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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질판의 풍파(風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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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3
채만식
1
낚시질판의 風波[풍파]
 
 
2
〔인물〕
3
낚시질하는 사람들
4
(상빈(上賓)용으로는 관객의 인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색별의 의복을 입힘도 가)
 
5
1    백색
6
2    흑색
7
3    키 큰 모자
8
4    등색(藤色)
9
5    황색
10
6    회색
11
7    적색
12
주인
13
갑   청색
14
을 / 병 / 정  대사뿐
 
 
15
〔시대〕
16
1931년 겨울
 
17
〔장소〕
18
어느 연못
 
19
〔무대〕
20
무대 한가운데 둥그런 연못이 있고 배경은 단지 검정 장막을 둘러쳤을 따름이다.
21
낚시질꾼은 좌수로부터 1 ․ 2 ․ 3 ․ 4의 순서로 빙 둘러앉아 있고 그의 좌수에는 주인 갑이 앉아 있다. 갑은 바로 등뒤에 열린 배경 장막의 안으로 해서 그 속을 연해 굽어다본다.
22
낚시꾼 1은 낚싯대를 가지지 아니하고 물가에 바싹 들어앉아 맨손으로 물 속을 뒤지며 갑과 2의 눈치를 살피며 부러워한다.
23
낚싯대는 2가 네 개를 가지고 있고 3이 두 개를 가지고 있고 4 ․ 5 ․ 6이 한 개씩 가지고 있고 7이 세 개를 가지고 있다. 이외에 그들의 등뒤에는 제각기 준비하여 둔 낚싯대를 여러 개씩 가지고 있다.
24
막이 열리면 낚시질꾼들은 일심으로 낚시질을 하고 있고 무대 뒤에서는 요란한 싸움소리가 들린다.
 
 

 
 
25
을   이 자식아, 왜 덤벼 이 자식아.
 
26
병   이 자식아, 너만 먹고 살 테냐.
 
27
을   나만 살랴는 것이 아니야 이 자식아. 우리가 다 잘 살자는 것이야 이 자식아.
 
28
병   흥 이 자식아, 광우리 구멍 같은 아가리로 말은 잘한다. 무얼 이 자식아, 다 잘살자는 거야, 이 뻔뻔한 자식아.
 
29
을   이 자식이 그래도 아니 물러서고 이 지랄이야! 이 자식아. (툭탁거린다)
 
30
병   이 자식 바라 사람 친다! 이 자식아.
 
31
을   이 자식아.
 
32
병   이 자식아.
 
33
정   흥, 녀석들 잘 싸운다. 여보게 우리 이통에 일 좀 꾸미세.
 
34
낚시질꾼7  (정의 소리를 듣고 싱긋 웃는다)
 
35
을   저 자식들은 또 웬 거야?
 
36
병   나는 두어두고 가바! 이 자식아.
 
37
을   그동안 너는 그러면 잠자코 있거라.
 
38
병   그래.
 
39
을   이 자식들!
 
40
정   흥 쫓아오니? 아무려나.
 
41
을   어델 달어나 이 자식아.
 
42
정   까강깡 날 잡어라.
 
43
을   망할 자식이 미꾸리 새끼같이 빠져 달어나서 붙잡을 수가 있어야지!
 
44
정   흥, 두고 바라.
 
45
을   엣 망할 자식!
 
46
병   어쨌나?
 
47
을   달어났어! 그 자식 때문에 어떻게 해!
 
48
병   그러니까 너는 가만 좀 있어요.
 
49
을   아니다. 내가 잠자코 있으면 이것도 저것도 다 틀린다. 네가 잠자코 좀 있으렴.
 
50
병   그래라, 그렇지만 조건이 붙는다.
 
51
을   무슨?
 
52
병   내가 잠자는 데 때리지 말 것. 그리고 일이 다 되거든 나도 한몫 줄 것.
 
53
을   오냐 알었다.
 
54
갑   (발길로 1을 툭 차며) 가라 이 자식아.
 
55
1   (울며) 갈 데가 있어야지요.
 
56
갑   일없다 이 자식아, 가라.
 
57
1   그렇지만.
 
58
갑   아니 갈 테냐 이 자식아.(때린다)
 
59
1   (2의 눈치를 본다)
 
60
2   못본 체한다.
 
61
을   여보게.
 
62
갑   어이.
 
63
을   인제는 일 좀 꾸며 보세.
 
64
갑   무슨 일?
 
65
을   모다 쫓아내잔 말이야.
 
66
갑   응, 지금 그렇잖애도 이놈 한놈 지금 족치네.
 
67
을   그따우 것은 천천히 하고 큰놈부터 해요.
 
68
갑   그럴까, 그러면 해보지.
 
69
갑   (7을 보고) 여보게.
 
70
7   왜 그래?
 
71
갑   자네 그만 가게. (다른 낚시질꾼들을 둘러보고) 자네들도 그만들 가고.
 
72
일동   (입만 삐죽거린다)
 
73
갑   가라니까 왜들 아니 가고 그래! (7을 보고) 여보게 자네가 먼점 가게. 자네가 제일 맘에 걸려 못견디겠네.
 
74
7   나도 돈 들인 것이니 돈을 내고 이 자리를 사가게.
 
75
갑   괜히 남의 것을 제것 만들어가지고는 돈이 들었네 쇠가 들었네해!
 
76
7   천하없어도 지금은 아니 간다. 나는 인제 갈 때가 되면 가지만.
 
77
갑   체! (2를 보고) 여보게.
 
78
2   왜 그래!
 
79
갑   그만하고 가게.
 
80
2   흥! 별 미친 자식 다 보겠네!
 
81
1   (또 물가에 가서 고기를 잡으려 한다)
 
82
갑   (발길로 걷어차며) 이 자식은 왜 와서 이 지랄이야.
 
83
1   (피해 물러선다)
 
84
갑   (2를 보고) 그래 아니 갈 테야?
 
85
2   마음 돌리게.
 
86
갑   아니, 정말 아니 갈 테야?
 
87
2   물어서는 무얼 하나?!
 
88
갑   (방백) 어데 보자. (등뒤로 대고) 여보게.
 
89
을   어이.
 
90
갑   이 자식들을 좋은 말로 일러서는 아니 되겠네.
 
91
을   그 자식들이 왜 그래!
 
92
갑   그물을 하나 보내 주게.
 
93
을   거 되었네.
 
94
갑   (등뒤에서 그물을 받아가지고 물로 던지며) 이 자식들아 누가 못 견데나 해보자.
 
95
일동   (눈이 휘둥그래서 치어다본다)
 
96
2   (성이 잔뜩 나서) 너 이 자식 왜 이래?
 
97
갑   무얼 왜 이래?
 
98
2   왜 괜히 남이 고기 잡는 데 방해야?
 
99
갑   내 것 가지고 내 맘대로 하는데 네가 무슨 참견이야?
 
100
2   암만 네 것이라도 계약이 있으니까 네 맘대로 못해.
 
101
갑   별 개수작을 다하네! 계약이 무엇 말러비틀어진 거냐 이 자식아.
 
102
4   (5를 보고) 저 녀석이 저러다가는 야단나지 아니하겠나?!
 
103
5   글쎄 수월찮은걸!
 
104
3   깔볼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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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는 가라면 가겠네.
 
106
5   자네는 별로 큰 이해상관이 없으니까 그렇다지만 우리야 어데 그런가!
 
107
갑   (그물을 또 던지며) 보자 이 자식! (그물이 2의 낚싯대 하나를 그러잡아 당긴다)
 
108
2   (벌떡 일어나 쫓아가서 갑의 팔을 홱 비틀어가지고 때리며) 이 망할 자식.
 
109
갑   (후덕거리며) 아이고 아야, 아이고 아야.
 
110
2   (자꾸만 때린다)
 
111
갑   오냐 죽여라. 나는 기운도 없는 놈이고 너하고 마주 싸울 필요도 없다.
 
112
2   (갑의 팔을 비틀어쥔 채) 가만 있어 이 자식아. (낚싯대를 다뿍 집어다가 갑이 앉았던 곳을 비롯하여 죽 담가놓는다)
 
113
1   (싸움통에 툭툭 치며 뒤로 물러섰다)
 
114
갑   아이고 아야 아이고 아야. 여보게 이 자식이 사람 죽이네.
 
115
을   거 왜 그리나?
 
116
갑   이 자식이 사람을 막 치고 지금 야단났어, 이 사람아.
 
117
을   저런 망할 자식! 이 자식.
 
118
2   갑을 때리기만 한다.
 
119
을   저 자식! (발을 구르는 소리) 네 이 망할 자식!
 
120
4   (5 ․ 6을 돌아보며) 저거 안됐는걸! 낚싯대를 너무 많이 담거놓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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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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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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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쎄 거 좀 재미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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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여보 우리 같은 계원끼리 이걸 가만둔단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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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 ․ 6 ․ 3을 보고) 저거 불러다가 싸흠을 말려야지? 무엇보담도 (2를 가리키며) 저 자식이 혼자 먹을랴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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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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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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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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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   (7을 보고) 여보게 자네도 이런 것을 보고 가만 있나?
 
130
7   고생스러워도 좀 참고 있게.
 
131
을   저 자식을 마구 그저 죽여놀 테야! 이 자식 어데 해보자.
 
132
2   흥, 해볼 테거든 해보자.
 
133
을   해보자 이 자식아.
 
134
2   글쎄 덤벼 이 자식아.
 
135
4   여보게.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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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그래?
 
138
4   우리끼리 다 그리지 아니하기로 아니했나? 다 좋도록 하세그려.
 
139
2   졸 도리가 있다면.
 
140
4   (3을 보고) 자네도 같이 이야기하세그려.
 
141
3   뭘 나는 구경이나 하지.
 
142
4   그렇지만 가다가 좋은 의견이 있거든 이야기해 주게 응?
 
143
3   그거야 물론이지.
 
144
갑   대관절 이 자식이 이 비튼 팔을 놓아주어야지!
 
145
4   그걸 참 놓아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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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조건하고 놓아주어?!
 
147
4   그렇지.
 
148
2   천만에! 그건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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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좋도록 하게그려.
 
150
2   무얼 좋도록 하라고 그래 원!
 
151
4   허허 그 참! (입맛을 다신다)
 
152
을   사람 죽는다!
 
153
4   (3을 보고) 이거 어떻게 하나?
 
154
3   (2를 보고) 자네가 너무하네.
 
155
2   내가 너무하긴 무얼 너무해? 나는 우리가 약조한 대로만 하는데.
 
156
4   약조야 어데 그렇게 되였나?
 
157
2   그렇잖고?
 
158
4   (3을 보고) 우리끼리 합력해서 이 자식을. (2를 가리키며) 좀 뚜드려줄까?
 
159
3   거 안되지?
 
160
7   (3을 보고) 저 자식은 객(客)군이 왜 덤벼서 저래! 승겁게.
 
161
3   이 자식아, 너는 무슨 참견이야?
 
162
7   나는 아모 참견도 아니하고 지금 형편만 보고 있다.
 
163
3   망할 자식 같으니라고!
 
164
7   흥! 죽겠지? 녀석이 속이 다뿍 켕겨서.
 
165
4   저 녀석이 (7을 가리키며) 이 위인(갑을 가리키며)하고 부동이되야서 덤비면 어떻게 하노!
 
166
3   그때야 우리가 다 달려들어서 해내지.
 
167
5   것도 어려워이.
 
168
4   왜?
 
169
5   뒷줄이 당겨서.
 
170
4   그거 우리가 합심해 가지고 이 자식을 (2를 가리키며) 두드려 주는 게 제일이야.
 
171
5   어째서?
 
172
4   그러면 일 잘되고 또 이 자식이 (2를 가리키며 앉았던 자리를 우리가 나누어 먹지 안하겠나?
 
173
3   아니 그것은 야토롬한 꾀야.
 
174
4   왜?
 
175
3   멍텅구리! 글쎄 우리가 합심해서 이 자식을 (2를 가리키며) 쫓아내면 저 위인들이 (갑을 가리키며) 우리한테 이 자식에게 (2를 가리키며) 하듯이 하려들 것 아닌가?
 
176
4   거참 그렇기도 허이.
 
177
5   그 말이 옳으이. 옳은 것이, 이 위인이 (갑을 가리키며) 아까 우리더러 다들 가라고 아니하던가? 제딴에 우렁속 같은 속은 있어서 명색 제것이라고 도루 다 찾으려는 수작인 듯싶데.
 
178
4   그도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179
3   그러니까 그래도 두어두고 보게. 보아가다가.
 
180
4   그렇지만 이 자식이 (2를 가리키며) 가만 내버려두면 자꼬만 더해요.
 
181
5   그것도 딱하긴 해.
 
182
4   그 배라먹을 것을 우리가 아주 벗어부치고 나서서 다 차지해 바릴까?
 
183
3   그럴 수도 없지.
 
184
4   왜?
 
185
3   뼈가 너무 굳어져서 인제는 깨물어지질 아니해요.
 
186
5   그 말이 옳네. 연전에도 나누어 먹으랴다가 코를 다치지 아니했나?
 
187
3   그러니까 내 말대로 좀더 두어두고 보아요.
 
188
4   그래 볼까. 그러면 가서 (갑과 2를 보고) 너희 멋대로 해라.
 
189
2   거 잘 되었다. (갑의 팔을 더욱 비튼다)
 
190
갑   아이고 아야! 이 자식들 괜히 어쩌네 저쩌네 하더니 이 모양이야! 망할 자식들.
 
191
을   어떻게 되였나?
 
192
갑   사람 죽겠네.
 
193
을   저런 저 자식이 아직도 저러고 있어요! 저런 망할 자식이.
 
194
2   아직 멀었다. 이 팔때기를 부질러놓아야 한다. 이 자식아, 네가 나를 이렇게 때리면 나는 그저 있을 줄 아니! 견데봐라. (발로 2의 낚싯대를 툭툭 걷어찬다)
 
195
2   흥 잘한다, 이 자식. (팔을 더욱 비틀며 낚싯대를 더 많이 집어다가 아직 비었던 자리에 늘어놓는다)
 
196
3
197
4
198
5   여보게.
 
199
2   왜 그래?
 
200
3   자네 너무하네.
 
201
2   뭘 너무해?
 
202
3   그래서는 재미없어.
 
203
2   할 대로 하게.
 
204
4   그건 자네가 잘못이야.
 
205
2   잘못이라도 이밖에는 더 할 도리가 없데.
 
206
5   정 그런다면 우리도 가만 있지 아니할 테니 생각해서 하게.
 
207
2   생각 여부가 없네.
 
208
갑   오냐, 나도 인제는 악이 났다. (바둥거린다)
 
209
을   잘한다, 죽어도 해봐라.
 
210
2   어림 반푼어치 없다.
 
211
4   (3을 보고) 우리가 나선다면 이 자식 (2를 가리키며) 어쩔꼬?
 
212
3   죽자고 덤비겠지.
 
213
4   그렇다면 문제야! 호통에 고개가 쑥 들어가야 할 텐데!
 
214
3   어느 판인데 호통쯤에 놀래겠나?
 
215
5   우리가 실상 나선댔자 수고만 많고 소득은 그다지 없을 테란 말이야.
【원문】낚시질판의 풍파(風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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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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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시질판의 풍파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 혜성(잡지) [출처]
 
  1932년 [발표]
 
  희곡(戱曲) [분류]
 
◈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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