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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들여다 놓으면 뚜껑을 열기가 바쁘게 달려들어 먼저 맛을 보며 돌아가는 놈이 파리다. 불결한 배설을 정한 데 없이 아무 데나 되는대로 갈겨내는 놈이 또 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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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것들쯤은 그대도 괜찮다. 책을 들고 누운 얼굴 위에 날아들어 자꾸만 피부를 간질이며 방해를 하는 때처럼 미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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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하이네는 바로 죽기 직전에 사랑하는 애인을 가리켜 “나의 파리여!” 하고 불렀다거니와, 병석에 누운 자기의 주위를 떠나지 않고 언제나 빙잉빙 돌아가는 것이 마치 파리와 같아서 그렇게 불렀는지 어쨌든 애인을 파리라고 불렀다니 이 시인은 파리가 그처럼 좋았을까. 파리일레 책과의 친밀히 알뜰히 이어지지 못하고 모처럼 가라앉혀 책속에 파묻힌 정신이 한 마리의 파리 때문에 가리가리 갈리여 나가는 걸 보면 애인이란 심사숙고에의 장애물이라고 이 시인은 애인을 파리에 비하여 그렇게 부른 것은 아니었던가도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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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들 때는 의연히 파리를 염려해서 앞뒤 창을 꼭 듣고 ‘후마기라’ 를 방안이 보얗도록 냅다 뿌려서 그놈들이 모두 취하여 근더지기를 기다려 말짱히 쓸어 버리고 새로운 기분으로 아주 길게 자리를 잡고 눕는 것이나, 어디서 날아오는 것인지 창을 열기만 하면 옹옹 하고 모여들어 얼굴을 무대로 별별 후한 장난이 다 벌어진다. 난리니 뒤가 있을까, 옹이―하고 날아나선 허공을 한 바퀴 비잉 돌아가지고는 다시 돌아와 그 장난인 것을……. 앉음앉이도 아주 묘한 것이다. 콧등이면 콧등 입술이면, 입술 꼭 앉던 그 자리에 영락없이 돌아와 앉는다. 골이 아니 오를 수가 없다. 갈릴 정신을 꺼리어 참자 참자 참아 내다 못해 그놈들을 따라 일어서고야 만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놈들을 잡아 경을 쳐야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이다. 요리조리 피해내는 놈을 구석구석 따라다니며 기어코 쳐서 잡아 놓고야 다시 책을 들고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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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디 고놈들뿐인던가. 얼굴에 와서 붙는 놈이란 매한가지로 고놈의 장난이 고놈의 장난이다. 날리다 날리다 참지 못해서 다시 벌떡 일어나는 날이면 그적엔 물불을 헤아릴 여지 없이 난타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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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의 짓이 아니라 미소로 대항이기는 하나, 맞은 자리가 노상 헐치는 않은 모양이다. 일감을 놓고 손을 등으로 돌려 긁적긁적하기에 보니 좁쌀알 만한 피가 한 점 모시 적삼 등골에 빨갛게 물이 들었다. 얼마나 세차게 때려 조지었던지 파리 대가리가 그 자리에서 아주 박살이 되어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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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배설 정도의 오점이라 썩 분간이 가지 못할 흔적이기에 나 역시건 모르는 체 다시 파리 따라 채를 옮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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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착으로 맞은 건 파리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날라리였다. 그저 치기에만 독이 오른 손은 그놈조차 파리로 빗보였던 모양이다. 날라리는 안타까움을 못 참는 듯이 머리를 뒤로 곤두세우고 (기실은 비뚤어 졌다) 뱅글뱅글 자꾸만 돌아가는 양이, 내겐 무슨 죄로 형벌이요 하고 살려 주기를 애원하는 것 같아 보기에 심히 민망스럽다. 다시 살아날 도리가 없을까 회생을 기다리며 동정을 엿보았으나 민망한 내 마음을 풀어 주기엔 너무도 상처가 컸다. 돌아박힌 대가리를 종시 바로잡지 못하고 한참이나 앵둥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앞발을 바르르 떨더니 그게 최후였다. 그 후로는 영 아무런 동작이 없다. 큰일을 저지른 것처럼 마음이 섬뜩하다. 이 며칠 동안 파리를 수없이 아마 수천 수(數千首) 는 넘었으리라. 그렇게 쳐 왔어도 조금도 마음에 동요가 없던 것이, 날라리를 죽인 이제 그놈이 끔찍히도 불쌍하다. 그것이 내 본의가 아니었던 것을 변명한댔자, 그리고 안 했댔자 죽고 말았으니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저 횡액을 면치 못한 그 죽음만이 애처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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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라리의 횡사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마땅할 것인가. 파리가 져야 할 것인가, 내가 져야 할 것인가. 결국은 내가 아니 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돌아오게 되는 책임이 당연하게 되는데 고놈들의 파리가 더한층 미워진다. 고놈들을 씨알머리가 없이 멸종을 시키리라. 파리채 끝에 주어진 힘은 더할 수 없이 어지러워졌다. 안팎으로 들락날락 진종일을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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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날 밤 빈대의 성화에 잠이 깨어 보니 어디서 또 그렇게 모여들었는지 10여 마리는 넘으리라, 어쨌든 그만한 수효의 파리가 아내의 잠자는 입에 한 입 들어가 진탕치듯 침을 빨아내고 있다. 입 안이라 파리채는 쓸 수가 없어 손으로 휘저어 날리고 보니 그 벌어진 입안의 하얀 이빨 위에 동골동골하게 그려진 누에알 같은 까만 반점들은 그게 필시 그놈들의 배설이 또 틀림없었다. 이것이 항상 입을 다물고 잘 줄 모르는 벌이라면 비색증으로 늘 코가 막히어 입을 벌려야 잘 줄 아는 내 입이니 내 입엔들 어찌 그러한 장난이 없었으리라고 믿으랴. 고놈들을 모조리 또 잡아 죽이지 않고는 마음이 가라앉을 수 없었다. 다시 자리에 누울 생념도 없이 불의의 작전이 야반에 한참 또 분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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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추하고 성가신 그 짐승을 하이네는 애인에 비하여 부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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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을 “나의 파리여!” 하고 부를 때, 족히 성을 내지 아니하고 이 시인의 부름을 영광으로 만족하게 받아 주었던지, 하이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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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단행본〕 *『상아탑』(우생출판사,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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