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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교(技巧) 즉 내용(內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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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 10.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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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교(技巧) 즉 내용(內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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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탐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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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없이 문장이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이, 문장이 없이 소설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언어라고 다 문장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이 문장이라고 또한 다 소설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언어를 정리시켜야 문장이 되는 것이요, 문장을 정리시켜야 소설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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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진대 소설을 쓰는 데 문장의 정리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문장의 정리가 잘 될수록 잘 된 소설이 되어 질 것이라는 것은 다시 더 두 말이 긴치 않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을 쓰는 데 있어 문장을 보다 더 잘 정리시킬 수 있는 재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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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주라는 것은 무슨 무용한 문구의 정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요, 제재의 선택에서부터 깎고 짜고 세우고 하는 것 같은 그런 일체의 것이 다 포함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겠다. 이러한 정리를 가리켜 표현이라고 하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이 표현 여하에 따라 소설이 잘 되고 못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진대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 표현이라는 것을 늘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누구나 표현을 잘 시킬 재주를 아니 원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재주를 기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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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는 기교 없이 소설이 잘 될 수 없으리라는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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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교라는 것을 무슨 한낱 문장이나 매만지는 그런 형식의 도구로, 없어도 무방한 것인 줄만 알고 내용과 대비시켜 선해 후행의 구별을 백철 씨는 「기교와 내용의 문제」에서 지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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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상에서도 우선 내용적인 의미에서 신경지를 개척하자 하는 의욕이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문제보다도 먼저 혹은 그 후자를 무시하면서 올 수 있는 시대다. 적어도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문제에 선행하여 무엇을 택하여 내용을 삼느냐 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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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러한 예를 한번 들어 보겠다. 빵은 밀가루로 만든다고 하지만 밀가루만으로는 빵이 되지 않는다. 거기 필요한 분량의 소다와 물이 필요하고, 또 적당한 화력의 조종이 필요하다. 밀가루는 내용이요 소다, 물, 불은 기교다. 이어 또 한 가지가 없어도 빵은 빵으로서의 형태를 이루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밀가루를 택해서 내용을 삼자 해도 소다, 물, 불이 없이는 빵이 안 되는 것이다. 내용이 따로이 있는 것이 아니요 기교가 따로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교 역시 소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피와 살이 떨어져 인체를 형성할 수 없듯이 내용과 기교가 떨어져 소설이 형성될 수 없다. 우주의 내용이 자연이라고 가정 한다면 이 자연이 하늘과 땅이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우주 즉 자연이요 자연 즉 우주다. 내용 즉 기교이요 기교 즉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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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씨가 말하는 내용이라는 것은 그때그때 눈앞에 바라보이는 인간 생활의 형태를 말하는 것 같고 그것을 가리켜 현실이라고 지칭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부단히 주시하는 것이 문학자의 입장을 정하는 것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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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금일의 현실을 본질적인 면에서 파악하는 눈을 갖고 부단히 현실을 주시하는 곳에 문학자의 윤리적인 입장을 정할 것, 그 입장 위에선 문학은 결국 내용을 중시하는 문학이요, 동시에 그것은 새로운 형식을 탐구하고 기교를 향상하는 길이 될 것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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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활은 그때그때 변하여도 예술은 때를 따라 변할 수가 없다. 소설가가 현실을 보는 각도는 그것이 예술적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이라는 형태를 통하여 자기의 정신 내용을 비추어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정신 내용에 비친 그러한 현실이라야 그것이 비로소 소설의 내용이 된다. 현실이란 육안으로 직시할 수 있는 사실의 그 일면만이 아니고 천지 자연 속에서 시간적으로 끊임없이 연속하고 있는 인간 생활의 전체이기 때문에 일단 예술의 현실을 통하여 나타나게 될 때엔 작가의 기질에 따라서 현실의 각도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육안으로는 볼 수도 없는 꿈이 소설의 제재로 취급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요 그것이 엄연한 현실임으로서다. 위대한 사실가는 위대한 환상가이여야 한다는 모파상의 이야기는 그 얼마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명언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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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볼 때에 “그 내용과 형식은 조화와 통일을 전제하되 시대에 따라서 내용을 중요시할 시대와 갈라진다는 것 그 점에서 볼 때에 금일의 문학은 형식이 아니고 내용을 중시할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한 이러한 이론은 앞에서 지적한 바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성립이 되지 않음이 이미 드러났거니와 다시 한 번 더 말한다면 시대에 따라서 빵 만드는 원칙이 변하여질 수가 없다. 인간 생활은 변하여도 예술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일제시대에 그렇게도 강요하던 그 소위 「국민 문학」을 우리가 못 쓴 것도 민족적 감정에서뿐만이 아니라 소설이 예술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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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물처럼 흔들리는 유형체가 아니요 불상처럼 움직이지 않는 탐구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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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경향신문》(1948. 10. 10.)
【원문】기교(技巧) 즉 내용(內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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