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命金銀愛(명금은애) 申汝倜傅生(신여척부생)
7
김은애(金銀愛) 신여척(申汝倜)을 살리는 데에 부치라고 명하고,
9
인하여 전을 지어 내각 일력(內閣日曆)에 실으라고 명하였다.
11
康津縣塔洞里之良家女也(강진현탑동리지량가녀야)
12
강진현(康津縣) 탑동리(塔洞里) 양가(良家)의 딸이다.
14
마을에 안 노파라는 자가 있었는데 예전 창기였다.
15
陂險荒唐(피험황당) 성질이 험피(險陂)하고 황당하며
18
不任搔癢(불임소양) 마음대로 가려운 곳을 긁지 못하기 때문에
20
益不愼言(익불신언) 더욱 말을 삼가지 못하였다.
21
嘗丐貸米豆鹽豉于銀愛之母(상개대미두염시우은애지모)
22
일찍이 쌀ㆍ콩ㆍ소금ㆍ메주 등을 은애의 어머니에게 구걸하고 꾸었는데,
25
嫗輒慍患(구첩온환) 노파가 문득 노하고 한하여
26
思欲中之(사욕중지) 해치려고 생각하였다.
31
年十四五(년십사오) 나이 십 사오세 되었는데
32
冲穉娟好(충치연호) 어리고 예쁘장하게 생겼다.
33
嫗試挑之以男女昬媾之事(구시도지이남녀혼구지사)
34
노파가 시험삼아 남녀의 혼인하는 일로 꾀고
36
娶妻知銀愛者(취처지은애자) 顧何如(고하여)
37
"은애 같은 여자를 아내로 얻으면 어떠하냐?"하니,
38
正連笑曰(정련소왈) 정련이 웃으며 말하기를,
39
銀愛美艶(은애미염) "은애는 아름답고 고우니
40
豈不幸甚(기불행심) 어찌 좋지 않겠는가요."하였다.
42
第倡言(제창언) 若業已私䬶愛者(약업이사안애자)
43
"네가 이미 은애와 사통하였다고 말만 내면
45
내가 너를 위하여 성사하여 주겠다."하였다.
46
正連日諾(정련일낙) 이에 정련이 그리하겠다고 하니,
48
吾患疥癩(오환개라) "내가 개창을 앓고 있는데
49
而醫言瘍科藥料直最高(이의언양과약료직최고)
50
의원의 말이 '개창의 약값이 대단히 비싸다.' 하니,
51
事苟成(사구성) 일이 만일 성공하게 되면
53
네가 나를 위하여 약값을 담당하라."하였다.
55
敢不如敎(감불여교) "말씀대로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였다.
61
要我行媒(요아행매) 나더러 중매를 서달라고 해서
62
期于吾家爲正連大母所覺(기우오가위정련대모소각)
63
우리 집으로 약속하였는데, 정련의 할머니에게 발각되어
65
은애가 담을 기어넘어 도망하였다."하니,
66
夫切責曰(부절책왈) 남편이 준절히 책하기를,
71
愼勿出口(신물출구) 그런 말을 부디 입 밖에 내지 말라."하였다.
84
尤不忍聞(우불인문) 차마 들을 수가 없었다.
90
"처음에 정련과 약속하기를, 중매를 해주면
91
報我藥直(보아약치) 내 약값을 갚아주겠다고 하였는데
93
은애가 홀연히 배반하고 다른 남편에게로 시집갔으므로
100
里中老少(리중로소) 마을 안의 늙은이 젊은이가
101
相顧駭愕(상고해악) 서로 돌아보며 깜짝 놀라서
102
瞬目搖手(순목요수) 눈을 끔벅이고 손을 내둘러
103
不敢出言(불감출언) 감히 말을 내지 못하였다.
104
銀愛素剛(은애소강) 은애는 성품이 본래 강하고
107
已二年(이이년) 이미 2년이나 되었다.
110
實不能堪(실불능감) 실로 견딜 수가 없어
114
이 원통하고 분한 것을 한 번 씻고자 하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122
揎袖扱帬(선수급군) 소매를 걷어붙이고 치마 자락을 걷어 끼고
137
甚於平昔(심어평석) 평소 때보다도 심하다.
140
爾嘗此刀(이상차도) 너는 이 칼을 맛보아라.하였다.
143
不足有爲(불족유위) 족히 하지 못한다 하고
145
欲刺試刺(욕자시자) "찌르고 싶거든 찔러보아라."하였다.
148
可勝言哉(가승언재) "여러 말 할 것 없다."하고
150
몸을 비키며 번개같이 목구멍 좌측을 찔렀으나
156
又刺喉右(우자후우) 또 목구멍 우측을 찔렀다.
157
嫗始右仆(구시우부) 노파가 비로소 우편으로 쓰러지므로
163
腋胑䏩膊頸及乳皆左也(액지협박경급유개좌야)
164
겨드랑ㆍ팔ㆍ목ㆍ젖을 찔렀으니 모두 좌편이다.
169
揮霍飛騰(휘곽비등) 소리를 지르며 날치니,
176
下堂出門(하당출문) 당에 내려와 문을 나와서
182
길이 멀고 그 어머니가 울며 말리어 돌아왔다.
186
이정(里正)이 달려가 관(官)에 고하니
190
肆嫗屍(사구시) 노파의 시체를 진열하여
191
驗刺死狀(험자사상) 찔려 죽은 모양을 검사하고
193
은애에게 캐어 묻기를, "무엇 때문에 노파를 찔렀느냐?
194
且嫗健婦(차구건부) 또 노파는 건장한 여자이고
198
匪若獨辦(비약독판) 혼자 한 것 같지 않으니
199
無隱直告(무은직고) 숨김없이 사실대로 고하라."하였다.
201
오백(伍伯; 형을 집행하는 사람)은 늘어서서 흉악한 얼굴을 하고 있고
202
刑具滿地(형구만지) 형구는 땅에 가득하니,
204
관계있는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 어쩔 줄을 몰랐다.
208
脚有鐐(각유료) 다리는 요(鐐)에 묶여서
209
拘攣縛束(구련박속) 오그라지고 속박당하였으며
210
體弱委垂(체약위수) 또 몸이 약하여 축 늘어져서
211
殆不能支(태불능지) 거의 지탱할 수가 없었으나,
212
然面無怖(연면무포) 얼굴에는 두려워하는 빛이 없고
213
言無哀(언무애) 말은 슬퍼하는 기색이 없이
218
試聽囚言(시청수언) 죄수의 말을 좀 들어 보시오.
219
室女受誣(실녀수무) 처녀가 무고를 당하면
220
不汚猶汚(불오유오) 더럽히지 않아도 더럽힌 것 같습니다.
221
嫗本娼家(구본창가) 노파는 본래 창가 (娼家)인데
222
敢誣室女(감무실녀) 감히 처녀를 무고하니
224
寧有是哉(녕유시재)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225
囚之刺嫗(수지자구) 죄수가 노파를 찌른 것은
226
豈可得已(기가득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227
囚雖蒙獃(수수몽애) 죄수가 비록 어리고 어리석기는 하오나
232
昨日殺嫗(작일살구) 어제 노파를 죽였으니
237
노파는 이미 죄수가 찔러 죽였지만 사람을 무고한 죄에 대해서
238
官無所施(관무소시) 관가에서 베푼 것이 없으니,
240
원컨대 관가에서 정련을 때려 죽여 주소서.
242
또 생각하여 보십시오. 죄수가 혼자서 무고를 받았으니
244
어떤 사람이 죄수를 도와 함께 계획하여
246
이 흉한 일을 행하였겠습니까?"하였다.
249
取驗刺嫗時服餙苧衫苧帬(취험자구시복희저삼저군)
250
노파를 찌르던 때의 복식(服飾)을 가져다가 검사하여 보니, 모시 적삼과 모시 치마가
251
都是殷赤(도시은적) 모두 빨갛게 물들어서
253
흰 적삼과 푸른 치마의 빛깔을 분변할 수 없었다.
254
悚而壯之(송이장지) 놀라고 장하게 여기어
256
비록 용서하여 석방하고자 하나 법은 어길 수가 없었으므로
257
彌縫讞詞(미봉얼사) 논죄하는 옥사(獄詞)를 어물어물 꾸미어
262
亦飭推官(역칙추관) 또한 추관(推官)에게 신칙하여
264
다시 동모자가 누구인가를 캐어 묻게 하고
272
爲嫗詿誤(위구괘오) 노파에게 오도(誤導)되었으므로
273
置不問(치불문) 내버려두고 묻지 않았다.
275
國有大慶(국유대경) 나라에 큰 경사가 있어
276
上錄死囚(상록사수) 죽을 죄수를 기록하여 올리는데,
278
관찰사 윤시동(尹蓍東)이 이 옥사(獄事)를 올리면서
280
심판한 말이 매우 측은하고 완곡하였다.
282
임금이 불쌍히 여기어 살리는 데에 붙이고자 하였으나
283
重其事(중기사) 그 일을 중하게 여기어
285
형조(刑曹)에 명하여 대신과 함께 의논하게 하였다.
287
대신 채제공(蔡濟恭)이 의논을 드리기를,
288
銀愛報怨(은애보원) "은애가 원한을 갚은 것이
289
雖出至寃(수출지원) 비록 지극히 원통한 데서 나왔으나
290
罪犯殺人(죄범살인) 살인죄를 범하였으니,
292
신은 감히 용서하는 의논을 할 수 없습니다."하였다.
296
"정녀(貞女)가 음란하다는 무고를 당한 것은
302
한 번 죽는 것을 판단하는 것은 도리어 쉽지마는
304
그러나 한갓 죽기만 하면 실정을 아는 이가 없을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307
使鄕黨(사향당) 향당(鄕黨)으로 하여금
310
彼固可剮(피고가과) 저 노파는 죽여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한 것이니,
311
若銀愛而生于列國之世者(약은애이생우렬국지세자)
312
은애 같은 사람이 열국(列國)의 세상에 났었다면
313
其跡雖異(기적수이) 그 자취는 비록 다르나
315
장차 섭영(聶榮)과 이름을 가지런히 할 것이라,
318
烏可已也(오가이야) 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320
옛날 해서(海西)의 처녀가 사람을 죽인 것이
322
監司請宥(감사청유) 감사가 사유(赦宥)하기를 청하니,
324
선왕께서 포양하여 하유하시고 곧 그대로 따르시었다.
325
女方出獄(녀방출옥) 여자가 옥에서 나오자
326
媒儈雲集(매쾌운집) 중매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327
爭購千金(쟁구천금) 다투어 천금으로 사서
328
竟爲士妻(경위사처) 마침내 사족의 아내가 되었는데,
330
지금까지 전하여 아름다운 얘깃거리로 삼는다.
331
然銀愛黽勉含寃至適人(연은애민면함원지적인)
332
그러나 은애는 억지로 원통한 것을 참고 있다가 출가한 뒤에
334
그제야 원한을 갚았으니 더욱 어려운 일이다.
335
不宥銀愛(불유은애) 은애를 용서하지 않으면
338
特貸其死(특대기사) 특별히 사형을 용서한다.
340
지난날에 장흥(長興)의 신여척(申汝倜)을 석방한 것은
342
대개 윤상(倫常)을 돈독하게 하고 기절(氣節)을 중하게 여기는 데에서 나왔는데
343
今宥銀愛(금유은애) 지금 은애를 용서하는 것이
350
사람마다 알지 못하는 이가 없게 하라."하였다.
353
신여척과 같은 마을에 사는 김순창(金順昌)이,
355
그 아우 순남(順南)에게 집을 보게 하고
357
아내와 더불어 밭에 김을 매고 돌아왔는데,
359
그 아내가 보리를 되어 보니 두 되가 축이 났다.
363
眞恠事(진괴사) 참 괴이한 일이다."하니,
367
“우리 집을 보면서 우리 곡식을 훔쳐갔으니
368
非盜而何(비도이하) 도둑이 아니고 무엇인가.
369
爾其自服(이기자복) 너는 자복하여라”고 하니
372
不堪寃痛(불감원통) 원통함을 견디지 못하고
374
順昌睨曰(순창예왈) 순창이 흘겨보며 이르기를
379
順南委頓(순남위돈) 순남이 고개를 떨구고
380
幾不得生(기불득생)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381
隣人咸集(린인함집) 이웃 사람들이 모두 모여
383
마음으로 노했으나 감히 말은 못하였다.
386
調解之曰(조해지왈) 조정하여 풀어 이르기를,
389
'한 말 곡식도 찧어서 같이 먹을 수가 있다.' 하였으니,
393
어째서 형제간에 서로 용납하지 못하는가?"하니,
398
慨然言之(개연언지) 분격하여 사실을 말하니,
400
여척이 얼굴빛을 변하며 팔뚝을 걷어 붙이고 일어나며 말하기를,
401
順昌非人(순창비인) "순창은 사람이 아니다."하고
411
슬프다, 너의 부모가 너의 두 사람을 낳아서
412
但願相隣(단원상린) 다만 서로 사랑하기만 원하고
413
不期相爭(불기상쟁) 서로 다투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414
杵撞病弟(저당병제) 절구로 병든 아우를 때리니
421
우리와 함께 이웃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하니
424
我敺我季(아구아계) "내가 내 아우를 때리는데
425
胡干汝事(호간여사) 네가 무슨 상관이냐."하였다.
428
我以義勸(아이의권) "나는 의리로 권하는데
429
汝反踢我(여반척아) 네가 도리어 나를 차니
430
我亦踢汝(아역척여) 나도 너를 차겠다."하고
431
遂踢其腹(수척기복) 드디어 그 배를 차니,
432
順昌匍匐(순창포복) 순창이 설설 기다가
435
집사람들이 숨기고 나라에 고하지 않았는데,
443
이때에 이르러 주상이 친히 그 옥을 판결하기를,
446
鍾街烟肆(종가연사) 종로 거리의 담배 가게에서
452
홀연히 눈이 찢어질 듯이 거품을 북적거리며
453
提截烟刀(제절연도) 담배 써는 칼을 들어
454
擊讀史人(격독사인) 소설책 읽는 사람을 쳐서
457
대저 이따금 이처럼 맹랑하게 죽는 일이 있으니
458
可笑殺而朱桃椎羊角哀者古今幾人(가소살이주도추양각애자고금기인)
459
우스운 일이다. 주도퇴(朱桃椎)ㆍ양각애(羊角哀) 같은 사람이 고금에 몇 사람인가?
467
사사(士師 ;형벌 맡은 관원)가 아니라도 우애하지 못하는 죄를 다스린다는 것은
478
不虗得也(불허득야) 헛되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하고,
480
贊曰(찬왈) 아래와 같이 찬(贊)한다.
482
금상(今上)이 성덕(聖德)이 너그럽고 어지시어
483
審理重囚(심리중수) 중한 죄수를 심리하면
484
念若痌癏(념약통환) 아프고 병 되는 것이 몸에 있는 것같이 생각하시었다.
494
문득 사유하신 것이 거의 2백 인이나 되었다.
495
德音一下(덕음일하) 덕음(德音)이 한 번 내리매
496
國中大驩(국중대환) 나라 안이 크게 기뻐하고
502
모두 능히 의리로 살인하여 살리는 데에 붙여진 사람들이다.
504
倘使銀愛■汝倜不遇明主(당사은애■여척불우명주)
506
爲之平反(위지평반) 평번(平反)하는 것을 만나지 못하고
509
不惟匹夫匹婦寃莫雪義莫伸(불유필부필부원막설의막신)
510
필부(匹夫)ㆍ필부(匹婦)가 원통한 것을 씻지 못하고 의리가 펴지 못할 뿐 아니라
512
장차 참소하는 사람이 두려워할 것이 없고
514
우애하지 못하는 자가 잇달아서 일어날 것이다.
516
그러므로 은애가 석방되면서 인신(人臣)은 충성으로 권하였고,
518
여척이 석방되면서 인자(人子)가 효도를 힘쓰게 되었다.
524
忠孝興而明主之化溥矣(충효흥이명주지화부의)
525
충효가 흥기되면 밝은 임금의 교화는 넓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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