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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애전(銀愛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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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德懋(이덕무)
조선 후기에 이덕무 (李德懋)가 지은 한문 전(傳). 작자의 문집 《아정유고(雅亭遺稿)》에 실려 있다. 작품을 만든 동기는 1790년(정조 14) 정조가 모든 옥안(獄案)을 심리하다가 김은애와 신여척을 살리게 하고, 이덕무로 하여금 전을 짓게 하여 내각의 《일력(日曆)》에 싣게 하였다.
1
銀愛傳 (은애전)
2
李德懋(이덕무)
 
 
3
庚戌六月(경술륙월)
4
上審理諸獄案(상심리제옥안)
5
命金銀愛(명금은애) 申汝倜傅生(신여척부생)
6
仍命撰傳載之內閣日曆(잉명찬전재지내각일력)
 
7
경술년 6월에
8
임금이 여러 옥안(獄案)을 심리하여
9
김은애(金銀愛) 신여척(申汝倜)을 살리는 데에 부치라고 명하고,
10
인하여 전을 지어 내각 일력(內閣日曆)에 실으라고 명하였다.
 
 
11
銀愛金姓(은애금성)
12
康津縣塔洞里之良家女也(강진현탑동리지량가녀야)
13
里有安嫗者(리유안구자) 故娼也(고창야)
14
陂險荒唐(피험황당)
15
多口說(다구설)
16
疥癩遍體(개라편체)
17
不任搔癢(불임소양)
18
發心(발심)
19
益不愼言(익불신언)
 
20
은애의 성은 김씨니
21
강진현(康津縣) 탑동리(塔洞里) 양가(良家)의 딸이다.
22
마을에 안 노파라는 자가 있었는데 예전 창기였다.
23
성질이 험피(險陂)하고 황당하며
24
말이 많은 데다가
25
온몸이 개창이어서
26
마음대로 가려운 곳을 긁지 못하기 때문에
27
심질(心疾)이 일어나면
28
더욱 말을 삼가지 못하였다.
 
 
29
嘗丐貸米豆鹽豉于銀愛之母(상개대미두염시우은애지모)
30
母有時不與(모유시불여)
31
嫗輒慍患(구첩온환)
32
思欲中之(사욕중지)
 
33
일찍이 쌀ㆍ콩ㆍ소금ㆍ메주 등을 은애의 어머니에게 구걸하고 꾸었는데,
34
은애의 어머니가 때로는 주지 않았으므로
35
노파가 문득 노하고 한하여
36
해치려고 생각하였다.
 
 
37
里童子崔正連(리동자최정련)
38
卽嫗之夫之妹之孫也(즉구지부지매지손야)
39
年十四五(년십사오)
40
冲穉娟好(충치연호)
 
41
마을에 사는 동자 최정련(崔正連)은
42
곧 노파의 남편의 누이의 손자이다.
43
나이 십 사오세 되었는데
44
어리고 예쁘장하게 생겼다.
 
 
45
嫗試挑之以男女昬媾之事(구시도지이남녀혼구지사)
46
仍說之曰(잉설지왈)
47
娶妻知銀愛者(취처지은애자) 顧何如(고하여)
48
正連笑曰(정련소왈)
49
銀愛美艶(은애미염)
50
豈不幸甚(기불행심)
 
51
노파가 시험삼아 남녀의 혼인하는 일로 꾀고
52
인하여 유혹하기를,
53
"은애 같은 여자를 아내로 얻으면 어떠하냐?"하니,
54
정련이 웃으며 말하기를,
55
"은애는 아름답고 고우니
56
어찌 좋지 않겠는가요."하였다.
 
 
57
嫗曰(구왈)
58
第倡言(제창언) 若業已私䬶愛者(약업이사안애자)
59
吾爲若成之(오위약성지)
 
60
노파가 말하기를,
61
"네가 이미 은애와 사통하였다고 말만 내면
62
내가 너를 위하여 성사하여 주겠다."하였다.
 
 
63
正連日諾(정련일낙)
64
嫗曰(구왈)
65
吾患疥癩(오환개라)
66
而醫言瘍科藥料直最高(이의언양과약료직최고)
67
事苟成(사구성)
68
若爲我當之(약위아당지)
 
69
이에 정련이 그리하겠다고 하니,
70
노파가 다시 말하기를,
71
"내가 개창을 앓고 있는데
72
의원의 말이 '개창의 약값이 대단히 비싸다.' 하니,
73
일이 만일 성공하게 되면
74
네가 나를 위하여 약값을 담당하라."하였다.
 
 
75
正連曰(정련왈)
76
敢不如敎(감불여교)
77
一日嫗夫自外而至(일일구부자외이지)
78
嫗曰(구왈)
79
銀愛耽正連(은애탐정련)
80
要我行媒(요아행매)
81
期于吾家爲正連大母所覺(기우오가위정련대모소각)
82
銀愛爬牆而遁(은애파장이둔)
83
夫切責曰(부절책왈)
84
正連家世微(정련가세미)
85
而銀愛室女也(이은애실녀야)
86
愼勿出口(신물출구)
 
87
이에 정련이 말하기를,
88
"말씀대로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였다.
89
하루는 노파의 남편이 밖에서 들어오니,
90
노파가 말하기를,
91
"은애가 정련을 좋아하여
92
나더러 중매를 서달라고 해서
93
우리 집으로 약속하였는데, 정련의 할머니에게 발각되어
94
은애가 담을 기어넘어 도망하였다."하니,
95
남편이 준절히 책하기를,
96
"정련은 가세(家世)가 미천하고
97
은애는 규중의 처녀이니
98
그런 말을 부디 입 밖에 내지 말라."하였다.
 
 
99
於是一城喧藉(어시일성훤자)
100
銀愛嫁幾不得售(은애가기불득수)
101
惟里人金養俊(유리인금양준)
102
深知其明白也(심지기명백야)
103
遂娶以爲室(수취이위실)
104
則誣言益播(칙무언익파)
105
尤不忍聞(우불인문)
 
106
이에 온 성안에 그 말이 퍼져서
107
은애가 시집을 갈 수가 없었는데,
108
오직 마을 사람 김양준(金養俊)이
109
그 명백한 것을 깊이 알고
110
드디어 장가들어 아내를 삼았으나,
111
무고하는 말은 더욱 퍼져
112
차마 들을 수가 없었다.
 
 
113
己酉閨五月二十五日(기유규오월이십오일)
114
安嫗大言曰(안구대언왈)
115
初與正連約行媒(초여정련약행매)
116
報我藥直(보아약치)
117
銀愛忽畔而嫁他夫(은애홀반이가타부)
118
則正連不如約(칙정련불여약)
119
我病自此谻(아병자차갹)
120
銀愛眞我仇(은애진아구)
 
121
기유년 윤 5월 25일
122
안 노파가 떠들기를,
123
"처음에 정련과 약속하기를, 중매를 해주면
124
내 약값을 갚아주겠다고 하였는데
125
은애가 홀연히 배반하고 다른 남편에게로 시집갔으므로
126
정련이 약속대로 하지 않아서
127
내 병은 이때부터 심하여졌으니
128
은애는 참으로 나의 원수다."하였다.
 
 
129
里中老少(리중로소)
130
相顧駭愕(상고해악)
131
瞬目搖手(순목요수)
132
不敢出言(불감출언)
133
銀愛素剛(은애소강)
134
毒受嫗誣辱(독수구무욕)
135
已二年(이이년)
 
136
마을 안의 늙은이 젊은이가
137
서로 돌아보며 깜짝 놀라서
138
눈을 끔벅이고 손을 내둘러
139
감히 말을 내지 못하였다.
140
은애는 성품이 본래 강하고
141
독한데 노파의 무고를 받은 지가
142
이미 2년이나 되었다.
 
 
143
至此尤愧恨(지차우괴한)
144
實不能堪(실불능감)
145
必欲手剮安嫗(필욕수과안구)
146
一洗此寃憤而不可得(일세차원분이불가득)
 
147
이때에 와서는 더욱 부끄럽고 한스러워
148
실로 견딜 수가 없어
149
반드시 손수 안 노파를 찔러
150
이 원통하고 분한 것을 한 번 씻고자 하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151
翌日(익일)
152
値家人不在(치가인불재)
153
伺安嫗獨宿(사안구독숙)
154
夜一更(야일경)
155
持厨刀(지주도)
156
揎袖扱帬(선수급군)
157
颯然而步(삽연이보)
158
直入安嫗之寢(직입안구지침)
 
159
이튿날
160
집안 식구가 없는 틈을 타서
161
안 노파가 혼자 자는 것을 엿보고,
162
밤 1경(更)에
163
부엌칼을 가지고
164
소매를 걷어붙이고 치마 자락을 걷어 끼고
165
나는 듯이 걸어서
166
곧장 안 노파의 침실로 들어갔다.
 
 
167
一燈翳翳(일등예예)
168
嫗孤坐(구고좌)
169
將就眠(장취면)
170
露半體(로반체)
171
只繫帬(지계군)
172
銀愛橫刀而前(은애횡도이전)
173
眉眼俱倒竪(미안구도수)
174
數之曰(수지왈)
175
昨日之誣(작일지무)
176
甚於平昔(심어평석)
177
吾欲甘心于爾(오욕감심우이)
178
爾嘗此刀(이상차도)
 
179
등잔불은 희미한데
180
노파가 외따로 앉아
181
장차 자려는 모양인지
182
반신을 드러내고
183
치마만 매고 있었다.
184
은애가 칼을 비껴들고 앞으로 다가서서
185
눈썹과 눈을 거꾸로 세우고
186
수죄하기를,
187
"어제의 무고함은
188
평소 때보다도 심하다.
189
내가 네게 원한을 풀고자 하니 "
190
너는 이 칼을 맛보아라.하였다.
 
 
191
嫗意以爲彼固纖弱(구의이위피고섬약)
192
不足有爲(불족유위)
193
應曰(응왈)
194
欲刺試刺(욕자시자)
 
195
노파 생각에 제가 섬섬 약질이니
196
족히 하지 못한다 하고
197
응하기를,
198
"찌르고 싶거든 찔러보아라."하였다.
 
 
199
銀愛疾聲曰(은애질성왈)
200
可勝言哉(가승언재)
201
側身倐刺其喉左(측신숙자기후좌)
202
嫗猶活(구유활)
203
急把其持刀之腕(급파기지도지완)
204
銀愛瞥然抽掣(은애별연추체)
205
又刺喉右(우자후우)
 
206
이때 은애가 빠른 소리로 말하기를,
207
"여러 말 할 것 없다."하고
208
몸을 비키며 번개같이 목구멍 좌측을 찔렀으나
209
노파가 오히려 살아서
210
급히 칼 가진 팔뚝을 잡으니
211
은애가 홱 뿌리치며
212
또 목구멍 우측을 찔렀다.
 
 
213
嫗始右仆(구시우부)
214
遂蹲踞于旁(수준거우방)
215
刺缺盆之左(자결분지좌)
216
又刺肩胛(우자견갑)
217
腋胑䏩膊頸及乳皆左也(액지협박경급유개좌야)
218
末迺刺右脊背(말내자우척배)
219
或二刺三刺(혹이자삼자)
220
揮霍飛騰(휘곽비등)
221
一刺卽一罵(일자즉일매)
222
凡十有八刺(범십유팔자)
 
223
노파가 비로소 우편으로 쓰러지므로
224
드디어 옆에 쭈그려 앉아서
225
어깨 위의 좌편을 찌르고
226
또 견갑(肩胛)ㆍ
227
겨드랑ㆍ팔ㆍ목ㆍ젖을 찔렀으니 모두 좌편이다.
228
끝으로 우편 척추 등을 찔렀는데
229
혹 두 번, 세 번 찌르고
230
소리를 지르며 날치니,
231
한 번 찌르고 한 번 꾸짖기를
232
무릇 열여덟 번이나 하였다.
 
 
233
未睱拭刀血(미하식도혈)
234
下堂出門(하당출문)
235
急向正連之家(급향정련지가)
236
聊以洩餘憤焉(료이설여분언)
237
路遠其母泣挽而歸(로원기모읍만이귀)
238
銀愛時年十八(은애시년십팔)
 
239
칼의 피를 씻을 겨를도 없이
240
당에 내려와 문을 나와서
241
급히 정련의 집으로 향하여
242
남은 분을 풀고자 하였으나,
243
길이 멀고 그 어머니가 울며 말리어 돌아왔다.
244
은애의 그때 나이 18세다.
 
 
245
里正奔告于官(리정분고우관)
246
縣監朴載淳(현감박재순)
247
盛威儀(성위의)
248
肆嫗屍(사구시)
249
驗刺死狀(험자사상)
250
究銀愛刺嫗何爲(구은애자구하위)
251
且嫗健婦(차구건부)
252
汝弱女(여약녀)
253
今創刺㐫悍(금창자㐫한)
254
匪若獨辦(비약독판)
255
無隱直告(무은직고)
256
時伍伯離立猙獰(시오백리립쟁영)
257
刑具滿地(형구만지)
258
干連瑟縮無人色(간련슬축무인색)
 
259
이정(里正)이 달려가 관(官)에 고하니
260
현감(縣監) 박재순(朴載淳)이
261
위의를 성하게 베풀고
262
노파의 시체를 진열하여
263
찔려 죽은 모양을 검사하고
264
은애에게 캐어 묻기를, "무엇 때문에 노파를 찔렀느냐?
265
또 노파는 건장한 여자이고
266
너는 약한 여자인데,
267
지금 찌른 자리가 흉하고 사나워서
268
혼자 한 것 같지 않으니
269
숨김없이 사실대로 고하라."하였다.
270
오백(伍伯; 형을 집행하는 사람)은 늘어서서 흉악한 얼굴을 하고 있고
271
형구는 땅에 가득하니,
272
관계있는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 어쩔 줄을 몰랐다.
 
 
273
銀愛項有枷(은애항유가)
274
手有拲(수유공)
275
脚有鐐(각유료)
276
拘攣縛束(구련박속)
277
體弱委垂(체약위수)
278
殆不能支(태불능지)
279
然面無怖(연면무포)
280
言無哀(언무애)
281
毅然而對曰(의연이대왈)
282
欸官我父母(애관아부모)
283
試聽囚言(시청수언)
284
室女受誣(실녀수무)
285
不汚猶汚(불오유오)
286
嫗本娼家(구본창가)
287
敢誣室女(감무실녀)
288
古今天下(고금천하)
289
寧有是哉(녕유시재)
290
囚之刺嫗(수지자구)
291
豈可得已(기가득이)
292
囚雖蒙獃(수수몽애)
293
甞聞我殺人(상문아살인)
294
官誅身固知(관주신고지)
295
昨日殺嫗(작일살구)
296
今日當伏誅(금일당복주)
 
297
은애는 목에는 칼을 쓰고
298
손에는 차꼬를 채이고
299
다리는 요(鐐)에 묶여서
300
오그라지고 속박당하였으며
301
또 몸이 약하여 축 늘어져서
302
거의 지탱할 수가 없었으나,
303
얼굴에는 두려워하는 빛이 없고
304
말은 슬퍼하는 기색이 없이
305
꿋꿋하게 대답하기를,
306
"아이구! 관장은 우리 부모이시니
307
죄수의 말을 좀 들어 보시오.
308
처녀가 무고를 당하면
309
더럽히지 않아도 더럽힌 것 같습니다.
310
노파는 본래 창가 (娼家)인데
311
감히 처녀를 무고하니
312
고금 천하에
313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314
죄수가 노파를 찌른 것은
315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316
죄수가 비록 어리고 어리석기는 하오나
317
일찍이 들으니, 사람을 죽이면
318
몸을 베이게 된다 하매,
319
어제 노파를 죽였으니
320
오늘 베임을 당할 것은 알겠습니다.
 
 
321
雖然(수연)
322
嫗旣囚刺誣人之律(구기수자무인지률)
323
官無所施(관무소시)
324
但願官家打殺正連(단원관가타살정련)
325
且念囚獨受誣(차념수독수무)
326
更有何人助囚(경유하인조수)
327
共剚行此㐫事(공사행차㐫사)
 
328
그러나
329
노파는 이미 죄수가 찔러 죽였지만 사람을 무고한 죄에 대해서
330
관가에서 베푼 것이 없으니,
331
원컨대 관가에서 정련을 때려 죽여 주소서.
332
또 생각하여 보십시오. 죄수가 혼자서 무고를 받았으니
333
어떤 사람이 죄수를 도와 함께 계획하여
334
이 흉한 일을 행하였겠습니까?"하였다.
 
 
335
縣監太息良久(현감태식량구)
336
取驗刺嫗時服餙苧衫苧帬(취험자구시복희저삼저군)
337
都是殷赤(도시은적)
338
幾不辨衫白而帬靑(기불변삼백이군청)
339
悚而壯之(송이장지)
340
雖欲原釋法不可屈(수욕원석법불가굴)
341
彌縫讞詞(미봉얼사)
342
上于觀察使(상우관찰사)
343
觀察使尹行元(관찰사윤행원)
344
亦飭推官(역칙추관)
345
姑究其同謀爲誰(고구기동모위수)
346
以緩其抵法(이완기저법)
347
訊覈凡九次(신핵범구차)
348
詞如一(사여일)
349
惟正連沖穉(유정련충치)
350
爲嫗詿誤(위구괘오)
351
置不問(치불문)
 
352
현감이 한참 동안 크게 탄식하다가
353
노파를 찌르던 때의 복식(服飾)을 가져다가 검사하여 보니, 모시 적삼과 모시 치마가
354
모두 빨갛게 물들어서
355
흰 적삼과 푸른 치마의 빛깔을 분변할 수 없었다.
356
놀라고 장하게 여기어
357
비록 용서하여 석방하고자 하나 법은 어길 수가 없었으므로
358
논죄하는 옥사(獄詞)를 어물어물 꾸미어
359
관찰사에게 올렸다.
360
관찰사 윤행원(尹行元)도
361
또한 추관(推官)에게 신칙하여
362
다시 동모자가 누구인가를 캐어 묻게 하고
363
처형하는 것을 늦추어
364
아홉 차례를 신문하였으나,
365
말이 한결같았다.
366
오직 정련은 나이 어리어
367
노파에게 오도(誤導)되었으므로
368
내버려두고 묻지 않았다.
 
 
369
庚戌夏(경술하)
370
國有大慶(국유대경)
371
上錄死囚(상록사수)
372
觀察使尹蓍東上此獄(관찰사윤시동상차옥)
373
而讞詞頗微婉(이얼사파미완)
 
374
경술년 여름에
375
나라에 큰 경사가 있어
376
죽을 죄수를 기록하여 올리는데,
377
관찰사 윤시동(尹蓍東)이 이 옥사(獄事)를 올리면서
378
심판한 말이 매우 측은하고 완곡하였다.
 
 
379
上惻然欲傅生(상측연욕부생)
380
重其事(중기사)
381
命刑曹就議于大臣(명형조취의우대신)
 
382
임금이 불쌍히 여기어 살리는 데에 붙이고자 하였으나
383
그 일을 중하게 여기어
384
형조(刑曹)에 명하여 대신과 함께 의논하게 하였다.
 
 
385
大臣蔡濟恭献議(대신채제공헌의)
386
銀愛報怨(은애보원)
387
雖出至寃(수출지원)
388
罪犯殺人(죄범살인)
389
臣不敢爲參恕之論(신불감위참서지론)
 
390
대신 채제공(蔡濟恭)이 의논을 드리기를,
391
"은애가 원한을 갚은 것이
392
비록 지극히 원통한 데서 나왔으나
393
살인죄를 범하였으니,
394
신은 감히 용서하는 의논을 할 수 없습니다."하였다.
 
 
395
上下批若曰(상하비약왈)
396
貞女被淫誣(정녀피음무)
397
天下之切寃(천하지절원)
398
夫以銀愛之貞(부이은애지정)
399
判一死顧易爾(판일사고역이)
400
然恐徒死無人知也(연공도사무인지야)
401
故提刀殺仇(고제도살구)
402
使鄕黨(사향당)
403
曉然知己則無玷(효연지기즉무점)
404
彼固可剮(피고가과)
405
若銀愛而生于列國之世者(약은애이생우렬국지세자)
406
其跡雖異(기적수이)
407
將與聶嫈齊其名(장여섭앵제기명)
408
而太史之傳(이태사지전)
409
烏可已也(오가이야)
410
昔海西處女殺人(석해서처녀살인)
411
似此獄(사차옥)
412
監司請宥(감사청유)
413
先王褒諭凾從之(선왕포유함종지)
 
414
임금이 비답을 내리기를,
415
"정녀(貞女)가 음란하다는 무고를 당한 것은
416
천하의 지극히 원통한 일이다.
417
은애의 정렬로
418
한 번 죽는 것을 판단하는 것은 도리어 쉽지마는
419
그러나 한갓 죽기만 하면 실정을 아는 이가 없을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420
그러므로 칼을 쥐고 원수를 죽이어
421
향당(鄕黨)으로 하여금
422
자신은 하자가 없고
423
저 노파는 죽여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한 것이니,
424
은애 같은 사람이 열국(列國)의 세상에 났었다면
425
그 자취는 비록 다르나
426
장차 섭영(聶榮)과 이름을 가지런히 할 것이라,
427
태사씨(太史氏)가 전을
428
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429
옛날 해서(海西)의 처녀가 사람을 죽인 것이
430
이 옥사와 같았는데
431
감사가 사유(赦宥)하기를 청하니,
432
선왕께서 포양하여 하유하시고 곧 그대로 따르시었다.
 
 
433
女方出獄(녀방출옥)
434
媒儈雲集(매쾌운집)
435
爭購千金(쟁구천금)
436
竟爲士妻(경위사처)
437
至今傳爲美談(지금전위미담)
 
438
여자가 옥에서 나오자
439
중매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440
다투어 천금으로 사서
441
마침내 사족의 아내가 되었는데,
442
지금까지 전하여 아름다운 얘깃거리로 삼는다.
 
 
443
然銀愛黽勉含寃至適人(연은애민면함원지적인)
444
方報怨則尤難矣(방보원칙우난의)
445
不宥銀愛(불유은애)
446
何以樹風敎(하이수풍교)
447
特貸其死(특대기사)
 
448
그러나 은애는 억지로 원통한 것을 참고 있다가 출가한 뒤에
449
그제야 원한을 갚았으니 더욱 어려운 일이다.
450
은애를 용서하지 않으면
451
어떻게 풍교(風敎)를 세우겠는가?
452
특별히 사형을 용서한다.
 
 
453
向者長興申汝倜之放(향자장흥신여척지방)
454
盖出於敦倫常重氣節(개출어돈륜상중기절)
455
今宥銀愛(금유은애)
456
亦類是爾(역류시이)
 
457
지난날에 장흥(長興)의 신여척(申汝倜)을 석방한 것은
458
대개 윤상(倫常)을 돈독하게 하고 기절(氣節)을 중하게 여기는 데에서 나왔는데
459
지금 은애를 용서하는 것이
460
또 이와 같다.
 
 
461
銀愛汝倜兩獄案(은애여척량옥안)
462
頒其大略于湖以南(반기대략우호이남)
463
俾人人無不知也(비인인무불지야)
464
先是(선시)
465
汝倜同里金順昌(여척동리금순창)
466
留其弟順南看屋(류기제순남간옥)
467
與妻耘田而歸(여처운전이귀)
468
妻㪺小麥減二升(처구소맥감이승)
 
469
은애ㆍ여척의 두 옥안(獄案)의
470
그 대략을 호남(湖南)에 반포하여
471
사람마다 알지 못하는 이가 없게 하라."하였다.
472
이보다 먼저
473
신여척과 같은 마을에 사는 김순창(金順昌)이,
474
그 아우 순남(順南)에게 집을 보게 하고
475
아내와 더불어 밭에 김을 매고 돌아왔는데,
476
그 아내가 보리를 되어 보니 두 되가 축이 났다.
 
 
477
訾曰(자왈)
478
叔在而麥不存(숙재이맥불존)
479
眞恠事(진괴사)
480
順昌詬順南曰(순창후순남왈)
481
看我屋偸我糓(간아옥투아곡)
482
非盜而何(비도이하)
483
爾其自服(이기자복)
484
順南方病卧(순남방병와)
485
不堪寃痛(불감원통)
486
泣鳴咽(읍명인)
487
順昌睨曰(순창예왈)
488
盜亦悔泣耶(도역회읍야)
489
擧杵撞其腦(거저당기뇌)
490
順南委頓(순남위돈)
491
幾不得生(기불득생)
492
隣人咸集(린인함집)
493
心怒不忍言(심노불인언)
 
494
이에 헐뜯기를
495
"시동생이 있는데 보리가 없어졌으니
496
참 괴이한 일이다."하니,
497
순창이 순남을 꾸짖어 욕하기를,
498
“우리 집을 보면서 우리 곡식을 훔쳐갔으니
499
도둑이 아니고 무엇인가.
500
너는 자복하여라”고 하니
501
순남이 병나서 누워
502
원통함을 견디지 못하고
503
눈물을 흘리며 우니
504
순창이 흘겨보며 이르기를
505
"도적도 또한 뉘우쳐 우느냐?"하고
506
절구를 들어 머리를 때리니,
507
순남이 고개를 떨구고
508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509
이웃 사람들이 모두 모여
510
마음으로 노했으나 감히 말은 못하였다.
 
 
511
惟田厚淡者(유전후담자)
512
調解之曰(조해지왈)
513
古語有之(고어유지)
514
一斗粟尙可舂(일두속상가용)
515
二升麥胡大事(이승맥호대사)
516
奈何兄弟不相容(내하형제불상용)
517
順昌罵不已(순창매불이)
 
518
오직 전후담(田厚淡)이란 자가
519
조정하여 풀어 이르기를,
520
"옛말에
521
'한 말 곡식도 찧어서 같이 먹을 수가 있다.' 하였으니,
522
두 되 보리가 무엇이 대단한가?
523
어째서 형제간에 서로 용납하지 못하는가?"하니,
524
순창이 욕설을 퍼부어 마지않았다.
 
 
525
厚淡往見汝倜(후담왕견여척)
526
慨然言之(개연언지)
527
汝倜艴然扼腕而起曰(여척불연액완이기왈)
528
順昌非人(순창비인)
529
急如順昌家(급여순창가)
530
捉䯻而責之曰(착고이책지왈)
531
升麥不足惜(승맥불족석)
532
兄弟不可䦧(형제불가혁)
 
533
후담이 신여척에게 가서
534
분격하여 사실을 말하니,
535
여척이 얼굴빛을 변하며 팔뚝을 걷어 붙이고 일어나며 말하기를,
536
"순창은 사람이 아니다."하고
537
급히 순창의 집으로 가서
538
상투를 붙들고 책하기를,
539
"됫보리는 아까울 것이 없고,
540
형제간에는 싸울 수 없는 것이다.
 
 
541
嗟爾父母生汝二人(차이부모생여이인)
542
但願相隣(단원상린)
543
不期相爭(불기상쟁)
544
杵撞病弟(저당병제)
545
爾則畜生(이칙축생)
546
蓄生不可親(축생불가친)
547
吾將毁爾廬(오장훼이려)
548
不與同吾隣(불여동오린)
549
順昌踢汝倜曰(순창척여척왈)
550
我敺我季(아구아계)
551
胡干汝事(호간여사)
 
552
슬프다, 너의 부모가 너의 두 사람을 낳아서
553
다만 서로 사랑하기만 원하고
554
서로 다투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555
절구로 병든 아우를 때리니
556
너는 짐승이라,
557
짐승과는 친할 수 없다.
558
내가 장차 네 집을 헐어
559
우리와 함께 이웃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하니
560
순창이 여척을 걷어차며 말하기를,
561
"내가 내 아우를 때리는데
562
네가 무슨 상관이냐."하였다.
 
 
563
汝倜大怒曰(여척대노왈)
564
我以義勸(아이의권)
565
汝反踢我(여반척아)
566
我亦踢汝(아역척여)
567
遂踢其腹(수척기복)
568
順昌匍匐(순창포복)
569
翌日死(익일사)
 
 
570
여척이 크게 노하여 말하기를,
571
"나는 의리로 권하는데
572
네가 도리어 나를 차니
573
나도 너를 차겠다."하고
574
드디어 그 배를 차니,
575
순창이 설설 기다가
576
이튿날 죽었다.
 
 
577
家人匿不告官(가인닉불고관)
578
越一月(월일월)
579
事始發(사시발)
580
汝倜係于獄(여척계우옥)
581
此己酉七月事也(차기유칠월사야)
 
582
집사람들이 숨기고 나라에 고하지 않았는데,
583
한 달이 넘어서
584
일이 비로소 발각되어
585
여척이 옥에 갇혔으니,
586
이것이 기유년 7월의 일이다.
 
 
587
至是上親判其案有曰(지시상친판기안유왈)
588
古有一男子(고유일남자)
589
鍾街烟肆(종가연사)
590
聽人讀稗史(청인독패사)
591
至英雄最失意處(지영웅최실의처)
592
忽裂眦噴沫(홀렬자분말)
593
提截烟刀(제절연도)
594
擊讀史人(격독사인)
595
立斃之(립폐지)
596
大抵往往有孟浪死(대저왕왕유맹랑사)
597
可笑殺而朱桃椎羊角哀者古今幾人(가소살이주도추양각애자고금기인)
598
汝倜(여척)
599
其朱羊之流亞歟(기주양지류아여)
 
600
이때에 이르러 주상이 친히 그 옥을 판결하기를,
601
"옛날에, 어떤 남자가
602
종로 거리의 담배 가게에서
603
소설책 읽는 것을 듣다가,
604
영웅이 크게 실의하는 곳에 이르자
605
홀연히 눈이 찢어질 듯이 거품을 북적거리며
606
담배 써는 칼을 들어
607
소설책 읽는 사람을 쳐서
608
그 자리에서 죽였다.
609
대저 이따금 이처럼 맹랑하게 죽는 일이 있으니
610
우스운 일이다. 주도퇴(朱桃椎)ㆍ양각애(羊角哀) 같은 사람이 고금에 몇 사람인가?
611
여척은
612
주(朱)와 양(羊)의 등류일 것이다.
 
 
613
(희)
614
汝倜不怖死(여척불포사)
615
非士師而治不友之罪(비사사이치불우지죄)
616
非汝倜之謂哉(비여척지위재)
617
錄死囚(록사수)
618
前後幾千百(전후기천백)
619
其倜儻不碌碌(기척당불록록)
620
於汝倜見之有以哉(어여척견지유이재)
621
汝倜之名(여척지명)
622
不虗得也(불허득야)
623
汝倜放(여척방)
 
624
슬프다
625
여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626
사사(士師 ;형벌 맡은 관원)가 아니라도 우애하지 못하는 죄를 다스린다는 것은
627
여척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628
사형수로 기록된 자가
629
전후에 걸쳐 몇 천백 인이나 되지만
630
녹녹하지 않고 용렬하지 않은 것을
631
여척에게서 보겠구나.
632
여척의 이름이
633
헛되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하고,
634
여척을 석방하였다.
 
 
635
贊曰(찬왈)
636
今上聖德寬仁(금상성덕관인)
637
審理重囚(심리중수)
638
念若痌癏(념약통환)
639
日旰進御饍(일간진어선)
640
夜必燭屢跋(야필촉루발)
641
究情而卽于疑(구정이즉우의)
642
考跡而原于義(고적이원우의)
643
則輒宥之幾二百人(즉첩유지기이백인)
644
德音一下(덕음일하)
645
國中大驩(국중대환)
646
至有感激涕霑者(지유감격체점자)
647
如銀愛申汝倜(여은애신여척)
648
皆能義殺而傅生者也(개능의살이부생자야)
 
649
아래와 같이 찬(贊)한다.
650
금상(今上)이 성덕(聖德)이 너그럽고 어지시어
651
중한 죄수를 심리하면
652
아프고 병 되는 것이 몸에 있는 것같이 생각하시었다.
653
해가 늦어서야 어찬을 드시고
654
밤에도 촛불을 여러 번 잇대면서
655
정상을 캐고 의심스러운 일에 나아가
656
자취를 상고하여, 정의에 근본하였으면
657
문득 사유하신 것이 거의 2백 인이나 되었다.
658
덕음(德音)이 한 번 내리매
659
나라 안이 크게 기뻐하고
660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661
김은애ㆍ신여척 같은 사람은
662
모두 능히 의리로 살인하여 살리는 데에 붙여진 사람들이다.
 
 
663
嗟夫(차부)
664
倘使銀愛■汝倜不遇明主(당사은애■여척불우명주)
665
爲之平反(위지평반)
666
一朝居然就戮(일조거연취륙)
667
不惟匹夫匹婦寃莫雪義莫伸(불유필부필부원막설의막신)
668
將見讒人無所畏(장견참인무소외)
669
而不友者接跡而起也(이불우자접적이기야)
670
故銀愛釋而人臣勸忠(고은애석이인신권충)
671
汝倜放而人子勉孝(여척방이인자면효)
672
何哉(하재)
673
惟忠臣潔其身(유충신결기신)
674
惟孝子友其弟(유효자우기제)
675
忠孝興而明主之化溥矣(충효흥이명주지화부의)
 
676
슬프다
677
만일 은애ㆍ여척이 밝은 임금의
678
평번(平反)하는 것을 만나지 못하고
679
문득 죽임을 당하였다면,
680
필부(匹夫)ㆍ필부(匹婦)가 원통한 것을 씻지 못하고 의리가 펴지 못할 뿐 아니라
681
장차 참소하는 사람이 두려워할 것이 없고
682
우애하지 못하는 자가 잇달아서 일어날 것이다.
683
그러므로 은애가 석방되면서 인신(人臣)은 충성으로 권하였고,
684
여척이 석방되면서 인자(人子)가 효도를 힘쓰게 되었다.
685
왜 그런가?
686
오직 충신만이 그 몸을 깨끗이 하고
687
오직 효자만이 그 아우를 우애하나니,
688
충효가 흥기되면 밝은 임금의 교화는 넓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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