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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의 연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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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4
이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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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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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beat라고까지 할 수 없으나 인생에 연애 문제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없는 인생은 고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러한 고적을 느끼기 쉬운 사람에게 한하여 그러할 것이외다. 세속적 도덕률이나 가장 이성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 비평할 때에는 ─ 냉정한 태도로 인생을 떠난 한 측면에서 내려다볼 때에는 연애니 쟁투(爭鬪)니 하는 모든 것이 한 우스운 일이겠습니다 마는 그래도 감정을 가진 모든 평범한 인간으로 생활이란 과중(過中)에서 사람으로서의 생명을 가지고 또는 생명의 요구를 채우려 한다면 연애 문제란 그렇게 치자(稚子) 용녀(庸女)의 향락적 행위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이 연애란 것은 그렇게 추상적 문제가 아니요 현실 문제올시다. 우리의 이상적(理想的) 사색은 기아(飢餓)의 공박(恐迫)이 있을지라도 결코 비굴하거나 탐욕을 내어서는 안 될 것이외다 마는 기아(飢餓)의 공박(恐迫)에 비굴한 생각이나 탐욕한 생각을 아니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물론 우리 생활 자체를 철학적으로 ‘당위(當爲)’ 문제에 부쳐 생각한다 하면 ‘소크라테스’나 ‘칸트’같은 생활을 얻을 수 있겠지요마는 이것은 모두 관념적 생활이외다. 근일에 와서 이러한 연애에는 소위 철학적으로 기초를 붙여 설명하려는 경향도 물론 없는 것은 아니로되 어디까지든지 이것은 현실문제이며 인간적인 문제인 고로 관념 생활이나 또는 도덕률로 보면 그러할 가치 문제를 붙여 생각할 것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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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극단의 육욕설(肉慾說)을 주장하는 사람은 어떠한 우부(愚夫) 우부(愚婦)가 일시 충동으로 어떠한 곳에서 야합(野合)을 하겠다 하는 그러한 것을 가르쳐서도 곧 연애를 설명하려 합니다. 물론 인생이란 자체가 반수(半數) 반인(半人)의 권화(權化)에 지나지 못하므로(인간다울수록 그러함) 모든 행위를 단원적(單元的)으로 육욕적(肉慾的) 행위에 부쳐버리는 것도 확실히 인생의 일면을 파악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일면에 지나지 못합니다. 결코 입체적 관념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육욕(肉慾) 행위의 결과를 가르쳐서 연애라고만 할 수 있다 하면 이것은 별문제이나 그렇지 아니하고 우리의 정신적 방면도 생각한다 하면 ‘플라토닉 러브’도 인정치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겠지마는 실제로 보면 이러한 예로 많이 있을 것입니다. 어떠한 여성과 남성이 서로 동경하고 사모하여 그러한 육적(肉的) 행위에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어떠한 동기에 자기네의 생활을 다른 방면에서 영육(靈肉) 양면으로 개척하게 되었다 하여도 그러한 ‘플라토닉’한 사랑을 결코 저주받을 것도 없으며 증오할 것도 없으며 따라서 자기 양심에도 부끄러울 것이 없을 것입니다. 도리어 두 사람 생활에 순진(純眞)을 느끼며 생활을 어느 방면으로 정화시킬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러한 ‘델리케이트’ 한 문제를 일반 세속적으로 육욕이나 충동을 채우기 위한 향락적 행위라고만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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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애란 것은 세상 사람이 항상 생각하기는 향락적이요 비사회적이요 비도덕적이라 하는 듯싶습니다. 그리고 행위가 어떠한 파렴치적 행위처럼 여기는 경향도 없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연애한 결과가 자연히 그러한 것을 낳기 쉬운 까닭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정신적인 방면이 더욱 필요합니다. 제일애(第一愛)에 대하여는 책임감이 있어야 될 것입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를 연애 생활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이러한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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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일대 우상시(偶像視)하는 맹목적 청춘남녀가 없는 바는 아니나 적어도 우리의 이상적인 애(愛)의 생활에는 맹목(盲目) 그것만으로 안될 줄 압니다. 제일, 일시의 충동이나 본능을 떠난 정신적으로 둘이 서로 결합을 요구하여 동경함인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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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신적 요구 결합이야말로 비로소 참으로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 정신적으로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이 비로소 완전한 생명의 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참 생명의 요구에는 이 동경의 앞에는 모든 도의적 관념이나 사회적 지위나 또는 장래 할 공박(恐迫) 같은 것도 도무지 고려치 않게 되는 신념이 생기는 동시에 자기의 생에만 대하여 충실하게 되는 것인 듯합니다. 그러므로 혹은 소극적으로 자기의 생명의 요구에 충실하기 위하여 정사(情死)니 무엇이니 하는 일도 생기는 것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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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생활이란 외면에서 보는 그것과 갈라서 자기의 생활을 체험하는 그 당사자들의 소위 애적(愛的) 생활이란 것은 그렇게 향락적이 되지 못합니다.연애 중에는 물론 꿀같이 단 것도 있겠지요 마는 많은 경우에는 제삼자가 보는 것과는 다른 고통을 맛보게 되는 것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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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우리 인생의 짧은 생애 중에 일어나는 일(一) 섬광(閃光)에 지나지 못하는 것을 그렇게 중대시할 것은 없으나 이 연애 문제는 어쨌든지 섬광(閃光) 중에서도 가장 참된 섬광이오 힘이 있는 섬광입니다. 이 섬광 가운데에도 그렇게 금강석(金剛石) 같이 황홀한 빛이 감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연지옥(煉地獄)의 화재 같이 고통인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에 우리는 많은 고통에 빠지는 일이 있습니다. 나는 그러므로 “연애란 것은 선택이 아니오 운명이라”하는 것을 인정합니다. 어떠한 불가항력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인가 합니다. 이러한 운명관을 가지게 되는 것은 좀 부자유한 사회 도덕률과 또는 자기의 참 생명의 요구와 충돌되는 데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합니다 . 이러한 생의 요구로 일어나는 비관(悲觀)은 비로소 인간의 정체를 비추어줄 줄 믿습니다. 그때에 세간적(世間的)으로 또 자기 정신상으로 시달린 감정에서 피는 꽃이 있다하면 그것은 고민의 결정(結晶)일 것입니다. 이 고민은 사람마다 원하는 고민이외다. 한번은 맛보아야 할 고민이외다. 그러나 이 고민을 맛본 사람은 아직 맛보지 않은 사람의 팔을 붙들고 만류하게 됩니다. 만류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만류하면 만류할수록 그들은 손을 뿌리치고 맹진(猛進)합니다. 받아야 할 운명은 받아야 할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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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단》제10호, 1925.4.
【원문】운명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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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의 연애 [제목]
 
  이익상(李益相) [저자]
 
  조선 문단(朝鮮文壇) [출처]
 
  1925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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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5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