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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연꽃같이 피고 녹음 사이에서 매미가 웁니다. 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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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아홉시에 유의 편지를 받았읍니다. 먼저 그 편지에 키스를 하고 한참 머뭇거리다가 힘있게 떼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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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저는 실망했읍니다. 그렇게도 바라던 유가 아니 오신다구요 아, 나는 울고만 싶습니다. 고독의 수레를 타고 나홀로 그 어느 무변사막(無邊沙漠)으로 몰려 가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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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K씨! 만일 오늘 아침에 당신집 후원에 이슬이 내렸거던, 그것은 나의 눈물인줄 알아 주십시요. 그래서 그 이슬을 부디 떨어버리지 마시고 당신의 수건으로 받아 주세요. 그리고 당신집 뒷숲에 작은 새가와서 간절히 울거던, 그것은 나의 넋으로 생각 하시고 부디 그 새를 쫓지 마세요. 그리고 오늘밤 당신 창위에 푸른별이 비치거던 그것은 당신을 지키는 나의 눈동자로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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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운 님아. 당신은 어디 계신가? 내가 울지 못하고 기다리되 오지않는 당신이시여. oh my dar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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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은 개천가 반석에 앉아서 오봉산의 어린 송화색(松花色) 놀을 바라보며 애닯게도 유를 생각하였다오. 나는 나의 생활로 하여금 당신을 위하여 살고 사회를 위하여 살고, 내 이상을 위하여 살려는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나의 마음에는 유 하나만으로 가득히 채워 있으니까, 그 누구를 생각할 틈이 없겠지요. 사랑이란 그렇게도 값싼 것일까요. 나는 사랑이란 그 진실을 당신에게서 찾아 볼까 합니다.
9
나는 당신이 계신 서울이 그립습니다. 나의 건강이 허락한다면 오늘이라도 곧 상경하고 싶습니다. 왜 당신 계신 서울을 떠났을까요? 이 S寺[사]! 녹음 나라 서늘한 이곳도 당신이 계시지 않으면 도리어 괴로움의 터가 되는구료. 아, 그리운 나의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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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수터에서 서늘한 약수를 마시고 송림에 들려있는 반석에서 노래를 부르지요. 그러다가 당신의 그 서늘한 눈동자를 생각합니다. 반석 밑에는 물결이 부딪히며 천조각 만조각의 구슬이 맺힙니다. 그러나 나는 누구와 함께 그 구슬을 따오리까? 창창한 녹음 아래는 바위돌이 눈을 감고 성자와 같이 기도합니다 . 그러나 나는 누구와 함께 기도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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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구름이라도 되었던들 밤이나 낮이나, 바람에 둥실둥실 당신이 계신 인왕산 밑까지 흘러 가련만. 그리고 별이라도 되었다면 나를 잊고 혼자 편히 쉬시는 당신의 얼굴을 엿보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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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寺[사]에는 많은 피서객들이 있어요. 그러나 내게는 사람이 없읍니다. S寺[사]에는 꽃도 많이 피지요. 그러나 내게는 풀 한포기도 없어요. 오, 내마음의 꽃이여, 내가슴의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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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일찌기 약수를 먹고 유가 오시리라하여 방에 걸레질을 하고 또는 유가 좋아하는 산개나리를 꺾어다가 꽂고 그리고 점심을 먹고, 크림을 바르고, 고운 넥타이를 메고, 정거장을 갔었지요. 그러나 연기만이 S역에 남을 뿐, 서울에서 온 차는 한 사람도 내려 주지않고 북국으로 가더이다. 나는 나의 그림자만을 데리고 혼자 모래밭으로 돌아올때 얼마나 마음이 외로웠을까요? 그럼 언제 오시렵니까? 그만 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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