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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침맞은 사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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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5
채만식
1
목침 맞은 사또
 
 
2
〔인물〕
3
사또 (속칭 백가)
4
사령 (속칭 왕쇠)
5
통인 (속칭 마마)
6
노름꾼 여러 사람
 
7
〔시대〕
8
1880년경 가을 어둔 밤
 
9
〔장소〕
10
전라도 어느 소읍
 
11
〔무대〕
12
헙수룩한 초가집의 모퉁이가 정면으로 보이고 높다란 들창에는 희미한 불이 비치어 있다. 앞문은 방 우편으로 났고 역시 짜그러진 죽창(竹窓)살로 희미한 불이 비치어 나온다. 앞문 옆 토방에는 무대 후면으로 오줌동이. 방안에서는 나중 사또가 등장하여 야단이 일어나기까지는 사람의 말소리에 섞이어 잘그랑거리는 돈 소리가 그치지 아니한다.
 

 
13
소리만 무대거든 까놓아…… 패 질를 테야.
14
소리만 무대가 왜 무대야.
15
소리만 뒤뜨기 한돈.
16
소리만 나는 이리로 방통이 다섯 닢.
17
소리만 자 빼어.
18
소리만 댔다.
19
소리만 자 뒤뜨기 빼게.
20
소리만 이번 끗수가 다 높은가부다.
21
소리만 놓아두어 ! 떠들어보지 말고.
22
소리만 이번만 싹싹 긁으면 물주가 아주 수잡는다.
23
소리만 여닯돈 오푼이나 실렸어.
24
소리만 헤. 물주가 석 장 뽑는 것이 틀린 모양이다 어찌.
25
소리만 자. 까놓아…… 응 이건 일곱…… 이건 진주…… 이게 여닯…… 이건 외빠귀(五八九)…… 이게 뒤뜨기지?…… 여섯끗……
26
소리만 어서 그만하고 자네 패나 죄게.
27
소리만 어찌 얼골이 해쓱해진다.
28
소리만 (방바닥을 치며 갑자기 크게) 새칠팔정별장 당나구 타고 구름 속으로 왕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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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이 사람아, 떠들지 말어.
30
소리만 자네 같으면 이판에 아니 떨겠나.
31
소리만 웬놈의 가보가 그렇게 쏟아져.
32
소리만 무슨 패 잡었던가.
33
소리만 괜히 가만 있잖고 뒤뜨기를 들어갔다가……
34
소리만 하! 기가 막혀! 7자를 잡었단 말이야…… 질를까말까 하다가 그대로 잡고 뽑았더니 8자가 나오겠지…… 진주 아니야? 더 뽑기도 난하고 망설이다가 에라 하고 뽑았지…… 쓱 죄니까 새자 뽀족조롬하고 나온단 말이야. 하하하…… 패를 질렀으면 새빠귀(四八九) 따라지야 따라지 허허허허.
35
소리만 (역하게) 떠들지 말래두 그래.
36
소리만 떠들면 어때.
37
소리만 (중재하듯) 아서 떠들지를 말어…… 그러다가 백가가 또 냄새나 맡고 쫓아오면……
38
소리만 지금도 그 버릇을 못 놓았어?
39
소리만 자, 어서 목(투전목)이나 걷어잡어.
40
소리만 못 놓는 게 무어야…… 그 녀석이 노름방을 뒤져 논을 어떻게 많이 모았기에……
41
소리만 또 삼태기에다 담어내지. (작자 주 ⎯ 지방에서 민요(民擾)가 일어나면 그 군 군수를 잡아 삼태기에 담아서 지경(地境) 밖으로 내어다 버리는 것이 전라도 모모 지방의 풍습으로 되어 있었다)
42
소리만 담어낼 때 담어내어도 위선 당장 우리가 당할 일을 생각해야지.
43
소리만 만일 오늘 저녁에 여기를 오거든 (소곤소곤 하느라고 들리지 아니한다) 그리고 있다가 왕쇠놈이나 찾아가서 돈냥이나 집어주면 그만 아닌가 ? 그러면 왕쇠놈은 모른다고 뻗을 것이고.
44
소리만 하필 왕쇠만 데리고 다니나 웬걸.
45
소리만 아니 요새는 꼭 왕쇠야.
46
소리만 아마도 등불을 들고 다녀.
47
소리만 그렇지만 그 자식은 우리가 누군지 몰라.
48
소리만 그 자식도 내일 식전에 일쯕 동편으로 누구를 보내서 입이나 씃겨노면 그만이지.
49
소리만 그렇지만 장난하려다가 섣불리 해서 잽혀만 가면 죽는다 죽어…… 차라리 멫냥 되지도 아니하는 판전 그까짓것 똥 누어 개 좋은 일 시키는 셈치고 주어바리지.
50
소리만 경치게 겁도 내네.
51
소리만 나는 미리 달어나니까 겁날 것도 없네.
52
소리만 (역하게) 아 이건 곤달걀 지고 성 밑에는 못 가겠네…… 어서 패나 돌려.
53
소리만 이번은 자네가 질르게.
54
소리만 이건 ✕✕빼기라는 것이다.
55
소리만 패 보아 패.
 
56
(이때에 통인이 불켠 사초롱을 들고 앞에 서고 그 뒤에 동저고리바람에 당건만 쓴 사또가 따르고 그 뒤에 사령이 서서 우편으로부터 사푼사푼 들어온다. 그들은 조심조심하여 정면 들창 밑에 모여서서 엿을 듣는다. 방안에서는 인기척을 듣자 말소리와 돈소리가 뚝 그친다. 사또 일행은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고 나서 약간 앞문 편으로 다가선다)
 
57
사또 (크게 기침을 하며) 이놈들이 또 여기서 노름을 하지…… 왕쇠야 ! (이 말을 하는 동안에 방안에서는 불이 확 꺼지고 바스락 소리도 들리지 아니한다)
58
사령 네⎯이.
59
사또 네 들어가서 한놈도 남기지 말고 다 잡어내라. (이 말이 미처 떨어지기 전에 우당퉁탕 소리와 한가지로 앞문을 박차고 시커먼 그림자가 몇개 뛰어 달아난다)
60
사또 저놈들 잡어.
61
사령 네⎯이. (움직이지 아니한다)
 
62
사또 일행 (침묵 중에서 기세만 살핀다)
 
63
사또 (조용조용) 인제는 다 달어났니?
64
통인 다 달어났나바와요.
65
사또 (사령더러) 이게 뉘 집이냐?
66
사령 빈집이와요.
67
사또 그러면 지게 하나도 없겠구나.
68
사령 빈놈의 집에 무슨 지게가 있아와요.
69
사또 그러면 너는 얼른 이 근처에 가서 하나 얻어 가지고 오너라.
70
사령 네⎯ (우편으로 나간다)
71
사또 불 들고 이리 오너라. (앞문 앞으로 간다)
72
통인 (무서운 듯이 사또 옆으로 서서 불로 앞을 비추어 주며 따라간다)
73
사또 (토방에 놓인 신발을 둘러보며 방백) 여섯 놈이 있었구나 (통인을 보고) 어서 불을 이리 대라 무서우냐?
74
통인 (주춤주춤하면서) 네- 아니……
75
사또 (웃으며) 병신스러운 놈…… 자 방으로 들어가자. (앞문 가까이 다가서며 방백) 대관절 얼마나 되나. (통인을 보고) 불을 이리 대라.
 
76
(이때에 갑자기 목침 하나가 방에서 날아와 사또의 가슴을 정통으로 맞힌다. 사또는 놀라 억 소리를 치고 뒤로 넘어지고 뒤미처 또 하나가 날아나와 통인의 옆구리를 맞히어 쓰러트린다. 그의 들었던 등불도 꺼진다. 그리고 뒤이어 시커먼 그림자가 방으로부터 튀어나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어두운 속에서 사또와 통인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77
사령 (빈 지게를 걸머지고 급히 등장. 독백) 웬일이야? 어데 갔어?
78
사또 (간신히) 왕쇠냐?
79
사령 네⎯네. 지게 가져왔읍니다. 불이 왜 꺼졌어와요?
80
사또 어서 이리 좀 오너라. (신음소리)
81
통인 말도 말아라. 난데없는 목침이 날어나와서 지금 사또하고 나하고. (신음소리)
82
사령 (놀라) 네? 네?
83
통인 방에 두 놈이 숨어 있었드란다.
84
사또 잔말 말고 (어서 불이나 켜라. (사령은 성냥(옛날 것)을 꺼내어 사초롱에 불을 켜 통인이게 주고 사또를 일으킨다)
85
사또 (끙끙하고 겨우 일어나 앉으며) 어서 등불을 들고 들어가서 돈이나 내다 짊어라.
86
사또 (사령과 통인이 불을 가지고 조심조심해서 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웅성웅성한다)
87
사또 얼마나 되느냐 한 4,5백 냥 있느냐?
88
사령 그놈들이 푼내기를 했나봐와요.
89
사또 머? 머? (일어서려다가 도로 주저앉는다)
90
통인 도통해서 여남은 냥밖에 아니 되와요!
91
사또 머? 머? (비틀거리고 일어서려 하며) 그런 죽일 놈들! 고것을 가지고 노름을 했어! 어데 보자. (일어서지 못하고 쓰러지며) 아이고 가슴이야! 그나마라도 짊어지고 가자. (빨리 幕[막])
 
92
(4월 6일)
【원문】목침맞은 사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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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침맞은 사또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 신동아 [출처]
 
  1932년 [발표]
 
  희곡(戱曲)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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