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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7.23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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葡 萄 酒[포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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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씩 밤을 밝혀가면서 일을 하고, 그러면서도 낮으로나마 수면을 충분히 갖지를 못해 늘 피로해서 있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밤에 잠을 이루자면 두 세 시간씩 삐대고, 그러한데다가 지나간 봄에는 근 40일간 불여의한 일로 건강이 가뜩이나 더 쇠약했었고…… 이러한 여러 가지의 나의 생리상 형편을 잘 아는 친구 하나가 포도주를 먹어보라고 권(勸)을 하는 것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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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의 설명이 하도 그럴듯하기에, 오월 바로 초승부터 시작하여 최근까지 석 달 가까이 먹어보았다. 석 달 가까이 먹었다지만 매일 밤 취침 전에 한 차례씩 눈알만한 잔으로 한잔씩 먹은 것이니까 고작 일곱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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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효과인데, 미상불 그럴듯한 점이 몇가지 적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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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놈을 한잔 마시고 자리에 누우면, 잠들기가 전보다 비교적 수나로 와서 좋았다. 한참 열중하여 원고일이나 하다가 이내 잠을 자자고 하면 머리만 천근으로 무겁지 졸연히 잠은 오지 않고, 그래서 잠을 청하다가 그대로 누워서 밝히는 때가 많았는데, 그렇게 부대끼는 일이 없으니 정녕코 그 놈 포도주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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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한가지만 해도 나에게는 매월 4원 미만의 거기에 들이는 비용이 결단코 아깝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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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잠이 부족해도 피로가 잘 회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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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이 나른하여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누울 자리만 보이고 하던 게 비교적 덜하다.(물론 원기가 창일(漲溢)하고 어쩌고 한다는 것은 실없는 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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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효과를 반증하는 실증은 요새 십여 일째나 포도주를 먹지 않고 지내는 데서 역력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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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가 힘이 들고 피로가 오래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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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을 보면 먹는 그때 그때는 얼마간 몸에 보(補)가 되어도 역시 먹는 그 당장뿐이기가 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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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지 그래서 다시 시작을 하여 이 여름만이라도 계속할 생각인데, 그러나 한가지 그놈한테 미각적인 맛을 들여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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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시 술을 많이 하지 못하는 체질이지만 포도주는 맛이 들큰하고 또 과당이 섞여놔서 마치 막걸리처럼 찐더분하니 오래 취하고, 그래 더구나 술 중에서도 제일 싫어하던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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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것이 석 달 가까이 먹고 난 시방은 전에 그렇듯 싫던 것은 다 어디로 가고 그 감칠맛이 무어라고 할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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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기 간드러진 포도주잔에다가 남실남실 부어놓고 우선 한번 그 핏빛으로 새빨간 색채를 감상하는 시각적 쾌미 또한 그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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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瑪瑙)색의 위스키나 맥주, 진초록의 페퍼민트 등 다 색채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포도주의 그 붉으면서도 독하지 않은 색채의 아름다움에는 따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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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를 받고 광고문을 억지로 쓰는 것이 아니므로, 먹은 포도주의 상표는 쓰지 않거니와 그 효과만은 보장을 하는 것이니, 누구 나처럼 수면에 힘이 들고 일로 하여 늘 피로한 이는 시험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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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객은 안될 말이요, 역시 나처럼 작은 잔 한잔으로도 알콜 기운이 몸에 퍼지는 체질이어야 한다.
 
 
19
<每日新報[매일신보] 1939. 7. 23>
【원문】포도주(葡萄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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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매일 신보(每日申報) [출처]
 
  1939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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