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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하(大河)를 읽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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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1.28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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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河[대하]』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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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南天)이 단편소설로는 이미 출중한 역량을 보여주었지만 장편소설에 있어서는 아직 미지수인 채 명일을 기다리는 작가였었다. 그러하던 그가 세태로부터 풍속을 돌고 가족사(家族史)에까지라는 로망 개편의 이론을 도창(導唱)하던 끝에 장편을 드디어 쓰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나로 하여금 적지 않은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서 결과를 기다리게 했었다. 더우기 그의 이번 작(作)이 우리가 싫으나따나, 매일매일 이천 자 미만이라는 인색한 분량을 가지고 낯간지러운 스릴이나 흥미거리를 위조하며 독자의 비위를 맞추는 걸로 시사(是事)할 뿐, 어느결에 소설의 본의를 잊어버리고 마는 그러한 신문 소설이 아니라 조선에 있어서는 첫시험으로, 단 한가지만 빼고 그 외에는 천하에 아무것에도 제약을 받지 않고서, 작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마음껏 제 맘대로 쓸 수 있다는 소위 전작(全作) 장편이라는 것으로 인하여 나의 관심과 기대는 한층 더 긴장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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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마침내 활자화한 『대하(大河)』를 읽고 난 결과 결국 나의 관심하던 대로 기대는 어그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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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갑신(甲申) 전후부터 들리기 시작한 개화사조의 ‘어여차’ 소리가 민중의 활발한 행동으로서 13도 방방곡곡에 뿌리를 박기는 갑오 이후요, 그 당시면 거기 아무데서도 볼 수 있는 걸로 이 역(亦) 평남의 어느 한읍(寒邑)에서 때마침 그 개화운동의 토대인 새로운 경제적 동향을 용하게 캐치하여 시대의 무관제왕(無冠帝王)이 된 자가 박성권(朴性權)이요, 이 박성권의 가족사의 제 1 기를 예의 다이내믹하고도 끈기있는 붓끝으로 파헤쳐낸 것이 소설 『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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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적나라한 뭇 인간이 끌려나와 적서(嫡庶) 관계의 알력이 있고 슬픈 인종이 있고 주종간에 혹은 혈족간에 얽히는 애욕의 갈등이 있고 피끓는 ‘청년학도’ 의 기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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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간 감정이 애욕을 중심으로 마치 ‘비류강’이 흐르듯이 흘러가는 동안, 그러나 그것이 단지 애욕의 갈등에 멎지 않고 무너지려는 봉건제도에 향하여 새로운 자본제도가 육박을 해오는 ‘시대의 실루엣’이 엄연히 비쳐 있음으로 해서 『대하』는 참된 생명을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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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대하』를 읽고 나서 나는 따로이 두 가지 느낀 것이 있다. 첫째 전작장편이 『대하』와 같을진대 『흙』의 ‘재미’ 만을 위주하는 독자에게도 결코 낙심을 주지 않으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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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겸사겸사하여 신문소설은 통속소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되도록이면 전작장편을 쓰는 것이 옳겠다 하는 것이 다른 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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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文社[인문사]가 미리미리 『대하』를 두고서 은근히 자랑을 하기에 무얼 가지고 저다지 저래쌌는고 싶어 내심에 좀 뭣했더니, 미상불 자랑도 함직은 하다고 안두(案頭)에 놓인 『대하』를 다시금 바라다보고 혼자 미소를 하면서 이 붓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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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日報[조선일보] 1939. 1. 28>
【원문】대하(大河)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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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3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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