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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지의 제1면은 늘 흥분된 문자로 채워진다. 활자도 굵거니와 잉크 냄새도 진하다. 모든 것이 위대한 수렁 속에 휩쓸려 들어가 짓무지러들 날이 가까웠음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관심사라면 이보다 큰 누구나의 관심사가 있을까. 나는 가령 구체적으로 난중(亂中)의 서국(西國)의 생활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 어지러운 수도의 골목골목에 웅성거릴, 가령 카르멘을 난 이 나라의 여인의 생활과 연애란 어떻게 열려 갈까에 마음이 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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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활을 생각할 때든지 사람의 최대의 관심사인 까닭이다. 세계적 관심보다 아적(我的)관심이 늘 더 일의적인 까닭이다. 나는 지금 다음에 써야 할 작품과 정리보다는 더 가까이 자신의 생활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의 생활이란 언제 하여야 할 눈앞 정원 걱정을 하고 있다. 가느다란 지름길만을 남겨 놓고 초목이 무성하게 들어선 뜰은 화단의 윤곽을 잃어버리고 있다. 화초로 말하여도 거의 전부가 여름꽃이어서 지나쳐 화려한 것이 가을 정서에는 맞지 않을 것 같다. 가을 화초라야 카카리아, 시차초, 샐비어, 비연초, 코스모스, 반금초의 조합에 지나는 것이 없다. 하늘빛에 약간 붉은빛을 배합한 그 조촐한 색조를 나는 가을 바다 이상으로 시원히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