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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넥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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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9
김동인
1
나의 넥타이
 
 
2
어디까지 가겠다는 특별한 목적지가 없이 행장을 꾸려가지고 정거장까지 나가보니 마침 釜山行[부산행]기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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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간 釜山[부산]까지 차표를 샀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어디로 갈까? 하고 생각도 하며 잠도 자는 동안에 기차는 어느덧 釜山[부산]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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釜山[부산]서 기차를 내려서는 그냥 關釜[관부] 연락선에 올랐다. 연락선에서 東京[동경]까지의 차표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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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이틀 뒤에는 아무 목적도 없이 아무 필요도 없이 東京[동경]의 아스팔트를 밟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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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京[동경]에서의 며칠. ⎯⎯ 휭하니 日光[일광]으로 달아나서 또 며칠. 다시 돌아서는 熱海[열해]로 뛰쳐들어 또 며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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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목적 없는 여행을 한가로이 계속 하는 동안 행장에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들은 것이 없고 넥타이 한 개가 더 생긴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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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國製[영국제] 넥타이, 정가 十七圓[십칠원]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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灰白色[회백색] 썩 점잖은 빛에 同色[동색]으로 매우 검지 않은 무늬가 놓인 英國人[영국인]이 즐겨할 만한 것으로서 지금과 같이 〈모던〉이라든가 〈식크〉라든가 하는 말은 사용되지 않던 시대에 있어서는 東京[동경]서도 三越[삼월]이나 丸善[환선]에 가지 않으면 구하기 쉽지 못한, 三越[삼월]이나 丸善[환선]에도 見本式[견본식]으로 몇 개 겨우 장식하여 두느니 만큼 고급의 우아한 넥타이로서 그 빛깔이며 무늬가 너무나 마음에 들기 때문에 좀 과히 비싼 감이 없지 않지만, 그리고 내가 그때 가지고 있던 양복과는 어울리지 않는 빛깔이었지만 덜컥 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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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넥타이 한 개를 유일의 기념품으로 가지고 한 달 뒤에 고향으로 올라왔다. 올라오던 즉시로 양복장을 열고 양복을 죄다 꺼내어 그 넥타이와 대조해 가면서 관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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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았지만 불행히도 내 양복에는 그 넥타이와 調和[조화]되는 빛깔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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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릴없이 나는 그 넥타이 한 개를 가방에 넣어가지고 서울로 뛰쳐 올라왔다. 서울서는 원태의 양복점으로 달려갔다. 샘플과 넥타이와 비추어 보고 샘플로는 부족하여 큰 조각을 구하여 다시 비추어 보고 고르고 고른 그때 드디어 한 가지 감을 선택하여 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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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의 빛깔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넥타이와 가장 어울리는 감인지라 좀 불만이 있을지라도 참고 그냥 마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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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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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는 여관 방 벽에 걸어놓고 생각나는 때마다 바라다 보면서 어서 양복이 다 되어 그 넥타이를 매어 볼 날이 오기를 鶴首苦待[학수고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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待望[대망]의 날이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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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하여 주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원태까지 달려가서 양복을 찾아 들고 걸어오기가 바빠서 人力車[인력거]를 타고 여관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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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방 벽에는 아까까지 걸려 있던 넥타이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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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신 책상 위에는 편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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貧友[빈우] C의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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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을 가려는데 옷이 없어서 옷은 某[모]에게 얻고 나에게는 넥타이를 얻으러 왔다가 마침 벽에 걸린 것이 있기에 실례한다는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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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의 노염은 극도에 달하였다. 어떤 빛깔의 양복을 얻어 입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넥타이와는 물론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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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값싼 양복에 十七圓[십칠원]짜리 넥타이는 정히 한 개의 喜劇[희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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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태에서 지어온 그 양복도 그냥 그뒤 二[이]년을 양복장에서 안치해 두었다가 역시 貧友[빈우] 中[중]에게 주어버렸다.
 
25
본시부터 빛깔이 마음에 들지 않던 양복 ⎯⎯ 넥타이를 위하여 지었던 양복이라 그 넥타이를 잃은 뒤에는 더욱 빛깔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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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벌써 十年前[십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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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圓[이원]짜리 넥타이를 한 개 사려 해도 가계부와 비추어 보면서 며칠을 연구한 뒤에야 사는 지금과 대조하여 보면 격세의 感[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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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三四年 九月[일구삼사년 구월] 《月刊每申[월간매신]》 所載[소재])
【원문】나의 넥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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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넥타이 [제목]
 
  김동인(金東仁) [저자]
 
  # 월간매신 [출처]
 
  1934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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