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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작 발표 당시의 감상 ─「희생화[犧牲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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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한 살 때 『개벽(開闢)』에 「희생화(犧牲花)」란 것을 처음 발표하였다. 바루 어제와 같은 그 때의 일이 역력히 기억에 남았건만 벌써 5년 전 옛 이야기가 되었다. 남녀 학생 간에 남 몰래 사랑을 주고받다가 남학생은 부모의 엄명으로 딴 처녀에게 장가를 아니 갈 수 없게 되자 표연(飄然)히 외국으로 달아나 버리고 여학생은 애인을 기다리지 못하여 마츰내 병이 들어 죽고만 경로를 센티멘털하게 그린 것이었다. 구도덕에 희생이 된 여자라 하여 「희생화」라고 제목을 붙인 것부터 시방 생각하면 곰팡내가 난다. 그러나 그 당시엔 몇 번을 고쳐 쓰면서 감흥에 뜬지 몰랐다. 그 때 『개벽(開闢)』의 학예부장으로 있던 나의 당숙인 현철(玄哲)씨를 성도 내며 빌기도 하며 제발 그것을 내어달라고 조르고 볶았다. 간신히 내어 주겠다는 승낙을 받은 뒤에 그것이 실릴 잡지가 나오기를 얼마나 고대하였을까. 그야말로 일일(一日)이 삼추(三秋)였다. 잡지가 나올 임물이 가까워 가자 하로에도 몇 번씩 그의 집에 들러서 활자로 나타난 나의 첫 작품을 보려고 초조한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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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그 보잘것없는 작품이 활자로 나타났을 제 나의 기쁨이란! 형용할 길이 없었다. 아모리 훌륭한 지위를 얻은들 이에서 더 좋으랴! 아모리 끔찍한 명예를 얻은들 이에서 더 즐거우랴! 나의 몸이 갑자기 보석과 같이 번쩍이는 듯도 하였다. 「아라비안 나이트」엔 여성의 키스로 말미암아 담박에 수십 장을 자란 남성이 있었지만 나는 이 「희생화」가 잡지에 게재됨으로 말미암아 천길 만길로 키가 커진 듯도 하였다. 더구나 그 잡지의 편집 후기에 “「희생화」가 손색 없는 작품” 이란 호의 있는 소개를 읽을 때면 뛰어야 옳을지 굴러야 옳을지 알 길이 없었다. 애인이나 무에같이 그 잡지를 품고 그 날 밤이 새도록 읽다가 자고 깨면 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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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다음 달 호인가 다다음 달 호인가에 「희생화」에 대한 황석우(黃錫禹) 군의 비평이 났다. 나는 무엇보담도 먼저 그 비평을 읽었다. 그것은 여지없는 비평이었다. 「희생화」는 소설이랄 수도 없다, 감상문이랄 수도 없고 하등 예술의 형식을 갖추지 못한 무명 산문이란 의미로 냉혹하게 공격하였다. 그야말로 기뻐 뛰던 나에게 청천에 벽력이었다. 갈기갈기 그 잡지를 찢고 싶을 만치 나는 분노하였다. 극도의 분노는 극도의 증오로 변하여 황석우(黃錫禹)란 자를 당장 죽여도 시원치 않을 것 같았다. 몇 번이나 팔을 뽐내며 방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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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에 떠서 그 날 밤을 새우며 그 비평에 대한 공박문을 생각하였다. 그 때 나는 투르게네프의 단편에 심취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희생화」를 비위좋게도 그 문호의 명작의 하나에 마음 그윽이 비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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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화」를 무명 산문이라 한 그대의 비평은 매우 반갑다. 옛날 사람이 쓰지 않던 산문의 형식을 내가 새로이 발명한 것이니 나도 창조적 천재의 한 사람인 듯싶어서 어깨를 추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닯을손 「희생화」와 같은 형식은 벌써 투르게네프의 단편 어데선지 볼 수 있는 것이 유감천만이다. 투르게네프의 그런 작품을 모조리 무명 산문으로 돌릴진댄 「희생화」 홀로 무명 산문이란 이름 듣는 것을 어찌 한하랴. 다만 한되는 것은 이 세상 사람이 모두 그대와 같이 장님이 아니기 때문에 창조적 천재란 월계관을 내가 얻어 쓰지 못하는 넣지 않았다. 5년이 지난 오늘에야 비로소 ‘무명 산문’ 에 틀림이 없는 「희생화」를 뒤적거리니, 그 때의 흥분이 우습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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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의 지독한 문구를 생각하면서 일어났다 누웠다 잠 한 눈 자지 못하고 밤을 밝히었다. 그 후부터는 「희생화」를 보기도 싫었다. 『타락자(墜落者)』란 단편집을 출판할 때에도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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