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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2.7
이효석
1
필 요
 
 
2
얼음장으로 짜놓은 굴속 북극 같은 방. 그 속에 시간이 가고 주림이 오고 무서운 적 ─ . 추움은 각일각으로 그들 ─ 그와 그의 처를 씹어 먹으려 한다. 그는 혼까지 얼어 버렸다. 다만 “아직도 살아 있기는 하지” 하는 희미한 의식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3
방 한쪽 구석에서 마저 마저 죽어 가려는 처는 어떻게 되었던가. 아니 벌써 죽지 않았나.
 
4
“죽음! 차라리 죽음이 오너라. 죽음은 안식이고 영원의 망각이라, 처도 죽고 나도 죽고……. 아니 나는 눈이 있고 손이 있고 발이 있지! 그런데 그대로 죽어? 나무 ─ 불 ─ 그래, 나무만 있으면…….”
 
5
바람은 천지를 뒤집으려는 듯이 불고 추움은 점점 협박하여 온다.
 
6
“아니 나는 어리석게도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나.”
 
7
그는 새로운 자극이나 받은 듯이 자아에 돌아오면서 중얼거린다.
 
8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다. 적이 문 앞에 협박하여 있고 죽음이 멱살을 잡고 있는데 생각을 하다니 너무도 어리석다. 일을 해야지 ─ 그래, 일! 지혜를 있는 대로 짜내고 수단을 다 써서 손과 발을 놀려야지.”
 
9
거기까지 생각하여 왔을 때에 그의 두뇌 속에서 무서운 희망의 빛이 번득였다.
 
10
“나무! 그래, 거기에는 …… 거기에는 산같이 쌓여 있더라. 산같이. 그 나무만 있으면 앓는 처도 따뜻하게 해줄 수 있고 나도 ─ 그래 나도 좀더 살 수 있지. 좀더!”
 
11
하며 그의 양팔은 무의식적으로 허공을 껴안았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는 무서운 결심의 빛이 보였다.
 
12
웅크렸던 몸을 쭉 펴고 우선 처에게 시선을 부었다.
 
13
“하늘 밑에 하나인 사랑하는 처를 얼어죽이는 나야말로 참 못생긴 녀석이다. 그러나 그렇게만 말할 수 없었겠지. 어떻든 용서해 다오.”
 
14
하는 말마디가 마저 마저 목을 넘으려 하였으나 갑자기 감상적 정서가 그의 목을 꾹 눌러 거의 눈물까지 나오려 한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억지로 그는 새 정신을 돌리어,
 
15
“아니 이제 불을 갖다 주마. 불을 ─”
 
16
하며 애달픈 위안과 힘없는 자신을 남겨 놓고 굴속 같은 방을 나왔다.
 
17
독한 바람은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칼날을 가지고 그의 볼을 에 우려 하였다. 바람과 싸움하면서 걸어가려니 눈앞이 캄캄하였다. 지옥에 가는 듯도 싶었다.
 
18
“필요 ─ 생의 본능 ─ 그야말로 무섭다. 그 앞에 무엇이 있으랴. 하느님도 천당, 지옥, 감옥도 아무것도 없다. 다만 절절한 필요! 불꽃같은 생의 본능 ─ 진실한 사람의 요구.!”
 
19
이렇게 그는 막연히 생각하였다.
 
20
그는 벌써 오려는 곳에 다 왔다.
 
21
그곳은 두어 집 거른 이웃집이었었다.
 
22
반쯤 열려 있는 대문을 가만히 들어서 눈 익혀 놓았던 뜰 한쪽 구석까지 왔다.
 
23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장작가지를 보았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악마가 갑자기 그의 목을 꼭 죄어 가슴은 두근두근하고 심장은 벌떡벌떡하기 시작하였다.
 
24
“가만있거라. 저기 누구야! 아니다. 아직 아무도 없다. 아무도 보이지는 않는다. 아니, 보면 어때? 있으면 어때? 이후에야 아무 일이 일어나도 좋다. 철창? 콩밥? 하하하, 그까짓 다 무어야, 다만 지금만 살아가면 좋다. 지금만! 내일? 모레? 그걸 누가 알아? 다만 지금만 살아가면 뒤에야 아무 일이 일어나거나……”
 
25
마침내 그는 대담스럽게 나무에 손을 넘짓 대었다. 그러나 그는 떨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기는 하였으나 전신이 무섭게 떨려져 왔다.
 
26
떨리는 손으로 떨리는 팔에 한 개비, 두 개비씩 옮기고 또 떨리는 손은 장작개비에 대었을 때에 어쩐 일인지 빠지지를 않는다. 그는 조급한 마음으로 있는 힘을 다하여 잡아당겼다.
 
27
그 순간이다.
 
28
뜰 안 편에 무서운 음향을 진동시키고 위대한 산을 헐어 버렸다.
 
29
세상은 끝났다 ─ 고 그는 직각하였다.
 
30
그 다음 순간에는?
 
31
오 ─ 그 다음 순간에는 마치 마술사의 그것과 같은 주인의 무서운 눈에 부닥친 그는 알 재운 총 끝에 받은 새와 같이 부르르 떨고만 있었다.
 
 
32
─ 1926. 1. 20
33
❋ 매일신보 1926.2.7
【원문】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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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李孝石) [저자]
 
  매일 신보(每日申報) [출처]
 
  1926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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