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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 5. 30
김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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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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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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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도 아니고 낮도 아니고
4
남빛 안개 속의 조약돌 길 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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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처녀 거지가 무엇을 찾는 듯이
6
앞을 바라보고 뒤를 돌아다보고
7
새파랗게 질려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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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를 돌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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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생각나는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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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전 가을의 흐린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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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에 가는 길 나들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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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오는 그림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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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디를 가시오”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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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올 맺은, 음성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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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멈추는 저의 발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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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틈도 없이 쏜살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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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앞을 말없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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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내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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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삼 년 기른 파랑새를
20
그 길 너머로 울면서 놓아버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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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이 명상의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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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로 옛 설움이 또 오는가,
23
사람에게 상냥한 내가 아니었고
24
새를 머물러 둘 내 가슴이 아니었다
25
매 맞아 병든 병든 가슴속에
26
옛 설움아 다시야 돌아오랴.
 
 
27
《조선일보》, 1924년 5월 30일.
【원문】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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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순(金明淳)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2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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