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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10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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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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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다는 일은 그대로 인생을 읽는다는 일이다. 서적이란 저 작자가 인생을 살아가는 생애에서 생애의 거친 찌꺼기는 깡그리 버리고 신수(神髓) 만을 정밀히 뽑아 담은 생명 그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저급한 서적이라고 하더라도 인생이 담기지 않은 서적은 없다. 다만 진실한 인생이 담겼느냐 그렇지 아니한 인생이 담겼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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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하여는 인생과 독서와는 불가분리의 관계에놓여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시대의 진보에 따라 사상이 복잡하게 된 오늘날 에 와서는 독서 여하에 있어 그것이 인생이냐 아니냐 하는 단안이 내리게까지 되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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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그것이 그대로 인생인 것이다. 그리고 이 인생을 인생에게 넣어주는 것이 독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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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때문에 올바른 독서는 올바른 인생을 얻게 되고, 바르지 못한 독서는 바르지 못한 인생을 얻게 된다. 독서 방법에 따라서 얻는 인생이 달라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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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이란 자기에게는 항상 약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부주의에서 바르지 못한 독서에 눈을 주게 되면 거기서 얻은 맛으로 인해서 이런 유(類)의 서적에만 눈이 팔리게 되어 자기도 모르는 동안에 이 서적과 같은 내용의 인간으로 화하여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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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아무리 본래의 자기를 되찾으려고 하여도 어떤 한 시기를 경과하면서 굳어진 인생이라 과거가 연연하여 되돌아서기가 용이하게 되지 못한다. 독서에 대한 취미는 그 취미가 도를 지나쳐 독서광이 되는 수도 있다. 불란서의 어떤 사람은 잠에서 깨어서 다시 잠이 들 때까지 식사를 하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그저 책을 들여다보는 것이 일로, 하루는 대소제 때인데 이날도 그는 책을 놓지 못하고 방안에 틀어박혔다가 경찰관에게 강제로 끌려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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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란 이런 매력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그 서적의 선택과 독서의 방법에 따라서 읽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낭비하게도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권 의 서적을 손에 드는 데 있어서도 결코 경홀히 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남이 좋다는 서적이 내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사람은 취미가 각각 다르다.그러기 때문에 남이 좋다고 권하는 서적이니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머리를 싸매고 덤비었댔자 거기서 느끼는 생리가 다르면 머리에 들어오지를 않는 다.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읽는다는 것은 읽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니 이것은 아무리 억지질을 하여 읽었댔자 이 또한 시간의 소모와 정신의 낭비 밖에 되어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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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란 그 독서에 공감이 되어서 즐거움을 느끼며 읽되 읽어대는 것만이 사명이 아니라 읽으면서 생각을 해야 되는 것이니 생각을 하는데 얻어지는것이 있는 것이다. 이른바 이것이 인생을 읽는 일이다. “어째서 읽는 것을 제 것으로 만들 수가 없는 것인가 하면 읽는 사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 고 말한 리히텐베르그의 이야기는 독서자에게 주는 깊은 주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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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만 권의 서적을 독파해 내려는 욕심보다 자기의 생리에 맞는 서적을 선택하여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하여 가며 읽되 읽으면서 자기의 생각과 바꾸어 가며 읽는 것이 진정한 독서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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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참 문학에 열중하였을 시대에 전집 5, 6종을 예약해 놓고 시간표를 작성하여 벽에 붙이고서는 이 여섯 종을 하루 한 종류에 두 시간씩 꼭 축일(逐日)을 해서 매일 읽어대기를 한 삼 년 해 본 일이 있다. 여기서 얻 은 것이 전연 없는가 하면 그런 것은 물론 아니겠으나 욕심이 앞을 서서 정독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읽기가 싫은 것을 그래도 읽어야 되는 것이라고 무리를 한 이 독서는 내가 정력을 소비한 정도로 얻은 것이 없었다. 차라리 내 생리가 허하는 어느 한도의 것만을 택하여 가지고 깊은 생각에 끌려 들어가며 정독을 하였던들 그 보람은 훨씬 컸을 것이라는 것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독서법에 비해 보고 놀랄 만치 느낀다. 자기 자신을 되살리며 깊은 생각으로 끌려 들어갈 때 독서의 의미는 거기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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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경향신문》(195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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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용묵(桂鎔默) [저자]
 
  195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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