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將軍의 諱는 猛이요 字는 仰之니 其先은 閬州人也라.
3
장군의 성은 주(朱; 붉음)요, 이름은 맹(猛;사나움)이고, 자는 앙지(仰之; 치켜듦)니
4
그 윗대는 낭주(閬州 = 囊州 ; 陰囊을 가리킴)사람이었다.
5
遠祖剛이 事孔甲에 掌南方朱鳥曆象之官하야 出納惟允이러니
6
孔甲이 嘉之하야 賜甘泉君湯沐邑에 子孫이 因家焉이라.
9
남방 주작(朱雀)의 역상지관(曆象之官)을 맡아 출납을 성실하게 수행하였던 바,
11
감천군(달콤한 샘) 탕목읍을 식읍(食邑)을 삼게 하니
13
考의 諱는 赩이니 歷事十朝요 官至中郞將이며
16
열 임금을 두루 섬겨 벼슬이 중랑장(中郞將)에 이르렀고,
17
어미 음(陰)씨는 본관(本貫)이 주애현(朱崖縣; 붉은 물가의 고을)인데
19
性且溫柔하야 內助之力이 弘多하니 赩이 深重之라.
21
어려서는 자태가 있어 붉은 얼굴과 붉은 입술이 조화를 이루었고
22
성품이 온유하여 내조의 힘이 크고 많았으니
24
비록 작은 잘못이 있더라도 그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28
맹은 타고난 생김새부터가 범상함을 뛰어넘었는데,
29
눈은 다만 한 개가 털이 숭숭하게 난 이마에 있었을 뿐이었다.
39
오래도록 읍하는 모습 그대로 굽힐 줄 모르기도 했으나,
40
남을 공경하고 근신할 줄도 알아서 수시로 몸을 꺼떡거리기도 했다.
43
언제나 적토(赤土)빛의 단령(團領)을 입고
44
비록 엄동(嚴冬)이나 폭서(暴暑)를 만날지라도 벗을 줄을 몰랐다.
45
凡出入에 盛兩丸子紅囊하야 暫不去身하니 世號獨眠龍이라.
48
두 개의 탄환으로 붉은 주머니를 가득채웠고
49
잠시라도 몸에서 떨어지게 하지 않았으므로,
50
세상 사람들이 독안용(獨眼龍)이라 불렀다.
55
이웃에 장중선(掌中仙)과 오지향(五脂香)이라는 기생이 있었는데,
56
맹은 그녀들이 마음에 들어 함께 사통(私通)하였는데,
57
두 기생은 질투하여 서로 번갈아 받들어 모시는 바람에
58
맹은 눈시울이 몇 군데 찢어지고 눈물과 콧물이 옷깃을 적실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60
「一日이라도 不遭爾拳이면 郄(隙과 같음?)吝이 復萌이라」하니
62
그러나 오히려 이를 달게 받으며 희롱했다.
63
『하루라도 두 주먹으로 두들겨 맞지 않으면
65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천하게 여겼다.
67
그러자 맹은 절조를 굽힌 것을 뉘우치고 깨달아
68
기운을 북돋우어 항시 늠름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었다.
70
齊郡刺史 桓榮이(亶甲 桓榮[단갑 환영]은 方言이니 淫妓之稱也라) 發言하되
71
하단갑(河亶甲;殷나라 10대 임금)이 卽位한 지 3년에
72
제군(齊郡; 齊는 臍[배꼽 제]와 통함) 자사(刺使) 환영(桓榮)이[하단갑이나 환영은 세속에서 음탕한 창기를 가리키는 말. 하단갑은 물밑 조가비?, 환영은 화냥?] 아뢰기를,
74
『군 아래(郡은 臍郡; 곧 배꼽 아래)에는 오래된 보지(寶池; 보배로운 연못)가 있사온데
80
초목이 무성하고 거주하는 백성들이 아주 적어
81
힘써 그 가운데를 경작하면 수확이 매우많을 것이나
82
그런데 근자에 가뭄이 심하여 물이 말라붙어
83
이따금 못 기운이 위로 올라와 사라져버리고
90
원하옵건대 폐하께서는 즉시 조신(朝臣)을 파견하시와
91
지신(地神)을 달래시고 깊숙하게 뚫는 역사(役事)를 감독하시어
92
기름진 못물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하신다면
93
이는 한갓 천하의 근본을 잃지 않게 되올 뿐 아니오라
94
무릇 혈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비록 필부(匹婦)라 할지라도
95
그 어느 누가 폐하의 조치에 기꺼이 감동하지 않겠사옵니까?
98
왕은 그 아뢰는 말을 옳게 여기시었으나,
101
온양부(溫陽府)의 경력(經歷) 주자(朱泚)가
102
맹을 추천하면서 가히 쓸 만하다고 하니,
109
속담에 이르기를,「눈이 바르지 못하면 그 마음도 바르지 못하다」했고,
110
또 이르기를 「나쁜 땅에는 초목이 나지 않는다」했는데,
111
내가 듣기로는 맹은 머리는 어린애머리처럼 민대가리인데다가
112
눈도 천박하게 세로로 쭉 찢어졌다 하니,
115
주자가 관(冠)을 벗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116
「古에 聖君은 猶不以二卵으로 棄干城之將이니
118
「옛 성군들은 오히려 두 알이라 해서 간성의 장수를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119
어찌 한 가지 용모를 호칭해서 갑자기 버리시나이까?
121
若令猛으로 不堪其職이면 臣이 請當其罪하노이다.」
122
원컨대 폐하께서는 맹을 시험해 보고 임용하소서.
123
만약 맹으로 그 직책을 감당치 못하게 한다면
131
다만 맹이 고개를 깊은 숲속으로 처박고 품은 정기도 감추고 지내면서,
132
오히려 사람들에게 제 모습이 보일까 걱정하고 있는 판국이니
133
그가 짐을 위하여 기꺼이 벌떡 일어나 줄지 의문이오.』
134
泚曰「猛性이 兼剛柔하야 出申威於河外하고
137
倘陛下는 赤心力請하사 其無何說之辭니잇고?」
139
『맹의 성품이 단단하고 부드러움을 겸하고 있으니,
141
연못[寶池]의 밖에서는 마치 사나운 짐승의 울부짖음 같이 요란스러우나,
142
절개를 굽혀 연못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143
사지에 뼈가 없는 것처럼 되어버리지만,
151
王이 大喜하사 拜折衝將軍 充寶池疏鑒使할새
152
왕이 크게 기뻐하여 당장 절충(折衝)장군에 임명하시고
153
보지소착사(寶池䟽鑿使; 보배로운 연못을 툭 트이도록 뚫는 사신)로 명하시니,
155
맹은 명을 받들자마자 당장에 시행하였다.
156
由湧泉闢陽陵泉하고 歷陽關直抵池岸하니 池距陽陵泉이 才三里라.
157
(湧泉 陽陵泉 陽關 三里는 皆針灸之穴名이니 俱在脚足也라.)
160
보지와 양릉천과의 거리는 겨우 삼 리였다.
161
(용천 양릉천 양관 삼리는 모두 치구의 혈자리 이름이니
163
先是尼城人 麥孝同이(諺傳云 淫尼用에 以麥屑로 造肉具狀하니 名曰 麥孝同이라.) 私劃方略하야 欲效疏浚之力타가 聞將軍至에 慙赧而退라.
164
이에 앞서 이성(尼城) 사람 맥효동(麥孝同)[남근 모양의 기구]이
165
(민간에 전해 오기를, 음란한 비구니들이 보릿가루를 써서 남자 성기 형상을 만들고
167
사사로이 방책을 세워서 깊이까지 뚫는 효험을 보이고자 힘써 분투하다가
168
장군이 온다는 말을 듣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물러갔다.
171
수염을 치켜들고 턱을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172
「此地는 非[北의 잘못]峙玉門山이요 南連黃金窟하야
173
東西赤岸이 互回에 中有一巖하야 形肖柿仁하니
176
『이 땅은 북으로 옥문(玉門; 음문)산이 솟아 있고,
177
남쪽으로 황금굴(음문의 통로)이 이어져 있으며,
178
동서쪽으로는 붉은 낭떠러지가 서로 둘러서 있고,
180
그 모양은 흡사 감씨(陰核을 말함)를 닮아서,
185
쉽게 뚫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로다.』하고
187
드디어 그 형세를 조목조목 진술하여 표(表)를 올리니,
189
「臣猛은 承先祖之餘烈하고 荷聖朝之鴻恩하야
192
『신 맹은 선조가 남기신 업적을 이어받아
193
성스러운 임금의 크나큰 은혜를 입었으니,
194
천리의 적을 꺾어 죽음으로써 한 번 충절을 본받으려 하는 바이라,
195
어찌 외방에서의 오래된 수고로움이라 하여 꺼리겠습니까?
196
期至成功後에 已니 身到甘泉郡에 詎敢企乎아?
198
공로를 이룬 다음에라야 그만둘 것을 다짐하옵는 바,
200
감히 일을 갑작스럽게 도모할 수야 있겠습니까?
201
저는 지금 옥문관(玉門關) 속에 들어와서
202
오직 날마다 형세를 관망하고 있는 중입니다.』
204
왕이 표를 보시고 즐겨 마지않으시면서,
205
옥새(玉璽)가 찍힌 문서를 보내어 그의 공적을 칭찬하는 글을 내렸다.
210
[서방(西方)은 세속에서 말하는 ‘서방(書房)’이다.]
222
구부렸다가 폈다가 내려다보았다가 올려다보았다가,
225
필사적으로 일을 성사시키기를 기약하였다.
233
갑자기 탁한 물길이 세차게 용솟음쳐 나와
235
수풀과 잡초들도 물에 떠다니거나 잠기게 되었다.
239
스스로 태연자약하게 꼿꼿이 서서 터럭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241
共遊爪氏(爪氏는 方言에 兒女之稱이라)之患하야
244
일찍이 ‘좃’씨[‘爪氏는 방언에서 손톱을 지칭한다’며 눙침.]의 환(患)을 당하여
249
흘러서 황금굴까지 흘러와 우거(寓居)하다가
253
굴신이 입을 찡그리며 근심스럽게 말했다.
254
「比來에 走輩가 亦遭比[此?]患이 屬矣라.
256
囊括不言者 久矣니 今當爲二子而 固止之하라.」
257
『요사이는 나 역시 이런 환난을 여러 번 당했는데
258
그가 미음이라도 먹여주는 것을 고맙게 여겨
260
자루 끈을 동여매듯 말하지 않음이 오래였으나
261
이제 그대들 두 사람을 위해서 그치도록 도모해 보겠소.』
263
조생 등이 좋아라고 날뛰면서 말하였다.
264
『이 일은 저희들의 생사에 관한 일이요,
267
굴신이 지신(池神)에게로 가서 힐문했다.
268
「爾家甚客이 常懸二丸囊于我門에 出入無恒한대
270
언제나 이환낭(二丸囊; 불알)을 우리 집 문 앞에다가 척 걸어두고
274
처음은 드문드문하더니 나중에는 너무 잦아져
275
우리 집 뜰과 문을 흠뻑 적실 뿐만 아니라
277
감히 미치광이처럼 경솔함이 이와 같은가?』
285
어찌 가문을 더럽히는 욕됨을 당하리오?』
289
이제 존신을 위하여 그를 죽이는 밤에 당도하여
291
지신이 주장군이 힘써 노역하는 것을 가만히 엿보다가,
293
또 두 언덕의 신에게 칙령을 내려 협공케 하니
297
몇 숟갈의 골수를 흘리며 머리를 늘어뜨린 채 죽고 말았다.
299
特賜長剛溫直效死弘力功臣號하야 以禮로 奠于襌州하니
301
왕은 몹시 애통한 나머지 조회마저 파하고
302
맹에게 특별히 ‘장강온직효사홍력공신(長剛直效死弘力功臣)’이란 호를 내리시고,
303
예를 갖추어 곤주(褌州; 잠방이)에 장사지냈다.
304
後에 有人이 見將軍이 脫帽露頂하고 恒游泳於寶池中이라.
308
늘 보지(寶池) 가운데서 노니는 것을 보았다.
309
또한 불생불멸하니 석가모니의 도를 배운 불자(佛者)가 아니겠는가?
312
將軍이 早稟服人之力하고 奮起艸萊之中하야
313
出萬死計而 深入不毛之地하니 殫/(p.99.)精施澤에
314
『장군은 일찍이 사람을 감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초야에서 떨쳐 일어나,
318
澤之入人也深하니 十載溝洫之功이 一朝迺成則
320
연못은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깊어서
321
십 년이나 걸려야 할 봇도랑의 혈(血)을 통하게 하는 공을
326
攻其行事之迹은 可謂能勇而能劫이요 殺身而成仁者也니 嗚呼烈哉라.
328
숨 한 번 쉴 사이에 운명하고 말았으나,
329
그 행한 바 일들의 업적을 공평하게 생각해 보면,
330
가히 용감하기도 하였으나 겁도 잘 내어서
331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 인(仁)을 성취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332
아아, 충성을 다한 열자(烈者)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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