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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희일장(惡戱—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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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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惡戱—場(악희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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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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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나는 진주 하영진(河泳珍) 군의 초청으로 사동(寺洞)에 있던 천향원(天香園)으로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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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보니 벌써 5, 6인의 선래객과 남도 명기 수삼인이 와 있었다. 나를 빼놓고는 나머지는 모두 남중(南中) 친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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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이 오락가락함을 따라서 재석지인(在席之人)들은 갖은 재담, 고담, 희담(戱談), 농담 등을 제각기 남에게 낙후치 않으려는 듯이 서로 주고받고 하였다. 새새로 기생들의 창곡(唱曲)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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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심심하거나 소조(蕭條)치 않은 좌석 광경이었는데 하필, 바로 내 곁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일위 풍류남아(특히 성명을 감춘다)가 시종 틈만 나면 일본 정국담을 늘어 놓는 것이었다. 물론 누가 듣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언만 그는 자기의 사회적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의도에서인지 부단히 동경행 〈토산담(土産談)〉을 꺼냈다. 정우회(政友會)가 어떠니, 하또야마(鳩山)를 만났다는 둥, 히라누마(平沼)하고 바둑을 같이 두었다는 둥 등등으로 술맛 감쇄노력에 진췌(盡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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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삼차 말로 태도로 경고를 하였지만 별무 효과이었다. 나는 자못 불쾌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제지시킬 방도를 생각하고 있던 판에 그는 때마침 변소에를 갔다. 물실차기(勿失此期)라 나는 결의를 한 다음 큰 컵에다 오줌 반 맥주 반 섞어가지고 빙괴(氷塊)를 넣어 잘 식혀 놓았다. 좌중들은 모두 실소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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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간 그가 옆자리에 와서 앉았을 때 나는 무엇하러 이 더운데 변소를 가서 그토록 오래 있었느냐고 책망 비슷이 하고는 어서 한 잔 하라고 컵을 들어 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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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르는 그는 안심하고 꿀덕꿀덕 두어 모금 마신 다음 아무래도 미각이 달랐는지 「으악 으악」하며 토해버리는 것이다. 직감적으로 나의 악희인 줄 깨닫고 그의 노기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임기응변(臨機應變)의 진사무용(陳謝無用) 좌중의 박장대소들이 그의 노기에다가 그야말로 박차를 가하였다. 그는 근 6척의 기골 장대한 사람으로 뚝심으로나 무엇으로나 접전만 된다면 나는 도저히 그와 상대가 되지를 못하였을 것이다. 말하자면 심판이정(審判已定)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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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우욕래풍만루(山雨欲來風滿樓) 격을 지나서 저편 도전으로 전단은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러나 그날 밤 주인격인 하군을 비롯하여 기생들까지 총동원하야 중재에 노력을 하여 유혈격투의 참극은 근면(僅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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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장화한 좌석을 다시 정돈하고 화해 술을 그와 마시게 되었던 바, 나는 나의 비(非一惡戱)를 확인하였고 그 또한 답답치 않은 풍아지사(風雅之士)라 피역(彼亦) 곧 석연(釋然)하여져 진취(盡醉)토록 마시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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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것도 없는 살풍경의 광태이긴 하고 악희이긴 하였으나 나이 50을 넘고 보니 그런 광태, 그런 악희나마를 재연할 기회가 앞으로 다시금 도래할까 하고 마음은 적이 쓸쓸하여지는 것이다.
【원문】악희일장(惡戱—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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