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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문(疑問)의 그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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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9
최서해
1
疑問[의문]의 그 여자
 
 
2
어떤 몹시 더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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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로 사정목에서 의주통 가는 전차를 갈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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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션은 더 앉을 여지가 없었으나 쥘끈 잡고 서 있는 사람들 사이는 헤저어 나가고 들어오기에 넉넉할 만치 만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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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빠고다 공원 앞 정류장이라고 기억된다. 전차가 떠나려고 하는때 앞으로 움직이는 차체의 동요에 뒤로 주춤저리면서 분주히 올라탄 젊은 여자가 있었다.
 
6
금방 바늘을 뽑은 듯한 당항라 적삼에 긴 세모시 치마를 슬쩍 돌려다치켜 잡은 그 모양은 단아하면서도 어디라 없이 한멋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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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지나 차실에 들어선 그는 오를 때와는 딴판이었다. 퍽 침착한 보조로 여러 사람 사이를 이리저리 지나 중간 빈틈에 와서 끼이었다. 여러 사람의 시선은 그리로 몰렸다가는 흩어지고 흩어졌다가는 몰렸다. 내 자신은 내 꼴을 못 보니 깨닫지 못하지만 누가 볼세라 은근히 여자의 몸위에 흘리는 사나이들의 시선은 우습고도 흥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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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여러 사람의 시선을 끄는 주인공은 쥘끈을 잡고 치맛자락을 여며쥔 채 누가 뭐라고 하든지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태도로 더위에 이글이글한 창밖을 내다보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 거만스러운 태도가 더욱 그의 품격을 돋우는 것 같았다.
 
9
분살이 피어서 뽀얀 얼굴은 그저 스물 너댓밖에 되지 않은 듯하면서도 당긋한 콧날 좌우로 아쓱히 드러나려다 숨은 광대뼈하며 좀 빠진 두 뺨하며 실귀에 눈여겨보면 보이는 실주름은 암만하여도 서른 안쪽 여자는아니었다. 물빛 비취호두잠 봉오리와 가슴에 반짝이는 연실 금단추가 유난스럽게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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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몸을 흘러내리는 뀌지근한 냄새……. 창으로 흘러드는먼지 실은 화끈화끈한 바람에 틉틉하고 무덥던 차속은 그 여자의 그림자와 같이 맑은 바람이 스르르 서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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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홍로지옥 의 구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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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도 모를 유쾌를 느끼면서도 얼없는 사나이들의 가슴을 빤히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자모 비슷한 웃음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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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 너가 이마쑤……. 표 삽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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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류장을 지나서 차장은 외치며 지나갔다. 차장의 외치는 소리가 나자 그 여자는 쥘끈 잡았던 손을 가슴에 넣었다 다시 몸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눈을 크게 뜨고 머리를 갸웃하였다. 그러던 그는 앞뒤를 돌아보고 발을 주춤 옮기려다 말고 다시 아까처럼 서 있었다. 좀 빠진 뺨은 긴장하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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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각적으로 그 여자의 마음을 느끼었다. 내 가슴은 공연히 안쓰러웠다. 하회가 어찌 되나? 나는 불안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연재 소설의 뒤나 기다리는 듯한 호기심으로 최종막을 상상하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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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없는 인간의 잔인성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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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네거리를 지났다. 사람들은 많이 내려서 차속은 휑하였다. 그와 나는 공교롭게도 마주 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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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샌전 정류장에서 걸음을 낼 때이었다. 그는 좌우를 슬쩍 돌아보더니 태연스럽게 내 앞으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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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한 장만 사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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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은 고요한 웃음에 잠깐 떨렸다. 나는 그래 나의 추측이 틀릴라구? 생각하면서 아무 말없이 회수권 한 장을 끊어 주었다. 그것을 받던 갸름한 손은 지금도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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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받은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머리도 까딱하는 일 없이 운전대로 나가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광화문 정류장에 내렸다. 나는 도깨비에게 홀린 사람처럼 떠나는 차창으로 멀리 무교정 쪽에 스러지는 그를 보다가 여러 사람의 시선이 내 얼굴에 흐르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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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이태나 되도록 그 여자의 그림자를 다시는 못 보았다. 나는 그 여자를 생각하는 때마다,
 
23
“오늘 지갑 잊어버리고 전차에서 망신 당할 뻔하다가 어떤 쑥스런 사나이 만나 무사했단다…….”
 
24
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 듯하여서 남 모를 모욕을 받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에 머리가 기울어진다.
 
25
그는 어떤 여자인지?
【원문】의문(疑問)의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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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 의문의 그 여자 [제목]
 
  최서해(崔曙海) [저자]
 
  # 신소설 (잡지) [출처]
 
  1930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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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