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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문학이고 어디까지가 보통 문장이냐. 이 문제는 매우 평범한 듯하고도 때때로 머리를 기울이게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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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文士[문사]로 태어난 사람은 흔히 아마 겪어 본 일이겠지만, 상인들에게 그대는 문사이니 우리 상회의 광고문을 썩 잘 하나 지어 달라는 촉탁이나 혹은 우리 회의 취지서를 지어 달라는 촉탁을 듣는다. 그런 때에, 그것을 거절하면 반드시 사양으로 해석을 하고 재삼 다시 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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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은 문사가 문을 짓지 못할 까닭이 없겠다. 이런 부탁은 그리 해괴히 여길 바가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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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문장은 모두 문예일까. 한 개 일기장, 광고문, 견문기를 비롯하여, 소설, 시에 이르기까지, 문으로 된 者[자]는 모두가 문예일까. 그렇지 않으면 문학의 부문에 들 자를 따로이 구분하는 방정식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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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前[년전] 어떤 이름 있는 학자가 어떤 학교에서 그 학교 문학과 교재로 「擊蒙要訣[격몽요결]」을 採用[채용]하였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다. 「격몽요결」은 우리가 다 아는 바와 같이, 그 내용이 한낱 修身科[수신과]에 지나지 못한다. 단지 ‘文[문]’ 자와 인연이 있는 점을 골라 내자면 「격몽요결」이 ‘문장’ 으로 된 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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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 있는 학자가 이를 문학이라 취급한 것을 보면 문장은 다 문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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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다른 예로, 조선의 이름있는 문사들이 「熱河日記[열하일기]」를 문학으로 취급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의 아는 한도 안에서는 「열하일기」는 한낱 견문기에 지나지 못한다. 우리의 배운 문학 이론으로 보자면 「열하일기」는 ‘평론적인 문학’ 부문에도 들 자가 아니고 ‘창작적 문학’ 부문에도 들자가 아니요, 순전한 견문기에 지나지 못한다. 이것도 문학이라 하건대, 매일 신문지상에 나는 非行記[비행기]며 축구전의 견문기도 문학으로 취급할 밖에는 도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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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는 ‘文[문]’ 으로 된 자 전부를 문학이라 보아야 되나. 천자문도 문학이라 보아야 될까. 사서삼경도 문학이라 보아야 할까. 그렇다 하면 문사에게 대하여 광고문을 부탁하거나 취지서를 부탁하는 것도 당연 한 자로서, 문사로서 그것을 지을 줄 모르면 마땅히 얼굴을 붉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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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문에 능한 자면 문사라 하였다. 그야말로 만능으로서 表箋文[표전문], 일기에서 비롯하여 詩[시], 文[문] 등 ‘文[문]’ 으로 된 자면 버릴 자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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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학론이라는 것이 수립된 현대 신문학에까지 우리는 그 식을 그냥 답습하여야 할 의무는 없다. 현대에서 문사 된 우리들은, ‘文[문]’ 과 ‘文學[문학]’ 을 당연히 구별하여 취급할 의무와 권리를 가졌다. 권리를 주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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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每日申報[매일신보]〉, 193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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