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상금 삼 원야 ◈
카탈로그   본문  
미상
백신애
목   차
[숨기기]
1
상금 삼 원야
 
 
 

(상)

 
 
3
흠씬 익은 수밀도(水蜜桃)의 달콤한 냄새에 정첨지의 혓바닥은 꼬부라질 것 같아지며 꿀떡 겉침이 삼켜졌다. 종알종알 매어 달린 복숭아들은 마치 정첨지의 염치없는 구미를 조롱이나 하듯이 살그머니 코끝을 스쳐 달아나서는 얼른 가지 사이에서 방긋방긋 손짓을 하였다.
 
4
문간을 항하여 걸어가는 첨지의 발 끝은 복숭아 나무 편으로 자꾸 가재 걸음이 되었다.
 
5
“히.”
 
6
첨지는 침을 또 한 번 슬쩍 삼키고 억지로 송원 과수원(松院果樹園) 문간을 나서며 회심의 미소를 하였다.
 
7
“내가 이렇게 먹고 싶을 때야 다른 사람들인들 오죽 하겠나. 왼종일 땀 흘리고 말라붙은 창자로서 한 개쯤이야 손이 안 나갈 리가 있나. 죽도록 일을 해도 하루 삼십 오전 벌이 밖에 안 되니 차라리 일하지 않고 놀면서라도 해 볼 일이다. 돈 삼 원이 적은 것이냐 말이다. 암…… 웬 떡이냐, 횡재로구나. 돈이 삼 원이라, 보리 한 말에 사십오 전이니 닷 말은 팔 것이고 간청어도 짭짤한 것 몇 마리 사고 시원한 막걸리도 몇 잔 들이켜 볼 수 있단 말이라.”
 
8
첨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손에 삼십오 전이라고 쓴 표 쪼가리를 꽉 쥐고 얼른 자기 집으로 달려 갔다.
 
9
그는 그 날 송원 과수원에서 품팔이하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십 명 넘는 품팔이들이 그 날 품삯인 표 쪼가리를 주욱 한 장씩 받고 몰아서 나오려 할 때 주인되는 ‘송원상’이 말하기를
 
10
“요보…… 요사이 도독우 사람이 많이 많이 복숭아 잡어해 갔소. 나쁜 놈이 요보 당신들도 이리 하며 우리 안 보면 가만히 자꾸 잡어먹어 한다. 우리 잘 알아 있소. 그런데 누구든지 우리 모르게 복숭아나 능금이나 한낫치 꼭 한낫치 라도 따는 것 보거든 우리에게 말이 해 주소. 돈이 삼 원, 삼 원 상금 주겠다.”
 
11
라고 몇 번이나 단단히 여럿에게 광고같이 말하였던 것이다. 일꾼들은 잠자코 서로 쳐다볼 뿐이었다. 그들은 모두 한 동리 사람들이니 도적이 난대도 자기 동리 사람일 것이 분명하니 누구나 다 ─ 같이 가슴이 뜨끔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난 후에는 누구든지 다같이 그 돈이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
 
12
그 중에 끼어든 정첨지 역시 그 삼 원이란 상금은 기어이 자지가 타고 말리라고 결심을 하자 벌써 그 돈이 자기에게 들어온 것 같이 기뻐하였다.
 
 
 

(하)

 
 
14
그래서 첨지는 삼 원을 상 준다는 이야기는 될 수 있는 대로 동리 사람들에게 광고가 되지 말어 주었으면 하고 가슴을 말었으나 ‘송원상’은 만나는 사람마다 복숭아 하나라도 잡어하는 것 본 사람에 돈 삼 원을 상 주겠다고 물 퍼붓듯 광고를 하였다.
 
15
그래도 사람이란 배가 고프면 알 수 없는 거라 일 하다가 배는 고프고 눈 앞에 과실은 덕올덕올 열려 있으니 구미가 안 올 리가 있나.
 
16
그는 일하러 가서도 늘 친구 일꾼들만 감시하듯 한눈만 자꾸 팔며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갔어도 저녁만 먹으면 과수원 근방을 순행하듯 방방 돌아다녔다. 나뭇잎만 바시락 해도 돈 삼 원 땡 잡는구나 하고 가슴을 뚝딱거렸다.
 
17
이렇게 가슴을 졸이며 밤낮 애끓는 돈 삼 원을 위하야 정첨지는 일주일이나 헛세월을 보내고 말았다.
 
18
“제 ─ 기, 도적놈의 새끼들. 그 맛있는 것 하나 따먹는 놈이 없나.”
 
19
그는 과실이 짐짐이 시장으로 실어 나갈 때 혼자 턱없는 짜증을 내었다.
 
20
그 날은 남았던 복숭아가 마저 따내어 팔려가던 날이다. 첨지는 나무 아래서 여럿이 잠깐 쉬려고 앉았는데 문득 저편 나뭇가지에 조그만한 팔뚝이 매달리더니 크다란 복숭아 한 개가 조그만한 고추 자지를 달랑거리는 바지 벗은 어린아이의 가슴에 안기였다.
 
21
“어”
 
22
첨지는 두 눈이 벌컥 뒤집어지며 벌떡 일어나 쏜살같이 ‘송원상’에게 달려 갔다.
 
23
“돈 삼 원이다, 돈 삼 원.”
 
24
그의 가슴은 미친 듯이 뛰었다.
 
25
“저 저 도적놈이 도적의 놈이 복숭아 땄소.”
 
26
헐떡이며 바쁘게 일러 놨다.
 
27
‘송원상’은 깜짝 놀라며 가리키는 편을 바라보았다.
 
28
“복숭아 한 개 남아 있었어요.”
 
29
고추를 달랑거리며 옷 벗은 어린이는 첨지와 ‘송원상’ 앞에 달려와서 복숭아를 치켜 들었다.
 
30
“도둑우놈 어데요?”
 
31
‘송원상’은 어린아이는 돌아보지도 않고 첨지에게 다가서며 재촉하듯 물었다. 첨지는 왜인지 가슴이 꽉 차 오르며 목구멍이 탁 막혔다. 어린아이는 어서 복숭아 따온 칭찬이 듣고 싶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송원상’과 첨지를 쳐다 보았다.
 
32
“으흠 ─”
 
33
첨지는 그제야 ‘송원상’의 도난 방지책에 넘어 갔던 것이 깨달아 진 것 같아지며 이름도 정처도 없는 분노가 어딘가에서 타오르는 아지랑이를 바라보는 것 같이 아른아른 타오르며 두 눈이 어지러워짐을 느꼈다.
【원문】상금 삼 원야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 최근 3개월 조회수 : 8
- 전체 순위 : 5075 위 (4 등급)
- 분류 순위 : 673 위 / 882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상금 삼 원야 [제목]
 
  백신애(白信愛) [저자]
 
  소설(小說)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상금 삼 원야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