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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과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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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8
최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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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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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나에게 가장 괴로운 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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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맑은 볕을 사랑하고 빛나는 푸른 잎을 사랑하고 만리창공에 조각 조각 떠 있는 구름을 사랑하고 침침한 밤에 번득이는 번개를 사랑하고 일진 폭풍에 창살같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사랑한다. 이것은 모두 여름에라야만 얻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름을 미워한다. 여름은 나에게 괴로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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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름을 미워하고 괴로와하는 것은 선천적은 아니다. 내 몸에 몹쓸 병이 살리게 된 뒤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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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도에서 났지만 여름의 풍경은 남쪽에서 난 사람만 못지않게 맛보았다. 그것은 나의 고향이 남쪽만 못지않은 풍경을 가지었고 기후를 가진 까닭이었다. 나의 고향은 맑은 동해 바다를 앞에 끼고 하늘을 어루만질 만한 큰 산을 뒤에 가지었다. 그리고 넓은 뜰도 있으며 깨끗한 온천도 가지어서 여름이 오히려 살기에 알맞은 곳이다. 나는 어려서 이 산수를 자유롭게 보고 차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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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어릴 때의 그 향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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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몸에는 병이 실리게 되었다. 그 병은 여름이 되면 더 몹시 발작하는 병이다. 이리하여 그 병은 지금까지 내 몸을 떠날 줄 모르고 나와 같이 고락을 같이하여 온다. 이것이 뜻이 서로 허하고 정이 서로 어울린 지기 같으면 십 년 이십 년에 고락을 같이할수록 서로 의지가 합하고 서로 감격할 일이지만 내 피를 점점 말리고 내 살을 점점 굵고 내 기운을 점점 뽑아버리는 병이 되고 보니 밉기 한량이 없고 괴롭기 끝이 없다. 따라서 그 병이 더욱 머리를 몹시 드는 여름까지 밉고 괴롭다. 사람은 이렇게 제 짜증에 자연까지 저주하는가 생각하면 우습고 빙충맞은 짓이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밉고 괴로운 눈앞에 실감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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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여름이었다. 어떤 친구의 호의로 약첩을 지어 가지고 동래 온천에 가서 좀 있어 보았는데 그때는 병의 발작도 괜찮고 걱정도 덜해서 내 딴에는 퍽 호강으로 지낸 셈이다. 그러나 내게는 그런 호강이 두번 오기가 어렵다. 이것이 나 한 사람의 운명이 아니요 나와 처지를 같이한 천하 사람이 같이 하는 운명이건만 나는 때때로 공연히 팔자 타령을 한다. 이렇게 여름이 되면 똥 냄새나는 서울 골목의 콧구멍만한 방에서 모기나 빈대에게 뜯기는 괴로움도 괴로움이거니와 발작하는 신병에 만사가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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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왕사 자제엄, 신천, 동래 하고 만도의 어른들은 여름을 피하지만 그런 팔자를 못 가진 나는 여름이 괴롭다. 여름이 밉다. 한강 뱃놀이도 벼르고 벼르어서야만 되니 그것도 요행으로 되니 괜히 팔자 탄식이요 사연에 대한 저주요 나중은 자연의 압력을 받지 아니치 못하게 되는 그 무엇까지 저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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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 혼자서 저주나 하면 뭘하며 탄식이나 하면 소용 있나? 한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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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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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나 보리라. 이것이 여름의 내 생활이다.
【원문】여름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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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과 나 [제목]
 
  최서해(崔曙海) [저자]
 
  동광(東光) [출처]
 
  1927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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