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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젯밤 꿈에 K 和尙[화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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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어딘지는 자세히 모르나 K 和尙[화상]은 옛날에 보던 그 모양으로 보였다. 푸른 장삼, 붉은 가사, 손때에 반질반질 윤나는 염주는 옛날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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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의 눈을 똑똑히 보지 못한 것이다. 그의 눈은 나에게 가장 인상이 깊은 눈이다. 나는 그를 생각하는 때마다 먼저 그 눈을 생각한다. 그 눈은 나에게 한없는 평화와 교훈을 주는 눈이었다.
5
만일 凡人[범인]으로서 그러한 눈을 가지었다면 그 눈은 기필코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침침 칠야에도 빛이 날 그 눈에는 칼날 같은 독기가 보였다. 그 눈이 利慾[이욕]의 불길에 타오른다면 그 앞에는 귀여운 목숨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눈은 利慾[이욕]의 불길에 타지 않고 자비의 불길에 오랜 세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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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깬 나는 역시 그의 눈을 생각하였다. 평시에는 그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던 그 눈이 어찌하여 꿈에는 그것이 보이지를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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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믿을 것은 아니로되 꿈에 보이는 그림자는 평시에 마음으로 그리던 그림자보다 더욱 반갑게 생각되는 것이다. 미덥게 생각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보여도 그림자의 보고 싶은 것을 보지 못한 것은 그가 나를 버렸는가 아니면 내가 그를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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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하여도 그는 나를 버릴 리 없다. 내가 그를 잊었나 보다. 내가 그를 잊었다는 것은 내 마음에 이끼가 앉은 것이 아닐까? 나는 그것을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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