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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덥지 못한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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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1
최서해
1
미덥지 못한 마음
 
 
2
그 어느 때 일이었다.
 
3
어떤 친구가 혼인에 쓸 밤 한 말을 갖다 주면서 며칠간 두었다 달라고 하기에 벽장에 넣어 두었다.
 
4
그렇게 자루에 넣어서 두었던 밤을 이틀 뒤에는 뚜껑도 없는 석유 상자에 바꾸어 넣어 두었다. 그것은 자루가 쓸 일이 있었던 까닭이었다.
 
5
일은 여기서부터 벌어졌다. 벽장에서 무엇을 끄집어내거나 또는 벽장에 무엇을 넣을 일이 있어서 벽장문을 열게 되는 때마다 아내는 나를 보고 벙긋 웃으면서 밤을 한 알씩 집어먹었다.
 
6
“여보 남의 것을 맡아 놓고 먹어서야 되겠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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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아내를 경계하였다. 그러나 나도 절개가 굳지는 않았다. 때로는 나도 집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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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먹지 말라면서 당신은 !”
 
9
아내도 이렇게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밤을 집을 때마다 손만 올려 밀어서 밤궤에 손만 넣었지 키가 모자라서 들여다보지는 못하였다.
 
10
며칠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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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맡겨 둔 친구에게서 편지가 오기를 나는 바빠서 또 어디로 가는 터이니 그 밤은 아무 여관 아무 이에게 전하라 하였다. 편지 받은 나는 끙끙하면서 밤 궤짝을 집어내렸다. 집어내린 밤궤 속을 들여다보던 아내와 나의 눈은 의심이 가득하여 서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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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일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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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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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또 밤궤를 들여다보았다. 밤을 맡아 둔 지가 나흘이라 우리가 하루에 한 되씩 먹었더라도 여섯 되는 남아 있어야 할 일인데 하루 불과 2, 3개에서 더 집어내지 않은 밤이 겨우 두 되 가량이나 남았으니 어인 일인가 ?
 
15
나를 보는 아내의 눈에는 근심, 미안, 의심의 빛이 흘렀다. 그때 내눈에도 그러한 빛이 흘렀으리라. 내 마음이 그리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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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쥐 장난인가 보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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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무슨 수수께끼나 풀은 듯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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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그놈의 장난인 게로군 !”
 
19
나는 그 자리로서 벽장을 뒤졌다. 아니나다를까 ? 쥐란 놈이 상자 뒤에 밤을 집어다가 수북이 쌓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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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오 ! 하하하.”
 
21
나는 비로소 웃었다.
 
22
“글쎄 그럴 테지 ! 나는 어떻게 안쓰러운지 마치 내가 먹은 것 같애서.”
 
23
아내의 눈에 어렸던 그 불쾌한 빛은 스러졌다. 그 소리에 나는 나의 미덥지 못한 마음을 스스로 부끄러워하였다. 아내의 말에 무어라 변명이 나올 수 없었다.
【원문】미덥지 못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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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덥지 못한 마음 [제목]
 
  최서해(崔曙海) [저자]
 
  조선 문단(朝鮮文壇) [출처]
 
  1927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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