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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이 차다는 트집으로 아내를 실컷 때리고 나선 춘삼이는 낮전에 술이 흙같이 취하였다. 흥글멍글하고 남의 집 대문 앞에 서서 오줌을 쉬쉬 쏟다가 그 집 늙은 부인한테 욕을 톡톡ᄒퟄ 먹었건만 그래도 빙글빙글 웃고 골목길을 걸었다. 길을 걷는지, 춤을 투는지 뼈가 빠진 동물같이 이리 흥글 저리 멍글, 이리 비틀 저리 주춤 내려오다가 조그마한 쪽대문에 들어서서 정지(부엌방) 문을 펄떡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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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 신은 채 정지 아랫목에 쓰러졌다. 바당(부엌. 복도는 부엌과 안방 사이에 벽 없이 한테 통하였다. 바당이란 것은 부엌이고 정지는 부엌에 있는 안방이다)에서 불을 때던 늘그스레한 부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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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맞은 사람같이 아랫목에 쓰러져서 씨근덕씨근덕하던 춘삼이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두 팔로 앞을 버티고 앉은 그는 금시 쓰러질 듯이 흥떵멍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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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취했구나! 생원이 집에 가서 자구 오오! 그러문 내 국을 끓여두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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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웃음을 뵈는 노파의 이맛살은 펴지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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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술이 줄줄 흐를 듯이 거불거불한 눈으로 노파를 치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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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 그래 수 술을 안 준단 말이오? 내게 돈이 없나? 내가 술값을 잘가먹었나? 어쨌단 말이우? 자 여기 여 여 여기 돈!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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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그는 두루막 앞섶을 헤치고 조끼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어이없다는 눈으로 물끄러미 그 꼴을 보던 주인 노파는 허허 웃으면서 주정꾼 앞으로 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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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원이사 내 속을 뻔히 알지? 내 어디 그럽데? 돈이? 생원으게 돈이 어찌 없겠소? 돈이 없어두 줄 처진데, 돈이 있다는데 주기 싫여서 안 주겠소? 시방 취했으니 이따가 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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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노파는 풀어진 춘삼의 옷고름을 바로 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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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술값을 잘가먹을 것 같소? 에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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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머리를 흔들흔들하면서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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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세 뉘가 잘가먹는담메? 또 잘니면 어때서 내 그만꺼 생원에게 잘렸다고 송사를 하겠슴메? 하하 어서 좀 가 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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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는 얼렁얼렁하면서 춘삼의 허리를 안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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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짓이오? 이 이 이것 놋소! 뉘가 늙은 거 좋다구 하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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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이는 몸을 틀면서 노파를 두 손으로 콱 밀쳤다. 그는 머슥이 밀려서 있는 노파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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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그래 술 안 주겠소? 한 잔만 딱 먹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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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궁뎅이를 질질 끌고 부뚜막에 들앉았다. 얼었던 신발이 뜨뜻한 방안에 들어오니 녹아서 흙물이 번지르르 자리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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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꼭 한 잔만 줄게 먹구 가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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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는 ‘네 참말로 한 잔만 먹고 그만둘 테냐?’ 하는 눈초리로 춘삼을 보았다. 춘삼이는 빙긋 웃으면서 혀 굽은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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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노파는 한숨을 휴 쉬고 웃간으로 가더니 공상(정지 웃목에 벽을 의지하여 삼층으로 시렁을 매는데, 맨 밑층은 공상이라 하여 쌀독같이 크고 무거운 것을 놓고, 가운데 층은 조왕이라 하여 사발, 공기같이 가벼운 것을 얹고, 마지막 층은 덕대라 하여 밥상을 덙는다)에 놓인 조그마한 단지(항아리)에서 술을 대접에 반만큼 떠다가 푸접 없이 쓱 내밀었다. 춘삼이는 받았다. 그는 흥글흥글하고 술대접을 한참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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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이 술을 주면서 속으로야 욕을 좀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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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목을 점점 뒤로 재키면서 소 물켜듯 꿀꺽꿀꺽 마신다. 주인 노파는 점점 들리는 턱 아래 분주히 오르내리는 목뼈를 흘겨보면서 혀를 툭 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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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은 입에서 술대접을 땐 듯 만 듯하여 어깨를 으쓱하고 아가리를 씰룩하면서 머리를 앞으로 숙였다. 코와 입으로 시티한 걸디건 물이 폭포같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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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노파는 벌떡 일어서면서 춘삼이를 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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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이는 두루막 소매로 입을 씻으면서 노파를 노려보았다. 단박 서리같은 호령이나 내릴 것 같다. 노파는 몸을 벌벌 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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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 개장시라니? 이쌍놈으 노친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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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이는 앞에 놓은 술대접을 머리 위에 번쩍 집어들었다. 노파는 웃간으로 피해 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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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그 새끼 미칬는 게다. 술으 먹었지 똥물으 먹었는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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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춘삼의 우렁찬 소리와 같이 그 손에 잡혔던 대접은 쏜살같이 조왕에 던져졌다. 자끈, 쌔그르륵―― 대접에 떨어지는 곳에 보기 좋게 쌓아 놓았던 그릇들은 산산이 부서지고 들들 굴러 떨어진다. 공상에 놓았던 독들도 떨어지는 그릇에 부딪쳐서 탁 깨졌다. 주인 노파는 몸을 부르르 떨고 이를 빡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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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기장은 왜 치니? 응 죽여라! 죽여라! 나까지 잠아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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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노파는 악을 쓰고 덤벼들었다. 춘삼의 의복은 찢겼다. 그의 뺨은 노파의 손톱에 긁혀서 피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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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놈아! 늙은 년이 푼푼이 모아서 일워놓은 그릇을 무슨 턱으로 부시단 말이나? 내게 무슨 죄냐? 내 술값을 내라! 생원님, 생원님 하니 침때나 놓는 체한다구! 이놈아 내 술값을 육십여 냥이나 지구두……. 그래도 나는 흔연히 가티 지냈다. 이 가슴이 터지는 것두 꾹꾹 참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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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는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덤빈다. 춘삼이는 노파의 머리채를 휘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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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의 억센 발은 노파의 허리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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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문은 열렸다. 정지문도 열렸다.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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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우우 달려들어서 춘삼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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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그그 모여든 속에서 한 사람이 소리를 치면서 내닫더니 춘삼의 귓벽을 철석 갈겼다. 춘삼이는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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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놈아 이 호로새끼야! 네 에미 같은 사람의 머리를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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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는 앙드그륵 악물고 두 눈에 불이 휑해서 춘삼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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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에서는 일변 노파를 말리고 일변 춘삼을 차고 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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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는 목이 메어 울지 못하고 가슴을 쾅쾅 치더니 차츰 울음 소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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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니꼬은 꼴을 웃고 보면서 모아놓은 것을……. 흑!흑! ……. 자식두 없는 것이 그것으로 낙을 삼는 것을! 어엉. 흑흑! 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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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는 울음을 뚝 그치고 머리를 틀어얹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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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놈 보자! 네놈의 집을 가서 기동뿌리를 빼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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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문으로 내달았다. 그 두 눈에는 굳센 광채가 서리었다. 낯빛은 검으락푸르락 하였다. 문 앞에 모여섰던 군중은 뒷걸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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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스한 겨울날은 어느새 저녁 때가 가까웠다. 새벽 나간 사내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퍽 마음이 켕겼다. 보통 때에도 나갔다 들어오면 트집을 툭툭 부리는 사람이 오늘은 새벽 트집을 쓰고 아침도 먹지 않고 나갔으니 반드시 어디 가서 술을 먹거나, 그렇지 않으면 대문 어귀에서부터 부풀은 소리를 치고 들어올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학범 어미의 가슴은 수술실(手術室)로 들어가는 병자의 가슴같이 두근두근하여 진정할 수 없다. 시집살이 이십여 년에 맑은 하늘이라곤 보지 못하였다. 근본이 양반이요, 사람이 똑똑하고 돈냥도 넉넉하다 하여 아버지가 춘삼에게 허락한 것이다. 그리하여 학범 어미는 열 다섯에 시집을 왔다. 어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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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가 어린 것을 어디로 보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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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어리긴? 계집이 나가 열 다섯이면 자식을 나헜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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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겼다. 그때 아버지는 딸 혼수전으로 오백 냥을 받았다. 그가 시집 와서 사 년 만에 시어머니 돌아가고, 그 해 가을에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시어머니 돌아가신 지 오 년 만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때 학범의 나이 네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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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부터 전방 문을 닫아채워 버렸다. 그 뒤로 그의 입은 술, 계집, 골패, 투전, 싸움이었다. 나중은 술게걸이라는 별명까지 받았다. 밭고랑이나 있던 것은 어느 틈에 다 날아가 버리고 집 문권까지 남의 손에 가 버렸다. 그리고는 학범 어미가 닭도 치고, 도야지도 기르고, 삯바느질도 하여 푼푼이 모은 것까지 술값, 투전채로 쪽쪽 훑었다. 그것도 부족하여 생트집을 툭툭 부리고 여편네를 때린다, 세간을 모은다, 야단을 쳤다. 나중은 처갓집까지 팔아 없애서 친정 어머니는 딸을 따라와서 같이 있으면서 사위의 갖은 학대와 괄시를 받다가 작년 겨울에 돌아가셨다. 그는 죽을 때에 학범이와 딸의 손목을 잡고 섧게섧게 울다가 눈 못 감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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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 엄마! 사람의 한뉘〔一生〕라는 게 쓰리니라. 학범 아버지가 후회할 날이 있겄으니 너는 일절 골을 내지 말고 공대를 하고 순종해라. 마음을 잘 쓰면 다 그 값은 받너니라. 학범이 잘 자라도 그게 복받는 게 아니냐? 휴유! 어쨌든 네 아비가 못된 것이너니라. 에구 참 불쌍도 하지 우리 학범 어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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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점점 틀려 가는 눈에서 소리 없는 눈물이 방울방울 흘렀다. 때는 학범의 나이 여덟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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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돌아가신 뒤로 학범 어미는 더욱 고적하였다. 그는 사내의 횡포가 심하면 심할수록 순종하였다. 의복은 이틀 건너 사흘 건너 빨았고, 밥상에는 반찬이 떨어지지 않도록 애썼다. 그는 한 줄의 희망을 학범에서 붙였다. 어떤 때는 슬그머니 죽어 버리고도 싶었느나 이때까지 참아 오면서 모시던 사내에게 더러운 허물이나 가지 않을까, 나날이 커가는 학범이가 의지가지 없이 길거리에 헤매일 것을 생각하는 때면 삶의 줄이 죽음의 줄보다 더 굳세게 그를 끌었다. 그는 어떤 고생이든지 참아 가면서라도 학범이를 공부시키고 장가들인 뒤에 죽기를 은근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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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침에도 사내가 나간 뒤에 그는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해 가면서 앞뒤 뜰을 말끔히 쓸어놓고 아침을 지어서 사내 상을 따로 차려 놓고, 어머니 영좌(靈座)에 상식하고, 학범이도 먹여서 학교에 보내었다. 그리고 다듬이, 바느질로 진동일을 보내었다. 밖에서 발자취만 들려도 사내가 오는 듯해서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어디서 어린애 울음 소리만 들려도 학범이가 울지 않는가 하여 뛰어나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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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준비를 하려고, 하던 일감을 주섬주섬 거두는데 와 ―― 하는 소리와 함께 급한 자취 소리가 나더니 정지문이 펄쩍 열렸다. 학범 어미는 별안간 찬물을 등에 받은 사람같이 “흑엑” 놀라 일어섰다. 문으로 들이뛰는 것은 머리를 산산이 풀어헤친 늙은 노파였다. 이런 것을 한두 번 당하지 않은 학범 어미는 그 노파를 볼 때 학범 어미는 가슴이 뜨끔하였다. 온 혈관에 얼음이 부찍 차는 듯하였다. 두 뺨은 해쓱하고 뜨르르한 큰 눈이 힘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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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 에! 어째 이러오? 우리집(남편)에서 또 무슨 일을 저즐너논게로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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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 어미는 노파의 팔목을 잡았다. 노파는 다짜고짜 조왕 쪽으로 몸을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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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같으니! 은 네놈의 집은 내가 그저 둘 줄 아니? 내 이놈의 집 가맷도랭이를 빼고야 말 테다. 이거 놔라! 이거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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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학범 어미는 괴로운 웃음을 지으면서 노파의 허리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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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니! 참으시우. 내 말을 듣소! 네…… 우리집에서 술을 잡숫고 어마니 괄세를 한 게로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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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년아! 이거 놔라! 너 서방이 우리 집 가정 도립을 하였다. 내 너 ―― 집 가메솟도랭이를 빼고야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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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도립! 세간을 모두 짓모았다는 말에 학범 어미 가슴은 쿵하였다. 하나는 앞으로 하나는 뒤로 ―― 힘과 힘은 서로 얽히어서 학범 어미와 노파는 안고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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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 애! 내 낯을 보구 그만두오! 내 모두 물어놋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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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 어미의 소리는 위해한 권력 아래 꿇앉은 약한 무리의 부르짖음같이 힘없고 구슬펐다. 사람들은 남녀를 물론하고 모여들어서 싸움을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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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못된 놈이야! 스나(남편)를 못 만나서 부처님 같은 저 에미니(여편네)까지 못 살게 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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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네(여편네)는 참말 학범 어미 같은 게 없어! 그놈이 저런 처를 박대를 하고서 무시게 잘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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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이 말리는 바람에 노파는 주저앉았다. 학범 어미는 땅을 땅땅 치고 통곡하는 노파의 앞에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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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두 갚아놋소리! 돼지 하나 멕이는 게 있구 베짠 삼도 있으니 그거 팔아서 갚을께 어마니 내 낯을 보고 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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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는 갔다. 모였던 사람들도 갔다. 쭐쭐 울고 있던 학범이는 가마목(부뚜막)에 누워서 잔다. 집안은 휑뎅그렁한 것이 초상난 집 같다. 학범 어미는 무릎을 쫑그리고 앉아서 창문을 퀭히 보았다. 모든 것이 한바탕 꿈속 같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 아니다. 서리를 맞아 고꾸라지는 꽃 같은 자기의 그림자가 눈앞에 떠올랐다. 그 신세가 한껏 외롭고 한껏 가엾이 생각났다.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는 학범의 뺨에 뜨거운 눈물을 소리 없이 떨어뜨렸다. 남편이 너무도 야속스럽고 원망스러웠다. 어머니 제사에 쓰려고 추위와 더위를 무릅쓰고 길렀던 도야지까지 팔아 없앨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여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그는 눈물을 씻고 모든 것을 생각지 않으려고 하였다. 남편을 원망하고 눈물을 쭉쭉 흘리는 것이 무슨 불길한 징조 같아서 그만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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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 어미는 저녁 상식 때에 또 울었다. 어머니 영좌 앞에 엎디어서 굽이굽이 맺힌 설움을 하소하듯 느껴 울었다. 줄줄이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을 자기 몸을 싸고 흐르는 검은 그림자를 속속들이 씻어 주는 듯하였다. 어머니의 품이 안아 주고 어머니의 부드러운 말씀이 들이는 듯이 마음이 든든하고 가슴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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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어머니)! 어째 움매? 외큰아매(외할머니)보구 싶어 우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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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던 학범이는 어머니 곁에 와서 섰다. 그는 얼른 눈물을 거두었다. 어린 학범이에게 우는 낯을 보이지 않으려고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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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외큰아매(외할머니) 보구 싶어서 운다. 너는 외큰아매 보구 싶지 않으냐? 흥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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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 외큰아매 보구 싶네! 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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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다보고 내려다보는 두 모자의 눈에는 따뜻한 웃음이 괴었다. 학범 어미는 자기로도 알 수 없는 충동에 학범이를 껴안았다. 뜨거운 모자의 뺨은 비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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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황혼빛은 방안으로 기어든다. 사방은 고요한 침묵에 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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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이는 그저 돌아오지 않았다. 학범 어미는 학범이를 데리고 갔을 만한 집에는 다 찾아보았으나 없었다. 술에 취하여 길에나 눕지 않았나 해서 험한 골목 조용한 골목은 다 찾아보았으마 역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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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돌아와서 학범이를 재워놓고 등불 앞에 앉아서 바느질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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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점점 깊어 간다. 사면은 고요하다. 싸 ―― 하는 기름불은 이따금 불씨가 앉아서 뿌지직뿌지직 소리를 치면서 거불거불한다. 그때마다 학범 어미는 바느질손을 멈추고 쇠꼬챙이로 등찌를 껐다. 솔솔 사방으로 흘러드는 싸늘한 기운은 엷은 옷을 뚫고 살 속으로 스면든다. 그는 곁에 누운 학범의 이불을 다시 눌러놓으면서 한숨을 길게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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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에 그는 창문을 언뜻 쳐다보면서 귀를 귀울였다. 가슴이 쿵하고 후두두 떨렸다. 스륵스륵 빠드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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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뒷방에서 쥐들이 설치는 소리였다. 그는 비로소 안심한 듯이 일손에 눈을 주었다. 가슴은 그저 떨린다. 밖에서 바람 소리만 들려도 신 끄는 소리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죄었다. 저녁편 난리판에 태아(胎兒)가 놀랐는지 배까지 슬슬 아파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배를 그러쥐고 등불을 보았다. 등불은 점점 둘 셋 넷 되어 보이더니 나중은 수없는 불방울이 사방으로 둥둥 흩어져서는 사라지고 사라지고는 흩어진다. 크고 작은 붉고 푸른 그 불방울은 남편의 취한 눈알 같다. 그는 보지않으려고 눈을 꼭 감았다. 등뒤에는 커단 그림자가 서서 자기의 목을 슬그머니 잡는다. 그는 눈을 번쩍 뜨고 머리를 돌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몸살을 오싹 치면서 사방을 돌아보았다. 어둑한 구석구석에서는 무엇이 말똥말똥한 눈길로 자기를 노려보는 것 같다.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모든 것을 잊으려고 하였다. 다시 바느질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생각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구석구석에 숨은 눈깔은 더욱 자기를 노리고 등뒤에는 그 그림자가 섰는 듯해서 머리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머리를 바로 가지면 그것이 또 서 있는 듯해서 그저 있기도 어렵고 돌리기도 어려웠다. 그는 가운데 방문을 열어 놓았다. 그 방에는 어머니 영좌가 있다. 그것을 열어 놓으면 어머니가 지켜 주는 듯해서 마음이 좀 훈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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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 삐걱 ―― 사립문 소리가 들렸다. 뒤따라 오장이 미여지게 가래침 뱉는 소리, 어지어운 신 소리가 들렸다. 그는 가슴이 쿵하고 두근두근하였다. 얼른 일어서서 밖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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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공기는 그의 몸을 쌌다. 그는 오싹 몸서리를 쳤다. 파란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이웃집 지붕이며 울타리 밑에 쌓인 눈은 어둠 속에 빨래더미 같다. 흥글흥글 정신 없이 뜰에 나타난 것은 분명한 춘삼이 그림자다. 계집은 아무 소리 없이 축대 아래 내려섰다. 비틀비틀 들오던 사내는 떡 서서 흥땡흥땡 계집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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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 그래 스나(사내)녀석은 아츰도 안 멕이구 그래 에미네(여편네) 년덜말 먹구! 흐흐 집안이어! 흐엑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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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은 쓰러질 듯한 사내의 팔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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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내(어서) 들어가기오! 들어가서 좀 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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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그래 밥은 안 줄 텐가? 에튀! 저덜만 뱃뚱눈이 터지게 처먹구……. 으응 …… 이렇게 늑게 들어와도 차자도 안 댕겨! 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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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계집이 잡을 팔을 뿌리쳤다. 계집은 뒤로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다가 겨우 바로 서서 사내를 마루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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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저거 보! 흐 …… 아께 학범이하구 둘이서 암만 찾아 댕겨도 없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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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기 어째? 그래 계집년이 사내를 찾아 댕게스문 좋겠다. 아무게네 계집은 사내를 찾아댕긴다고 소문이 잘 나겠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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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이는 정지 아랫목에 들앉았다. 계집은 신을 끄르고 두루막을 벗겼다. 모자는 어디 두었는지 뿌연 민머리 바람이다. 춘삼의 몸은 맹자(孟子) 읽는 선비같이 흔들흔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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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뚜막에 놓았던 밥그릇, 화로에 놓았던 찌개, 이렇게 밥상을 차렸다.
128
하면서 계집을 노려보았다. 황공스럽게 상머리에 앉았는 계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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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아니오 우리 먹거라구 한쪽에 얹었던 좁쌀이 조금 섞였는 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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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말은 온순하였다. 그는 사내의 일동 일정을 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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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것 왜 반찬은 이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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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돈이 없어서 괴기를 못 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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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깥에 걸어 놓았든 명태(明太)는 어쨌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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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눈을 부릅떴다. 계집은 한참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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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그 소리는 겨우 입 밖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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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기 어찌구 어째? 제산지 난쟁인지 그늠으거는 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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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은 코를 들이마셨다. 흑흑 느꼈다. 치맛자락으로 눈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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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썅년아, 울기는 왜 떡하면 우니? 무슨 방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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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같이 왈각―― 밥상은 계집의 머리에 씌이었다. 계집은 번쩍 일어섰다.
141
“그 썅놈의 상문〔靈筵〕인지 개다린지 바사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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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방으로 들이뛰더니 쾅쾅 영좌를 부순다. 아! 어머니는 돌아서셔도 평안치 못하신가 생각하니 계집의 가슴은 짤짤 녹아내리는 듯하였다. 그느 더 두려울 것이 없었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학범이는 울면서 따라 들어갔다.
144
계집은 사내 앞에 서서 손을 벌려 영좌를 막았다. 사내는 계집의 팔을 잡아채어서 방바닥에 뉘어놓고 밟다가 불 밝은 정지로 끌고 나왔다. 학범이는 엉엉 울려서 발을 동동 구른다. 이웃집 사람들이 우우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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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춘삼의 허리르 안았다. 또 한 사람은 춘삼의 손에서 계집의 머리채를 뽑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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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의 억센 주먹은 말리는 사람들 사이로 계집의 가슴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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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이 붙잡고 말리는 바람에 학범 어미는 겨우 몸을 빼었다. 춘삼이는 주저앉아서 씨근씨근한다. 말리던 사람들은 잠잠히 서서 서로 쳐다보고는 춘삼이와 학범 어미를 보았다. 학범이는 아버지 곁에 서서 그저 엉엉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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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두께 같은 춘삼의 주먹에 쓰러지는 학범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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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빼려고 뒷문 앞까지 갔던 학범 어미는 홱 돌아서서 사내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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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는 게다. 어린 것이 무슨 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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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톡 쏘았다. 두 눈에는 핏줄이 발갛게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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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이는 벽력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벌떡 일어섰다. 두 손에는 그의 뒷구석에 놓였던 방치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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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의 소리가 끝나기 전에 응 하는 소리와 함께 방치돌은 뒷문을 향하여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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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열리는 뒷문과 같이 학범 어미는 쓰러졌다. 모든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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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가 집을 부술 듯이 일어났다. 모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춘삼이는 누구에게 맞았는지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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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뒤로 몰렸다. 소 길마에 뉘인 물먹은 죽엘같이 학범 어미는 허리는 문턱에 걸쳐 놓였다. 방치돌은 허리와 궁둥이를 짓눌렀다. 바짓가랑이 에서는 불그레한 피가 줄줄 흐른다. 쓰러지는 때에 낙산까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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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은 학범 어미의 머리와 다리를 들었다. 허리가 부러져서 땅에 끌린다. 어떤 늙은 부인이 허리를 받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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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아! 익잉 에구 학범 아버지! 꺽……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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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뉘인 학범 어미는 간신히 입속말로 부르고 고요히 운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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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엉 제마(엄마)! 에구 내 제마! 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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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이는 어미의 목을 끌어 안고 섧게섧게 운다. 뼈를 에이고 가슴을 쪼개는 어린이의 울음에 모든 사람의 눈은 스르르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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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죽어서나 좋은 곳으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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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인인지 한숨 섞인 소리로 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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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깨었는지 춘삼의 소리는 똑똑하다. 그의 앞은 코피가 흘러서 벌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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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승을 잡은 순사는 눈을 딱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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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제가 죽을 때라 그랬으니……. 나리! 한 번만 학범 어미의 낯을 한 번만 보게……, 으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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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목메인 소리를 하면서 모여선 사람을 밀치고 윗목으로 가려고 한다. 순사는 춘삼의 뺨을 불이 번쩍나게 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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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이 그래두 법 무서운 줄 모르나? 어서 걸어, 잔말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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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엉 어엉 흑…… 죽여주드라도……. 에구…… 학범 어미를 한 번…… 한 번만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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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은 애수(哀愁)와 공포(恐怖)에 싸인 군중은 물을 뿌려논 듯이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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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잘 됐구나! 이 몹쓸 춘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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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처량한 부르짖음과 같이 손뼉 소리가 뜰에서 나더니 바당문으로 툭 튀어들어오는 것은 술집 노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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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네 이놈 춘삼아! 이 늙은 가슴에 못을 막고 성인 같은 네 계집을 잡아먹구두 네 무슨 잘 되겠니? …… 벼락을 맞아라! 벼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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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섰던 일본 순사의 구둣발에 채어서 끌려나가던 춘삼이는 축대 아래 찬 땅에 거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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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엉…… 흑흑……제……제――마―― 에이고 내 제마(엄마)!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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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이는 그저 윗목에서 어미의 뺨에 낯 비비면서 구슬피 통곡을 친다.
207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싸인 군중은 눈물을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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