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에피그램 ◈
카탈로그   본문  
1936.8
이상
1
에피그램
2
― 아무도 모를 내 비밀
 
 
3
밤이 이슥한데 나는 사실 그 친구와 이런 회화를 했다는 이야기를 염치 좋게 하는 것은 요컨대 천하의 의좋은 내외들에게 대한 퉁명이다. 친구는,
 
4
“여비?”
 
5
“보조래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지만.”
 
6
“둘이 간다면 내 다 내주지.”
 
7
“둘이?”
 
8
“임이와 결혼해서…….”
 
9
여자 하나를 두 남자가 사랑하는 경우에는 꼭 싸움들을 하는 법이데 우리들은 안 싸웠다. 나는 결이 좀 났다는 것은 저는 벌써 임이와 육체까지 수수(授受)하고 나서 나더러 임이와 결혼하라니까 말이다. 나는 연애보다 공부를 해야겠어서 그 친구더러 여비를 좀 꾸어 달란 것인데 뜻밖에 회화가 이 모양이 되고 말았다.
 
10
“그럼 다 그만두겠네.”
 
11
“여비두?”
 
12
“결혼두.”
 
13
“건 왜?”
 
14
“싫어!”
 
15
그리고 나서는 한참이나 잠자코들 있었다. 두 사람의 교양이 서로 뺨을 친다든지 하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고 그런 것이다.
 
16
“왜 내가 임이와 그런 일이 있었대서 그러나? 불쾌해서!”
 
17
“뭔지 모르겠네!”
 
18
“한 번 꼭 한 번밖에 없네. 독미(毒味)란 말이 있지.”
 
19
“순수허대서 자랑인가?”
 
20
“부러 그러나?”
 
21
“에피그램이지.”
 
22
암만해도 회화로는 해결이 안 된다. 회화로 안 되면 행동인데 어떤 행동을 하나. 물론 싸워서는 안 된다. 친구끼리는 정다워야 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 두 사람의 공동의 적을 하나 찾기로 한다. 친구가,
 
23
“이(李)를 알지? 임이의 첫 남자!”
 
24
“자네는 무슨 목적으로 타협을 하려 드나?”
 
25
“실연허기가 싫어서 그런다구나 그래 둘까.”
 
26
“내 고집두 그 비슷한 이유지.”
 
27
나는 당장에 허둥지둥한다. 내 인색한 논리는 눈살을 지푸린다. 나는 꼼짝할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나는 인색하다.
 
28
친구는,
 
29
“끝끝내 이러긴가?”
 
30
“수세두 공세두 다 우리 집어치세.”
 
31
“엔간히 겁을 집어먹은 모양일세그려!”
 
32
“누구든지 그야 타락허기는 싫으니까!”
 
33
요 이야기는 요만큼만 해둔다. 임이의 남자가 셋이 되었다는 것을 누설한댔자 그것은 벌써 비밀도 아무것도 아니다.
【원문】에피그램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수필〕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19
- 전체 순위 : 2416 위 (3 등급)
- 분류 순위 : 282 위 / 182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1) 황촉불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에피그램 [제목]
 
  이상(李箱) [저자]
 
  여성(女性) [출처]
 
  1936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에피그램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