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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우시대(暴風雨時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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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4.4~
최서해
1
暴風雨時代[폭풍우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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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사람 ・ 1
 
 
3
나는 우리 동포의 슬픈 이야기를 우리 동포의 앞에 드리겠읍니다. 구변이 없는 나의 말 솜씨가 과연 동포의 슬픈 사정을 슬프게 드러낼는지는 퍽 의심스럽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야기에 슬프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뽑아 버리거나 슬픈 사실을 더 고조하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는 것은 여러분이 애초부터 들으려고도 하지 않겠지만 설령 듣고자 하더라도 구변 없는 나는 이야기를 더 망치지나 않을까 하는 의심이 생겨서 그런 객기는 부리지 말고 내가 본 대로 들은 대로 느낀 대로 똑바로 적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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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바와 같이 나는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사람이외다. 나는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외다. 누가 편안한 자리를 즐기지 않으리까? 될 수만 있으면 낯익은 고향에서 아늑히 살고 싶습니다. 하나 모든 것은 나의 마음과 같이 되지 않습니다. 나의 처지와 나의 환경은 나로 하여금 이렇게 방랑의 생활을 하지 아니치 못하게 만들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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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어찌 나 한 사람의 운명만이겠읍니까? 적어도 나와 처지를 같이하고 나와 환경을 같이한 우리 동포의 운명일 것입니다. 더 크게 생각한다면 어찌 우리 동포뿐이겠읍니까? 나와 처지를 함께하고 나와 환경을 함께하고 나와 설움을 함께한 천하의 사람들은 다 그러한 운명의 물결에 고토를 버리고 낯설은 산천에서 방황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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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떠돌아다니게 되니 별의별 꼴을 다 보게 되고 별의별 고생을 다 겪게 됩니다. 기쁘게 뛰어갔다가 도리어 참혹한 꼴을 보게 되고 달다고 씹었던 음식이 도리어 쓴 때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을 뜨고 못 볼 것은 처지를 같이한 사람들의 고생이오 잊히지 않는 것은 처지를 같이한 사람들의 죽음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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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 여기 적는 이야기도 그런 사실의 하나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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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되는 조병구를 그 뒤로 잊어 본 적이 없었읍니다. 그것은 내가 억지로 잊지 않으려고 해서 잊지 않은 것이 아니외다. 어쩐지 그의 그림자는 잊혀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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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구의 시체를 파다가 우리 손으로 다시 묻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팔년 전 겨울이었읍니다. 여덟 봄 여덟 가을이 가고 오는 새에 살아서 펄펄 뛰는 사람들도 변하는데 땅속에 든 사람에게 어찌 변이 없겠읍니까? 물론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그의 살은 흙이 되었을 것입니다. 있다면 흙에 절은 누런 해골이나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다 있는지 없는지를 누가 보증하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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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는 땅속에서 팔 년이란 세원을 썩어 내려오건만 그를 생각하는 정은 나의 가슴에 나날이 새로와 갑니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겠지요! 적어도 조병구를 아는 사람은 다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조병구의 두 눈은 늘 우리들 가슴에 대룩대룩할 것이오 조병구의 남긴 말은 늘 우리들 귀에서 쟁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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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병구를 대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초겨울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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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만의 입으로 흘러 떨어지는 소리가 삼천리라는 산하를 움직이고도 남음이 있어서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그 음파를 전하던 때였읍니다. 그때에 귀여운 조선의 아들 딸들은 혹은 강을 건너고 혹은 바다를 건너서 멀리멀리로 나가지 아니치 못할 운명의 쪼들림을 받게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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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사람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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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들 딸을 보내는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하늘을 우러러 가슴을 치면서 통곡을 했읍니다. 이 통곡 소리와 한숨 소리에 무심한 산천초목들까지도 자지러지는 것 같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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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떠나가는 아들 딸들은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떠나갔읍니다. 목석이 아니거든 그네의 가슴인들 어찌 허허범범하였겠읍니까. 뒤를 돌아 못 보는 그네의 가슴은 더욱 찢겼읍니다. 눈물을 못 흘리는 그네의 핏발선 눈은 더욱 뜨거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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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때 그네들 가운데 든 사람이었읍니다. 나는 지금도 밤중에 떠나는 나를 이십 리 가까이 따라오면서 소리를 못 내고 흑흑 느껴우시던 어머니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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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데마다 편지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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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는 목이 메어서 말을 못 하시는 어머니의 그림자가 내 눈앞에 늘 떠오릅니다. 그 뒤에 들으니 어머니는 내가 떠난 뒤에 진지도 잡숫지 않고 늘 울음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그 해 겨울에 사랑하는 아들을 다시 못 보시고 세상을 떠나셨읍니다. 어찌 우리 어머님만 그러하였겠읍니까? 조선의 어머니와 조선의 아버지들은 거개 이렇게 돌아가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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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어머니시여! 조선의 아버지시여! 당신네들은 보고 싶은 아들 딸을 다시 못 보고 어떻게 두 눈을 감으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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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슬픈 이야기는 그만하고 하던 이야기나 어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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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물을 건너서 태산 준령을 넘었읍니다. 밤이라 별 그림자가 잠긴 물을 건너서 무시무시한 산골짜기로 들어가던 기억은 지금 다시 떠오릅니다. 그때 우리 동행은 셋이었읍니다. 한 사람은 장일선이라고 서울서 중앙 학교를 마친 사람이오 한 사람은 이백천이라고 어떤 항구에서 노동하던 사람이었고 또 한 사람은 나였읍니다. 그때 나하고 장일선이는 하얀 손길을 가진 약골이었으나 이백천이는 건장한 사나이였읍니다. 그의 거무테테한 낯빛하며 우뚝한 코하며 툭 내민 관골하며 주먹을 부르쥐면 힘줄이 툭툭 불거지는 것은 녹록한 사나이가 아니었읍니다. 그는 우리를 퍽 사랑하였읍니다. 웬만한 물은 그가 업어서 건넜읍니다. 촌촌이 들어서 밥을 얻어먹은 것도 그의 힘이 컸읍니다. 그가 어느 집에 가서 장작을 패거나 밭일을 한 번 하면 노자와 밥이 나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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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만 없으면 우리는 죽을 것만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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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우리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면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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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다고 산 입에 거미줄이 슬겠나? 아우님들은 별말 하지 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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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좋은 낯빛으로 말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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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우리도 패라우? 응 오늘은 우리도 팹시다, 갑갑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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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우리는 어떤 때 도끼를 잡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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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님들은 가만히 계시우! 나는 배운 재주니까 하지 아우님들이 언제 그런 것을 해 봤겠소! 괜히 다치리다. 아우님들 할 일은 큰일이 있소! 내야 무슨 재주가 있소! 나는 큰일 할 아우님들을 위해서……. 이까짓 것이 다 뭐요? 뼈를 깎아도 기쁘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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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한 어조로 말하면서 우리가 잡은 도끼를 빼앗았읍니다. 장군과 나는 그의 감격한 표정과 감격한 말을 듣는 때마다 전신에 오르는 이상한 힘을 느꼈읍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우리의 사사로운 일을 위하여 그르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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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사람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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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두려움과 같이 큰일을 위하여 ⎯ 이백천이가 바라는 큰일을 위하여 우리의 목숨을 바치려고 더욱더욱 결심하고 맹서하였읍니다. 이 맹서와 이 결심은 굳으면 굳어 갈수록 우리에게 큰 삶의 충동과 법열을 주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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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천의 감화는 참으로 컸읍니다. 모군꾼 상놈이라는 이름을 받고 세상의 버림을 받던 무지한 장정의 무지한 말은 유식 계급의 앞에만 머리를 수그리던 이 두 청년에게 무한한 감화를 주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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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한 달이 넘어서 북만주의 한 귀퉁이에 있는 ‘소사허’라는 곳으로 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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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소사허에는 조선 내지서 들어간 동포들이 삼백 명 가까이 있었읍니다. 이 네들은 그 곳에 큰 학교를 세워 놓고 공부를 힘썼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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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라. 큰일을 하려면 공부를 하라. 모르는 사람에게 성공이 없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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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때 그네들의 표어이었읍니다. 큰일 큰일 하는 큰일이 별것이 아니라 잘 살도록 일하자는 것이었읍니다. 그네들은 한쪽으로는 가르치고 한쪽으로는 학교 후원회를 조직하여 가지고 조선 내지며 원근 동네를 다니면서 후원원(後援員)도 모으고 후원금도 모집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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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허를 중심으로 북만주 한 귀퉁이에 사는 사람들은 거개 갑산, 무산, 회령, 온성 등지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었읍니다. 그네들의 직업은 농사와 목축과 사냥이었읍니다. 그네들이 이 곳을 개척한 것은 팔구십 년 전(그때로부터)이었읍니다. 처음 황 관청이라는 무산 포수(茂山砲手)가 사슴을 따라서 이곳까지 와 보고 다시 무산으로 나가 뜻맞는 사람들을 데리고 이사왔읍니다. 이것이 개척의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팔구 십 년 동안을 살아오면서 조선이 어디 붙었는지 조선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면서 멀리 백두산을 바라보고 조선을 그리워하는 조선의 아들들이 또는 딸들이 엉키엉키 퍼졌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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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퍼져서 살던 동포들은 새로 오는 많은 동포를 보고 일변 기쁘면서도 일변 의심스럽고 겁이 났읍니다. 그러나 날이 가고 달이 오는 새에 그네들은 새 동포와 친하였고 새 동포의 감화를 받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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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사허에 이른 때는 삼복 더위가 금방 지난 늦은 여름이었으나 여기는 어느새 첫 서리가 내렸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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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바람을 무릅쓰고 단풍이 벌겋게 타는 높은 재를 넘어서 소사허 어구에 이른 때는 멀그므레한 해가 서산에 누엿누엿 넘어갈 때였읍니다. 우리는 어떤 움집 같은 귀틀집을 찾아 들어서 부르튼 발을 주물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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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 없는 컴컴한 방에서 모래 언덕같이 우수수 흐트는 조밥을 게눈 감추듯 먹고 난 때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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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님들이 어데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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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가 뜰에서 들렸읍니다. 우리는 공연히 가슴이 울렁울렁하면서도 그 말씨가 내지서 금방 들어온 사람이라 기쁘다는 것보다도 호기심이 났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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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방에 있소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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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주인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찌그러지고 만신창된 창문이 덜컥 열리더니 하늘빛에 ‘도리우찌’ 쓴 것이 똑똑히 보이는 사람 하나가 들어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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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하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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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는 문앞에 앉으면서 우리를 보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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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장정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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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태도가 거만하다면 거만하고 쌀쌀하다면 쌀쌀하다고 할 말치 어울리지 않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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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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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셋이 다 약속이나 한 듯이 말하였읍니다. “어데서 오시오?” 그 소리는 역시 듣기에 아니꼬왔읍니다.
 
52
“우리는 내지에서 옵니다. 여기 계십니까?”
 
53
하고 사람 좋은 장일선군은 컴컴한 속을 통하여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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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있다면 있는 사람이지요. 그래 모두 뉘댁들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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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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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영감! 불 없소?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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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는 소리를 쳤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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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가 나서 조금 있다가 등대가 벽에 뚫어논 구멍으로 들어왔읍니다. 희미하고도 거물거리는 불빛에 어둠이 숨어진 방안은 꺼멓게 그으른벽 이라든지 먼지와 거미줄이 얼크러진 천정이라든지 구름 자리를 깔아 놓은 방바닥이라든지 도야지 콧구멍보다도 더 추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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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태도가 아니꼽기는 하지만 장군은 먼저 입을 열어서 자기를 소개하였읍니다. 나와 이백천이도 입을 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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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은 누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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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천이는 그렇지 않아도 사납게 보이는 찢어진 눈으로 그 사람을 건너다보았읍니다. 그 사람은 구레나룻이 거칠거칠한데 긴 저고리를 입었읍니다. 성난 두꺼비의 배 같은 두 뺨, 흘끔 흘겨보는 눈은 감 사납게 보였읍니다. 둘이 다 녹록치 않은 장부들이라 가운데 흐르는 공기는 긴장하였읍니다. 그 낯빛들은 어디서나 움직하면 후닥툭탁 장비의 장판교 싸움이 연출될 판이외다. 나는 한바탕 그렇게 하는 것이 보고도 싶었으나 호기심보다도 겁이 더 났읍니다. 우리 편이 이겨도 상서로운 일이 아니요 저 편이 이겨도 기쁠 것은 없었읍니다. 어느 편이나 승전고를 울리려면 어느 한 편이 죽거나 죽지는 않아도 죽는 형용은 내게 되야 하겠으니 그렇게 되면 설령 개선가는 우리가 부른대도 기쁠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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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듣잖해도 알 때가 있지요. 그래 뭣하러 예까지 왔소?”
 
63
구레나룻은 퉁명스럽게 물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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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당신의 이름을 묻는 것이 잘못이오? 우리도 살러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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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쪽에서도 배짱을 울려나오는 소리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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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러?”
 
67
“그래요! 일!”
 
68
“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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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구레나룻은 한 번 더 다지더니 옆구리에 손을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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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희들이 어제 ‘다수허’에서 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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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 급하게 되었읍니다. 백천의 주먹은 떨렸읍니다. 각일각 떨리는 주먹은 구레나룻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선전 포고를 올리려 하였읍니다.
 
72
“형님 아이구 배야!”
 
73
나는 몸을 틀면서 이백천의 팔에 엎드렸읍니다. 그렇게 분을 내던 이백천이건만 역시 우리에게는 따뜻한 형님이었읍니다.
 
74
“응 아우님 또 뱃병나나?”
 
75
하고 그는 나를 안았읍니다. 내게는 이렇게 일어나는 뱃병이 있었읍니다. 그러나 이때 나는 꾀배를 앓았읍니다. 그 주먹을 진정시키려고…….
 
76
“가자! 일어서라. 뻔뻔한 놈이 배는 무슨 배?”
 
77
하는 구레나룻은 어느새엔가 바른손에 권총을 쥐고 일어섰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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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부처 ・ 1
 
 
79
권총을 본 나는 가슴이 덜컥했읍니다. 더구나 그 총부리가 내 가슴을 향한 것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을 보고는 질겁을 하도록 놀랬읍니다. 이것을 본 이백천은 나를 얼른 옆으로 내려 놓고 아까와는 딴판으로 정중스럽게 일어나더니,
 
80
“갈 데가 어데요? 갑시다!”
 
81
하고 가만히 섰읍니다. 그 뺨의 근육은 낯익은 내 눈에 몹시 뛰어 보였읍니다.
 
82
“형님 우리도 갈라우!”
 
83
“응 아우님들은 여기 계시우!”
 
84
“아니어 다 가야지!”
 
85
그 사람의 말은 좀 누그러졌읍니다.
 
86
한 줄에 묶인 우리는 초생달을 밟으면서 십 리나 되는 학교 마을로 왔읍니다.
 
87
그 밤을 우리는 차디찬 방에 갇혀서 새웠읍니다.
 
88
이튿날 해돋이나 되어서 밖으로 질렀던 빗장을 뽑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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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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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들어온 사람이 있었읍니다. 머리는 발갛게 깎았는데 둥글둥글한 이마는 쭉 벗어지고 하관이 좀 빠진데 붕긋한 코 큼직히 빛나는 눈은 옛날로 하면 친하기는 하여도 범하기는 어려운 사람으로 보였읍니다.
 
91
“나는 김창문이라고 합니다.”
 
92
우리의 이름을 물은 그는 자기 소개를 친절하게 하였읍니다. 그는 평안도 사람이었읍니다. 그의 악센트는 분명히 평안도였읍니다. 다음에 내지 사정을 자세히 묻더니,
 
93
“또 뵙지요!”
 
94
하고 나갔읍니다.
 
95
“어때 위인이?”
 
96
“글쎄, 그런 것 같잖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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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저 ‘김 반장’은 뼈가 없어……. 너무 사람이 좋아! 뭐 안 그래.”
 
98
이런 소리가 창 밖에서 들렸읍니다. 듣고 보니 그는 우리의 동정을 살피러 왔던 모양이외다.
 
99
우리는 우리가 비명에 걸렸다는 것을 직각했읍니다. 우리는 슬펐읍니다. 슬프다는 것보다도 기가 막혔읍니다. 고생에 고생을 하고 찾아왔더니 동포들은 같은 동포들을 이렇게 구박합니다. 눈벌판을 거쳐서 봄바람을 찾아들었더니 우리에게는 봄바람이 불어 주지 않았읍니다. 나는 그만 설움이 북받쳤읍니다. 내 눈에는 모르게 눈물이 괴였읍니다.
 
100
“아우님 왜 우오? 하늘이 무너져도 내 맘만 바르면 겁날 것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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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천은 수심이 그득한 얼굴에 억지로 화기를 띠우나 흐르는 장군과 나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읍니다.
 
102
아침 후에 우리는 끌려 나왔읍니다. 밖에 나서니 사면이 산인데 내지에서는 듣도 보도 못 하던 서리 물든 살림이 빽빽히 섰읍니다. 그런 산들이 둘러서 사발처럼 된 속에 집들을 지었는데 이리 들어오면서는 보기 드문 큰 귀틀집이 동편으로 앉았읍니다. 그것이 학교였읍니다.
 
103
우리는 그 학교 앞에 있는 여염집으로서는 그리 작지 않은 귀틀집으로 들어갔읍니다. 사간이나 되는 방은 물론 도배를 했을 리가 없었읍니다. 바로 문에 들어서서 맞바라보이는 쪽으로 점잖은 늙은이가 수염을 쓸고 앉았고 그 좌우로 땟국이 흐르는 바지저고리를 입은 머리 깎은 사람들이 앉았읍니다. 우리는 바로 문앞에 꿇어앉았읍니다.
 
104
“그래 내지에서 언제 떠났어?”
 
105
알고 보니 우리는 심문을 받는 것이었읍니다.
 
 
106
활부처 ・ 2
 
 
107
우리는 이렇게 십여 일을 두고 문초를 받았읍니다. 옛날식에 신식을 좀 가미한 초사는 참말 견디기 어려웠읍니다.
 
108
우리를 ✕적단의 정탐꾼으로 보았던 까닭이었읍니다. 우리가 이곳에 이르던 안날 ✕적의 정탐꾼 셋이 이곳에 들었다가 도망질치는 것을 보고 자위단 군인들이 쫓아갔으나 적탄에 쫓던 군인만 한 사람을 잃었을 뿐이었읍니다. 그 이튿날 탐문하니 우리가 지나온 다수허에서 우리가 이곳에 이르던 새벽에 괴상한 사람을 셋이나 보았다고 보고가 들어왔읍니다.
 
109
✕적의 정탐은 대개 조선 사람이 많았읍니다. 그네들은 몇 푼 돈에 팔려서 같은 - 피를 같이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읍니다.
 
110
우리 세 사람은 그러한 혐의를 받았읍니다. 우리는 매도 맞을 대로 맞고 옆구리에 권총의 위협도 받을 대로 받았읍니다.
 
111
우리는 태산같이 바라고 갔던 그네들이 원망스러웠다가도 그것도 처지를 같이한 사람이 처지를 같이한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거니 생각하는 때면 모든 원망이 스르르 풀리기도 하였읍니다. 이렇게 오륙 일을 두고 초사를 받을 때 우리 앞에 나타난 활부처가 있었읍니다. 그것은 내가 아니 우리가 지금까지 또는 영원히 잊지 못할 조병구였읍니다.
 
112
그는 그때 학교 후원금을 모집하는 후원반 반장이었읍니다. 그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동부 후원반의 반장으로 나갔다가 돌아온 때였읍니다. 그는 머리를 중같이 홀랑 깎고 수염을 기른 사람인데 넓적한 코와 크고 두툼한 입술은 평범하게 보였으나 쑥 내민 이마 아래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조그만한 눈은 사람을 끄는 힘이 있었읍니다.
 
113
그는 이곳에서 신임하는 사람이었읍니다. 그가 오던 날 우리의 초사를 듣더니 그날 저녁편에는 우리를 끌고 자기 집으로 갔읍니다.
 
114
“저 조 반장이 보증을 하니 우리는 믿고 그대들을 내보내오. 이것도 우리가 그대들을 미워서 한 일이 아닌 줄은 알겠지요.”
 
115
하는 훈계를 받고 조반장의 집으로 갔읍니다.
 
116
“얼마나 고생을 하셨읍니까? 아무쪼록 노여 마시고 같은 일꾼이 되어 주십시오!”
 
117
하고 조 반장은 우리를 친절하게 위로해 주었읍니다. 우리는 어떻게 반가운지 눈물이 흘렀읍니다.
 
118
“이 재생의 대은은 어떻게 갚을는지…… 나는. 나는 내 목숨보다도 저 두 아우님을 생각하고…….”
 
119
이백천은 사례를 하다 말고 울었읍니다. 그는 성을 대도 무섭게 내는 모양으로 울음을 내도 무섭게 내는 사람이었읍니다. 그는 목구멍으로 나오는 울음 소리를 참아 가면서 조 반장의 손을 잡고 울었읍니다. 나도 울고 장군도 울고 조 반장도 울었읍니다. 이 울음은 은혜를 생각하는 울음이라는 것보다도 피차간 처지와 처지를 생각하고 같은 처지 같은 환경에서 같은 설움이 복받치는 것이었읍니다.
 
120
이 눈 저 눈으로 흘러 떨어지는 울음은 아까까지도 몰랐던 조 반장과 우리의 마음을 한데 모아 다지는 듯하였읍니다.
 
121
이 뒤에 이 네 사람이 지낸 것을 보면 초면 인사 뒤에 울은 말 없는 울음은 피차의 마음을 결탁시킨 묵계이었읍니다.
 
122
어느새 넘어가는 붉은 볕은 창을 물들였읍니다. 울음이 지나간 뒤 석양에 밝은 방안은 따분한 침묵에 싸였읍니다.
 
 
123
개척자 ・ 1
 
 
124
우리는 조병구의 집에서 저녁을 먹었읍니다. 역시 모래 언덕같이 우수수하는 조밥이지만 집을 떠난 뒤로는 이렇게 깨끗이 이렇게 정답게 지어주는 밥은 처음이었읍니다.
 
125
따뜻이 데워 주는 물에 손발을 씻고 저녁을 먹고 나서 초겨울 그믐달이 서창을 처량히 비추일 때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따뜻한 구들에 드러누었읍니다. 고국을 떠난 뒤로 편안한 자리를 못 얻었고 정다운 말을 못 들어 보다가 이제 심금을 기쁘게 풀고 따뜻한 자리에 누우니 맛있는 잠이 소르르 오리라고 믿었는데 오라는 잠은 오지 않고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줄달음을 쳤읍니다. 곁에 누운 이백천과 장일선이도 눈은 감았으나 역시 생각을 하는지 부시럭거렸읍니다.
 
126
나는 억지로 눈을 감아도 보고 또는 쓸쓸한 새벽 달빛에 마른 나뭇가지가 묵화처럼 비추인 창문을 바라보기도 하다가 어찌어찌 고국을 그리는 꿈속에 들어섰읍니다.
 
 
127
이튿날부터 우리는 조병구의 집에서 숙식하게 되었읍니다.
 
128
조병구의 식구로는 늙은 아버지와 삼십 못 된 아내와 일곱 살되는 어린 것이 있었읍니다. 그가 이곳으로 온 것은 십삼 년 전(그때로부터)이었읍니다. 그의 할아버지는 경상도에 이름 있는 학자로서 우리의 산하가 휘우뚝거릴 때에 나라에 상소에 상소를 거듭 올려도 되지 않으니까 ✕✕때 나섰다가 ✕탄을 받고 말았읍니다. 그런 뒤 그 아들──조병구의 아버지는 이곳까지 들어왔읍니다.
 
129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가 이 땅으로 처음 들어올 때는 길이 없어서 말을 몰 수가 없었소. 지금은 참 낙양이 되었소마는 그때는 이 동리에 집이라고는 저 집 건너편 박 관청의 집밖에는 없었읍니다. 들어온 이듬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130
조병구의 회고담 속에는 이런 구절이 가끔가끔 나왔읍니다. 그의 아버지는 지금도 이곳에서 교육 사업을 힘쓰고 있지만 이곳에서 글 잘하고 가르치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가 처음이라 합니다. 지금도 여기 사람들 가운데는 글방에 다니는 자제들이,
 
131
“붓을 사 주셔요!” 하면
 
132
“작년에 산 붓을 벌써 다 썼단 말이냐? 나는 호미 한 자루를 오륙 년이나 썼는데…….”
 
133
하고 붓 한 자루를 여러 해 쓰지 않는다고 꾸짖는 부모가 있다 합니다. 또 그리고 자식을 글방에 보낸 지 한 달이 못 되어서 편지를 쓰라고 조르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읍니다.
 
134
이런 곳에서 삼십 년이나 종시여일하게 정성과 열성을 다하여 교육 사업에 분주한 그네의 사업을 생각하는 때 내 가슴에는 나로도 모를 거룩한 생각이 용솟음쳤읍니다. 그 얼마나 위대한 사업입니까. 그의 사업은 흙속에 묻힌 황금과 같이 남의 눈을 부시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무형한 가운데 힘 쌓아 놓은 그의 힘은 어찌 장차 천지를 뒤흔들던 위대한 힘의 씨가 아니라고 하겠읍니까. 그의 아버지는 조용한 때마다 조병구를 불러놓고,
 
135
“너는 와석종신을 말어라. 네 할아버지는 어떻게 돌아가셨다는 것을 우리 부자는 잊지 말아야 한다. 너는 내 아들이요 ✕✕의 아들이거든 와석종신을 말어라.”
 
136
하고 피나게 훈계를 주었읍니다.
 
 
137
개척자 ・ 2
 
 
138
조병구의 정성과 정열도 그 아버지만 못하지 않았읍니다. 그는 봄 여름 가을은 농사와 아편과 산삼으로 벌이를 하고 겨울이면 학교 사업에 몸을 바쳤읍니다. 그의 벌어 놓은 재산의 구분(九分)은 전부 남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데 바쳤읍니다. 그때 그의 집에는 우리 셋 밖에 또 학생 다섯이 있었읍니다.
 
139
이런 친구와 같이 손을 엇걸게 된 우리의 기쁨은 참으로 컸읍니다.
 
140
우리는 이렇게 며칠 있다가 각각 학교 일을 맡아 하게 되었읍니다. 장일선은 글씨를 잘 쓰므로 학교에서 발행하는 등사판 잡지의 서역을 맡고 나는 수판을 잘 놓으므로 학교 회계를 맡았고 이백천은 통신부의 감독이 되었읍니다.
 
141
“제가 감독이 무엡니까? 저는 인부꾼 노릇을 하던 놈인데 감독이 무엡니까? 저는 나무나 쪼개고 다른 심부름을 하겠읍니다.”
 
142
하고 이백천은 사양을 하였으나,
 
143
“이 선생은 감독이 적당합니다. 인부꾼이 아니라 종 노릇을 했던들 무슨 상관이오? 당신같이 부지런하시고 억센 어른이라야 감독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144
하고 조병구는 곁에서 억지로 밀어 맡겼읍니다. 나는 조병구의 지인지감에 눈물이 났읍니다.
 
145
이렇게 얼마 지내는 사이에 겨울은 깊어 갔읍니다.
 
146
깊은 겨울부터 장일선군은 그대로 있었고 나와 이백천형은 소임을 갈고 다른 것을 맡게 되었으니 나는 동부 후원반의 반원이 되어 조병구의 지휘를 받게 하고 이백천형은 북부 후원반의 반원이 되어서 학교 후원금 모집차 떠났읍니다.
 
147
“잘 단겨 오게!”
 
148
“어이 잘들 가게!”
 
149
중대한 책임을 등에 지고 각각 자기의 반을 따라 흩어지는 동부, 서부, 북부, 남부 부원들의 작별하는 말은 이렇게 간단하였읍니다. 험한 길에 어디서 어떻게 될는지 죽음이라는 것을 미리 각오한 사람들의 가슴이나 앞길의 걱정이 없지는 않았읍니다. 그러나 모두 그 근심 걱정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었읍니다. 웃음 속에 싸인 수심은 참으로 가슴을 찢는 것이었읍니다.
 
150
우리의 후원반원은 칠 인, 거기에 반장인 조병구까지 합치면 팔 인── 이 팔인은 한결같이 개가죽 모자에 우차꾼의 옷 같은 옷을 입고 발감개에 미투리를 신었읍니다. 서로 한날 한시 한곳에서 나지는 않았을말정, 사생을 같이하게 된 동무들이라 그 친분은 친분이란 말로써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었읍니다.
 
151
우리는 일주일 뒤에 목적한 구역으로 이르렀읍니다. 때는 깊은 겨울이라 서백리아의 눈벌을 스쳐서 다시 만주의 눈을 불어오는 모진 바람은 온누리를 얼음 속에 몰아넣어서 언 땅 터지는 소리가 깊은 밤 공기를 처량히 울렸읍니다.
 
152
우리는 입가에 맺히는 고드름을 뜯으면서 찾을 만한 사람과 유력한 단체를 찾아 다녔읍니다. 이것은 공공연하게 하지 못하였읍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여기는 도적이 많은 관계로 소문나는 것을 두려워하였읍니다. 은근히 연락을 취하여 가지고 은근히 말을 내었읍니다.
 
153
“우리는 소사허 학교의 후원반이외다. 큰일을 위하여서는 공부가 필요한 것인 것을 잘 아시는 바요 또 여러분께서도 힘쓰는 바이지만 역시 일을 하자면 힘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 동포의 뜨거운 사랑을 바랍니다.”
 
154
이것이 우리를 대표한 반장 조병구가 어떤 단체나 사람에게 처음으로 드리는 말이었읍니다.
 
 
155
눈보라 ・ 1
 
 
156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읍니다.
 
157
“우리는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과 굳은 결속을 바랍니다. 이것은 우리 몇 사람의 바람이 아니요 적어도 우리 동포의 큰일을 위하여 노력하는 한 단체인 소사허학교를 대표한 바람이올시다.
 
158
우리 처지는 더 말씀치 않으셔도 여러분은 잘 아실 줄 믿습니다. 고토를 버리고 남부 여대로 강을 건너서는 동포나 그렇지 않은 동포나 다 함께 매서운 폭풍우 속에서 지내고 있읍니다.
 
159
우리도 사람이외다. 우리도 눈코가 바로 박힌 사람이건만 우리는 사람들께서 사람의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우리도 사람의 권리와 의무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160
그러도록 큰일을 해야 하겠읍니다.
 
161
여러분은 결속합시다. 뜨거운 사랑으로써 동포를 위합시다. 우리의 재산은 이것뿐이외다. 우리는 섶에 누워서 담을 맛보아야 할 것입니다.
 
162
우리는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과 굳은 결속을 강권치 않습니다. 여러분에게는 그러한 권리와 의무가- 처지를 같이하고 환경을 같이하고 설움을 같이하고 이상을 같이한 여러분에게는 그러한 의무와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163
-조 반장의 이야기 뜻은 대개 이러하였읍니다. 정중하게 앉아서 나직나직 하나 콘크리트판에 쇳덩어리를 굴리는 듯한 그의 힘있는 소리는 눈물이 섞이고도 흐트러지지 않고 뜨거웁고도 가을 서리 같은 위엄이 있어서 듣는 사람의 가슴에 뜨거운 불과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이치는 것과 같았읍니다.
 
164
나의 무딘 붓과 나의 희미한 기억은 그의 이야기 그대로를 옮기지 못하는 것이 동포를 위하여서든지 고인을 위하여서든지 미안하기 그지없읍니다.
 
165
나는 이렇게 다니는 때 조 반장의 인격의 비범한 것을 더욱 느꼈읍니다.
 
166
그는 어떤 집에를 들든지 새벽이면 마당을 쓸고 저녁이면 주인과 같이 새끼도 꼬고 신도 삼았읍니다. 나는 처음에는 그것이 일종의 권도나 아닌가 하는 의심도 없지 않았으나 종시여일하게 괴로와하지 않고 하여 나가는 그를 볼 때 그것을 의심하던 내가 도리어 부끄러웠읍니다. 그것은 일상의 범범한 일이었으나 우리에게 주는 감화가 비상히 컸읍니다. 우리는 여기서 말로써 주는 감화보다 몸소 주는 감화가 크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읍니다.
 
167
그는 이렇게 범하기 무서우면서도 친하기 쉬운 사람이었읍니다. 우리가 괴로와하는 때면 우스운 소리로 우리를 위로하였고 우리가 슬퍼하는 때면 기쁜 소리로 우리를 위로하였읍니다.
 
 
168
우리는 이렇게 넉 달을 다니다가 그 이듬해 이월 하순에 돌아섰습니다.
 
169
음력으로 이월 하순이니 조선 내지 같으면 얼음이 풀리고 밭을 갈 때가 되지만 여기는 겨울 바람이 그저 스치었읍니다.
 
170
어떤 동포의 덕택으로 떠날 때에 입었던 우차꾼의 옷과 발감개 미투리를 벗고 중국 옷에 ‘울레’ 를 신은 우리들은 이번 길의 성공을 서로 축복하면서 눈길을 밟고 돌아섰읍니다.
 
171
첫 날은 팔십 리 무인지경을 걸어서 어떤 중국 사람의 객주에서 자고 이튿날은 일백 이십 리 무인지경을 걸어서 어떤 중국 사람의 농막에서 자고 떠났읍니다.
 
172
사흘되는 날은 눈과 바람이 몹시 쳐서 지척을 분간할 수가 없었읍니다. 아침부터 눈보라가 이렇게 쳤다면 하루 묵기라도 하였을 터이니 집을 떠나 중로에서 눈보라를 만나니 서너 걸음만 앞서도 보이지 않도록 빽빽한 나무 속이요 험한 산길이라 앞이 캄캄하였읍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만 해도 굉장한 판인데 모진 바람이 불어서 나뭇가지의 눈과 산봉우리의 눈까지 불리이니 숨이 막히고 길은 미끄러워서 걸음을 걷는 것이 아니라 눈보라와 씨름을 하게 되었습니다.
 
 
173
[미완]
【원문】폭풍우시대(暴風雨時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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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 폭풍우시대 [제목]
 
  최서해(崔曙海)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8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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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