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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애전(銀愛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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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德懋(이덕무)
조선 후기에 이덕무 (李德懋)가 지은 한문 전(傳). 작자의 문집 《아정유고(雅亭遺稿)》에 실려 있다. 작품을 만든 동기는 1790년(정조 14) 정조가 모든 옥안(獄案)을 심리하다가 김은애와 신여척을 살리게 하고, 이덕무로 하여금 전을 짓게 하여 내각의 《일력(日曆)》에 싣게 하였다.
1
銀愛傳 (은애전)
2
李德懋(이덕무)
 
 
3
庚戌六月(경술륙월)  경술년 6월에
4
上審理諸獄案(상심리제옥안)
5
    임금이 여러 옥안(獄案)을 심리하여
6
命金銀愛(명금은애) 申汝倜傅生(신여척부생)
7
    김은애(金銀愛) 신여척(申汝倜)을 살리는 데에 부치라고 명하고,
8
仍命撰傳載之內閣日曆(잉명찬전재지내각일력)
9
    인하여 전을 지어 내각 일력(內閣日曆)에 실으라고 명하였다.
 
10
銀愛金姓(은애금성)  은애의 성은 김씨니
11
康津縣塔洞里之良家女也(강진현탑동리지량가녀야)
12
    강진현(康津縣) 탑동리(塔洞里) 양가(良家)의 딸이다.
13
里有安嫗者(리유안구자) 故娼也(고창야)
14
    마을에 안 노파라는 자가 있었는데 예전 창기였다.
15
陂險荒唐(피험황당)  성질이 험피(險陂)하고 황당하며
16
多口說(다구설)   말이 많은 데다가
17
疥癩遍體(개라편체)  온몸이 개창이어서
18
不任搔癢(불임소양)  마음대로 가려운 곳을 긁지 못하기 때문에
19
發心(발심)    심질(心疾)이 일어나면
20
益不愼言(익불신언)  더욱 말을 삼가지 못하였다.
 
21
嘗丐貸米豆鹽豉于銀愛之母(상개대미두염시우은애지모)
22
    일찍이 쌀ㆍ콩ㆍ소금ㆍ메주 등을 은애의 어머니에게 구걸하고 꾸었는데,
23
母有時不與(모유시불여)
24
    은애의 어머니가 때로는 주지 않았으므로
25
嫗輒慍患(구첩온환)  노파가 문득 노하고 한하여
26
思欲中之(사욕중지)  해치려고 생각하였다.
 
27
里童子崔正連(리동자최정련)
28
    마을에 사는 동자 최정련(崔正連)은
29
卽嫗之夫之妹之孫也(즉구지부지매지손야)
30
    곧 노파의 남편의 누이의 손자이다.
31
年十四五(년십사오)  나이 십 사오세 되었는데
32
冲穉娟好(충치연호)  어리고 예쁘장하게 생겼다.
 
33
嫗試挑之以男女昬媾之事(구시도지이남녀혼구지사)
34
    노파가 시험삼아 남녀의 혼인하는 일로 꾀고
35
仍說之曰(잉설지왈)  인하여 유혹하기를,
36
娶妻知銀愛者(취처지은애자) 顧何如(고하여)
37
    "은애 같은 여자를 아내로 얻으면 어떠하냐?"하니,
38
正連笑曰(정련소왈)  정련이 웃으며 말하기를,
39
銀愛美艶(은애미염)  "은애는 아름답고 고우니
40
豈不幸甚(기불행심)  어찌 좋지 않겠는가요."하였다.
 
41
嫗曰(구왈)    노파가 말하기를,
42
第倡言(제창언) 若業已私䬶愛者(약업이사안애자)
43
    "네가 이미 은애와 사통하였다고 말만 내면
44
吾爲若成之(오위약성지)
45
    내가 너를 위하여 성사하여 주겠다."하였다.
 
46
正連日諾(정련일낙)  이에 정련이 그리하겠다고 하니,
47
嫗曰(구왈)    노파가 다시 말하기를,
48
吾患疥癩(오환개라)  "내가 개창을 앓고 있는데
49
而醫言瘍科藥料直最高(이의언양과약료직최고)
50
    의원의 말이 '개창의 약값이 대단히 비싸다.' 하니,
51
事苟成(사구성)   일이 만일 성공하게 되면
52
若爲我當之(약위아당지)
53
    네가 나를 위하여 약값을 담당하라."하였다.
 
54
正連曰(정련왈)   이에 정련이 말하기를,
55
敢不如敎(감불여교)  "말씀대로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였다.
56
一日嫗夫自外而至(일일구부자외이지)
57
    하루는 노파의 남편이 밖에서 들어오니,
58
嫗曰(구왈)    노파가 말하기를,
59
銀愛耽正連(은애탐정련)
60
    "은애가 정련을 좋아하여
61
要我行媒(요아행매)  나더러 중매를 서달라고 해서
62
期于吾家爲正連大母所覺(기우오가위정련대모소각)
63
    우리 집으로 약속하였는데, 정련의 할머니에게 발각되어
64
銀愛爬牆而遁(은애파장이둔)
65
    은애가 담을 기어넘어 도망하였다."하니,
66
夫切責曰(부절책왈)  남편이 준절히 책하기를,
67
正連家世微(정련가세미)
68
    "정련은 가세(家世)가 미천하고
69
而銀愛室女也(이은애실녀야)
70
    은애는 규중의 처녀이니
71
愼勿出口(신물출구)  그런 말을 부디 입 밖에 내지 말라."하였다.
 
72
於是一城喧藉(어시일성훤자)
73
    이에 온 성안에 그 말이 퍼져서
74
銀愛嫁幾不得售(은애가기불득수)
75
    은애가 시집을 갈 수가 없었는데,
76
惟里人金養俊(유리인금양준)
77
    오직 마을 사람 김양준(金養俊)이
78
深知其明白也(심지기명백야)
79
    그 명백한 것을 깊이 알고
80
遂娶以爲室(수취이위실)
81
    드디어 장가들어 아내를 삼았으나,
82
則誣言益播(칙무언익파)
83
    무고하는 말은 더욱 퍼져
84
尤不忍聞(우불인문)  차마 들을 수가 없었다.
 
85
己酉閨五月二十五日(기유규오월이십오일)
86
    기유년 윤 5월 25일
87
安嫗大言曰(안구대언왈)
88
    안 노파가 떠들기를,
89
初與正連約行媒(초여정련약행매)
90
    "처음에 정련과 약속하기를, 중매를 해주면
91
報我藥直(보아약치)  내 약값을 갚아주겠다고 하였는데
92
銀愛忽畔而嫁他夫(은애홀반이가타부)
93
    은애가 홀연히 배반하고 다른 남편에게로 시집갔으므로
94
則正連不如約(칙정련불여약)
95
    정련이 약속대로 하지 않아서
96
我病自此谻(아병자차갹)
97
    내 병은 이때부터 심하여졌으니
98
銀愛眞我仇(은애진아구)
99
    은애는 참으로 나의 원수다."하였다.
 
100
里中老少(리중로소)  마을 안의 늙은이 젊은이가
101
相顧駭愕(상고해악)  서로 돌아보며 깜짝 놀라서
102
瞬目搖手(순목요수)  눈을 끔벅이고 손을 내둘러
103
不敢出言(불감출언)  감히 말을 내지 못하였다.
104
銀愛素剛(은애소강)  은애는 성품이 본래 강하고
105
毒受嫗誣辱(독수구무욕)
106
    독한데 노파의 무고를 받은 지가
107
已二年(이이년)   이미 2년이나 되었다.
 
108
至此尤愧恨(지차우괴한)
109
    이때에 와서는 더욱 부끄럽고 한스러워
110
實不能堪(실불능감)  실로 견딜 수가 없어
111
必欲手剮安嫗(필욕수과안구)
112
    반드시 손수 안 노파를 찔러
113
一洗此寃憤而不可得(일세차원분이불가득)
114
    이 원통하고 분한 것을 한 번 씻고자 하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115
翌日(익일)    이튿날
116
値家人不在(치가인불재)
117
    집안 식구가 없는 틈을 타서
118
伺安嫗獨宿(사안구독숙)
119
    안 노파가 혼자 자는 것을 엿보고,
120
夜一更(야일경)   밤 1경(更)에
121
持厨刀(지주도)   부엌칼을 가지고
122
揎袖扱帬(선수급군)  소매를 걷어붙이고 치마 자락을 걷어 끼고
123
颯然而步(삽연이보)  나는 듯이 걸어서
124
直入安嫗之寢(직입안구지침)
125
    곧장 안 노파의 침실로 들어갔다.
 
126
一燈翳翳(일등예예)  등잔불은 희미한데
127
嫗孤坐(구고좌)   노파가 외따로 앉아
128
將就眠(장취면)   장차 자려는 모양인지
129
露半體(로반체)   반신을 드러내고
130
只繫帬(지계군)   치마만 매고 있었다.
131
銀愛橫刀而前(은애횡도이전)
132
    은애가 칼을 비껴들고 앞으로 다가서서
133
眉眼俱倒竪(미안구도수)
134
    눈썹과 눈을 거꾸로 세우고
135
數之曰(수지왈)   수죄하기를,
136
昨日之誣(작일지무)  "어제의 무고함은
137
甚於平昔(심어평석)  평소 때보다도 심하다.
138
吾欲甘心于爾(오욕감심우이)
139
    내가 네게 원한을 풀고자 하니 "
140
爾嘗此刀(이상차도)  너는 이 칼을 맛보아라.하였다.
 
141
嫗意以爲彼固纖弱(구의이위피고섬약)
142
    노파 생각에 제가 섬섬 약질이니
143
不足有爲(불족유위)  족히 하지 못한다 하고
144
應曰(응왈)    응하기를,
145
欲刺試刺(욕자시자)  "찌르고 싶거든 찔러보아라."하였다.
 
146
銀愛疾聲曰(은애질성왈)
147
    이때 은애가 빠른 소리로 말하기를,
148
可勝言哉(가승언재)  "여러 말 할 것 없다."하고
149
側身倐刺其喉左(측신숙자기후좌)
150
    몸을 비키며 번개같이 목구멍 좌측을 찔렀으나
151
嫗猶活(구유활)   노파가 오히려 살아서
152
急把其持刀之腕(급파기지도지완)
153
    급히 칼 가진 팔뚝을 잡으니
154
銀愛瞥然抽掣(은애별연추체)
155
    은애가 홱 뿌리치며
156
又刺喉右(우자후우)  또 목구멍 우측을 찔렀다.
 
157
嫗始右仆(구시우부)  노파가 비로소 우편으로 쓰러지므로
158
遂蹲踞于旁(수준거우방)
159
    드디어 옆에 쭈그려 앉아서
160
刺缺盆之左(자결분지좌)
161
    어깨 위의 좌편을 찌르고
162
又刺肩胛(우자견갑)  또 견갑(肩胛)ㆍ
163
腋胑䏩膊頸及乳皆左也(액지협박경급유개좌야)
164
    겨드랑ㆍ팔ㆍ목ㆍ젖을 찔렀으니 모두 좌편이다.
165
末迺刺右脊背(말내자우척배)
166
    끝으로 우편 척추 등을 찔렀는데
167
或二刺三刺(혹이자삼자)
168
    혹 두 번, 세 번 찌르고
169
揮霍飛騰(휘곽비등)  소리를 지르며 날치니,
170
一刺卽一罵(일자즉일매)
171
    한 번 찌르고 한 번 꾸짖기를
172
凡十有八刺(범십유팔자)
173
    무릇 열여덟 번이나 하였다.
 
174
未睱拭刀血(미하식도혈)
175
    칼의 피를 씻을 겨를도 없이
176
下堂出門(하당출문)  당에 내려와 문을 나와서
177
急向正連之家(급향정련지가)
178
    급히 정련의 집으로 향하여
179
聊以洩餘憤焉(료이설여분언)
180
    남은 분을 풀고자 하였으나,
181
路遠其母泣挽而歸(로원기모읍만이귀)
182
    길이 멀고 그 어머니가 울며 말리어 돌아왔다.
183
銀愛時年十八(은애시년십팔)
184
    은애의 그때 나이 18세다.
 
185
里正奔告于官(리정분고우관)
186
    이정(里正)이 달려가 관(官)에 고하니
187
縣監朴載淳(현감박재순)
188
    현감(縣監) 박재순(朴載淳)이
189
盛威儀(성위의)   위의를 성하게 베풀고
190
肆嫗屍(사구시)   노파의 시체를 진열하여
191
驗刺死狀(험자사상)  찔려 죽은 모양을 검사하고
192
究銀愛刺嫗何爲(구은애자구하위)
193
    은애에게 캐어 묻기를, "무엇 때문에 노파를 찔렀느냐?
194
且嫗健婦(차구건부)  또 노파는 건장한 여자이고
195
汝弱女(여약녀)   너는 약한 여자인데,
196
今創刺㐫悍(금창자㐫한)
197
    지금 찌른 자리가 흉하고 사나워서
198
匪若獨辦(비약독판)  혼자 한 것 같지 않으니
199
無隱直告(무은직고)  숨김없이 사실대로 고하라."하였다.
200
時伍伯離立猙獰(시오백리립쟁영)
201
    오백(伍伯; 형을 집행하는 사람)은 늘어서서 흉악한 얼굴을 하고 있고
202
刑具滿地(형구만지)  형구는 땅에 가득하니,
203
干連瑟縮無人色(간련슬축무인색)
204
    관계있는 사람들은 겁에 질려서 어쩔 줄을 몰랐다.
 
205
銀愛項有枷(은애항유가)
206
    은애는 목에는 칼을 쓰고
207
手有拲(수유공)   손에는 차꼬를 채이고
208
脚有鐐(각유료)   다리는 요(鐐)에 묶여서
209
拘攣縛束(구련박속)  오그라지고 속박당하였으며
210
體弱委垂(체약위수)  또 몸이 약하여 축 늘어져서
211
殆不能支(태불능지)  거의 지탱할 수가 없었으나,
212
然面無怖(연면무포)  얼굴에는 두려워하는 빛이 없고
213
言無哀(언무애)   말은 슬퍼하는 기색이 없이
214
毅然而對曰(의연이대왈)
215
    꿋꿋하게 대답하기를,
216
欸官我父母(애관아부모)
217
    "아이구! 관장은 우리 부모이시니
218
試聽囚言(시청수언)  죄수의 말을 좀 들어 보시오.
219
室女受誣(실녀수무)  처녀가 무고를 당하면
220
不汚猶汚(불오유오)  더럽히지 않아도 더럽힌 것 같습니다.
221
嫗本娼家(구본창가)  노파는 본래 창가 (娼家)인데
222
敢誣室女(감무실녀)  감히 처녀를 무고하니
223
古今天下(고금천하)  고금 천하에
224
寧有是哉(녕유시재)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225
囚之刺嫗(수지자구)  죄수가 노파를 찌른 것은
226
豈可得已(기가득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227
囚雖蒙獃(수수몽애)  죄수가 비록 어리고 어리석기는 하오나
228
甞聞我殺人(상문아살인)
229
    일찍이 들으니, 사람을 죽이면
230
官誅身固知(관주신고지)
231
    몸을 베이게 된다 하매,
232
昨日殺嫗(작일살구)  어제 노파를 죽였으니
233
今日當伏誅(금일당복주)
234
    오늘 베임을 당할 것은 알겠습니다.
 
235
雖然(수연)    그러나
236
嫗旣囚刺誣人之律(구기수자무인지률)
237
    노파는 이미 죄수가 찔러 죽였지만 사람을 무고한 죄에 대해서
238
官無所施(관무소시)  관가에서 베푼 것이 없으니,
239
但願官家打殺正連(단원관가타살정련)
240
    원컨대 관가에서 정련을 때려 죽여 주소서.
241
且念囚獨受誣(차념수독수무)
242
    또 생각하여 보십시오. 죄수가 혼자서 무고를 받았으니
243
更有何人助囚(경유하인조수)
244
    어떤 사람이 죄수를 도와 함께 계획하여
245
共剚行此㐫事(공사행차㐫사)
246
    이 흉한 일을 행하였겠습니까?"하였다.
247
縣監太息良久(현감태식량구)
248
    현감이 한참 동안 크게 탄식하다가
249
取驗刺嫗時服餙苧衫苧帬(취험자구시복희저삼저군)
250
    노파를 찌르던 때의 복식(服飾)을 가져다가 검사하여 보니, 모시 적삼과 모시 치마가
251
都是殷赤(도시은적)  모두 빨갛게 물들어서
252
幾不辨衫白而帬靑(기불변삼백이군청)
253
    흰 적삼과 푸른 치마의 빛깔을 분변할 수 없었다.
254
悚而壯之(송이장지)  놀라고 장하게 여기어
255
雖欲原釋法不可屈(수욕원석법불가굴)
256
    비록 용서하여 석방하고자 하나 법은 어길 수가 없었으므로
257
彌縫讞詞(미봉얼사)  논죄하는 옥사(獄詞)를 어물어물 꾸미어
258
上于觀察使(상우관찰사)
259
    관찰사에게 올렸다.
260
觀察使尹行元(관찰사윤행원)
261
    관찰사 윤행원(尹行元)도
262
亦飭推官(역칙추관)  또한 추관(推官)에게 신칙하여
263
姑究其同謀爲誰(고구기동모위수)
264
    다시 동모자가 누구인가를 캐어 묻게 하고
265
以緩其抵法(이완기저법)
266
    처형하는 것을 늦추어
267
訊覈凡九次(신핵범구차)
268
    아홉 차례를 신문하였으나,
269
詞如一(사여일)   말이 한결같았다.
270
惟正連沖穉(유정련충치)
271
    오직 정련은 나이 어리어
272
爲嫗詿誤(위구괘오)  노파에게 오도(誤導)되었으므로
273
置不問(치불문)   내버려두고 묻지 않았다.
274
庚戌夏(경술하)   경술년 여름에
275
國有大慶(국유대경)  나라에 큰 경사가 있어
276
上錄死囚(상록사수)  죽을 죄수를 기록하여 올리는데,
277
觀察使尹蓍東上此獄(관찰사윤시동상차옥)
278
    관찰사 윤시동(尹蓍東)이 이 옥사(獄事)를 올리면서
279
而讞詞頗微婉(이얼사파미완)
280
    심판한 말이 매우 측은하고 완곡하였다.
281
上惻然欲傅生(상측연욕부생)
282
    임금이 불쌍히 여기어 살리는 데에 붙이고자 하였으나
283
重其事(중기사)   그 일을 중하게 여기어
284
命刑曹就議于大臣(명형조취의우대신)
285
    형조(刑曹)에 명하여 대신과 함께 의논하게 하였다.
286
大臣蔡濟恭献議(대신채제공헌의)
287
    대신 채제공(蔡濟恭)이 의논을 드리기를,
288
銀愛報怨(은애보원)  "은애가 원한을 갚은 것이
289
雖出至寃(수출지원)  비록 지극히 원통한 데서 나왔으나
290
罪犯殺人(죄범살인)  살인죄를 범하였으니,
291
臣不敢爲參恕之論(신불감위참서지론)
292
    신은 감히 용서하는 의논을 할 수 없습니다."하였다.
293
上下批若曰(상하비약왈)
294
    임금이 비답을 내리기를,
295
貞女被淫誣(정녀피음무)
296
    "정녀(貞女)가 음란하다는 무고를 당한 것은
297
天下之切寃(천하지절원)
298
    천하의 지극히 원통한 일이다.
299
夫以銀愛之貞(부이은애지정)
300
    은애의 정렬로
301
判一死顧易爾(판일사고역이)
302
    한 번 죽는 것을 판단하는 것은 도리어 쉽지마는
303
然恐徒死無人知也(연공도사무인지야)
304
    그러나 한갓 죽기만 하면 실정을 아는 이가 없을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305
故提刀殺仇(고제도살구)
306
    그러므로 칼을 쥐고 원수를 죽이어
307
使鄕黨(사향당)   향당(鄕黨)으로 하여금
308
曉然知己則無玷(효연지기즉무점)
309
    자신은 하자가 없고
310
彼固可剮(피고가과)  저 노파는 죽여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한 것이니,
311
若銀愛而生于列國之世者(약은애이생우렬국지세자)
312
    은애 같은 사람이 열국(列國)의 세상에 났었다면
313
其跡雖異(기적수이)  그 자취는 비록 다르나
314
將與聶嫈齊其名(장여섭앵제기명)
315
    장차 섭영(聶榮)과 이름을 가지런히 할 것이라,
316
而太史之傳(이태사지전)
317
    태사씨(太史氏)가 전을
318
烏可已也(오가이야)  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319
昔海西處女殺人(석해서처녀살인)
320
    옛날 해서(海西)의 처녀가 사람을 죽인 것이
321
似此獄(사차옥)   이 옥사와 같았는데
322
監司請宥(감사청유)  감사가 사유(赦宥)하기를 청하니,
323
先王褒諭凾從之(선왕포유함종지)
324
    선왕께서 포양하여 하유하시고 곧 그대로 따르시었다.
325
女方出獄(녀방출옥)  여자가 옥에서 나오자
326
媒儈雲集(매쾌운집)  중매가 구름처럼 모여들어
327
爭購千金(쟁구천금)  다투어 천금으로 사서
328
竟爲士妻(경위사처)  마침내 사족의 아내가 되었는데,
329
至今傳爲美談(지금전위미담)
330
    지금까지 전하여 아름다운 얘깃거리로 삼는다.
331
然銀愛黽勉含寃至適人(연은애민면함원지적인)
332
    그러나 은애는 억지로 원통한 것을 참고 있다가 출가한 뒤에
333
方報怨則尤難矣(방보원칙우난의)
334
    그제야 원한을 갚았으니 더욱 어려운 일이다.
335
不宥銀愛(불유은애)  은애를 용서하지 않으면
336
何以樹風敎(하이수풍교)
337
    어떻게 풍교(風敎)를 세우겠는가?
338
特貸其死(특대기사)  특별히 사형을 용서한다.
339
向者長興申汝倜之放(향자장흥신여척지방)
340
    지난날에 장흥(長興)의 신여척(申汝倜)을 석방한 것은
341
盖出於敦倫常重氣節(개출어돈륜상중기절)
342
    대개 윤상(倫常)을 돈독하게 하고 기절(氣節)을 중하게 여기는 데에서 나왔는데
343
今宥銀愛(금유은애)  지금 은애를 용서하는 것이
344
亦類是爾(역류시이)  또 이와 같다.
345
銀愛汝倜兩獄案(은애여척량옥안)
346
    은애ㆍ여척의 두 옥안(獄案)의
347
頒其大略于湖以南(반기대략우호이남)
348
    그 대략을 호남(湖南)에 반포하여
349
俾人人無不知也(비인인무불지야)
350
    사람마다 알지 못하는 이가 없게 하라."하였다.
351
先是(선시)    이보다 먼저
352
汝倜同里金順昌(여척동리금순창)
353
    신여척과 같은 마을에 사는 김순창(金順昌)이,
354
留其弟順南看屋(류기제순남간옥)
355
    그 아우 순남(順南)에게 집을 보게 하고
356
與妻耘田而歸(여처운전이귀)
357
    아내와 더불어 밭에 김을 매고 돌아왔는데,
358
妻㪺小麥減二升(처구소맥감이승)
359
    그 아내가 보리를 되어 보니 두 되가 축이 났다.
360
訾曰(자왈)    이에 헐뜯기를
361
叔在而麥不存(숙재이맥불존)
362
    "시동생이 있는데 보리가 없어졌으니
363
眞恠事(진괴사)   참 괴이한 일이다."하니,
364
順昌詬順南曰(순창후순남왈)
365
    순창이 순남을 꾸짖어 욕하기를,
366
看我屋偸我糓(간아옥투아곡)
367
    “우리 집을 보면서 우리 곡식을 훔쳐갔으니
368
非盜而何(비도이하)  도둑이 아니고 무엇인가.
369
爾其自服(이기자복)  너는 자복하여라”고 하니
370
順南方病卧(순남방병와)
371
    순남이 병나서 누워
372
不堪寃痛(불감원통)  원통함을 견디지 못하고
373
泣鳴咽(읍명인)   눈물을 흘리며 우니
374
順昌睨曰(순창예왈)  순창이 흘겨보며 이르기를
375
盜亦悔泣耶(도역회읍야)
376
    "도적도 또한 뉘우쳐 우느냐?"하고
377
擧杵撞其腦(거저당기뇌)
378
    절구를 들어 머리를 때리니,
379
順南委頓(순남위돈)  순남이 고개를 떨구고
380
幾不得生(기불득생)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381
隣人咸集(린인함집)  이웃 사람들이 모두 모여
382
心怒不忍言(심노불인언)
383
    마음으로 노했으나 감히 말은 못하였다.
384
惟田厚淡者(유전후담자)
385
    오직 전후담(田厚淡)이란 자가
386
調解之曰(조해지왈)  조정하여 풀어 이르기를,
387
古語有之(고어유지)  "옛말에
388
一斗粟尙可舂(일두속상가용)
389
    '한 말 곡식도 찧어서 같이 먹을 수가 있다.' 하였으니,
390
二升麥胡大事(이승맥호대사)
391
    두 되 보리가 무엇이 대단한가?
392
奈何兄弟不相容(내하형제불상용)
393
    어째서 형제간에 서로 용납하지 못하는가?"하니,
394
順昌罵不已(순창매불이)
395
    순창이 욕설을 퍼부어 마지않았다.
396
厚淡往見汝倜(후담왕견여척)
397
    후담이 신여척에게 가서
398
慨然言之(개연언지)  분격하여 사실을 말하니,
399
汝倜艴然扼腕而起曰(여척불연액완이기왈)
400
    여척이 얼굴빛을 변하며 팔뚝을 걷어 붙이고 일어나며 말하기를,
401
順昌非人(순창비인)  "순창은 사람이 아니다."하고
402
急如順昌家(급여순창가)
403
    급히 순창의 집으로 가서
404
捉䯻而責之曰(착고이책지왈)
405
    상투를 붙들고 책하기를,
406
升麥不足惜(승맥불족석)
407
    "됫보리는 아까울 것이 없고,
408
兄弟不可䦧(형제불가혁)
409
    형제간에는 싸울 수 없는 것이다.
410
嗟爾父母生汝二人(차이부모생여이인)
411
    슬프다, 너의 부모가 너의 두 사람을 낳아서
412
但願相隣(단원상린)  다만 서로 사랑하기만 원하고
413
不期相爭(불기상쟁)  서로 다투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414
杵撞病弟(저당병제)  절구로 병든 아우를 때리니
415
爾則畜生(이칙축생)  너는 짐승이라,
416
蓄生不可親(축생불가친)
417
    짐승과는 친할 수 없다.
418
吾將毁爾廬(오장훼이려)
419
    내가 장차 네 집을 헐어
420
不與同吾隣(불여동오린)
421
    우리와 함께 이웃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하니
422
順昌踢汝倜曰(순창척여척왈)
423
    순창이 여척을 걷어차며 말하기를,
424
我敺我季(아구아계)  "내가 내 아우를 때리는데
425
胡干汝事(호간여사)  네가 무슨 상관이냐."하였다.
426
汝倜大怒曰(여척대노왈)
427
    여척이 크게 노하여 말하기를,
428
我以義勸(아이의권)  "나는 의리로 권하는데
429
汝反踢我(여반척아)  네가 도리어 나를 차니
430
我亦踢汝(아역척여)  나도 너를 차겠다."하고
431
遂踢其腹(수척기복)  드디어 그 배를 차니,
432
順昌匍匐(순창포복)  순창이 설설 기다가
433
翌日死(익일사)   이튿날 죽었다.
434
家人匿不告官(가인닉불고관)
435
    집사람들이 숨기고 나라에 고하지 않았는데,
436
越一月(월일월)   한 달이 넘어서
437
事始發(사시발)   일이 비로소 발각되어
438
汝倜係于獄(여척계우옥)
439
    여척이 옥에 갇혔으니,
440
此己酉七月事也(차기유칠월사야)
441
    이것이 기유년 7월의 일이다.
442
至是上親判其案有曰(지시상친판기안유왈)
443
    이때에 이르러 주상이 친히 그 옥을 판결하기를,
444
古有一男子(고유일남자)
445
    "옛날에, 어떤 남자가
446
鍾街烟肆(종가연사)  종로 거리의 담배 가게에서
447
聽人讀稗史(청인독패사)
448
    소설책 읽는 것을 듣다가,
449
至英雄最失意處(지영웅최실의처)
450
    영웅이 크게 실의하는 곳에 이르자
451
忽裂眦噴沫(홀렬자분말)
452
    홀연히 눈이 찢어질 듯이 거품을 북적거리며
453
提截烟刀(제절연도)  담배 써는 칼을 들어
454
擊讀史人(격독사인)  소설책 읽는 사람을 쳐서
455
立斃之(립폐지)   그 자리에서 죽였다.
456
大抵往往有孟浪死(대저왕왕유맹랑사)
457
    대저 이따금 이처럼 맹랑하게 죽는 일이 있으니
458
可笑殺而朱桃椎羊角哀者古今幾人(가소살이주도추양각애자고금기인)
459
    우스운 일이다. 주도퇴(朱桃椎)ㆍ양각애(羊角哀) 같은 사람이 고금에 몇 사람인가?
460
汝倜(여척)    여척은
461
其朱羊之流亞歟(기주양지류아여)
462
    주(朱)와 양(羊)의 등류일 것이다.
463
(희)     슬프다
464
汝倜不怖死(여척불포사)
465
    여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466
非士師而治不友之罪(비사사이치불우지죄)
467
    사사(士師 ;형벌 맡은 관원)가 아니라도 우애하지 못하는 죄를 다스린다는 것은
468
非汝倜之謂哉(비여척지위재)
469
    여척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470
錄死囚(록사수)   사형수로 기록된 자가
471
前後幾千百(전후기천백)
472
    전후에 걸쳐 몇 천백 인이나 되지만
473
其倜儻不碌碌(기척당불록록)
474
    녹녹하지 않고 용렬하지 않은 것을
475
於汝倜見之有以哉(어여척견지유이재)
476
    여척에게서 보겠구나.
477
汝倜之名(여척지명)  여척의 이름이
478
不虗得也(불허득야)  헛되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하고,
479
汝倜放(여척방)   여척을 석방하였다.
 
480
贊曰(찬왈)    아래와 같이 찬(贊)한다.
481
今上聖德寬仁(금상성덕관인)
482
    금상(今上)이 성덕(聖德)이 너그럽고 어지시어
483
審理重囚(심리중수)  중한 죄수를 심리하면
484
念若痌癏(념약통환)  아프고 병 되는 것이 몸에 있는 것같이 생각하시었다.
485
日旰進御饍(일간진어선)
486
    해가 늦어서야 어찬을 드시고
487
夜必燭屢跋(야필촉루발)
488
    밤에도 촛불을 여러 번 잇대면서
489
究情而卽于疑(구정이즉우의)
490
    정상을 캐고 의심스러운 일에 나아가
491
考跡而原于義(고적이원우의)
492
    자취를 상고하여, 정의에 근본하였으면
493
則輒宥之幾二百人(즉첩유지기이백인)
494
    문득 사유하신 것이 거의 2백 인이나 되었다.
495
德音一下(덕음일하)  덕음(德音)이 한 번 내리매
496
國中大驩(국중대환)  나라 안이 크게 기뻐하고
497
至有感激涕霑者(지유감격체점자)
498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499
如銀愛申汝倜(여은애신여척)
500
    김은애ㆍ신여척 같은 사람은
501
皆能義殺而傅生者也(개능의살이부생자야)
502
    모두 능히 의리로 살인하여 살리는 데에 붙여진 사람들이다.
 
503
嗟夫(차부)    슬프다
504
倘使銀愛■汝倜不遇明主(당사은애■여척불우명주)
505
    만일 은애ㆍ여척이 밝은 임금의
506
爲之平反(위지평반)  평번(平反)하는 것을 만나지 못하고
507
一朝居然就戮(일조거연취륙)
508
    문득 죽임을 당하였다면,
509
不惟匹夫匹婦寃莫雪義莫伸(불유필부필부원막설의막신)
510
    필부(匹夫)ㆍ필부(匹婦)가 원통한 것을 씻지 못하고 의리가 펴지 못할 뿐 아니라
511
將見讒人無所畏(장견참인무소외)
512
    장차 참소하는 사람이 두려워할 것이 없고
513
而不友者接跡而起也(이불우자접적이기야)
514
    우애하지 못하는 자가 잇달아서 일어날 것이다.
515
故銀愛釋而人臣勸忠(고은애석이인신권충)
516
    그러므로 은애가 석방되면서 인신(人臣)은 충성으로 권하였고,
517
汝倜放而人子勉孝(여척방이인자면효)
518
    여척이 석방되면서 인자(人子)가 효도를 힘쓰게 되었다.
519
何哉(하재)    왜 그런가?
520
惟忠臣潔其身(유충신결기신)
521
    오직 충신만이 그 몸을 깨끗이 하고
522
惟孝子友其弟(유효자우기제)
523
    오직 효자만이 그 아우를 우애하나니,
524
忠孝興而明主之化溥矣(충효흥이명주지화부의)
525
    충효가 흥기되면 밝은 임금의 교화는 넓어지는 것이다.
【원문】은애전(銀愛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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