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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포유기(雙浦遊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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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8
최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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雙浦遊記[쌍포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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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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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향을 찾았다가 故友[고우]들과 쌍포 바다에서 삼복의 하루를 재미있게 놀았다. 쌍포는 내 고향에 있는 포구다. 그런 까닭에 쌍포 바다에 배를 흘리 저어 즐긴 것도 한두 번 아니며 쌍포에 가서 여러 날씩 逗留[두유]한 것도 여러 번이다. 그런데 그 전 기억은 그저 희미하나 재작년 여름 기억은 그저 머릿속에 새롭다. 아마 오래오래 타향에 流流轉轉[유유전전]하다가 고향에 돌아오니 기꺼웠고, 기꺼운 중에도 淸遊[청유]의 기꺼움이 더 컸던가보다. 이렇게 여름날 먼지 구덩이에 앉아서 빈대와 蛟軍[교군]의 습격을 받으면 그때 청유가 더욱 동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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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의 선풍기와 氷水店[빙수점]이 있어도 唯不足[유불족]인지 잡지사에서까지 시원한 것 시원한 것 하고 納凉號[납량호]를 내인다. 그래 시원한 것만 쓰라고 조르니 그것은 몸 괴로운 일이다. 과학의 위력으로도 저항치 못하는 祝融[축융]의 폭열을 魯鈍[노둔]한 一筆簡[일필간]으로 막을 수 있을는지 의심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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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첫머리에 대략 적었지만 재작년 청유의 기억이 떠오르니 그것이나 써볼까? 그러나 나는 시원하다고 썼건마는 독자가 시원을 느낄는지 ? 지금 시원하다고 쓰는 나도 등에 땀이 흐르고 더위에 호흡이 막힐 지경이다. 취미없이 읽는 이야 더할 일이다. 과연 그렇다면 첫째 잡지에 미안한 일이요 둘째 나도 헛수고다. 하나 先打後見血[선타후견혈]이라는 중국 문자대로 써놓고 볼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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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다시 머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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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서 일주일이나 있는데 하루는 쌍포 어떤 강습소에서 교편을 잡는 곰보 金君[김군]에게서 청첩이 왔다. 나는 여러 친구들과 정한 날을 어기지 않고 갔다. 삼복 더위라는 것은 말만 들어도 괴로운 것인데 머리에 불 같은 볕을 이고 그 높으나높은 쌍포령을 넘고 보니 해가 두 발이나 나왔다. 만일 과장한다면 닷 발은 나왔다고 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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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嶺上[영상]에서 水天[수천]이 相接[상접]한 동해를 보는 때에는 그만 심신이 쇄락해지는 듯이 상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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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은 발을 따끔따끔 자극하는 熱沙[열사]를 밟으면서 바닷가에 金君[김군]의 인도를 받아서 나온 일행은 어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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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실은 배는 바로 쌍바위 사이로 굼실굼실 돌오는 창랑을 헤치면서 나아갔다. 쌍바위는 쌍포의 보호암이라 한다. 그것은 바로 쌍포 앞에 홍살문 기둥같이 뻗쳐 선 것인데 높이가 10여 杖[장]이나 된다. 이 바위가 있는 때문에 쌍포에 돈이 모아진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또 기와집을 지으면 이 바위가 무너진다 한다. 쌍포에는 기와집이 없다. 그것도 왜 그런지 모른다. 이 바위 때문에 이곳 이름이 쌍포인 것은 의심이 없다. 그런데 昔日[석일] 南怡[남이]가 北伐時[북벌시]에 이 바위에 서서 활 쏜 것이 明川[명천] 舞水[무수] 끝에 가서 어떤 산을 뚫었다는 전설이 있다. 과연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는 알수 없으나 듣는 이로서는 흥미가 자못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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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바위를 휘돌아 망망한 바다를 앞으로 바라보면서 노질을 세차게 하였다. 물결이 물결을 밀치고 들어와서 뱃머리를 칠 때마다 낙엽 같은 작은배는 올랐다 떨어진다. 船頭[선두]에 시름없이 앉아서 뒤로 청산을 바라보고 앞으로 卵島波間[난도파간]에 昇沈[승침]하는 白帆[백범]을 바라보니 熱日[열일]은 의연히 머리 위에 빛나건마는 세상 외에 초월한 듯 심신이 상쾌하다. 벌써부터 數杯酒[수배주]에 紅潮[홍조]가 오른 벗들은 뱃전을 치고 노래를 부르니 그 노래 비록 명창은 아니나 족히 흥은 풀 만하다. 육지가 멀어질수록 바람이 세차고 바람이 세찰수록 노도가 뱃머리를 쳐서 흥이 변하여 겁으로 옮기니 뱃머리를 육지로 돌리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더러는 그냥 大海洋上[대해양상]에 저어 보자는 주장이다. 결국 바람이 심하여 저편 하대 뒤 산 아래로 배를 드리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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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돌려 下臺[하대] 뒤 바위 아래로 드리 저으니 청산이 동남을 막았고 바위가 웅굿중굿이 늘어서서 모진 바람과 급한 파도를 막아서 소위 風靜浪息[풍정랑식]의 세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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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과 흰 모래 깔린 海濱[해빈]에 배를 매어 놓고 일행 10여 인은 배에서 내렸다. 배에서 내린 뒤에는 둘씩 셋씩 떼를 지어서 조개를 줍고 고기를 낚아 국을 끓이고 밥짓고 술을 데워서 배가 남산이 되도록 먹으니 일세의 호강은 우리 홀로 차지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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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던 해가 서산 머로 숨고 楡津[유진]머리가 夕煙[석연]에 잠길 때 우리는 다시 배에 올랐다. 산 그늘 받은 창랑은 水底[수저]가 보일 듯이 맑았는데 크고 작은 고기떼가 뱃그림자가 이르는 때마다 이리저리 몰려간다. 멀리 卵島波間[난도파간]에는 석양의 殘紅[잔홍]이 피같이 흐르고 어느새 쌍포도 夕煙[석연]에 잠겼는데 두세개 어선이 돛을 비슥이 달고 슬금슬금 돌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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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부르고 흥이 돋았는데 바람 자고 물결까지 고요한지라 돌아갈 것을 잊어버리고 뱃머리를 대양을 향하여 저었다.
【원문】쌍포유기(雙浦遊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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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서해(崔曙海)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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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6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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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8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