XXXXXXXX 우리의 광명을 찾기까지 분투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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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보아 우리는 앞으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민족인 만치 어려운 비상시기를 당할수록 침착한 생각과 비상한 활동을 해서 난국을 타개하고 갱생의 익으로 매진할 그러한 신조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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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감의 한 단면으로 이 몇 마디 말씀을 조선 동포에게 삼가 나누어 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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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곤》, 9권1호, 193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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