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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두부(生豆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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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이병각
1
生 豆 腐[생두부]
 
 
2
부엌간에는 화ㅅ틔의 관솔불이 뚤어진 솥뚜껑구멍으로 새어나오는 뿌 ― 연 김에 가리여 어두컴컴하게 가물거리였다. 아내는 부엌 아구니의 불을 굴목으로 드러밀고 새빨갛게 익은 얼굴을 들었다. 앞이마에 착 늘어트린 머리카락을 걷어 올리고 허리를 폈다. 자지여드러가는 밥이 삐 ― 하고 솟전에 눈물 방울이 졸 ─ 내려오더니 짤르르하고 말러버린다.
 
3
『저녁밥이 얻듯케 되였나?』
 
4
방문을 빠시시 열고 어머니가 내여다보았다.
 
5
『지금 거이 되였습니다.』
 
6
아내는 행주를 빨면서 공손히 대답하였다.
 
7
『두부는 익히지 말고 그냥 써러 드러노아라.』
 
8
『네 ―.』
 
9
아내는 가느다랗게 대답하고 행주를 솥뚜껑에 철석 걸치였다.
 
 
10
어머니는 희미한 호롱불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돗자리줄을 헤아리고 앉아있는 아들의 머리수지가 어두컴컴하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머리가 지나간 날엔 길게 자라서 어깨를 덥든 것이 지금은 땡땡이 중놈같이 짤막하게 까까버린 것이 도로혀 시원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귀밑으로 방긋이 보이는 얼굴살결은 너무나 엄청나게 하이얗다. 어머니는 아들의 옆에 당겨앉혀 손을 만져보았다.
 
11
『이것 바라 손구락이 뼈만 남었구나!』
 
12
아들은 잠잠코 앉저서 말이 없었다.
 
13
어머니는 아들이 전보담 더욱 말이 적음이 원망스러웠다. 몇해를 그냥 집을 나가있다가 돌아왔다 하더라도 응당히 이야기가 많을터인데 감옥에서 고생을 하다가 오늘 집에 돌아온 아들이 아무 이야기도 없이 그냥 멍하니 자리 날만 헤아리고 앉졌는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일변 근심스러웠다.
 
14
어린 아이가 잠이 깨었다. 응 ─ 하며 일어나서 눈을 부비더니 그만 울기 시작하였다. 아들은 얼는 고개를 들고 어린 아이를 잡아 안았다. 그리하여 무르팍 위에 언저놓고 달래였다. 어린 아이는 애비의 앞자락에 얼굴을 대이고 다시 졸기 시작하였다.
 
15
어머니는 이야기도 않고 앉졌든 아들이 손녀를 안고 달래는 것이 반가웠다. 무심해보이는 아들에게 어디서 우러나온 마음인지 그래도 자정은 있나 보다 하였다. 어머니는 반가운 나머지 그만 눈물이 고이었다.
 
16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이 오랫동안 ×에 들어가 있다가 와서 응당히 만을 고생하든 이야기도 자기에게 들려주지 않고 제가 낳은 제 자식은 품에 안고 귀여워함을 볼 때 어찌하여 아들은 자식 귀한 줄은 알면서도 제 어미의 사정은 알아줄줄 모르는가 하고 희미하게 원망스러웠다.
 
17
『그래 이야기를 좀 해라! 아무리해도 골병은 질멋니라!』
 
18
어머니는 무엇이 원망스러웠다. 귀한 자식을 골병짐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애처로웠다. 알지 못하는 반발로 하여금 이 말이 능히 서슴지 않고 나왔다.
 
19
『원 별소리를 다 합니다. 골병은 무슨 골병!』
 
20
아들은 대수롭지 안타는 듯이 말하였다. 어머니는 삼년동안 못본 사이에 아들이 너무나 엄청나게 숙드러보이는 것이 안타까웠다. 삼년 전 바깥에 있을 때는 동리사람들이 아들을 다 키웠다고 칭찬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들이 위험인물이니 걱정이라고 충고할 때에도 어머니는 늘 아들은 아직 젖내음새나는 어린 것이러니 하였다.
 
21
그러나 삼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 아들이 삼년간의 ×중생활에서 고통을 받아 그런지 몹시도 야웨이고 숙드러보이며 입이 전보담 더욱 무거워졌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아들의 고생을 생각하야 밤마다 잠을 못 이루고 애를 태우면서도 자기의 늙어짐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22
아들은 어린 딸을 어루만지었다. 「이것이 난지 열흘이 안 되여 내가 들어갔더니 지금은 벌써 이 만치 자랐구나」하는 생각이 났다. 귀여워야 할 것인지 미워하여야 할 것인지 모르게 어리둥절하였다.
 
23
『젊은 아내! 늙은 모친! 어린 딸!』
 
24
그의 머리에는 번개같이 이 모든 얼굴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이 행복이며 가정이라는 것인가 했다. 이것이 그다지도 큰 힘을 가졌으며 이것의 애착이 그다지도 컸었구나 이것으로 말니 얼마나 나는 사내답지 못한 눈물을 흘렸으며 고민하였든가? 부엌간 문이 방긋이 열리더니 밥상이 들어왔다. 어머니는 그것을 받아 아들의 앞에 놓으며
 
25
『너도 어서 들어오너라!』
 
26
하고 며느리를 불렀다.
 
27
『네 ― 대강 치우고』
 
28
며느리는 또 가느다랗게 대답하엿다.
 
29
『그냥 아모러케나 두고 어서 들어와 같이 먹자!』
 
30
어머니는 몇해만에 처음으로 아들과 며느리를 한곳에 앉치여 놓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조급스리 그리웠다. 아내는 조고만한 함지에 밥을 퍼서 들고 조심스리 시어미 옆에 다시 앉졌다.
 
31
『이애! 어린애는 이리 주고 어서 밥을 먹어라.』
 
32
어머니는 아들이 안고 있든 어린 손녀를 받아들었다.
 
 
33
『이것부터 먼첨 먹어라.』
 
34
어머니는 생두부접시를 옮겨놓으며 아들이 든 젓가락을 잡아끌었다.
 
35
『또 생두부!』
 
36
아들은 생두부를 보자 속으로 비웃었다. 번번이 들어갔다 나오면 받듯이 생두부를 먹는다.
 
37
『생두부를 먼저 떠먹고 이제는 다시 안 들어가도록 해라.』
 
38
어머니는 긔여히 생두부를 권하였다.
 
39
『벌써 몇 번입니까. 전번에는 생두부를 안 먹어서 들어갔습니까? 그런 속긔는』
 
40
아들은 젓가락을 든 채 멍멍하였다.
 
41
『그래도 또 속긔는 짜증이 나는 모양이로구나. 어서 두부부터 먼첨 먹어라!』
 
42
어머니는 어렴풋이 화를 내였다. 아들은 하는 수 없이 생두부를 먼저 떴다. 어머니는 숨을 내리쉬었다.
 
43
『너도 어서 먹어라. 자, 나도 먹을테니.』
 
44
어머니는 잠자코 앉아있는 며느리를 재촉하였다.
 
45
『이리로 주세요.』
 
46
며느리는 시어미에게 손을 내어밀고 어린애를 받들려하였다.
 
47
『애는 내가 안고 먹을테니 어서 먹어라.』
 
48
어머니는 며느리가 아치랍고 미안한 생각이 낫다. 자가가 잘못하여 아들을 감옥에나 보낸 것처럼 며느리의 눈치를 살피고 조금이라도 눈치에 거리낌과 좋지 않은 안색이 보이면 미안하고 죄스러움에 그만 살이 조이게 삼년 동안을 지나왔다.
 
49
『후!』
 
50
어머니는 국물을 불어 식혀 어린애 입에 갔다대었다. 어린애는「졸 ―」하고 받아먹었다.
 
51
아내는 웬일인지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벙벙하고 손이 발발 떨리었다. 삼년동안 그리던 남편을 곁에 두고 반가운지 야속한지 모르게 어리벙벙하였다. 도무지 머리가 가래를 차릴 수 없었다. 그리고 삼년동안 어머니를 애쓰인 것이 잘못이 자기에게나 잇는 것처럼 늘 눈치가 보이고 죄송스러웠다. 동리사람들에게 자기가 시어미대접을 잘못한다는 소문이나 돌지 않은가 하고 늘 경계하였다. 남편이 그리웁다기보담 혹 남편의 몸이 병이나 들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 고통과 번민으로 야웨여지지나 않았는가 하는 아치러운 생각과 또한 자기를 남편이 생각하고나 있는가 하는 욕망과 아울러 시어미에게 대한 자식으로서의(옛날 도덕으로 보아) 애쓰이는 불효가 오로지 남편을 대신하야 속죄하야만 되리라는 생각으로 엉키고 엉키여 애써가며 좋은 안색으로 그 날수를 지나왔다. 그러나 때로는 어린 딸을 안고 혼자 앉졌다가 말도 못 알아듣는 어린애에게
 
52
『너 아버지 보고 싶지 않니?』
 
53
하고 물어보면서 입을 쪽 맞추고 눈물지울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러하던 남편이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앉져서 밥을 먹게 되건만 반가운지 어떤지 도모지 모르고 남편의 마음을 시어미가 상케하고 시어미의 마음을 남편이 상케 할 위험이나 없는가 하고 지나치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어린애를 귀여워하는 남편을 보고 그도 철이 들어서 아버지로서 무슨 생각이 움트는구나 하며 도로혀 남편이 귀여웁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일찍이 혼인한 나 만흔 안내로서의 어린 남편을 대하든 관습에서 나온 생각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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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央日報[중앙일보]
【원문】생두부(生豆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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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