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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형식상으로 대별할 것 같으면 성악과 기악의 두 가지가 있읍니다. 지금 내가 말하려는 관현악은 물론 후자에 속한 것입니다. 근대 음악회 순서지(順序紙)를 보면 가끔가끔 관현악이니 관현합주이니 하는 말을 발견할 수 있읍니다. 그러나 어떠한 것이 진정한 관현악인지, 또는 완전한 관현악을 조직하려 하면 어떠한 필요 조건이 있는지 이것은 꽤 중대한 문제가 될 줄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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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회(前回)의 가극 이야기를 쓸 때에도 여러 번 관현악이란 문자를 인용했읍니다마는 대체 관현악이라 하면 무엇을 의미한 것이겠읍니까? 자의(字意)대로 쉬웁게 해석하면 관(管)과 현(絃)의 음악이라 하겠읍니다. 사실상 그러한 것입니다. 그러나 관으로 된 악기에도 그 종류가 불소(不少)하며, 현으로 된 악기도 실로 다양다종(多樣多種)임에 따라서, 이 각종의 음색이 다른 악기를 일조(一條)의 멜로디 앞에서 융합 귀일(歸一)케 함에는 다대한 노력이 들 것은 정한 이치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동일한 관현악기 중에서라도 관현합주에 사용되지 않은 악기도 있고 또 관현의 범위를 벗어난 악기(가령 타격 악기와 如[여]한 것)도 반드시 유용되는 때가 있은 즉 관현악의 악곡의 성질이라든지 그 편성법을 알지 못하고는 어떠한 것이 완전무결한 관현악인지도 또한 모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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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돌린이나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나, 또는 나팔 취적류로 합주하는 음악도 역시 일종의 소관현악이 아님은 아니지오마는 관현악은 음악 중에도 가장 발달되고 가장 완미(完美)한 음악인 이상에 그 같이 간단하고 열등한 것은 아닙니다. 관현악 중의 일부분되는 단순한 관악 합주만으로 말할지라도 활동 사진관에서 취주하는 악대의 음악과, 경성 악대에서 취주하는 음악이 그 얼마나 형식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현격한 차이가 있겠읍니까? 그리고 보면 2―3종의 관현 합주와 완성한 조직적의 관현악이 질과 양에나, 또는 예술의 가치상에서도 얼마나한 차등이 있을 것은 가히 추지(推知)할 수가 있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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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관현악의 편성법을 말하기 전에 먼저 관현악기의 종류를 구별해 보려합니다. 첫째로 관악기의 종류를 말할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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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류(笛類) 플루우트(橫笛), 피콜로(高音橫笛)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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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류(篁類) 오보, 클라리넷, 파곳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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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팔류 호른, 코르넷, 트럼본, 트럼펫, 튜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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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으면 다음에 현악기와 격악기(擊樂器)와 건박 악기의 종류를 말할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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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탄(彈)현악기 하아프, 만돌린, 기타, 반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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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궁악기(弓樂器)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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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의 진동에 의한 자 트라이앵글, 실로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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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판의 진동에 의한 자 심벌, 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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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막의 진동에 의한 자 대소고(大小鼓), 팀파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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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을 용(用)한 자 파이프오르간(管風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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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篁)을 용한 자 하모니움, 황 올갠 (보통으로 풍금이라고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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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상에 시(示)함과 같음이다. 그러나 지금 이 여러 악기에 대하여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으나 그 중에서 특별히 관현악 중에 사용되는 악기에 한하여서 간단히 말하려 합니다. (우리가 흔히 듣고 보는 만돌린이나 풍금같은 것은 관현악 중에는 사용되지 아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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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 :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일명 컨트라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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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황류(單簧類) : 클라리넷, 베이스클라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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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황류(複簧類) : 오보, 잉글리쉬호른, 파곳트, 컨트라파곳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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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제 관악기 : 프렌치호른, 트럼펫, 트럼펫, 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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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擊)악기 : 팀파니, 소태고, 대태고, 벨, 트라이앵글, 탬버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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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관현합주라 하면 현악기의 일조(一組)와 목제 관악기의 일조와 또는 금속제 관악기의 일조가 호상(互相) 대립하여 각별한 화성 단체를 주(奏)하게 된 특질을 가졌읍니다. 그러나 그 중에 타격악기(打擊樂器)로 말하면 독립한 일조를 형성함이 아니오, 다만 박자를 강하게 한다던지, 또는 곡절을 장식하는데 사용되는 것입니다. 화성 단체를 주(奏)할 수 있는 3개의 조(組)라 함은 성악상의 4부 합창과 흡사한 것이니 음성에 고음, 주음, 차중음, 저음이 있음과 같이 관현악기에도 이것이 있읍니다. 지금 이것을 도시(圖示)하면 다음과 같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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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형식으로 이 일조(一組)만이 독립하여 현악 합주를 할 수도 있으니 실내악으로 많이 사용하는 현악4부 합주라는 것은 제1,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4종 악기의 합주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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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이올린을 처음으로 관현악 중에 가입한 것은 17세 중업의 이태리 국 베니스 시의 작곡가 몬테 베르디 씨 이었으며 그 보다도 비올라(바이올린보다 조금 體大[체대]한 것)가 이전부터 관현악에 사용되었다 합니다. 또 컨트라베이스는 어느 시대의 어느 악가가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19세기 초에 독일의 악성 베토벤의 시대로부터 성(盛)히 사용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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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로 현악기의 조는 그 음색이 원할하고 또 명료하여 인성(人聲)에 제일 가까운 성질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주법(奏法)에 의하여서는 다종다양의 음색을 발(發)함으로서 현악기 조는 관현악 중의 중심이 될만한 주요 부분을 주(奏)할 시(時)에 전용(專用)됩니다. 관현악 중에 현악기의 조를 중심으로 하여 복잡하고도 교묘하게 사용한 일례(一例)는 19세기의 독일의 최대 가극 작자되는 바그너의 가극 로오엔그린의 서곡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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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목제 관악기 조에 취하여 말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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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부 : 풋루우트, 오보, 클라리넷(변[變]B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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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음부 : 클라리넷(변E조), 잉글리쉬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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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음부 : 베이스클라리넷(변B조), 파곳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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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금속제 관악기 중에 속한 프렌치 호른은 그 음색이 목제 관악기류와 상사(相似)함으로써 특히 이 부문에 가입함이 상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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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목제 관악기 중에 고음부(高音部)에 속한 악기는 각각 독특한 음색을 가졌음으로써 함상 악곡의 내용을 따라서 이것들을 혼용하나니, 즉 플루우트는 장식적이오, 기공적(技工的)임에 반하는 오보는 서정적이오, 시적이며 또 클라리넷은 극적 표정에 적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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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잉글리쉬호른은 오보와 대체 동일한 성질을 가졌음으로 오보를 중음부(中音部)로 변화한 것으로 간주(看做)할 수도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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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부 : 코넷트(변B조), 프렌치 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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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음부 : 코넷트(변B조), 트럼펫, 트럼본(변E조), 프렌지 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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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중음부 : 트럼펫, 트럼본(변B조), 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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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일반으로 금속제 관악기의 음은 웅대하고 장엄하여 위력이 있으니 이제 그 음색을 유별할진대 프렌치 호른은 비애 엄숙하며 트럼펫은 광휘(光輝) 명쾌하고 트럼본은 장엄 웅대하며 튜바는 위엄을 보이는 것입니다. 관현악 중에 튜바를 가장 교묘히 응용한 호례(好例)는 19세기의 독일 악가 마이어 베어의 작 ‘거화용(炬火踊)’ 중에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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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현악 중에 사용하는 악기의 종류는 대강 이러합니다. 그러고 보년 가령 지금 일단의 완미(完美)한 관현악을 편성하려 할진대 그 인원이 적어도 수십인 이상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인원에 대하여는 일정한 제한이 없으나 대(大)한 자는 수백 인에 이르고 소(小)한 자라도 3,40명내지 7,80 명이 보통입니다. 그러면 가령 60인의 악수(樂手)를 가지고 관현악을 조직한다 가정하고 그 편성 방법과 악기의 할당을 배정할 시에는―(이것은 악곡의 성질과 지휘자의 의견에 의하여 소차(小差)가 있겠지만)- 대체로 하표(下表)와 같다 함이 통례일 것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려면 제1 및 제2 바이올린 각 12 인, 비올라 및 첼로 각 6인, 컨트라베이스 4인, 피콜로 플루우트 1인, 플루우트 2인, 오보 2인, 클라리넷 2인, 파고트 2인, 컨트라라곳트 1인, 프렌치호른 2인, 트럼펫 3인, 트럼본 2인 격악기(擊樂器) 2인의 비례가 될 것입니다. 일본 동경 음악학교에서도 대체로 이와 같은 배치법을 사용하며 또 다른 나라에서도 거의 다 이와 대동소이한 줄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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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관현악 대원의 배열 방법도 대체는 일정되어 있읍니다. 우선 전방(前方)에는 현악을 두고, 후방(後方)에는 관악을 두며, 최후에 컨트라베이스를 두고 격악기를 후방 후측면에 두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리고 현악기 중에도 제1바이올린은 향하여 좌측, 제2바이올린은 우측, 비올라는 제2바이올린의 후방, 첼로는 제1바이올린의 후방에 두게 됩니다. 그 다음에 지휘자가 사용하는 악보는 총보표(總譜表)라 하는 자이니 각 악기의 악보를 각이(各異)한 5선상에 기재하여 순차로 상하 배열하였습니다. 이것도 또한 일정한 방식이 있으니, 즉 목제 관악기를 최상부에 두고 그 아래로 금속제 관악기를 두며 최하부에 현악기를 두게 됩니다. 이 같이 기재함이 가장 알아보기 쉬웁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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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관현악 중에 피아노, 바이올린의 독주나 혹은 독창 합창 등을 가할 시(時)에는 그 악보는 격악기와 현악기의 악보 중간에 삽입함이 보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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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한마디 말씀할 것은 관현악이란 그 조직 방법이 이같이 복잡하고도 가치가 고상함에 따라서 음악 중에는 가장 완미(完美)하고도 가장 발달된 음악인즉 지금 관현악의 가치 여하를 갱론(更論)할 필요는 없거니와 그 용에 대하여 말할진대 관현악은 가극 중의 가사(독창 혹은 합창)에 반주를 하는 이외에 따로이 독립하여 서곡이나 간주곡이나 행진 무도곡(舞蹈曲) 등을 주(奏)함에는 그 지위가 가장 고상한 것입니다. 만일 음악 중에 관현악이 없었던들 금일의 음악은 보잘 것이 없었을 것이며 금일의 가극이란 그 영자(影子)도 찾아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써 아와 같이 완미한 음악을 가진 현대인은 실로 다행다복(多幸多福)하다고 아니할 수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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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나라의 악계를 한번 돌아보면 실로 한심하기 짝이 없읍니다. 보십시오! 전국을 뒤털어도 관현악 악중의 일 악수(樂手)가 될 만한 자격을 가진 이가 몇 사람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통으로 유행되는 악기 이외에는 구경도 골고루 못한 악가들이 많지 않습니까. 듣고 볼 만한 기회가 없었던 까닭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어서 어서 천재의 악가들이 중출(衆出)하여 남에 뒤지지 않으리만한 완미한 음악을 갖게 되기를 熱願하오며 이에 ’관현악 이야기’는 끝마치고 다음 달에는 ’음악상의 필요한 지식’이란 제하(題下)에서 관견을 약술해 보려고 합니다. (1932년 2월6일 夜半[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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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관현악 배치도가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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