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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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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포객사(南浦客舍)
 
2
동지 여운희(呂運熙) 그는 꽃나이 서른에 해 넘는 신양으로 먼길 떠나다
 
 
 

1

 
4
두 달 넘어 함께 있던
5
너의 병실을 찾으니
6
낯익은 간호부는
7
말없이 눈물로 대답하누나
 
8
지금도 부르리라
9
네 발길 닿은 곳 어데서나
10
수없는 젊은이들은
11
여운희…… 여운희…… 너의 이름을
 
12
동무여 길이 돌아갔는가
13
병실에도 봄모종 하려고
14
꺾어온 꽃다발
15
그렇다 나는 이것으로
16
주인 없는 이름을
17
다시 한 번
18
나직이 부른다
19
장하다 굳세었던 너의 청춘아
 
 
 

2

 
 
21
눈감아지던가
22
눈감아지던가
23
네 몸에 넘치는 젊음과
24
임박하는 우리의 날
 
25
원수들의 독 있는 화살을
26
스스로의 가슴으로
27
방패 삼아
28
남조선의 민청원을 이끌던 동지
 
29
앞서는 이곳에 너를 찾으니
30
12월 7일은 왔구나
31
동무야 기다리던 날은 왔구나
32
쇠잔한 몸에도
33
뒹굴듯이 기꺼하더니
 
34
동무야 네 마음 애타게 닫던
35
그곳 남녘의 땅에는
36
원수들의 모진 매질에
37
척추의 기둥이 부러진 너의 동생
 
38
먼젓번 항쟁을 불지른
39
철도 총파업에
40
농성하는 기관구 속에서
41
사랑하던 기관차를 안고 쓰러진
42
단지 하나인 너의 동기는
43
아직도 자리에서 일지 못하고
 
44
두 어린 지식의 목줄을 달은
45
무거운 떡함지들
46
이고 달리면서도
47
동무와 동무의 연락하는 쪽지를 들고
48
오늘도 번잡한 거리에 나서 있을
49
그대의 아내
 
50
어찌 그뿐이겠느냐
51
아니 그보다도
52
네 손으로 기른 수많은 청년들
53
다시 저마다의 가슴으로
54
원수의 총칼을 막아내는 조선의 방벽들
55
미어지는 쇠창살
56
쇠창살마다
57
원수를 갈아 마실 듯
58
날카로운 눈초리는 놈들을 살피며
59
오히려 씩씩하니 둘러앉아서
60
내일의 싸움을 의논하는
61
조선의 방벽들
 
62
숨 모으려는 너의 귓결에도
63
들려오지 않더냐
64
동무야
65
불길로 오르는 그 함성
66
새로운 조선이 외치는
67
그 함성
 
 
 

3

 
 
69
너 어디 있느냐
70
병상에 누워서도 한시를
71
편안히 쉬이지 못하던 네 젊음
72
지금은 너 어디 갔느냐
 
73
미처 알지 못하는
74
너의 무덤은
75
그 어디서 높은 곳에 날리는
76
깃발 모양
77
내 마음을 이리도 간절히 부르고 있느냐
 
78
휘날리라 깃발이여!
79
언제나 우리 앞에 날리며
80
우리의 힘을 불러주는 것
81
깃발이여 휘날리라
 
82
다시 한 번
83
흐려질 이름을 부른다
84
손질하여라 너를 사랑하던 가슴과 가슴에
85
깃발같이 너의 남긴 뜻이여
86
손 저어주려마
【원문】남포객사(南浦客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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